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계절 ㅡ 아름다운 10월, 우리 모두 관상가가 되어
관상(the contemplation)이란 실재에게 보내는 길고 사랑스러운 시선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을 찾고 보는 것, 그 안에 깃든 오랜, 혹은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는 내면의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런 시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또 예술가가 됩니다. 길게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은 감추어진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냅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나를 찾아가는 일만큼 시월에 어울리는 영적 훈련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찬란한 시월의 빛 속에서 가만히 손 내미는 그림자를 발견하고 친해지는 일만큼, 부드러워지는 가을에 하기 좋은 영적 수업은 없을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달 시월에, 아주 오랜, 혹은 매우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가 만나며 살아보면 어떨까요.
1주: 아름다운 순간 찾기
이번 한 주는 내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사물들을 만나보기로 합니다. 매일 10분에서 20분씩 산책을 하면서 마주치는 사물들을 주목합니다. 어떤 사물이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까? 어느 집 담장에 얼굴을 불쑥 내민 한 송이 꽃일 수도 있고, 무뚝뚝해 보이는 전봇대에 붙은 포스터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벗어 놓은 장화 한 짝일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그 사물을 보고 멈추어 섭니다. 그리고 어느 부분이 아름다웠는지 생각해 봅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어느 각도에서, 어느 높이에서 이 사물을 찍을 때, 내가 발견한 그 사물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집니까?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생각해 봅니다.
저녁에는 하루를 돌아봅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며 이 아름다움이라는 선물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어떤 기대나 희망, 그리고 추억일 수도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나에게 어떤 기쁨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고 노트에 적어 봅니다.
7일째에는 한 주간 만났던 아름다운 사물들을 하나하나 되돌아봅니다. 내가 적어 놓은 노트도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봅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물의 아름다움은 내게 어떤 감동을 줍니까? 침묵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이 주는 느낌에 머뭅니다.
2주: 생명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이 주간에는 주위의 살아 있는 것들을 관심 있게 바라봅니다. 반려동물, 길에서 만난 비둘기 등 이 세상에 나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을 살펴보고 그들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봅니다. 만나는 모든 생명 앞에서 나의 선입견을 내려놓고, “너 참 아름답구나”라고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해 줄 때, 어떤 느낌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저녁에는 오늘 하루 동안 만난 아름다운 생물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떤 동작과 모습이 내게 아름답게 다가왔는지, 그것들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고 하나하나 적어 봅니다.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의문 자체가 내 영혼을 풍부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7일째에는 한 주 동안의 기록을 읽어보고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만난 생명들 하나하나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3주: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서
이번 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작업을 합니다. 순서는 바꾸어도 좋고, 지난 두 주간 해 보았듯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우연히 마주친 순간을 마음속에서 연장하고 음미해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아름다움에 머물 것’이라고 결심합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아름다운 사람을 보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 순간에 머물러 봅니다. 우연히 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친절한 인사, 혹은 싱그러운 웃음일 수도 있겠고, 명랑한 걸음걸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옷차림일 수도 있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화 내지 않는 인품일 수도 있습니다. 저녁에는 오늘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음미하면서 그들에게 축복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지 적어 봅니다.
🧡화요일
오늘은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내가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때 그 사람은 어떤 상황에 있었고, 어떤 점이 아름다웠습니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떤 상황이었고, 그의 아름다움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지금의 내게 혹은 내 삶에 그의 아름다움이 반영되어 있습니까?
💛수요일
오늘은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내가 만난 영화, 소설, 동화의 캐릭터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입니까?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그 때 나는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그는 내 내면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당신에게 그는 여전히 아름답습니까? 지금 그를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까?
💚목요일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언제입니까? 그때의 내가 왜 아름답습니까? 그때 나는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그때 당신의 아름다움을 한 번 써보세요.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의 나를 축복해 주십시오.
💙금요일
한때는 아름다웠고, 지금은 아름답지 못한 사람을 한 사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그 사람을 그토록 아름답게 했는지, 지금은 왜 그 사람이 아름답지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혹시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아름다움을 강요하거나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 사람은 이제 다른 삶의 단계에 들어서 있기 때문인지, 또 이제 그에게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지는 않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한때 아름다웠고, 지금은 내게 아름답지 못한 그 사람들에게 축복과 사랑의 말을 전하십시오. 설사 그 축복의 말을 전하지 못할지라도, 나의 추억과 어제가 담긴 아름다움에게 축복하세요.
