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살기 힘들다.”

라는 말, 다들 한 번쯤 한 적 있지 않으신가요? 혹은 입에 달고 살기도 하는 이 말. 하지만 이 말은 먹는 것이 힘들다는 것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죠. 모두 아시다시피 생존에 초점이 맞추어진 말입니다. 일하기 힘들고, 더러운 꼴 봐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돈을 벌어서 제대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하는 말이지요. 아니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은 현실에 대한 푸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팩트풀니스로 세상 이해하기 4호에서는 이 말에 다른 의미를 덧붙여 보고자 합니다.

“제대로 먹고살기 힘들다.”

제대로 먹고사는 것. 과연 무엇일까요?

기후위기와 자원의 고갈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기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책임감 있는 소비에 대한 경각심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경에 해가 덜 가는, 누군가의 인권과 노동권이 침해당하지 않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가 공존할 수 있는 순환의 고리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며 “제대로 먹고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는 그것이 곧 나의 생존이며 우리의 생존이기도 하다는 경각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쉽답니까? 여기서 먹고사는 것과 제대로 먹고사는 것 사이의 괴리가 나타납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제대로 먹고살려면 돈도 더 많이 들고, 시간도 더 많이 들고, 몸은 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마트에 장 보러 가면 아무리 장바구니를 챙겨가도 이미 비닐 포장이 된 신선 식품 밖에 선택지가 없고, 매일 마시는 커피의 커피콩이 어떤 노동 환경에서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 일일이 찾아보기도 벅차고, 국내 생산된 육류보다는 바다 건너 생산된 호주 혹은 미국산 육류의 저렴한 가격에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도시에서 ‘제대로 먹고살기’ 참 힘듭니다. 한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회 경제 구조의 적극적인 변화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 제대로 먹고살고 있는 걸까요?

🧐 나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퀴즈 시—작!

1. 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는?
   A: 석유(기름) B: 모래 C: 목재
2. 2000년 이후로 전 세계적인 총 원자재의 연간 사용 추이는?
   A: 거의 비슷 B: 35%가량 증가 C: 70%가량 증가
3. 세계적으로 식품이 생산되고 판매가 되기 까지의 과정에서 낭비되는 식품의 비율은?
   A: 약 15% B: 약 30% C: 약 45%
4. 세계 250대 기업들 중 연간보고서에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한 기업의 비율은?
   A: 약 10% B: 약 30% C: 약 40%
5. 전 세계의 가정, 사업장 그리고 학교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 중에서 플라스틱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은?
   A: 약 12% B: 42% C: 72%

잘 풀어보셨나요? 1번부터 5번까지 정답은 차례대로 B, C, A, C, A입니다.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갭마인더 재단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본 문제들의 결과에 따르면 모든 문제의 오답률은 약 70%~97% 사이를 오갑니다. 국적을 가리지 않은 굉장히 높은 오답률이지요.

자 어떠신가요? 우리 지구촌이 나름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나요? 아니면 아직 한참 먼 것 같나요? 물론 위의 퀴즈가 모든 것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약간의 척도는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2번째 목표.. 잘 지켜지고 있는거야?

총 17개의 모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각기 하위 세부목표를 갖고 있는데요. 저희가 이번 호를 통해 다루는 12번째 목표는 총 11개의 세부목표와 각 세부목표의 달성 기준을 측정하는 지표를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번 호에서는 세부목표 12.2 <2030년까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효율적 사용을 달성한다> 의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SDG 12를 전반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SDG 12.2는 1992년 채택된 리우선언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요. 리우선언이 채택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과 소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논의되었고, 이에 대한 결과로 리우선언의 행동계획 아젠다21에서 천연 자원의 효과적 활용이 제안되며 구체화 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30 지속가능개발계획 12번째 목표의 2번째 세부목표가 된 것이지요.

그럼 세부 데이터를 보기에 앞서 12번 목표를 어느 지역에서 잘 이행하고 있고, 어느 지역에서 보다 뒤쳐지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아래 두 개의 표는 2022년 기준 국가별 SDGs 달성 현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표는 OECD 국가들의 점수표이고 두 번째 표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들의 점수표입니다.

