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소재를 다룰수록 이성적이어야 한다"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디핑에서는 1월부터 한동안 소홀했던 한국 영화 특집 기획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특집은 공통적으로 영화를 핑계로 한 그 이면과 바깥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려고 해요. 디핑이 좋아하고, 또 잘 하는 이야기들이죠... 😇😎 어느덧 마지막, 네 번째로 보내드리는 소스. 2021년 하반기를 장식했던 화제작 <모가디슈>로 준비했습니다. 🍟 내전 속, 또 다른 내전을 읽다 오늘은 다짜고짜 조금 무거운 얘기로 소스를 열어봅니다. "극적인 소재를 다룰수록 이성적이어야 한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모가디슈>의 기획을 회고하며 남긴 말인데요. 영화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소말리아 내전 당시 있었던 1991년 남북 공관원 합동 탈출작전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모가디슈>는, 김윤석과 허준호라는 두 묵직한 배우들의 대비를 통해서 이역만리 타국에서 벌어지는 혼란의 시국 외 또 하나의 문제적 정세였던 90년대 남북 관계를 담백하게 그리며 2021년을 장식한 수작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에 에너지를 더해준 조인성과 구교환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었고요 👍) 한반도 밖에서 피치못해 손 잡은 남과 북의 일시적인 화합은, 여전히 나뉘어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가능할 공존의 길이 무엇일지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줍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실제 사건이 영화에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따스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끝까지 남북의 갈등과 화합을 그려내는 데에 거리두기의 기법을 고수한 것은, 마냥 민족주의적으로만 분단의 현실을 대할 순 없게 된 시대의 흐름 그 자체를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모가디슈> 공식 스틸컷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낯설고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내전의 모습은 자연스레 우리의 역사가 겪은 한국전쟁의 아픔과 분명하게 겹쳐집니다. 당시 소말리아를 둘러싼 혼란했던 국제 정세를 아신다면 더더욱 그 둘을 떼어놓을 수 없어지고요. 그래서 오늘의 디핑🍟이 준비했습니다. 영화 <모가디슈> 속 소말리아 내전 읽기, 그리고 그 속의 또 다른 내전을 비추어 보기! 💡 잠깐, 찾아보려면 애매한 세계지리 복습: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동쪽 끝에 위치한 소말리아라는 국가의 수도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튀어나온 해안선을 국경의 절반으로 가지고 있어 소위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데요. 북쪽으로는 작년 초 화물선 좌초 사태로 전 세계 물류를 마비시켰던 수에즈 운하로 가는 길목, 아덴만을 접하고 있습니다. 구글 지도 캡처 및 편집 ⓒ DEEPING 아덴만? 🤔 뭔가 익숙한 이름이죠?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의 선원들과 중태에 빠진 석해균 선장님을 구출했던 초유의 사태, 일명 아덴만 여명 작전의 그 아덴만이 맞습니다. 내전에 해적에... 😷😥 대체 소말리아라는 국가에 어떤 일들이 있어왔길래? 천천히 짚어볼게요. 국민 10명 중 6명이 영양결핍을 겪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아율 1위 국가이자, 전 세계 해적 사건 가운데 90% 이상이 일어나는 위기의 나라 소말리아. 안팎으로 나라를 병들게 한 기나긴 내전의 비극은 올해로 무려 30년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까지도 도심 테러 등이 만연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행금지 지역으로 정해져 있는 곳이에요. 이러한 내전의 단초는 대부분의 역사가 그렇듯 한 명의 독재자로부터 시작됩니다. 또한 대부분 중 대부분의 역사가 그렇듯 그를 가능케 한 현대사의 패권 싸움도 있었습니다. 씨앗은 역시, 제국주의 서구 강대국들이 뿌려낸 식민지 역사입니다. 핀터레스트 (정확한 출처를 찾으면 정정할게요 😥) 1880년대,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싼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습니다. 1884년 베를린 회담에서는 통치권 다툼 외에도 본래 씨족중심사회로 희미했던 국경의 구분이 유럽인들의 손에 멋대로 나뉘어지는 소위 아프리카의 분할Scramble for Africa이 일어났습니다. 현재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은 사실상 이 때 서구사회에 의해 강제로 정해진 셈인데요. 😞 다른 대륙에 비해 아프리카 지도가 유독 인위적인 직선들로 이루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기나긴 어둠을 지나, 미국 발 민족자결주의의 물결이 전 지구를 휩쓸며 1960년 마침내 아프리카 대륙에 독립의 바람이 불게 됩니다. 