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사그라드는 풍경을 목격한 적이 있으신가요?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깨어있을 때면, 자연스레 숨을 죽여 고요의 풍경에 머무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뉴스레터는 슬며시 다가오고 떠나가는 새벽처럼 차분하게 팩토리2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2006년 팩토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18년만에 다시 팩토리2와 전시를 열게된 오래된 인연의 아티스트 듀오 AVPD의 새로운 전시 이야기, 오늘로 막을 내리는 전시 «나란나란 읽는 시대»의 뒷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the third F 미지 곰팡이⟫ 프로젝트의 활동들을 소개할게요.
 📖 예정 전시: 《New Dawn Fades 새로운 새벽이 사그라든다》

덴마크 아티스트 듀오 AVPD의 개인전 ≪New Dawn Fades 새로운 새벽이 사그라든다≫는 예리한 시각과 압축적인 형식이 돋보이는 전시로, AVPD의 신작 5점을 선보입니다. 이들의 작품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기성품이나 평범한 재료에 비판적 시각을 더해 흥미로운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AVPD는 개념미술, 아르테 포베라, 팝아트 등 기존 예술사의 여러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그와는 차별화는 독특한 예술적 지점을 형성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모든 작품은 현대의 소비문화에서 발견된 미학, 즉 쓸모없는 간판, 버려진 포장재, 시각적 폐기물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때 기능성을 중시하며 제작된 산업 디자인의 산물이었지만, 현재는 낡고 쓸모없는 잔해로 남아 있습니다.

AVPD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쓸모를 잃은' 폐기물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고, 강력한 미적 잠재력을 가진 '가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일면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길 바랍니다.


2024년 7월 12일 (금) 오후 6시, 팩토리2에서 ≪New Dawn Fades≫의 오프닝 행사가 열립니다. 이번 오프닝에서는 AVPD의 스칸디나비아 감각이 돋보이는 작업들을 소개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AVPD는 2006년 갤러리 팩토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8년 쌈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플랫폼 서울 2009: 플랫폼 인 기무사>(현 MMCA서울)의 전시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국내에 선보여 왔습니다. 이번 오프닝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건축가, 도시학자, 과학자, 환경학자들과의 밀도 높은 협업을 통해 진행된 그들의 여러 아트 프로젝트들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AVPD의 이전 작업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은 꼭 방문해 작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전시명  New Dawn Fades 새로운 새벽이 사그라든다

작가  AVPD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기간  2024.07.10.(수)-2024.08.08.(목)

오프닝 2024.07.12. (금) 18:00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19시 (월요일 휴관)


기획  팩토리2 (factory2)

진행  김다인, 김보경

작품 제작  디자인펌(김영진)

그래픽 디자인  Studio Remote(강주성, 김승환)

주최  팩토리2 (factory2)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한 덴마크 대사관, Danish Art Foundation

보도자료  ···링크···

AVPD 작가 소개

덴마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Aslak Vitak과 Peter Dossing으로 구성된 아티스트그룹이다. 1997년도부터 공간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건축, 디자인, 문학, VR, 멀티미디어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현대미술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순수미술과 타 분야의 조우를 표방한 전방위적 작업을 선보여 오고 있다. AVPD의 작품의 주요 모티브는 매혹, 현실과 가상현실과의 경계, 자연과 인공의 관계, 공감각적인 인지 등이 있다. 그들은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활동 외에도 북유럽을 중심으로 건축 프로젝트 등에 진행 및 참여하고 있다. 

- AVPD 웹사이트 http://www.avpd.net/

「Pass」, 2014, AVPD
「Light Sphere」, 2016, AVPD
 📖 «나란나란 읽는 시대» 리뷰

오늘로 «나란나란 읽는 시대» 전시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를 만났고, 각양각색의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 지 벌써 3주가 흘렀어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20인이 선정한 책은 기간 동안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과 공유되었고, 지난 열한 번의 모임에서는 수많은 대화, 다양한 몸짓과 표정이 오갔습니다. 프로젝트는 막을 내리지만 앞으로도 각자가 자리한 곳에서 ‘읽는 시대’를 나란히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끝으로 안녕의 인사를 올립니다. 다양성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며 ‘나란 나란 읽는 시대’에 들어와 주셨던 모든 분께 깊은 감사와 애정을 전합니다.

