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먹는 것들이 곧 내가 된다는 사실을 조금씩, 그렇지만 빠르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고기만 먹은 날은 속이 더부룩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배탈도 쉽게 나는 데다가, 숙취 하나 없었는데 이제 음주 후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게도 나이를 먹을 수록 피로의 감도는 예민해지고 수용의 감도는 반작용처럼 낮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점점 더 입에 들어가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아침은 거르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삶은 달걀에 직접 담근 동치미, 제철 과일을 곁들여 먹습니다. 과일은 장바구니에 담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장을 볼 때 과일 코너도 놓치지 않고 둘러보곤 합니다. 요거트도 집에서 만들어 먹고,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선에서 좀 더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려 하고요. 고등학생 때 연속 10일 라면 먹기라는 기록을 세웠던 사람이 지금은 최대한 찬장에 라면을 두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허브들을 종종 집에서 기르곤 하는데요, 스페인에서 돌아와 보니 바질 새싹들이 그새 자라서 자그만 잎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호사를 놓칠 수 없죠. 한국에 오고 주구장창 한식만 먹고 있는 와중에도 파스타가 생각났습니다.
대신 약간의 아시아 느낌을 섞어서 태국식으로 다진 돼지고기와 함께 만들었어요. 피쉬소스는 없었지만 뭐든 제 입맛에만 맞으면 그만인 게 홈파스타의 최고 장점이잖아요. 그리고 님, 직접 기른 바질은 이파리 크기가 작아도 향이 폴폴 풍겨 나온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작은 바질 하나에 파스타면을 돌돌 말아서 먹으면 만두 육즙처럼 파스타면 사이로 바질 향이 차르르 흐른답니다.
이런 순간마다 스스로를 귀하게 대접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들을 차곡차곡 잘 쌓아나가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다음 바질잎이 돋아나면 그 때는 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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