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물 : 김슬아 대표의 채용 인재상

Season 3 | 패스트트랙아시아 | 그의 빌드업 | 3 Dec
[그의 빌드업]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의 '커리의 3점슛론'
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그의 ○] 시리즈는 현장 창업가의 경험과 생각을 담습니다. 정답이 아닐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론서가 아닌, 현장에 선 이의 노하우 공유입니다.

"농구, 야구와 사업은 굉장히 비슷합니다. 경영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야구와 농구는 모든 팀의 룰이 똑같아요. NBA는 심지어 샐러리캡(한 팀의 연봉 총액 상한)까지 있어서 자원조차 비슷합니다. 오히려 시장보다 공정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렇게 매년 30팀이 경쟁을 하는데 어떤 팀은 1등을 하고, 어떤 팀은 꼴등을 합니다. 관점과 전략의 차이가 드라마틱하게 승부를 가르죠. 시간이 지나면서 전략 트렌드가 바뀌는 것조차 사업과 비슷합니다. 

박지웅(39)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느릿하고 차분하게 자기 말을 내뱉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농구와 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말이 조금 빨라졌습니다. 한참을 스포츠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 대표가 농구에 빠진 것은 중학교 때 조던의 세컨드 쓰리핏(1995~1998년 시카고 불스의 3연패) 때,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키 183cm의 단신으로 레전드가 된 앨런 아이버슨. 직접 농구 하는 것도 좋아했고 유니폼도 많이 사서 모았답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3점슛 머신 스테판 커리입니다.

“그런데 2014년 이상한 팀과 선수가 등장했죠. 그전까지는 샤킬 오닐 같은 괴물 센터가 골밑으로 파고들어서 무조건 골대 가까운 곳에서 확률 높은 슛을 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 농구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3점 라인, 심지어 그보다 멀리서도 슛을 마구 던지는 팀이 나왔죠. 2점슛의 성공 확률이 50%, 3점슛의 성공확률이 40% 라면 기댓값이 2점슛은 1점, 3점은 1.2 점입니다. 이 경우 확률적으로 3점을 많이 던지는 팀이 이겨요. 예전부터 있었던 논리지만 그걸 엄청난 연습과 훈련으로 실행한 팀이 워리어스, 선수가 커리죠. 결국 모든 NBA 트렌드가 3점슛으로 갔고, 선수 몸값도 키가 큰 센터들이 돈을 못 벌고 슈터가 비싸졌습니다.” 
박 대표는 ‘3점론’을 자신의 사업에도 빗대 설명했습니다.  “3점으로 밀고 갈 팀은 10번 쏜 슛이 모두 안 들어가도 11번째 슛을 쏘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하죠. 저도 지금 지치지 않고 쏘는 중입니다.” 

2012년 설립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컴퍼니빌더’ 지주회사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창업자가 하나의 회사만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의 대표가 되고, 창업팀을 발굴해 창업을 돕고 경영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모델이죠. 박 대표가 지금껏 설립한 회사는 대략 10개. 실제 3점 10개를 쏜 셈입니다.  

<사진 : 3점슛을 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 /AFP연합뉴스>
10개 회사 설립, 10타석 제 타율은요?
“1년에 평균 1개 정도 회사를 만든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굿닥, 병원 예약과 접수 등을 모바일에서 해주는 플랫폼이었죠. 1년 반 정도 매달렸는데 썩 잘 되진 않았고 옐로모바일에 매각했어요. 퀸시라는 유아복 쇼핑몰도 했어요. 잘 안 됐고, 매각했습니다. 세번째가 신선식품 판매몰 헬로네이처였는데 SK플래닛에 매각했고, 네번째가 맞춤정장과 셔츠를 하는 스트라입스. 이것도 크게 성공은 못 했지만, 매각했어요. 1세대 배달 플랫폼으로 배민과 경쟁했던 푸드플라이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했죠. 여섯번째가 패스트캠퍼스에서 사명을 바꾼 데이원컴퍼니, 일곱번째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네요. 그리고 구인구직플랫폼(잡캐스트), 여성맞춤속옷브랜드(소울부스터)은 모두 3개월 하다 접었습니다. 마지막이 투자회사들,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패스트벤처스죠. 

