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다시 2주가 지나 찾아온 파도입니다. 제가 기숙사에서 집으로 돌아온지도 벌써 한 달 정도가 되었네요! 그동안 꽤나 바쁘게 살면서도 마음 한 켠 항상 파도로서의 저를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장 두려워하는 것까지 진솔하게 써보고자 시작한 파도의 시선도 어느덧 다섯번째 호네요. 그니까 시작한지 벌써... 세상에, 두 달 정도나 된 겁니까... 진짜로??! 신기하네요.ㅎㅎ
제 안부가 궁금한 분들이 계실까요? 저는 진로를 미술 쪽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뒤늦게 입시 미술학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 6일, 평일 4시간과 토요일 8시간 씩을 학원에서 할애하고 그 외 학원에 가지 않는 시간에는 공부와 휴식 뿐입니다. 사실 그동안 파도의 시선을 생각할 때마다 과연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줄까 자꾸만 의심이 들고 확신이 서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도 책임을 다하고자 용기내 봅니다. 남은 4개월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기다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짤막하게 조금씩 써왔던 글들과 2주 간 새벽에 잠이 안 올 때 들었던 노래들, 그리고 열렬히 좋아하게 된 작가님과 그 분의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화도 소개하고 싶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이 벌써 일요일 밤이라 급하네요. 2시간 내로 발송해야 하는데 혹시 조금 늦더라도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따로 말씀 드리자면 최근에 이웃집 토토로를 다시 한 번 더 보았어요! 그리고 영화도 봤지만 드라마 '18 어게인'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바쁘다면서 볼 건 다 봤네요.ㅎㅎ 아, 파도의 시선이 더 심플하게 바뀌었지요?? 요즘은 이런 스타일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더 빠르게 완성할 수도 있고요. 맘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합니다!
단편의 생각들
1. 가까운 타인의 죽음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어도,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어떤 이미지들은 너무 선명해서 그대로 몇 년이고 마음 속에 박혀버린다. 이번에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그 소중한 삶이 가여워 져서 며칠째 이렇게 내 마음에도 슬픔이 들어앉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삶을 등졌을 때는 더 그랬다. 아무렇지 않게, 마음 속에 그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라 예상되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어차서, 그냥 살다가 일상적으로 웃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 저 멀리서 괴로웠다. 꿈 속에 나타난 그를 안아주었다. 위로해 주었다. 나는 그들이 이미 내 세상에 없고서야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구나.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방법으로. 나는 지금도 그들이 꿈에 나오길 바란다. 아무도 위로해 주지 않았을 그 깊은 마음을 내가 토닥여 주고 싶은 작은 욕심 때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는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듯이 굴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내가 헤아릴 수도 없는 마음의 무게를 그리워 하고 위로해 주고 싶어하곤 했다. 어쩌면 그들이 살지 못했던 남은 시간을 대신 살아주고 싶은 건가 보다. 내 안에 이렇게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건가 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삶을 여러 몫으로 나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언제 사라졌었냐는 듯이 기꺼이 마음을 주기 위해서.

2. 노래가 불러 일으키는 것

어릴 적 좋아했지만 오랫동안 듣지 않아 잊고 있었던 노래들을 문득 떠올리고 다시 들어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왜 내가 그동안 그 시절을 잃었을까, 하는 기분이 든다. 그 노래 안에 그 노래를 듣던 당시의 내가 멀쩡히 살아 숨쉬고 있고, 나는 그런 나를 만난다. 길어야 3분 되는 시간 속에서 그 노랠 들으며 좋아하고 있는 나를 본다. 내가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여러 생각에 잠긴다. 그 때의 나는 나를 이상한 애로 여기고, 되게 독특하고 외롭다고 여기는 동시에 아주 큰 사람이라고 느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어린 것이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모르겠다. 어느 것 하나 현실과 들어맞지는 않다. 살다 보니 외로운 건 나 하나만이 아니었다. 커가면서 점점 내가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 모든 걸 깨닫게 됐던 과정들을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그저 이 노래 안에서는 내가 여전히 큰 사람이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남의 기억이 아니라, 오로지 내 시점의 내 기억만 떠올릴 수 있다. 밤에 홀로 천장을 보면서 노래를 듣고 울던 나를, 낮에는 햇살 고인 방 안에서 홀로 두근거림을 느끼던 나를. 그 기억 안에서 나는 내가 가져보지 못한 세상에서 가져보지 못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를 본다.