제가 발견한 눈에 띄는 변화를 구독자님들도 눈치 채셨나요? 12번째 목표를 보시면 OECD 국가들의 성적은 보다 초라하지만 사하라 이남 국가들의 성적은 다른 목표들에 비해 상당히 준수합니다. 사하라 이남 지역에 저소득 국가의 상당수가 분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부족한 인적, 물적, 디지털 자원 및 각종 생활 인프라들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세는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는 다양한 국제기구 및 개발기구들의 노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1인당 연간 약 2톤의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산업/생활 환경을 아이러니한 원인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연간 약 2톤이라는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은 수치인지 알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8톤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습니다. 약 6배에 달하는 차이가 실감이 되시나요?

이어서 지금부터는 SDG 12의 달성 여부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물질 발자국(Material foodprint)에 대해서 살펴보며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위 그래프를 한번 보시죠. 2000년~2017년 사이에 각기 다른 소득 수준의 국가들에서 모두 물질 발자국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1990년에는 개개인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약 8.1톤의 천연자원이 사용되었는데, 2017년에는 12.2톤으로 약 40~50%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이 그래프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국가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용한 자원의 양도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 간의 차이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가지 짚고 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소득 국가의 물질 발자국이 그들의 국내 물질 소비량(Domestic Material consumption)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그럼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요? 바로 고소득 국가 국민들의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추출된 원료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A국가의 아무개 씨는 100에 달하는 물질을 연간 사용하는데 자국인 A국가로부터는 물질의 60만 충당을 할 수 있고, 나머지 40은 B, C, D 등의 다른 국가에서 추출된 물질에 의존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1인당 기준으로 고소득 국가들은 9.8 미터 톤에 달하는 1차 재료를 세계 다른 곳에 의존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국내 물질 소비량은 물질 발자국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국가의 물질 발자국이 국내 물질 소비량보다 높다면, 그 국가는 그들이 가진 것보다 많은 양의 물질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즉 부족한 물질을 타국의 물질을 가져다 쓰면서 충당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렇게 고소득 국가는 다른 소득 집단의 국가들보다 물질 발자국도 높으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그 국가들에서 나온 물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물질 발자국 9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국민인 저희에게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이 더욱 책임감 있게 다가오는 대목입니다.

저는 육류로 된 음식을 먹지 않기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사실 처음 채식을 시작했을 때는 채식의 환경적인 영향과 같은 사명 의식으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채식을 지향하게 되면서 차츰 채식의 장점과 필요성을 알게 되어서 그 뒤로도 지속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저에게 채식보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에요. 더 나아가서 채식하고 육식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소 어떠한 소비 패턴을 갖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날 채식해 봤자 패스트 패션에 하루가 멀다고 값싼 옷을 한 철 입고 버리는 등 무분별한 소비를 한다면 제 삶이 그다지 영향력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생전 처음 경험했던 아프리카의 한 국가는 저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지요. 저는 대한민국이라는 고소득 국가에 태어나 누리는 것들로 인하여 이미 그 나라 사람들의 몇 배나 되는 물질 발자국, 물 발자국, 탄소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그들에게 환경 문제 이야기를 논할 자격이나 있는가 하는 자괴감 또한 들었습니다. 이는 동시에 '나는 더욱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구나' 하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마치 제로섬 게임과 같습니다. 갖지 못하면 다 잃을 것 같아 승자독식의 논리로 살아가야 할 것만 같죠. 하지만 제로섬처럼 지구의 자원과 부는 한정되어있습니다. 하여 한 곳이 넘치면 한 곳은 부족하기 나름이죠. 과소비로 인해 물건이 넘쳐나는 오늘날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수입된 물건이 너무 저렴하다면 바다까지 건너온 이 물건이 왜 이렇게 까지 저렴한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매번 그러긴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요. 그리고 우리 주변에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시민과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이번 호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모두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탄자니아에서 헤엄치고 있는 하마🦛와 함께하는 <SDG 4 양질의 교육보장>편으로 3월 30일에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