여태 매각한 회사들의 밸류 총합은 1000억원 정도 되고, 아직 운영 중인 데이원컴퍼니와 패스트파이브의 밸류를 합치면 5000억원은 훌쩍 넘습니다. 야구로 치면 타석에 10번 선 셈이죠. 2개는 그냥 중단했으니 아웃, 퀸시와 스트라입스는 잘 안 됐지만, 폐업은 아니었으니 번트 1루타라 해야 할까요. 헬로네이처와 푸드플라이는 2루타, 데이원과 패스트파이브는 아직 주자가 홈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회사죠.” 

회사 이름이 패스트트랙아시아인 이유는요? 
코파운더인 신현성 대표(現 테라 대표, 티몬 창업자), 노정석 대표(現 비팩토리 대표, 연쇄창업) 셋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스톤브릿지에 심사역을 있을 때 티몬에 투자해 인연이 닿았던 분들이고요. 티몬에 투자한 지 얼마 안 돼서 로켓인터넷코리아라는 곳에서 티몬에 인수 제안을 했어요. 알아보니 뜨는 사업 아이템을 카피해서 키우고, 다시 파는 유럽 회사더군요. 그루폰(소셜커머스의 원조격 미국회사)의 카피캣을 만들어 1000억원에 그루폰에 팔았고, 그러니까 그루폰과 비슷한 티몬에 인수 제안을 했던 것이죠. 
‘이 방식이다’ 싶었죠. 회사를 만드는 회사. 하나에 올인이 아니었고, 계속 회사를 만들면 계속 재밌게 할 수 있겠다 해서 컴퍼니빌더 회사를 만들기로 했어요. 노 대표님이 먼저 ‘패스트트랙’이라는 이름을 이야기했죠. 로켓인터넷처럼 따라잡는 속도가 핵심이라는 의미죠. 뒤에 아무것도 안 붙어서 허전하더군요. 처음엔 ‘패스트트랙코리아’를 생각했는데, 코리아는 뭐랄까, 좀…. 더 나은 걸 찾다가 ‘그래, 아시아 시장을 보자’는 멋진 의미를 담아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됐습니다. 
"네, 우리는 카피캣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위워크를 이겼다
빠르게 카피하는 셈, 카피캣 모델인가요. 
네. 맞습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사업 대부분은 카피캣, 혁신이 아니라는 비판은요. 
제 관점은 달라요. 
째, 현실적으로 혁신적인 첫번째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은 국가의 인구수에 비례해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확률은 미국과 중국이 제일 높아요. 한국 사람들의 전체 평균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 오리지널 혁신이 나올 수 없죠. 더 나은 사람, 더 많은 사람이 혁신을 찾는 미국과 중국이 스타트를 끊는 1등입니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유니콘도 있죠. 하지만 분석해보면 오리지널 플레이어는 미국, 중국에서 출발했던 회사입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나온 다른 카피캣이 기업가치를 역전한 경우죠.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첫번째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은 희박해요. 
둘째, 카피캣은 처음에만 카피캣입니다. 출발점은 카피캣인데 오래 살아남는 회사들을 보면 다른 형태로 진화해요. 끝에는 ‘창업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었다’ 정도로 희석됩니다. 첫 3개월은 카피캣으로 볼 수 있지만, 3~6년을 길게 보면 성공한 스타트업은 작고 큰 피벗을 하면서 전혀 다른 회사로 성장해요. 그루폰의 카피캣 회사 티몬, 위메프 같은 곳도 모두 모바일 커머스로 진화했죠. 시간을 길게 보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도 카피캣이었죠 