수많은 독립국이 탄생한 이 해를 아프리카의 해Year of Africa라고 불러요. 소말리아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가 마음대로 나눠서 분할통치하고 있었는데, 이 혼란을 그대로 떠안은 채 급하게 독립한 터라... 미처 정리되지 못한 권력다툼이 내외부로 시끌시끌했습니다. 이 때를 틈타 정권을 잡은 시초가 된 한 명의 독재자가 바로, 시아드 바레라는 인물입니다. 🎞 "소말리아 민중 저항은 부도덕하고 부패한 바레 정권을 제거하기 위한 것임을 밝힌다. 따라서 당신들 정부가 바레를 지지하느냐 소말리아 국민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친구 혹은 적이 될 것이다." -영화 <모가디슈> 중, 각국 대사관에 선포한 반군 선언문 영화에서 언급된 부분을 소개하려니 일종의 디핑 스포가 되어버렸는데요. 😂 큼큼. 모르는 척 다시 이어볼게요. 시아드 바레의 정권은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워, 기존 씨족주의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허울 하에 각종 차별과 부정부패를 자행했어요. 당연히 민중들은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이를 잠재울 카드로 그가 선택한 카드는 😞⚔ 옆 나라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의 승리로 정권의 정당성을 얻고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전략은 꽤 전통적인 방법이니까요. 다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두 국가의 규모나 힘은 조금 차이나는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바레는 승리를 자신했어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회주의 맹주국이었던 소련이 무기를 지원해주기로 한 거예요.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소말리아와 바레는 전쟁에서 대패했습니다. 전쟁 직전에 소련이 얍삽하게 마음을 바꿔(?) 에티오피아에도 비슷한 규모의 지원을 넣었거든요. 당시 세계 정세는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양극의 냉전 시기로, 한 나라라도 더 자기 진영으로 끌어오려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물자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도 확실하게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에티오피아가 더 이득이라 판단한 것이겠지요. 🎞 당시 북한은 막 사회주의 정권이 정식으로 들어섰던 에티오피아와 외교적으로 더 가까웠는데, 그렇기에 바레를 필두로 한 소말리아 정부군은 북한보단 우리나라 대사관 측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모가디슈> 속 부패한 정부군들이, 북한 대사관이 반군에게 털리는 것은 나몰라라했지만 우리나라 대사관은 호위를 서 준 배경에는 이러한 맥락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마에 총구가 들이밀어진 채로도 혼자 죽지 않을거니까 잘 처신하라며 눈을 부라리던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분)의 기지도 한 몫 했겠지만요. 💪 영화 <모가디슈> 공식 스틸컷 모쪼록 정권 사수의 마지막 보루였던 전쟁까지 패하였으니 마음이 급해진 시아드 바레는 이전보다 더한 폭압을 자행합니다. 소말리아의 대표 씨족이었던 이사크 부족을 약 5만명 이상 대량 학살한 것인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바레 정권에 크고 작게 반발해오던 씨족 부대들이 결국에는 군벌을 형성, 직접적인 쿠데타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 때가 바로 1991년, 영화 <모가디슈>에서 그려진 소말리아 내전의 첫 시작인 것입니다. 영화 <모가디슈> 공식 스틸컷 최초의 쿠데타에서 시아드 바레가 패배하며 기존의 독재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영화에도 등장한 반군 대표 파라 아이디드라는 인물이 새로이 떠올랐는데요. 소강상태에 접어드나 싶었던 소말리아의 혼란은, 직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디드가 아닌 그의 조력자 알리 마흐디 모하메드가 선출되며 2막을 맞습니다. 결국은 바레를 몰아내겠다는 목표만 같았지 온전히 한 편이 아니었던 부족 연합들 간에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결국 아이디드를 비롯한 군소 군벌들이 마흐디 정부에 항거하며 각 단체들 간의 내전이 다시 시작됩니다. (그만...!) 수도 모가디슈를 넘어 소말리아 전 영토로 확대되는 막장 행보에... 결국 UN과 미군이 평화유지군을 통해 개입하여 소말리아의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1993년 모가디슈 전투가 2001년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서 그려진 바도 있었죠. 실제로 <모가디슈>를 준비하며 로케이션, 미술 등에서 많은 참고가 된 영화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 공식 트레일러 1996년 내전 중 아이디드가 사망하고, 마흐디가 평화지지 선언을 내놓으며 마침내 소말리아 영토에 잠시간의 휴전이 도래했습니다. 이쯤 했으면 사그라들법도 한데요 😭 (그만... 22) 기존 군벌과 새롭게 세력을 키운 이슬람 세력들이 2000년대 이후 타 국가들의 지원을 받으며 새롭게 수립된 과도정부들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아, 크고 작은 내전들이 거듭 더 이어졌습니다. 