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청소년 운동으로 처음 작품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경화 :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라는 소극장에서 동료 연극인들과 <세월호> 프로젝트를 했어요. 첫해였던 2015년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단원고 생존자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 이후로도 만남을 지속해 오면서 이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목격하게 된 거죠. 청소년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를 선명하게 보게 된 시간이었어요. 2022년에 단원고 생존자들과 <2014년 생>이라는 작품을 올리게 되었고요. 2021년에는 <시소와 그네와 긴 줄넘기>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는데, 빈곤층 어린이들의 삶의 맥락과 배경을 짚어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아동 청소년 인권에 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저에게도 이 삶에 대해 표현할 언어가 없으니, 당사자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청소년 운동하는 활동가들의 글을 찾아보게 되었고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청소년 운동에 가까워지게 됐어요. 그때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을 살펴보려면 교육부, 보건복지, 여가부까지 다 흩어져서 찾아보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때 청소년의 삶의 맥락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 흩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 존재가 드러나기도 어렵다는 것과 어디서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된 거죠.
이후에 작업한 탈가정 청소년의 이야기 <오늘도 잘 곳 없음>을 통해 현장 활동가들과 직접 소통하게 됐고,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의 자료를 엄청 보게 됐죠. 청소년을 대상화하지 않고 보호주의 시선이 아닌 글을 찾기 어렵던 시기에 저에겐 너무 귀한 글이었어요.
온 : 그동안 작품을 하기 위해 쌓아왔던 언어들이 경화님에게 고스란히 남아 운동을 해 나가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청소년 주거권과 함께했던 작품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요.
경화 : 원래 시설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청소년이 자립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청소년의 자립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 아직 청소년이 현실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모델이 너무 없는 거예요. 아직도 시설 중심으로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거죠. 결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어요. 어쨌든 작품을 쓰면서 지금 청소년이 경험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잘 드러날 수 있게 쓰고 싶었어요. 청소년이 살아가는 세상이 계속 어렵고 위험한데, 사회 구조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온 : 저희 11월 4일 자립후원행사도 하는데, 마지막으로 후원자분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만날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해요.
경화 : 온의 창립 이전부터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알고 있던 사람으로서 온이 얼마나 세심하고 사려 깊게 이 운동을 해 나가고 있는지, 말뿐이 아닌 청소년과 함께 살아가며 이 운동을 만들고 있는지, 그래서 이들이 만든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두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운동을 지지하고 관심을 갖는 걸 넘어 이 운동에 후원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 일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 모두가 아셨으면 좋겠어요.
이 운동은 정말 최전선에 있는 운동이에요.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삶은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이 아름다운 운동에 함께 연결되는 것,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계속 온의 이야기를 잘 실어 나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11월 4일, 온의 자립후원행사에서 제가 작업한 희곡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 낭독극이 진행될 예정이에요. 집 밖에서 집을 찾아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멋진 분들이 오셔서 함께 낭독해 주시기로 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많은 분의 참여를 기대하며, 후원으로도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