네. 생각의 출발은 의식주 중에 안 해본 아이템이 주더군요. 유심히 뜯어봤던 모델은 쉐어하우스 모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사업 모델을 짜봐도 스케일이 아주 크면 수익이 날 수 없더군요. 거의 아파트단지급으로 쉐어하우스를 만들어야 BEP(손익분기점)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오피스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때 위워크를 알게 됐죠. 
어라, 이 회사 재밌다. 희한한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위워크 밸류가 1조쯤 됐고, 한국에는 진출 안 한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위워크를 조사했죠. 
그리고 단 한 번도 위워크를 안 간 팀원들의 ‘본격 위워크 따라하기’가 시작됐습니다. 위워크 홈페이지의 고객 후기를 다 찾아왔어요. 온 데 올라온 사진은 다 캡쳐 떠서 PPT에 붙여 넣었죠. 그때 모은 위워크 사진이 200장 넘을 겁니다. 영국 어느 언론사에서 위워크 영국 내 지점 도면 1층 사진을 기사에 넣었습니다. 그걸 보고 한 방의 사이즈, 복도의 길이 등 전체 구조를 유추했죠. 
 그리고 2015년 남부터미널에 1호점을 냈습니다. 부족한 돈으로 완벽하게 위워크를 따라하고 싶었죠. 공간의 설계와 방의 배치, 인테리어와 소품도 최대한 비슷하게 했어요. 사진 놓고 팀원들과 밤새 회의했죠. 어떻게 하면 위워크 느낌을 낼 수 있을까를 두고요. 웹페이지도 위워크를 따라하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위워크는 랜딩과 동시에 영상으로 사무실 투어를 시켜줬는데, 도저히 그건 못하겠더군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소품 가게에서 직접 소품 사서 들고 왔습니다. 돈 아끼려 조립식 의자와 책상을 주문했어요. 200평 빈 사무실에서 저 포함 팀원 넷이서 전부 손으로 조립했죠. 새벽까지 거의 일주일을 조립만 했죠. 1호점에 140개 책상과 의자, 2~3호점 합쳐서 300개를 전부 조립했습니다. 그나마 2호점과 3호점 때는 학교 후배들에게 ‘일단 놀러와라’라고 사기친 다음에 같이 했어요.  
창업 초기 의자를 조립하는 패스트파이브 팀원들(왼쪽)과 1호점에서 늦은 밤까지 회의를 하는 모습(오른쪽)
고객들 첫 반응은 어땠나요. 
초기에요? 거의 반응이 없었죠. 망하면 어쩌나 해서 마이크로매니징했어요. 방문하겠다는 고객이 오면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안내 멘트, 2층에서 하는 멘트, 코너를 돌면서 하는 멘트, 복도를 지날 때 하는 멘트 이렇게 시나리오를 다 짰어요. 그리고 팀원들이 투어를 할 때 멘트를 모두 녹음하도록 하고, 그날 밤 다시 복기하고 정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막상 1호점에 고객이 들어오니 오픈된 공간을 좋아하지 않더군요. 위워크는 오픈된 홀이 넓거든요. 벽이 유리로 구획된 방이 제일 비쌌는데, 가림막이 있는 방을 찾거나 유리문에 반투명 시트지를 씌워달라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공사를 추가로 했죠. 유리방을 확 줄였고, 사방이 뚫려 있는 오픈데스크도 전체 면적의 절반 정도 됐는데 10% 수준으로 줄였죠. 한국 고객들의 니즈, 로컬라이징을 그때 알았습니다. 

