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타일’, ‘킨포크’, ‘휘게’를 지나 ‘미드 센추리 모던’까지 시기별로 라이프 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어왔습니다. 특히 지난 2년여간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 강화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는 자연스레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른 비용 투자 또한 가구, 라이프스타일 소품 등으로 쏠리는 현상을 낳게 되어 리빙 시장은 하루아침에 급성장하기도 했습니다.

가방, 신발, 시계 등으로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던 이들은 점차 고급 소파, 조명 등과 같은 리빙 소품을 구매하여 자신의 공간을 채워 개성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각광받고 있는 키워드인 ‘미드 센추리 모던’은 1950년대 전후로 만들어진 인테리어 용어로 바우하우스와 이를 기반으로 발전한 미국의 인터내셔널 양식을 뜻합니다. 심플하지만 포인트가 되는 디자인과 실용적인 사용성은 오늘날 사람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도 많이 닮아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생산되어 사랑받는 제품부터, 단종되어 보석을 발굴하듯 찾아내야 하는 빈티지 상품까지 미드 센추리 모던이 유행함과 동시에 쏟아지듯 나온 수많은 가품들 사이, 견줄 수 없는 감동을 전하는 진품을 손수 컬렉팅하여 선보이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높은 가격대 때문에 원하는 상품을 다 장바구니에 담을 수는 없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미감을 업그레이드해줄 가치 있는 아트 피스들이 가득한 네 개의 숍을 소개합니다.

사무엘스몰즈

@samuel_smalls_ / www.samuelsmalls.co.kr
서울 성동구 연무장5가길 25 SKV1 tower B107
매일 11:00 - 18:30 (Break Time 12:30 - 14:00)

사무엘스몰즈는 20세기 빈티지 제품을 셀렉 하여 편집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입니다.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채도 높은 색감의 조명, 가구 등의 오브제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래픽의 포스터들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사무엘스몰즈는 빈티지 제품뿐만 아니라 멀티 플러그, 거울 등 자체 제작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방안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지만 숨기기에 급급했던 천편일률적인 멀티 플러그에 20세기 감성의 색감을 더하는 작은 시도는 취향을 드러내는 아이템이 되어 수많은 이들의 방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이곳에 방문한 이들은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어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빈티지 제품들 대신, 비교적 접근이 쉬운 멀티 플러그를 먼저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플러그에 비하면 훨씬 비싸지만 시그니처 프레임 거울 또한 보는 순간 사무엘스몰즈를 떠올릴 수 있는 대표 아이템으로, 방안에 특별히 다른 가구나 소품 없이도 쉽게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분위기 연출을 가능하게 해 인기가 많습니다.

오픈과 동시에 MZ 세대들의 핫플로 급부상한 사무엘스몰즈는 높은 집객 효과를 내며 팝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냅니다. 더 현대 서울에서 팝업으로 시작한 이들의 매장은 현재 PEER 내 숍인숍처럼 정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초 MZ 세대들을 위한 특별 조닝으로 새롭게 리뉴얼 된 현대백화점 판교점 4층 유플렉스에도 입점하여 대표 공간으로 그 저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오드플랫

@oddflat / oddflat.com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166 1층
예약제 평일 13:00 - 18:00, 주말 10:00 - 18:00 (Break Time 12:00-13:00)

‘사물에 대한 애정 그리고 심미안’을 추구하는 숍 오드플랫은 미드 센추리 가구 중에서도 ‘임스 체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숍입니다. 다른 빈티지 가구 매장들과 오드플랫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이들의 전문적인 복원 능력입니다. 이들은 높아진 빈티지 가구에 대한 관심을 빠르게 충족시키는 데에 힘쓰기보단 긴 세월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알 수 없는 제각기 다른 컨디션의 가구들을 보다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하게 하기 위해 최대한 본연의 모습으로 복구하는 데에 노력을 기합니다.

