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2.11.9 | 531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이번 주는 이상하게도 미라클레터를 평소에 보내는 월수금이 아니라 월화목에 보내게 되었어요. 😅 현장의 소식을 빠르게 미라클러님들에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었는데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암호화폐(크립토)가 주제입니다. 


지난 월요일자 레터에서 간단히 언급했던 FTX와 바이낸스와 관련해 암호화폐 시장에서 엄청난 사건이 생겼거든요. 이미 많은 기사들이 나온 만큼 저는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이 사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주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에디션
  1. 크립토판 느와르 영화
  2. 두 번째 핵폭탄을 맞은 암호화폐
80% 폭락하는 FTX 토큰(FTT)의 가치. <코인마켓캡>

크립토판 느와르 영화

한국시간으로는 11월8일과 9일 사이의 한밤 중. 미국시간으로는 11월8일 화요일 낮. 테라-루나의 붕괴에 버금가는 사건이 암호화폐 업계에서 발생했어요.


바로 전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위기에 처하면서 고객들의 인출이 중단됐고, 이를 구하기 위해 전세계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것! 그러면서 이 FTX의 네이티브 토큰(증권거래소가 자신의 주식을 상장시킨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인 FTT가 단 이틀만에 22달러에서 일시적으로 3달러(현재는 5달러)까지 폭락했어요. 이틀만에 70%가 하락한건데요.


덕분에 FTX의 창업지인 샘뱅크먼프리드의 자산은 156억달러(약 21조원)에서 10억달러로(약 1조원)으로 떨어집니다. 불과 이틀만에 20조원이 날아가면서 그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재산을 날린 사람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20조원이 어떻게 이틀 만에 사라질 수 있을까요? 사건은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趙長鵬)와 샘뱅크만프리드 두 남자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사람, 자오창펑(약칭 CZ)과 샘뱅크만프리드(약칭 SBF)의 이야기는 느와르 영화를 방불케합니다. 😎

 

2019년 FTX에 투자를 결정한 당시의 자오창펑(왼쪽)과 샘방크먼프리드. <SBF트위터>
두 남자의 대결  

한국에 종종 오기도 하는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 겸 CEO.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12살 때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일찍부터 블록체인에 눈을 떴고 2017년 ICO 붐이 한창일 때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를 만들어서 이를 세계 1위의 거래소로 만들었습니다. 바이낸스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업비트, 코인원 같은 곳이죠)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낸스 자체코인과 스테이블코인(테라와 같이 미국 달러에 1:1로 거래되는 코인)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자오창펑은 가히 암호화폐 시장의 황제라고 부를만 했습니다.

 

자오창펑이 바이낸스를 만든 2017년,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MIT 물리학과를 졸업한 천재 20대가 암호화폐 트레이딩 회사를 만드는데요. 그가 바로 샘 뱅크먼프리드. 회사의 이름은 알라메다 리서치. 이 회사는 암호화폐 차익거래로 엄청난 돈을 법니다. 차익거래를 통해 큰 돈을 번 그는 일반적인 금융시장에서 흔한 파생상품 거래소를 암호화폐시장 버전으로 만들 생각을 하게되는데요. 이곳이 바로 2019년에 만들어진 FTX입니다.

 

처음에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중심이던 FTX는 점차 일반적인 암호화폐 거래까지 늘어나면서 빠르게 바이낸스를 위협하게 됩니다. FTX는 미친 속도로 투자를 유치하고, 다시 사업을 확대해 2021~2022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크립토 기업이었습니다. 당연히 창업자인 SBF 는 업계에서 영웅으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FTX는 2021년 7월 소프트뱅크, 세콰이아캐피탈 등 60여개 투자사로부터 9억달러의 투자(기업가치 180억달러)를 유치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자금을 끌어들였고, 2022년에는 기업가치가 320억달러(43조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트위터로 경쟁사를 박살내버리는 방법. <자오창펑 트위터>
이녀석 많이 컸네?   