위워크가 2017년 한국에 상륙했을 때는요. 지금은 패스프파이브가 36호점을 돌파하면서 1등이 됐지만요. 
박 터지게 싸웠습니다. 3~4년 정도요. 나중엔 위워크가 가격을 후려치더군요. 계약기간을 길게 하면 첫 6개월, 1년을 정말 싸게 주는 방식이었죠. 처음 6개월 20만원, 그 다음부터는 150만원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위워크의 공급이 무한대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장 수요 자체가 더 풍부하고, 패스트파이브의 적정가를 받아들일 고객은 충분하다는 논리를 세웠죠. 가격을 낮추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지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에 맞춰서요. 
비즈니스의 철학도 달랐죠. 아담 노이만이 있을 때 위워크 업의 정의를 ‘커뮤니티 비즈니스’라고 하더군요. 그 인터뷰를 보고 내부에선 치열하게 토론했죠. 결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아니다’였죠. 
패스트파이브팀이 내린 업의 정의는 ‘부동산 서비스업’이었습니다. 인프라에 가까웠죠. 고객들은 공유오피스를 커뮤니티가 아니라 임대사무실을 얻는다는 개념으로 소비했어요. 그러니까 좋은 공간을 잘 쓰는 것에 만족했어요. 건물과 사무실의 핵심은 고객들이 하고 싶은 것을 문제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죠. 임대인이 건물주나 집주인에게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서비스가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되면 그걸로 끝. 
아담 노이만의 인터뷰를 다 뜯어보고 분석해보면 본인도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잘 정의하지 못했어요. 듣는 사람과 쓰는 사람 모두 와 닿지도 않았고, 이해도 안 됐죠. 그래서 처음엔 피칭용 워딩인 줄 알았어요. 주객전도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요. 결국 패파(패스트파이브)는 패파가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패파는 카피캣이었지만 갈 길이 달라졌죠. 껍데기는 비슷하게 시작했고, 운영 철학이 달라졌습니다.   
포스텍 첫달 시작된 리스트 습관..."해외 유니콘 리스트보고 창업할 팀은 연락주세요" 
해외 유니콘 분석 리스트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아예 이 아이템 중에서 창업할 팀을 모집하더군요. 
그런 식으로 많이 아이템을 찾았으니까요. 패스트트랙아시아도 이 리스트를 분석해서 해당 아이템을 하는 팀이 없으면 ‘직접 해볼까’ 생각을 합니다. 아이템이 마땅하지 않은데 좋은 팀이 있다면 이 아이템 리스트를 주고 창업을 유도하고요. 
VC에서 투자도 하고, 창업팀도 많이 만나보니 생각보다 창업자들이 아이템을 본인이 살아온 인생 궤적 안에서 찾더군요. 본인은 모르겠지만, 역량이 굉장히 뛰어난 분도 대학을 갓 졸업했으니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 과외, 입시, 소개팅에서 머물러요. 이런 팀을 몇몇 만났는데 이 리스트를 줬습니다. ‘이 중에서 고르는 것은 어떻냐’고요. 
페이스북에 걸어놓은 리스트를 보고 연락 온 팀이 20~30팀 정도 됩니다. 실제 1팀은 투자를 했고요. 레몬트리와 이민희 대표도 이 리스트에서 아이템을 찾다가 투자한 사이죠. 레몬트리는 키즈 핀테크, 아이들 체크카드 만들어주는 앱입니다. 미국에 유사한 회사들이 굉장히 빠르게 유니콘이 됐고, 이 모델을 찾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이민희 대표를 만났고, 창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템을 들으니 완벽하게 같았습니다. 그날 투자 결정했죠. 
아, 이 리스트와 제 관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니까 유니콘 아이템 리스트 중에 ‘우리가 이 아이템에 도전하겠다’는 창업팀의 콜드메일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리스트 보러가기>