치안이 다소 안정된 2010년대 이후에는 20여년만에 임시 체제가 아닌 정식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폭탄 테러등이 만연한 모가디슈와 소말리아는 여전히 전시상태이자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있는 상황입니다. 극렬한 정치적, 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생업을 포기한 어부들이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한 해적이 되어 인도양을 휘젓고 다니게 된 까닭도... 결국에는 이러한 정세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 🗺 그리고, 또 다른 내전... 소말리아를 둘러싼 비극의 역사에는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기나긴 강대국 패권주의의 흔적이 아직도 선연합니다. 그리고 그 자취가 우리로 하여금 되새기도록 만드는, 우리가 직접 지나온 역사들이 있습니다. 시초에 있었던 식민지 통치와 영토 분할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소련과 UN이 절반으로 갈라버린 한반도의 허리춤을 떠오르게 하며, 기나긴 독재 타파의 과정에서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 군부 정권의 흔적은 최근 명을 달리한 어느 인물과 논란이었던 몇몇 작품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더이상 총과 칼은 들지 않지만, 폭탄을 투하하진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모자른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2016년 촛불을 쥐고 거리로 나갔잖아요. 그런 것들입니다. 이렇듯 영화 <모가디슈>와 그 안에 그려진 이역만리 타국 소말리아의 비극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비추는 듯 했습니다. 특히 서사의 전면에 있었던 남북 관계를 포함해서요. 이제는 90년대와 달리 외국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도 웃고 악수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넬 수 있지만요. 표면적으로는 달라졌으나,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크지 않으니까요. <모가디슈>의 담담한 표현이 그 사실을 계속 일깨워주어서 좋으면서도 계속해서 안으로 무게가 쌓였습니다. 2022년의 한신성 대사는 림용수 대사를 돌아보고 뜨겁게 안아줄 수 있었겠지만, 여전히 좌우로 갈라져 돌아가야만 하는 한반도의 변하지 않은 전시 상황이... 총 소리는 멈추었지만 소리만 멈춘 이 땅의 현실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120분이었습니다. 😌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영화 <모가디슈>, 그 속에 그려진 여러 가지 역사와 관계의 투영... 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디핑🍟에게 오늘 소스를 읽고 느낀 감상과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음 주 소스에서 여러 생각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 💡🎬 님, 그거 아시죠? 다가오는 2월, <듄>과 <덩케르크> 등... 아쉽게 지나친 대작 영화들이 IMAX, 4DX로 재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특별관의 영화 값, 요새 정말 비싸잖아요 😭😭. 그래서 또다시 디핑이 준비해봤습니다. 돌고 돌아 또다시 돌아온, 디핑🍟의 IMAX 관람권 증정 이벤트! ✨🎁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 인스타, 트위터, 개인 블로그 등등... 공개된 곳이라면 어디든 OK! ✔ 인상깊게 읽었던 디핑 소스🍟를 언급하고, 자유로운 감상을 남겨주세요! 지난번 이벤트때 많이 받았던 질문 FAQ: ✔ 길든 짧든, 길이에 상관없이 참여해 주셔도 돼요! 😉 ✔ 랜덤 추첨이 원칙! 그치만 여러 편에 대한 감상을 보내주시거나, 정말정말 정성들인 게시물을 써주신다면...? 😷😷 ✔ 인스타 스토리로 올리고 싶다면? 업로드 후 캡처해서 보내주시면 OK! 이벤트 참여 기간은! ~2/13 일요일까지입니다. 당첨자는 다음 쉬어가는 편 월요일에 개별적으로 연락 드릴게요 🥰 ✔ 아참, 적어주신 감상은 디핑 소스에서 다른 분들과 공유될 수 있어요 💌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한국 영화 특집의 마지막 편, <모가디슈>로 읽어본 소말리아 내전과 그 안의 우리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는 디핑의 감초 ✨ 쉬어가는 편으로 돌아올게요. 허투루 쉬지 않는 디핑, 이번에는 귤🍊이 최근 재개봉한 IMAX 대작들에 대한 추천기를 준비하고 있으니 🤟 기대해 주세요! (이벤트도 많관부...!) 지난 주 소스에는 아쉽게도 디핑러 여러분이 보내주신 알찬 의견이 없었습니다 😥 언제든 부담없이, 사소한 부분이라도 편안히 나누어주세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 더 나은 소스 제조를 위해 디핑(DEEPING) SNS 놀러가기 신선한 소스가 길을 잃지 않도록 deepinsauce@gmail.com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세요. 디핑(DEEPING)을 만드는 사람들 : 귤🍊과 나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