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피곤해서 미뤘다면, 지금은 걱정하느라 미루는 거예요.
아이들이 내 곁에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정말로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잘 몰랐어요.
매일 붙어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찾으니까 이 시간이 아주 오래 계속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품에 안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십 년쯤이더라고요.
안아주고 싶으면 안아주고, 아이도 당연하게 내 품으로 들어오던 시간이요.
그때는 무겁고, 덥고, 잠깐만 좀 떨어져 있었으면 싶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부터는 아이가 먼저 품에서 내려갑니다.

그 뒤로도 함께 살지만 조금씩 달라집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없고, 내가 모르던 아이의 모습을 만나게 돼요.
엄마가 아는 모습이 아이의 전부가 아니게 됩니다.
나보다 친구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고, 나와 함께하는 일보다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일이 생겨요. 저는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은데, 아이가 저에게 다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 아닌 거죠.

그렇게 또 십 년쯤 흐르면, 이제는 정말 자기 삶을 살도록 놓아줘야 할 때가 오겠지요.
물론 부모와 자식으로 살아갈 날은 그 뒤로도 길어요.
다만 같은 집에서 매일 얼굴을 보고,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겠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아이를 미룹니다.
지금 이것만 끝내고.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주말에 시간이 나면. 조금 여유가 생기면.

이유는 분명해요. 해야 할 일이 있고, 먹고사는 일이 있고, 잠깐이라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하는 날도 있으니까요.
저도 아이가 어릴 때 밥 한 끼는 편하게 먹고 싶어서 영상을 보여줬어요.
그때의 저에게는 조용히 밥을 먹는 일이 정말 필요했습니다.

왜 자꾸 미루게 될까 생각해보면, 피곤한 건 오늘 당장 느껴지는데 아이가 내 품을 찾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오늘 못 놀아줘도 내일이 있고, 이번 주가 바쁘면 다음 주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와 있는 시간이 좋다는 것도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잘 모르겠어요.
돌아보면 분명 좋은 시절이었어요. 그렇다고 그때 힘들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힘든 것도 사실이었고, 아이가 너무 예뻤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둘 다 있었는데,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는 힘든 쪽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는 혜린이가 크는 걸 보면서 이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릴 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지금도 똑같이 지나가고 있겠구나.
몇 년 뒤에는 지금의 아이가 그리워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아이가 크면 미루는 게 줄어들 줄 알았는데, 모양만 바뀌더라고요.
지금도 신경 쓸 일이 많아요. 지난주에 썼던 교실 이야기처럼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동안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릴 때는 내가 해주면 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요.

그러다 보면 아이를 볼 때 자꾸 살필 것이 많아져요.
학교생활은 괜찮은지, 공부는 잘 따라가는지, 휴대폰은 얼마나 보는지. 다 필요한 관심이에요.
그런데 그것만 묻다가 하루가 끝나면, 아이와 같이 살면서 잘 지내는지 확인만 한 것 같아요.
저는 걱정돼서 물었지만, 아이에게는 대화보다 점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어릴 땐 피곤해서 미뤘다면, 지금은 걱정하느라 미루는 거예요.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와 함께 사는 이 시간을 충분히 좋아하고 있는지는 따로 생각해봐야겠더라고요.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면 좋을지는 많이 생각하면서, 지금 이 아이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싶은지는 얼마나 생각했을까요.

저는 혜린이가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엄마가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남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개그도 참 많이 했고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준 날만 좋은 날이었던 건 아니에요. 별것 아닌 일로 둘이 웃었던 시간도 우리에게는 필요했어요.

아이를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은 앞으로도 많을 거예요.
저도 제 일을 해야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요. 모든 시간을 아이에게 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같이 있는 시간까지 미루고 싶지는 않아요.
시간을 더 내야 한다는 부담을 얹기보다, 이미 같이 있는 시간에 아이를 좀 더 보고 싶어요.

아이가 말을 걸었을 때 늘 하던 대로 “잠깐만”부터 말하지 않는 것.
당장 하던 일을 멈출 수 없다면, 일을 마친 뒤에 제가 먼저 아까 무슨 이야기 하려고 했냐고 물어보는 것.
제 할 말만 묻고 끝내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듣는 것.
저는 그런 것부터 챙겨보려고 해요.
기다려달라고 했다면, 제가 다시 말을 걸어야겠어요.

나중에 시간이 많아졌을 때, 아이도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제가 여유로워질 때까지 아이가 지금 모습으로 기다려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훗날 돌아보며 그때가 참 좋았다고 말하게 될 시간이라면, 지금도 조금은 알면서 지내고 싶어요.
아이가 다 자란 뒤에야 아쉬워하기보다, 아직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동안 같이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자꾸 미루지 않으려고요.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