리스트를 만드는 일을 습관적으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대학 때 직업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뭐 먹고 살까는 고민으로요. 졸업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자동으로 취업이 되진 않죠. 포스텍 첫 두달 다니고, 동기들 같은 가능성이 저에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훌륭한 공학자로 석사, 박사, 연구원이나 교수 되는 코스요.
그래서 ‘도대체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담아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의 직업들을 쭉 써두고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직업을 추리니 7~8개가 남았어요. 외국계 컨설팅사, 투자은행, 트레이더, 금융공학 분야 직업 등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투자심사역이었고 그렇게 목표를 정해 스톤브릿지에 갔죠. 
투자사 들어가니 당시에는 지금 같은 분위기와 180도 달랐죠. 중년 심사역이 많았고, 대다수 소부장 분야에 투자했어요. 제가 막내니까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 등을 맡았죠. 이 분야를 중분류, 소분류로 나누고 파생되는 서비스들을 다 쪼갰어요. 앱스토어 들어가면 카데고리 분류에 앱 리스트가 있죠? 그걸 다 리스트업하고 조사했습니다. 
정리를 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제일 좋은 것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것이지만, 사건과 사고는 언제나 터지죠. 시나리오를 가능한 많이 만들어야 대응이 됩니다. 공격과 수비를 하듯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건과 사고에 대응을 못 하면요? 그러면 제가 멍청한 것입니다.  

포스텍(포항공대)나왔는데, 먹고 살 걱정을 했다고요? 
일반고 나왔습니다. 포스텍 과학고 출신 비율이 60% 정도 돼요. 좌절한 수업이 2개 있었죠. 1학년 첫 학기에 공통으로 듣는 수학 과목이 있어요. 첫달에 바로 포기했습니다. 교재는 원서, 수업은 한국어인데 제가 못 알아들었죠. 교수님은 ‘다 알죠?’하고 넘어가고, 동기들은 퀴즈도 과제도 척척 풀더라고요. 제가 고교 수학을 그냥 외워서 풀었던 것이죠. 
두번째는 C언어 수업요. 코딩하는 개발자들은 다 알아들을 텐데, 여섯째 챕터 주제가 ‘포인터’입니다. 앞에는 암기로 때웠는데, 그 챕터부터는 직접 논리 구조를 짜야 했죠. 거대한 장벽이 있었죠.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는데 여기서는 확실하게 중간 이하, 아니 하위권이라는 걸 직감했죠. 
졸업학점은 4.3 만점에 3.2점요. 전공이 산업공학인데 수학과 프로그래밍이 거의 없고, 확률과 통계를 암기하다시피 공부하고 발표 수업 많이 들었습니다. 1학년 공통 수업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평점 3.0이 안 될 걸요. 

심사역하다 직접 창업하겠다고 다짐한 계기는요.
벤처 일이 루틴해서요. 처음 투자업계에 입문했을 때는 창업과 투자가 비슷한 카데고리에 묶여있다고 생각했죠. 리스크를 지고 상응하는 보상을 얻는 직업군. 창업할 용기까진 없어서 그보다 덜한 투자회사에 간 것이고요. 2009년부터 4년 정도 투자업계 있었고, 젊은 창업팀을 위주로 만났고 인터넷모바일 분야에 투자했죠. 티몬, 크래프톤 이런 회사에 투자하면서 실적도 괜찮았고 재밌게 다녔죠. 
그런데 언제부터 계속 회사 만나서, 이야기 듣고, 좋으면 투자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뻔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팀이 가치 있는 결과를 내면 엑싯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나도 (창업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창업했죠. 압도적으로 창업이 더 어렵습니다. 투자가 쉽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강도가 최고죠. 
'난 100억원 벌고 엑싯할래!' 차라리 이런 창업 동기가 낫다
최근엔 회사 출범이 없었는데요. 
올해도 회사 안 만들었고, 작년에도 안 만들었죠. 아이디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걸 시작하면 어느 정도 피와 땀이 들어갈 것인지 이제 눈에 선히 보여요. 솔직하게 뭔가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점점 조심스럽습니다. 제 심리적인 장벽이 높아졌다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2개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펠로톤(미국의 홈트레이닝 자전거와 콘텐츠를 파는 스타트업) 모델요. 이걸 하는 훌륭한 팀이 있으면 투자할 것이고, 없다면 내년에 직접 도전할 생각입니다. 피트니스의 애플과 테슬라라고 해야할까요. 하드웨어를 집안에 두고, 콘텐츠 플랫폼을 얹어서 그걸로 돈을 보는 모델입니다. 손익계산서를 분석하면 애플, 테슬라와 비슷합니다. 
둘째 아이템은 보험회사입니다. 워렌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를 좋아해서 교과서처럼 읽고 공부했죠. 버크셔 해서웨이 본질은 재보험사입니다. 보험료를 갖고 돈을 굴리는 회사죠. 올해 여름 한국의 보험사 설립 최소 자본금이 300억원에서 소액 단기 보험사는 20억원으로 설립 가능하도록 허들이 낮아졌어요.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죠. 이것도 창업팀을 찾거나, 아니면 직접 하거나요. 