또 한 가지 이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미드 센추리 가구를 떠올릴 때 모두가 첫 번째로 생각해 내는 대표적인 가구 ‘임스 체어’의 전문 매장이라는 것입니다. 컬렉팅한 완성품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빈티지 숍과는 달리 원하는 쉘과 다리의 조합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셀링 포인트는 오드플랫을 더욱 특별하게 합니다. 이는 오드플랫이 임스 전문 리스토어 숍으로 오리지널 설계에 충실하고 견고한 만듦새의 임스 체어 파츠를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판매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 늘어선 파이버 글라스 임스 체어를 보다 보면 플라스틱으로 형태만 따라한 가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오묘한 컬러와 질감이 만들어내는 세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태닝 정도나 유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모두 달라 더 특별한 임스 체어는 가격 또한 희소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처음부터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연히 내가 원하는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만나볼 수도 있으니 가격 장벽에 막혀 주저하지 말고 일단 방문해 보세요.

GUVS

@guvintageshop, @guvs_heyri / www.guvintageshop.com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140
목-일 11:00 - 18:00 (월-수 휴무)

GUVS는 가구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헤이리를 방문했다면 꼭 들러 가면 좋을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Goldmine Unlimited Vintage Shop’의 줄임말인 GUVS라는 숍의 명칭처럼 이곳은 끊임없이 금을 캐낼 수 있는 금광같이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GUVS는 미국에서 빈티지 가게를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한국에 빈티지 가구를 수입해 유통합니다. 이들은 유행이나 제품 인지도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때문에 이들이 컬렉팅 한 제품들은 다른 숍에서 보기 어려운 브랜드, 유명하지 않아도 미적 가치가 충분하고 실용적인 제품들로 각각의 제품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작품들인 셈입니다. 또, 직접 포장, 운반, 판매까지 하고 있기에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GUVS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GUVS는 가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고자 공모전 CDFC(Contemporary Design Furniture Competition)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의 독점 판매 및 전시 권한을 부여받고,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좋은 홍보의 기회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판로가 되기에 상호 이점을 가지며, 소비자 또한 이를 통해 더 새롭고 창의적인 가구를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빈티지 가구 입문자도, 전문적인 컬렉터들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GUVS의 큐레이션은 언제나 예약 없이 활짝 열려 있으니 친구 집에 놀러 가듯 방문하여, 마음에 드는 빈티지 아트 피스를 원 없이 구경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K2

@mk2showroom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5
방문예약 인스타그램 DM

서촌 카페로 더 잘 알려진 MK2는 사실 포토그래퍼 이종명 대표가 운영하는 빈티지 리빙 숍입니다. ‘미드 센추리 모던’이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퍼지기 훨씬 전부터 MK2는 바우하우스와 독일의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빈티지 가구들을 셀렉 하여 선보여왔습니다.

작년, 평창동에서 양평 서종으로 옮겨와 새롭게 자리를 잡은 MK2의 쇼룸은 모든 요소를 오직 가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회색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높은 층고의 공간은 쇼룸을 갤러리처럼 보이게 합니다. 공간 안의 가구들은 판매용으로 진열된 것이 아닌 감상용으로 배치된 듯 감각적으로 자리하여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 빈티지 가구를 소개해 온 곳답게, 지금 시점에 힙하다고 느껴지는 유행 상품을 늘어놓기보단 뚝심 있게 MK2만의 시각으로 선별한 제품들을 공간에 전시합니다. 쇼룸 2층에 올라가면 MK2의 빈티지 체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빈티지 가구가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 뷰에서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내 취향의 가구를 찾아보는 것도 이 공간의 재미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볼 때는 각각의 매력이 다 달라 선뜻 무엇을 골라야 할지 어려웠던 이들도 모든 제품을 한눈에 보면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제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MK2는 빈티지 가구를 유통하는 것을 넘어 직접 자체 제작 가구도 만들고 있습니다. MK2에서 판매하는 빈티지 의자들과 쉽게 매치할 수 있는 간결한 테이블부터 단순한 형태이지만 공간에 포인트가 되는 컬러로 눈이 가는 철제 책꽂이와 쇠 파이프 행거까지 모던한 선과 컬러로 구성된 이들의 제품은 빈티지 가구와 어우러져 율동감 있는 조화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