«나란나란 읽는 시대» 추천 도서 리스트 

나란 나란 읽는 시대에 참여한 20인의 컨트리뷰터가 추천한 도서를 소개합니다. 책 표지의 인상보다도 컨트리뷰터의 추천 글을 통해 책을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된 집기에 숨겨져 있었던 책들이에요. 다양성의 맥락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추천된 아래 리스트의 책들을 읽어보시며 다양성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급진적으로 존재하기: 장애, 상호교차성, 삶과 정의에 관한 최전선의 이야기들』, 앨리스 셰퍼드 외 6인, 가망서사
  •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위즈덤하우스
  • 『뒤라스×고다르 대화』, 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문학과 지성사
  • 『불온한 산책자』, 애스트라 테일러, 이후
  •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 지성사
  • 『사랑을 한다는 건』, 황푸하, 엄주, 쥬쥬베북스
  •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에이미 앨리스 넛, 돌고래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사계절
  • 『아빠 풍선』 박새한, 고트(goat)  
  • 『암란의 버스 야스민의 나라』, 제람, 제람씨
  • 『얽힌 언어들의 사전 : 병렬텍스트, 이미지, 대체텍스트』, 이솜이, 미디어버스
  • 『오디즘과 인간으로서의 농인』, Patrik Nordell, 교육과학사
  •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수전 니먼, 생각의힘
  • 『이지 뷰티』, 클로이 쿠퍼 존스, 한겨레출판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 『즐거운 남의 집』, 이윤석, 김정민, 다산북스 놀
  •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 『파견자들』, 김초엽, 퍼블리온
  • 『함께한 계절』, 신정식, 보스토크 프레스
  • 『홀로』, 다니엘 슈라이버, 바다출판사
  • 『black spell hotel』, 박선영, 미디어 버스 

«나란나란 읽는 시대»에서 마주한 장면들

 📖 ⟪the third F 미지 곰팡이⟫의 프로젝트의 베이스캠프 >곰팡이 클럽<
⟪the third F 미지 곰팡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곰팡이 클럽<의 활동으로 그 미지의 세계를 탐사해 나갑니다. 지난 5월부터 참여 예술가들은 정기적이고 또 즉흥적으로 모여 다른 숲을 걷고 또 여러 책을 함께 읽으며 서로의 활동을 증폭하는 힘을 만듭니다. 그리하여 곰팡이 클럽은 함께 읽어 내려가는 상황적 지식을 우리 몸에 체화하기를 연습하고, 걷기와 읽기를 교차하며 안과 밖의 조화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삶의 방식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과정으로서의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을 탐구합니다.
>곰팡이 클럽<의 버섯 걷기는 핀란드 작가 Riitta Ikonen의 ‘the third f manual 걷기 매뉴얼’*을 바탕으로 알 수 없는 세계와의 조우를 시도합니다.
     Walk slow. So slow you start seeing things.
     So slow the 🍄 is moving faster than you.
     천천히 걸어보세요. 너무 느려서 사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주 천천히. 🍄이 당신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Try to observe the mushroom before you get anywhere near it.
     The 🍄 may be aware of your approach long before you are aware of the 🍄.
     버섯 근처에 접근하기 전에 버섯을 관찰해 보세요.
     🍄은 당신이 🍄을 인식하기 오래전에 당신의 접근을 인식했을 수 있습니다.

     - ‘the third f manual 걷기 매뉴얼’ 중 일부 발췌
* ‘the third f manual 걷기 매뉴얼’
‘the third f manual 걷기 매뉴얼’은 Riitta Ikonen의 프로젝트 창작물의 일부이며 9월 중 가시화된 형식으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버섯보다 느리게 걷기

지난 유월의 버섯 걷기는 구기동에서 시작하는 북한산 자락의 숲에서 일어났습니다. 버섯을 찾는 사람, 버섯이 되려는 사람, 부패를 관찰하는 사람, 아름다움을 담는 사람. 우리는 스스로가 곰팡이가 되어 각자의 걷기를 발생하기로 합니다. 버섯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뜨거운 여름의 바람을 서서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버섯보다 천천히 걷고 싶었지만 더 멀리 가고 싶은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숲에 들어갔을 때 친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그 미지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가만히, 조심스럽게, 멈추면 보이는 버섯들.
'벌써'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오는 숨가쁜 도시의 흐름을 뒤로하고, 하루쯤은 고요한 새벽을 마주하며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라요. 고요함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지나친 나의 진심 또는 가만히, 조심스럽게, 멈추어야 보이는 버섯같은 것들이요. 다음 뉴스레터까지 모두 안녕하세요!
기획 팩토리2, 다단조, 스트링피겨
진행 김다은, 김다인, 김보경, 이지연
에디터 팩토리2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