핵심 회사는 패스트파이브와 데이원컴퍼니입니다. 데이원컴퍼니 경쟁사가 많이 생겼는데요. 
데이원컴퍼니 시작은 2014년입니다. 지주회사다보니 매출이 0원이고, 비용만 나갔죠. 그래서 팀원들 월급이라도 벌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제가 직접 강사로 뛰는 창업교육 오프라인 클래스를 열었죠. 120만원에 정원 40명 석달 코스였는데 전부 찼습니다. 2기, 3기를 모집하면서 성인 교육 시장의 니즈를 파악했죠. 
2019년까지도 경쟁사가 거의 없었죠. 하지만 카데고리별로 경쟁사가 생겼어요. 예컨대 취미 온라인 교육은 클래스101 같은 회사요. 하지만 다들 출발점이 다릅니다. 저희는 메인잡에 집중하는 ‘진지충’을 고수해요. 오로지 자신의 첫번째 직업에 집중하는 클래스를 열죠. 개발자를 위한 코딩, 마케터를 위한 데이터분석 같은 것들요. 취미나 부업과 관련된 온라인 클래스도 열지만, 주력이 아닙니다. 
계획은 앞으로 B2B 시장을 노리는 것요. 삼성그룹의 멀티캠퍼스 같은 아주 올드한 레거시 B2B 시장의 포션을 가져와야죠. 아직도 이런 회사들은 ‘팀장의 리더십’ 이런 강의를 합니다. 데이원컴퍼니는 B2B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죠. 
둘째는 해외시장 진출요. 유다시티(미국의 온라인 교육회사) 대단하다고 하지만, 유다시티 인강 퀄리티로 한국에서 인간 내면 욕 먹습니다. 한국은 인강 종주국이고 퀄리티와 기대치 모두 높고요.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까지 인강으로 가르치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글로벌에서도 압도적으로 뛰어나죠. 다만 메가스터디 같은 사교육은 나라마다 커리큘럼이 다르니 해외 진출이 어려워요. 하지만 디지털 스킬 중심인 성인 교육은 해외 진출 가능해요. 미국, 유럽도 똑같이 파이썬, 포토샵 쓰니까요. 
최근 내신 책을 보니 디테일을 굉장히 꼼꼼하게 챙기는, 그러니까 마이크로 매니징 일화가 많이 나오더군요. 팀원들이 아주 힘들겠습니다. 
팀원들이 싫어하는 거, 알고 있어요. 오늘도 메일 몇통 쓰고 왔죠. 오늘이 12월 1일(인터뷰 당일)인데, 페북과 인스타에 11월 프로모션이라고 쓰여있는 광고 캠페인을 봤어요. 보는 족족 캡쳐해서 담당자에게 보냈죠. 빨리 수정하라고요. 창업자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건 의견이 아니라 고쳐야하는 일이죠. 실수를 하지 않으면 제 이메일도 받을 일도 없습니다. 제가 이런 이메일을 쓰지 않아도 모두가 일을 잘 하는 회사. 저도, 팀원들도 그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창업팀을 만났을텐데, 창업자에게 필요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창업의 동기는 다양할 수 있는데, 공통적인 핵심은 '자신의 동기에 얼마나 솔직한가' 입니다. 마음속으로는 ‘마흔살 전에 100억원 벌어야지!’라고 다짐하고는, ‘아,  고객에게 밸류를 주면 됩니다. 저는 돈에 관심 없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차라리 빨리 100억원 엑싯하겠다, 그것도 상관없어요. 자신 스스로와 솔직하게 대면하고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해야합니다. 창업자가 갖고 있는 동기의 색, 그에 맞춰 사람이 모이고, 전략이 짜여지고, 경쟁에서 이기죠. 돈을 벌겠다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창업자 주변에는 그런 팀원이 모이고 그 시장에서 승부를 내면 됩니다. 솔직하지 않으면 빨간색 유니폼 창업자에게 푸른색 사람들이 모이고 북쪽으로 가야할 비즈니스가 남쪽으로 가더군요. 

