왜 이렇게 마음이 잡히지 않을까요. 어제 읽은 소설에서 그대로 꽂혀 들어온 문장이 있었습니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만족인지 불만족인지, 정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에요. 다들 알고 있을 테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대로 가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는 게 아닌지 걱정되곤 합니다. 답을 알고 있는데 못하는 게 바보같이 느껴지고, 레벨 1의 게임에서 혼자 레벨 10처럼 골머리를 앓으며 헤매는 것 같습니다. 삶을 잘 살아낸다는 건 기분 관리에 달렸다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상황이 별로여도 내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누가 봐도 행복할 만한데 혼자 기분이 바닥을 기고 있으면 그만큼 울적한 것도 없죠.
얼마 전에는 친구와 길을 걷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 행복하다!’ 크게 소리쳤습니다. 깜짝 놀란 친구한테 이렇게 소리를 내서 말해야 스스로가 듣기에도 진짜로 그런 줄 아니까, 자꾸 행복하다고 주입식으로 말해줘야 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묻습니다. ‘꼭 그렇게 매번 행복해야 해?’
그러고 보면 또 그래요. 어떻게 살면서 매번 행복하고 기분 좋기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모든 일이 매번 내 맘대로만 될 수 있을까요. 내 마음도 제대로 못 다루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다 맞추기만을 바랄 수 있을까요. 시간이 갈수록 ‘절대’의 가능성은 0에 수렴하고, ‘그럴 수도 있지’는 어디에 들여놓아도 맞는 방정식이 됩니다. 알면서도 그래요. 나이를 먹으면 사람도 유들유들해 진다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의 불을 다스리기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파스타와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로 만든 파스타가 최근에는 유달리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조개젓인데요. 조개젓으로 야매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얼마 전에 조개젓 한 통을 얻어 왔을 때 명란젓도 아니고 이걸 또 언제 다 먹나 싶었는데, 이 야매 봉골레 레시피를 알고 나서는 명란젓보다 빨리 조개젓을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옥죄는 천성이라 나를 이겨내기가 제일 힘이 들지만, 밥반찬인 줄로만 알았던 조개젓을 그럴듯한 봉골레 파스타로 활용할 수 있는 걸 보면 ‘절대’라는 건 역시 없는 거라고 또다시 증명해 낸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나를 또 먹이고 달래면서 엉덩이 두들겨주기로 합니다. 좋든 싫든 나와 끝까지 가야 하니까요. 마음이 잡히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그대로 끌고 가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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