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 요즘 밖에 나서면 날이 점점 풀리는 게 느껴지고, 땅속에서 조만간 뭔가 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막 들어. 곧 입춘이려나 생각했는데, 이미 지난 지 한참이더라. 뭐 어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봄이지.
아직 쌀쌀하긴 하지만, 봄이 오면 아무래도 청소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청소를 했어. 원래 대청소를 하려 했는데, 날이 좀 추워서 소청소로 바꿨어.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털어주고, 오랜만에 꼬꼬 집도 청소하고, 마당에 쌓인 낙엽들도 쓸어 주었다.
마당의 나무들에도 꽃눈이 쌓였더라. 난 꽃눈을 보면, 어릴 적의 산책이 생각나.
아마, 입춘이 지났던 어느 날의 산책길에, 발견한 목련 꽃눈을 보고, 무엇인지 물어보았던 내게 목련 꽃눈이라고 알려주었던 엄마. 차갑지고, 하얗지도 않은 그게 왜 눈인지는 그때 이해가 안 되었지만, 꽃이 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나중에 같이 꽃이 피는걸 보러 갔을 때 왜 그게 꽃눈인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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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도시에서 내가 봄을 처음 보았던 순간은 아마 그때 였던 것 같아. 목련 꽃눈이 핀 걸 엄마 손 잡고 보았던 어린 날의 봄날. 그 함박눈보다도 포근해 보였던 목련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벌써 봄이 막 기다려져.
시인이 나란히 둘이 걷는 사람만 봄을 볼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마 봄, 그 순간에 집중한 사람들에게만, 봄의 기적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아. 도시에 살 때는 내가 무슨 꽃을 좋아하는지, 꽃이 언제 피는지 바쁘게 살았었거든.
책방에 있는 요즘은 지금 내가 있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 갑작스럽게 내려오긴 했지만, 되게 선물 같은 시간인 것 같아.
봄이 와. 봄이 와서 설레기도 하겠지만, 또 많은 것들을 시작해야 하니 정신없을 것 같아. 목련이 겨울을 이기고, 기적을 피워내듯 이번 봄에는 너도 너만의 봄을 피워내길 진심으로 바랄게. 이 시가 너에게 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안녕,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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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목련 꽃차 먹어 봤어? 나 목련이 너무 좋아서 목련 꽃차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때는 처음이라서 실패했어. 솔직히 맛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지금 한 번 더 시도해 볼 계획인데, 잘 되면 맛보라고 보내줄게, 잘 안되면 조용히 넘어갈 테니깐 묻진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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