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께 보내는 스물여덟 번째 흄세레터
"저도 솔직히 별것 없는 선수인데 이렇게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골도 넣고, 진짜 끝까지 나 자신을 믿고 열심히 꿈을 위해 쫓아가면 이런 무대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월드컵 가나전이 끝나고 진행된 조규성 선수의 인터뷰에 울컥하고... 이강인 선수의 슛돌이 시절 장면과 월드컵 출전 장면이 오버랩되는 편집에 울컥하다가... 《미친 장난감》 속 실비오의 좌절과 성숙을 보며 우리 국가대표 선수를 보는 듯 감정이입하는 '랑'입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쏟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것 같아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힘의 정체를 알고 싶다는 실비오의 말처럼요. "인생은 아름다운 거예요. 아름답고말고요……. 그렇지 않아요?"

님은 이번 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오늘은 편집자 세&랑이 뽑은 《미친 장난감》 미리보기추천 콘텐츠 그리고 시즌 3의 음악감독을 찾는 이벤트 소식까지 알차게 소개해드릴게요.

《미친 장난감》 미리보기 1


나는 저녁에 가끔 시인들의 손끝에서 나와 이 세상을 뒤흔드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곤 했다. 그럴 때면 마치 입 안에 비명을 머금은 것처럼 내 가슴속으로 고통과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들곤 했다. 
나는 그들이 참석하는 축제, 도시에서 열리는 축제, 꽃이 만발한 정원의 햇빛처럼 환한 횃불을 밝힌 울창한 도시공원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나를 짓누르던 가난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제는 자비를 구한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아니, 그런 말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내 영혼은 맨 무릎만큼이나 황폐하고 추하다.
나는 어딘가에 있을 시를, 갑자기 살 속에 절망이 우글거리는 어느 육체, 천 개의 커다란 입과 이천 개의 절규하는 입술이 달린 어느 육체의 시를 찾고 있다.
저 멀리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는 형형색색의 불꽃과 함께 시끌벅적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아홉 개의 말뚝에 묶인 것처럼 비참한 나의 세계에 갇힌 채 여기 홀로 있다.


차르카스 거리 1600번지, 아파트 4동, 3층. 내가 책 꾸러미를 배달해야 하는 주소였다.(119~120쪽)

세's pick

"맨 무릎만큼이나 황폐하고 추하다"라는 표현이 가슴에 쿡 박혔습니다. 그러나 홀로 있는 비참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실비오는 다시 일을 해야 하죠. 

《미친 장난감》 미리보기 2


아! 분명한 것은 내가 지쳐 있었다는 점인데…… 하지만 어딘가에 “네 이마에 땀을 흘려야 빵을 얻으리니”라고 쓰여 있지 않던가?

나는 걸레로 바닥을 닦으면서 매력적인 여인들이 서 있는 곳을 청소할 수 있도록 잠시만 비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곤 곧장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갔다. 아무튼 나는 심부름꾼이니까……. 어쩌면 누군가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해도 말없이 손등으로 닦아냈을 것이다.
내 어깨 위로 내려앉는 어둠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내가 눈물겹게 사랑했던 얼굴들의 윤곽조차 기억이 희미했다. 하루하루가 긴 시간의 간격 탓에 서로 사이가 벌어진 것 같았다……. 이제는 눈물도 다 말라버렸다.
나는 여태껏 내 삶에서 막연하게 느껴지던 그 말을 입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너는 고통받을 거야.” 나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너는 고통받을 거야……. 너는 고통받을 거야……. 너는 고통받을 거야…….”
“너는 고통받을 거야……. 너는 고통받을 거야…….”
“너는 고통받을 거야…….” 그 말은 내 입 안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지옥 같기만 하던 그 겨울 동안 나는 그렇게 성숙해갔다.(127~128쪽)

랑's pick

'저런 모습이 성숙이구나.'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의 목록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저도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미친 장난감》 속 실비오는 "너는 고통받을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동안에도 그 속으로 가라앉지 않더라고요. 허우적거리다 헤엄치는 법을 배운 듯했어요. 이 순간부터 실비오를 응원하기 시작했답니다. 저도 '나 성숙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을 잔뜩 가지고 싶네요.

👀편집자의 추천 콘텐츠👍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미친 장난감》을 읽고 에세이를 써주신 최진영 작가님의 첫 소설이에요. 주인공 소녀는 아빠에게 172번째로 맞고, 엄마가 135번째 밥을 굶긴 어느 날 집을 나옵니다. 여기저기 떠돌며 다방에서 일하는 장미언니, 식당 할머니, 각설이패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죠. 스포가 될까봐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모로 《미친 장난감》과 포개어지는 지점이 많은 작품이에요. 읽고 울지 않는 자, 유죄......
Måneskin - beggin’〉
모네스킨(Måneskin)은 이탈리아 4인조 록 밴드로 그룹명은 덴마크어로 '달빛'을 뜻해요.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밴드는 아니지만 2021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해 우승을 하는 등 요즘 유럽에서 가장 핫한 밴드예요.
소개할 노래는 〈beggin’〉인데요. 노래의 절반을 애원하고 갈망하는데 호소력이 너무 짙어서 그냥 뭐든 다 들어주고 싶고다 맞는 것 같고… 꼭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할게요!
🎵 흄세 시즌 3 BGM 선곡 대회
흄세 시즌 3을 읽으면서 들으면 좋을 음악을 선곡해줄 음악감독을 찾습니다.

참여 방법: 시즌 3 다섯 작품 중 한 권을 골라, 소설과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세요.
(#휴머니스트세계문학 #흄세 #흄세음악감독)
참여 기간: 11월 21일~12월 7일(수요일)
선물: 문화상품권 5만 원(4명),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10명)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4개월마다 만나는
하나의 테마, 다섯 편의 클래식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 질투와 복수
011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 황유원 옮김

012 동 카즈무후

마샤두 지 아시스 | 임소라 옮김

013 미친 장난감

로베르토 아를트 | 엄지영 옮김

014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 이재형 옮김

015 밸런트레이 귀공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이미애 옮김

🎁 EV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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