3. 꿈으로 도망가기

나는 자주 잠으로 도피한다. 마음이 힘든 날이면 몸이 알아서 '오랫동안 얼마든지 잘 수 있는 상태'로 변하고, 그 땐 나도 어찌하지 못하고 순응한다. 내 몸을 통해 마음이 쉴 수 있도록, 그대로 쓰러지듯 잠에 들어버린다. 그런 날은 깨어도 꿈 속이고, 잠에 들어서야 비로소 현실과 멀어진 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꿈 속에서 만큼은 꿈 속 풍경이 현실이고, 이상하게도 그게 악몽인지 길몽인지 상관 없이 안심하고 쉴 수 있다. 꿈 속이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든 달라지고, 외로움은 느끼지 못하는 꿈 속에서 나는 가장 큰 위로를 얻고 종일 꿈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살아낼 수 있다. 잠에 들면 꾸는 꿈과, 미래에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뜻하는 꿈이 같은 단어인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해봤다. 꿈에서 나는 주인공이고, 그렇기에 모든 게 받아들여 진다. 현실이란 게 애초에 가장 길고 고된 하나의 꿈이라면. 꿈이 사실은 진짜 삶이고, 삶이란 그렇게 언제든 뒤집혀 버리고 큰 생각이 필요없는 것이라면 좋을텐데. 마음 아픈 사람들도 줄어들 텐데. 잠은 몸의 피로 뿐 아니라 마음의 피로도 풀게 해준다. 나는 잠자고 꿈꾸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겨서 잠 기운이 오면 주저없이 잠드는 편이다. 날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4. 데자뷔

데자뷔는 왜 나타날까. 하루에 흐름을 맡기고 묵묵히 살아가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언제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어릴 때에 나는 그게 언젠가 이 일을 꿈으로 꾼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전생에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라던데, 나는 왜이렇게 꿈같지. 가끔은 꿈 속에서도 데자뷔를 느낀다. 깨고나서 멍하니 생각하다 그 날의 꿈이 하루의 생각들과 경험을 섞어 만든 게 맞구나, 하고 피식 웃어버린 적도 있다. 다들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아주아주 사소한 상황에서 데자뷔를 많이 느끼곤 했다. 그냥 어느 자리에 아무 의미 없이 서 있다가 갑자기 기시감이 드는 것이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런 느낌이 드는 데에는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모두 어디선가부터 와서 어딘가로 흘러간다고. 절대 사라지진 않는다고.

5. 아주아주 소중한 타인

나는 몇 년 째 연예인을 좋아하고 있다.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도 이렇게나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아끼고, 응원하고 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말이다. 팬이 되고 나홀로 함께 울고 웃은지도 벌써 꽤 오래되었다. 여전히 그 아티스트는 나를 모른다. 나혼자 그 노래를 듣고 그의 말들을 들으면서 좋아할 뿐이다. 하지만 덕후는 호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 것도 받지 않고도 최대한 많이, 바리바리 마음을 싸주고 싶은 팬심을 느끼며 오늘도 알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나에게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해준 것에, 그리고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할 추억을 남겨주는 것에.
나와 함께 누워 새벽을 보내준 노래들
Green Day - Last Night on Earth

I'm here to honor you
(난 지금 너만을 위해 여기 있어)
If I lose everything in the fire
(내가 불 속에서 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I'm sending all my love to you
(난 내 모든 사랑을 너에게 띄울 거야)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노래다. 정작 나는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들을 때마다 외로움 대신 용기가 생기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붙잡고 시간 속을 떠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살아있을 때에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져 온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Michael Jackson - Heaven can wait

Tell the angels no!
(천사들에게 말해, 안 된다고)
I don't want to leave my baby alone
(난 널 홀로 두지 않을 거야)
I don't want nobody else to hold you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네 곁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That's a chance I'll take
(그건 내가 잡은 기회야)
Baby I'll stay
(난 네 곁에 머물 거고)
Heaven can wait
(천국은 기다려 줄 거야)


물론 모든 곡이 명곡이지만, 마이클 잭슨의 노래 중 이런 느낌의 노래들을 아주 좋아한다. 비슷한 느낌의 노래로는 'Break of Dawn'이 있다. (내가 언급했던가??!) 새벽에 촉촉히 젖어 그 시절의 밤거리를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또, 문득 들린 가사 구절들이 마음에 크게 박혔다. 홀로 자유롭지만,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아 두려운 새벽에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19, 허블)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주인공들 사이의 어떤 끊임없는 감정과 친절한 자유가 인상 깊었던 책이다. 베스트 셀러이고 이미 많이 유명하겠지만 읽자마자 너무 좋아서 혹시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꼭 소개하고 싶었다. 지금껏 읽은 SF 소설 중 가장 우아했고, 이 소설을 읽은 후를 기점으로 SF 소설들을 더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소설집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스펙트럼'과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였다.
정세랑 작가님과 김초엽 작가님 이 두 분의 SF 소설은 내게 항상 최고로 읽힌다. 표지에 혹해서 집어들었을 만큼 표지가 예쁘고 내용은 상상력이 풍부해서 좋았다. 여운이 길게 남았다. 우주, 특히 내가 밟고 선 이 곳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최근에 새로운 장편 소설을 내셨다고 해서 곧 읽어볼 예정이다.
모든 문의, 지적, 칭찬, 아무말 및 마음을 담은 피드백은 boyifall@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006호에서 뵈어요!
+ 8월 30일, 제가 국내 힙합 부문에서 좋아하고, 또 믿고 듣는 아티스트 '나플라' 님의 신곡이 발매됩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외국 힙합만 좋아하는 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세요! 외국풍 재지한 힙합이나 올드스쿨, 붐뱁 장르의 곡을 많이 하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