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일 동안 200여 점의 천사와 함께 했던 <내 책상 위의 천사>는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안녕의 인사를 나눴습니다. 전시 기간 중 천사 하나하나와 진득하게 마주하고자 했던 분이라면, 전시장에 비치된 리플렛을 한 손에 들고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작가명과 작품번호를 따라 숨바꼭질하듯 책상 위 천사를 찾아보았겠지요. 혹은 단번에 눈으로 들어온 천사를 유심히 살피다 리플렛으로 손이 간 분도 있을 테고요. 방식이 어떠했든 팩토리2로 방문하신 분들 모두가 수많은 천사를 한자리에서 만나며 자신만의 방식과 흐름으로 책상 위에서 즐거운 산책을 하셨으리라 상상해봅니다.

✉️ 리뷰  내 책상 위의 천사

전시에 초대된 천사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어 책상 위에서는 천사와 천사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고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공간에서 그간 자신이 보고 듣고 만든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곳이 천사의 마지막 거처라고 단정할 수도 없지요. 천사들은 언제고 새로운 곳으로 날아가 제2, 제3의 생애를 살며 그간 자신이 듣고 만든 이야기를 펼쳐 보여줄 테니까요.

이처럼 천사가 떠나고 남은 2023년 6월의 팩토리에는 ‘전시’라는 하나의 매듭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함께 만들고 배우며 새로운 토대를 꾸린 팩토리 친구들, 참여 작가 33인과 5인의 어린이, 일곱 번의 워크숍, 그리고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관객의 시간이 한 켜 쌓인 것이지요. 팩토리2 또한 이곳에 담긴 크고 작은 이벤트, 시간, 그리고 사람이 쌓이며 매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을 테고요.

<내 책상 위의 천사>와 함께하며 반짝이고 다정한 순간을 수없이 마주했습니다. 다음에는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를 기대하면서요.

사진. 김다인

뜨 수다방 / 여다함 - “뜨개질은 원래 혼자 하는 게 아니야.” 옹기종기 둘러앉아 뜨개바늘에 손을 놀리며 멍때리고, 웃고, 수다를 떤다.

조각 그림 키링 만들기 / 강서현 – 연필과 색연필로 작은 조각 그림을 그려 만든 자신만의 아크릴 키링.

여러분이 생각하는 도자기는 어떤 형태인가요? / 송지현 – 점토를 만지고 느끼며 나를 표현하는 도자기 만들기.

네모눈바구니 만들기 / 밤구름 – 플라스틱 시대에 자연에 떳떳한 일상 물건 만들기. 대나무의 물성과 짜임을 배우는 건 덤.

못 먹는 빵 만들기 / 안데스 – 백밀태양계와 Wearable Bread를 만들며 빵을 감상하고 착용하는, 빵의 가능성 확장의 시간.

 Space Oddity_나의 우주에서 찾아온 괴생명체 만들기 / 백경원 – 지점토로 만든 기하 도형체를 조합하여 자신만의 '우주 괴생명체'를 탄생시켜보자.

사물(死物) 콜라주 워크숍 - 심신 안정을 위한 헌 구슬 꿰기 / 허정은 – 본래 기능을 잃어 죽은 줄 알았던 물건들이 하나의 줄 안에서 새로운 사물이 되는 고요한 노동과 명상의 시간.

이곳에 다 담지 못한 천사 이야기는 팩토리2 인스타그램의 하이라이트와 리플렛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2023년의 <내 책상 위의 천사>는 아래 링크를 비롯해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내책상위의천사 에서 풍성히 즐겨주세요.

✉️  천사가 머물던 자리

〈내 책상 위의 천사〉 공간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김보람의 ‘천사가 머물던 자리’ 책상 2종과 다양한 변주로 천사가 잘 머물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원형 좌대 3종은 전시는 종료되었으나 팩토리의 온라인숍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본 전시에 함께한 김수 작가의 〈Travel without a Passport〉 새 시리즈와 포 包o 작가의 금속 세공 작업 중 일부는 전시 종료 이후에도 팩토리2 2층에서 만날 수 있으니 전시를 놓친 분은 언제고 팩토리2로 걸음 해주세요.

✉️ 전시  흰 그림

팩토리의 자체 기획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며 숨을 고르는 동안, 팩토리2로 초대한 전시 소식을 전합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시작과 마무리, 한계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본 전시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흰 그림》은 회화라는 매체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해 가는 작가 4인에게 ‘흰 그림’을 요청하고, ‘흰 그림’이라는 공통의 제약을 통해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이미지나 현상이 아닌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요소로 각 작품을 관계 맺고, 다양한 성격의 회화가 공존하고 범람하는 오늘의 흐름에서 서로 다른 ‘흰 그림’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 김성식, 성시경, 양아영, 조상은은 각자의 작업 세계에 ‘흰 그림’이라는 조건을 들여, 흰 것을 물감이나 바탕으로, 이미지나 관념으로, 복합적인 상태로 마주하고 생각하는 일로 그림을 시작하였다. 하나의 문제로 여러 방향을 가리키며 그림을 그리고 마치면서, ‘흰그림’의 한계와 가능성을 살피고 믿거나 의심했다. 《흰 그림》은 서로가 해석하는 ‘흰/그림’이 무엇인지 대화하고 구현하며, 각자의 현재에서 회화를 이루는 질문과 경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갖고자 한다.

제공. 조상은 / 촬영. 양이언

전시 개요

전시명  흰 그림

참여  김성식, 성시경, 양아영, 조상은

장소  팩토리2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일시  2023. 6. 22. (목) - 7. 9. (일) / 11:00 - 19:00 (월요일 휴관)

*오프닝: 2023. 6. 22. (목) 오후 5-7시


기획  조상은

협력  성시경

디자인  김영삼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인스타그램 @white_painting_2023

문의 white.painting.2023@gmail.com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풍광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그런 가운데 두려움이 더 큰 순간을 맞닥뜨려도 이내 담담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었던 건, 함께 하는 동료들 사이에 모종의 신뢰와 감사의 마음이 단단히 자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책상 위의 천사>를 통해 초반엔 우리가 책상 위로 천사들을 초대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하며 되돌아보니,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천사의 날개 위’에 있었기에 뻔할 수 있는 전시 공식 밖에서 더 많은 걸 배웠고, 그러하기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을 안고 새로운 것을 더욱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여정에 관심 갖고 마음을 보태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안녕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다은, 김다인, 김보경, 김채리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