💜토요일
오늘은 고유한 빛과 색으로 아름다운 나를 만나는 날입니다. 자신의 사진이나 거울을 가져다 놓습니다. 혹시 그림에 재능이 있다면, 내 눈에 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을 크로키로 그려 보세요. 많은 화가들에게 자화상을 그리는 일은 내면의 눈으로 자기를 들여다보는 작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눈 앞에 선 나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늙어 가는 나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세요. 얼굴의 주름과 흰 머리, 그리고 늘어지고 처진 피부를 보며 수고했다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나의 주름들은 내 삶의 역사이고, 기록이니까요.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고, 슬픈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 앞에 선 나에게 “나는, 나의 삶은 아름답다”라고 속삭여 주세요.
🤎일요일
아름답게 물든 나뭇잎을 한 장 줍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나뭇잎을 골라도 어딘가 한 곳은 부족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벌레가 먹은 곳도 있고, 약간 비뚤어진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부족함으로 이 나뭇잎은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고른 나뭇잎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 나뭇잎의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을 상상해 보세요.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는 누군가의 역사를 만져보고 있습니다. 이젠 나의 생을 이 잎에 옮겨 놓는다고 상상합니다. 나의 역사를 이곳에 옮겨 놓고 만져 봅니다. 따스하게 그리고 정답게… 아름답지 않은 부분이 나를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여정은 계속 되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나뭇잎을 노트에 끼워 놓습니다.
4주: 그림자와 친해지기
빛이 정다워지고 햇살이 부드러워지는 시월의 마지막 주에는 나와 사물의 그림자와 친해지는 한 주간을 살아 보기로 합니다. 어느 시월의 오후, 산책을 하던 나의 그림자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림자로 본 나는 어른이 아니라 아주 작은 꼬마 아이였습니다. 누가 진짜 나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그림자와 친해질수록 생은 마치 잘 익은 와인처럼, 어둠을 힘껏 끌어안은 대가로 풍부함을 안겨 줄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나에게 최소한 친절해질 때, 내가 나를 모른 체하는 어리석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월요일
매일 산책을 하면서 그림자를 봅니다. 어떤 그림자를 만났나요? 무엇을 발견했나요? 누구의 그림자가 가장 아름답습니까? 멋진 그림자를 보고 거기 머무릅니다. 저녁에 그림자가 모두 잠들어 버린 시간, 나는 어떤 그림자를 보았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적어 봅니다.
🧡화요일
산책하면서 한 가지 사물을 선택합니다. 그림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 사물과 닮은 점은 무엇인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시든 꽃의 그림자는 싱싱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빛은 그림자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자를 보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해 봅니다. 그 대화를 노트에 적어 봅니다.
💛수요일
마루나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혹은 가로수에 기대어 서서 나의 그림자를 바라봅니다. 그림자를 사진으로 찍어 봅니다. 나의 그림자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듭니까? 그림자는 색깔이 없지만 그 안에 어쩌면 모든 색을 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그림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저녁에 그 대화를 기억하면서 노트에 정리합니다.
💚목요일
살면서 가장 외로웠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어떤 광경이 떠오릅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때 내 주위에 어떤 사물이 있습니까? 어떤 색깔, 냄새가 기억납니까? 지금 그 순간을 돌아볼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지금의 내 안에 그 순간은 어떤 그림자로 남았습니까?
💙금요일
내 영혼의 지도를 그려 봅니다. 내가 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성격, 그리고 수치스러운 경험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런 부분들을 한번 적어 보십시오. 어릴 때의 기억일 수도 있고, 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그늘을 드리운 가로수의 커다랗고 동그란 그림자처럼, 다른 많은 사람을 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나의 그림자야 안녕!” 하고 다정한 인사를 건네기로 합니다.
💜토요일
그림자에 대한 한 편의 시로 렉시오 디비나를 해 볼 것입니다. 우리가 한 주 동안 살펴본 그림자란 결국 우리 여정의 길벗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림자를 품에 안을 때, 나는 나를 더 이상 외롭거나 고독하게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외로움에서 해방시켜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의 그림자에 귀를 기울여 볼 것입니다. 이번 주는 시인 김내식의 「그림자에게 길을 묻다」를 텍스트로 정했습니다. 이 시를 찾아 매일 읽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