책과 뉴스, 국내 외신을 많이 보고 인사이트를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이동시간이나 오전, 그리고 자기전에요. 하루에 2~3시간 정도는 업무 서류 외에 무얼 읽는 데 쓰는 것 같아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2~3시간 집중해서 회사일하고 9시 미팅하고 나와서 잠깐 이것저것 읽고 이런 식으로요. 

취미는요? 
딱히 없는데 요새는 와인에 빠졌죠. 와인의 좋은 점은 음… 그냥 같은 와인을 두 번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요. 종류가 많아서요.  
[쫌아는기자들의 멤버십] 
한달 6,900원입니다. 현재 2021.11~12.31까지 월 6900원 4100원에 할인합니다. 할인 기간 가입시 이후 가격변동(2022.1. 정상가격 환원)시에도 현재 가격을 유지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신물] 김슬아 마켓컬리 창업자와 독자의 Q&A
@ [대신물어봐드립니다]는 구독자의 질문에 창업가가 답하는 코너입니다. 질문과 답은 구독자가 보내고 창업자가 답한 텍스트를 수정 없이 그대로 게재합니다. 오타만 잡았습니다. 비문도, 자칫 건드렸다가 취지와 그 결이 손상될까봐 그대로 뒀음 양해드립니다.

Q1. 수천명을 채용하시는 지금과 창업 초기의 채용 원칙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투자받기 어려웠던 초기 단계에서 팀원들을 모으신 방법, 원칙에 대해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김○나
A. 물론 처음 마켓컬리를 시작할 때와 연 매출 2조 규모로 성장한 지금 상황에서 회사에서 필요한 인력은 다릅니다. 다만 컬리의 인재상은 초창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컬리의 인재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더 나은 유통에 대한 "진정성"과 "오너십"입니다. 컬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서비스지만 이미 대형 유통사들이 만든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편견과 관행을 깨뜨려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구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내는 결과에 대한 집요함을 가진 분들이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매일매일 서비스의 문제를 찾고 개선해 나갔죠. 이 과정에서 변화를 계속 주시하고 다른 팀원들의 입장에서 배려와 이해에 기반하여 협업을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상품, 물류, 사이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가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만 가능한 서비스였기 때문이죠. 이것이 컬리의 인재상이 되었습니다.  
유통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온 컬리는 늘 기본과 가치를 지키는 임직원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솔직함이었습니다. 임직원들과 현재의 사업 상황과 목표, 비전을 가감없이 공유하고 함께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함께 세워 나갔습니다. 이 과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매월 타운홀을 통해 사업에 대해 공유하고 스스럼없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2. 마켓컬리가 상장을 앞두고 식품이 아닌 호텔 및 식품을 벗어난 상품들을 팔기 시작했어요. 정체성이 흔들리는 느낌이 고객에게 올 수 있는데, 카테고리를 늘려 매출확장에 따르는 기존 이미지의 영향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Lucy
A. 컬리는 나와 내 가족이 사고 싶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목표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상품들을 매주 열리는 상품위원회를 통해 검토해 판매하다 보니 고객분들께서 다양한 상품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시기도 했습니다. 서비스 초창기 2년동안은 식품만을 팔았지만 컬리의 상품선택기준과 품질에 만족하신 고객분들은 이후 치약, 생리대, 뷰티 용품 등 성분이 중요한 상품부터 구매한 식재료를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주방 가전이나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주방용품 등도 함께 판매해 주었으면 하는 요청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런 고객의 요청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기준들을 봤을때 적합한 상품들을 골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컬리가 최근 비식품 상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는 기사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비식품 판매를 최근 시작한 것으로 아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의 첫 비식품은 2016년 하반기부터 판매했던 토스트기였습니다. 그 이후, 휴지 등의 생필품이나 전성분을 공개하는 뷰티 상품군 등으로 점차 넓혀 나갔습니다. 최근에 입점한 호텔 숙박권 등은 직매입하여 판매하는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수수료만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컬리의 매출 증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호텔상품 판매는 고급 다이닝과 함께 호캉스 등을 원하시는 고객들의 요청에서 출발했고 새로운 미식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고객편의를 위해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80% 이상의 상품은 식품이고 식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Q3. 물류는 상품과 운송 네트워크 등 기반 마련이 쉽지 않아 새벽배송이라는 혁신을 만들어 내기가 무척 어렵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를 이겨내고 혁신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JIN
A. 신선식품 물류는 매우 까다롭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냉기에 취약한 바나나와 해동이 되기 쉬운 냉동 고등어를 함께 고객에게 배송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습기에 취약한 베이커리 상품까지 더해지면 물류 난이도는 최상이 됩니다. 상품의 품질을 최상으로 배송하기 위해서는 온도 유지가 필요하고 관리 또한 더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컬리는 온라인 최초로 냉장, 냉동 전용 물류창고를 구축하였습니다. 각각 상품에 따라 상온/냉장/상온으로 나누어 최적 보관 온도로 별도 보관하고 있으며 고객의 집까지도 냉동/냉장 차량으로 온도를 유지해 배송하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은 물류센터에서 빠르게 고객에게 전달이 되면서 동시에 고객들이 상품을 받아 바로 정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새벽이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이는 고객에게 최상의 상태로 상품을 배송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컬리가 집중한 부분은 그동안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던 신선식품을 보지 않아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기존과는 다른 상품 설명이 필요했고 고객들에게 상품을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직접 상품의 사진을 찍고 이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 등 고객의 선택을 돕는 다양한 정보를 상품 설명에 넣었습니다. 최근의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이러한 컬리 스타일이 거의 통용되고 있습니다.
[스소소] 스타트업 소소한 소식
재밌고도 소소하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스타트업의 잡담, 그리고 소소한 자랑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잡담과 공유, 격려, 그리고 킬링타임 아닐까요. by 쫌아는기자들 

 이번주는 스타트업에서 보내온 소식이 없어 2호가 재밌게 읽은 책을 소소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2호는 9월부터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대학원에 대한 솔직한 조언을 주변에서 얻기 어렵더군요. 
 입학 후 최근 <더 늦기 전에 MBA 가면 어때요?>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연세대 MBA 과정을 거친 11명 동기들이 쓴 책인데요. 솔직하고 쉬워서 좋았습니다. 국내 MBA 과정을 찾는 방법부터 지원 방법부터 알려주고, 좋은 과목 찾는 법과 과목 별 후기까지 남겼더군요. 그리고 현직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가도 평가합니다.  특정 과목은 어떤 실무에 도움이 되니 꼭 들으라고 추천하고요.
 직장과 학교를 슬기롭게 병행하는 방법, 나름 잘났다는 교우들과 잘 지내는 법 등 아주 실전적인 스킬도 알려줍니다. 앞으로 2호의 수학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경영을 공부해 창업할 계획이 있는 독자라면, 소소하게 추천해봅니다. 
터에 쓰인 캐릭터는 오스트리아 Florian satzinger의 작품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2021 쫌아는기자들 All Rights Reserved   startup@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