그런데 FTX에 초기 투자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자오창펑의 바이낸스였습니다. 한 수 아래라고 봤던 FTX 가 엄청난 속도로 치고 올라와서 일까요. 바이낸스는 FTX에 투자한 지분을 2021년 엑시트하고 이를 21억 달러어치의 암호화폐로 받습니다. 바로 FTT와 BUSD입니다. BUSD는 앞서 말씀드린 달러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구요. 향후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저 FTT 라는 코인입니다.

 

바이낸스와 FTX는 우리나라의 암호화폐거래소에는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네이티브 코인이라고 하는 자신들의 코인이 자신들의 거래소에서 거래된다는 점입니다. 바이낸스의 코인이 BNB 이고, FTX는 FTT 라고 하죠.

 

사실 주식거래소 나스닥이나 유로넥스트도 상장되어있기 때문에 암호화폐거래소가 상장되어있는 것 자체는 그렇게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FTX가 이 FTT를 가지고 투자를 받거나 담보로 제공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나 FTX코인 다 팔거야! 

지난 11월2일 코인데스크라는 매체가 ‘알라메다 리서치’가 파산 위기에 있다는 기사를 내면서,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한 자산의 3분의 1이 FTT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라메다 리서치라는 투자회사 가치의 상당 부분이 FTT 인데 이것이 팔수 없도록 락이 걸려 있거나 담보로 걸려있다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알라메다 리서치가 긴급하게 자산을 처분해야할 경우 대출을 갚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입니다. 


이 보도를 통해 FTX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가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FTT 를 알라메다 리서치가 떠받치고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즉, FTT 가치가 떨어지면 알라메다 리서치가 위기에 빠지고, 다시 FTX 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고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자오창펑 CEO 는 트위터를 통해서 충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바로 2021년 자신들이 받아서 보유한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5억달러 이상)는 트윗을 남긴 것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FTT 를 공개적으로 매각한다면 FTT 가격은 폭락하는 것이 불보듯 뻔했습니다. 

FTX의 토큰을 활용한 레버리지. <쟁글 보고서>
FTX 망할 수도 있다고?

FTT의 가치가 알라메다 리서치, FTX의 운명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FTT가 크게 폭락할 것임을 알게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당연히 FTT를 소유한 투자자들은 FTT를 내던지기 시작했죠.

 

하지만 FTX는 거래소. FTX가 망하고 여기에 넣어둔 코인과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투자자들은 코인을 모두 현금화해서 FTX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72시간 동안 빠져나간 돈이 60억달러(8조원)! 전형적인 뱅크런. 혹은 거래소런(?)이 발생한 거죠. 우리가 주식을 거래하는 기관인 한국거래소가 우리가 주식을 팔아도 돈을 못 줄 수도 있다고 하면 누구라도 이렇게 하겠죠?

 

FTX 가 고객의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곧 출금정지가 이뤄졌고, 출금정지가 이뤄진 몇시간 만에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자오창펑과 샘 뱅크먼프리드 두 사람의 트윗을 통해 발표됩니다.

 

뱅크런 상황에 빠진 FTT 가 살아날 방법은 사실 이것 밖에 없었습니다. 바이낸스가 FTT 매도를 중단하고, FTX가 안전하다는 신호를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주는 것! FTT 가격이 폭락하면서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의 자산가치가 폭락했고, 여기에 담보로 걸린 대출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FTT는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해서 처분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니가 가라 하와이 

크립토(암호화폐) 업계는 이 사건을 1등 바이낸스가 3등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FTX를 견제하다가 아예 죽여 버린(?)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SBF 가 미국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심지어 자오창펑을 조롱하는 트윗을 올린적도 있거든요. 중국계 캐나다인 이민자인 자오창펑은 미국 정치권에 끈이 없는 상황인데 샘 뱅크먼프리드는 로비를 통해 자신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거죠. 


이 트윗이 자오창펑의 심기를 거슬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초고속으로 성장하던 FTX에 조금의 빈틈이 보이자 FTT 전량 매도로 단숨에 FTX의 숨통을 끊어놓은 것이죠.


물론 CZ와 바이낸스는 자신들이 FTX를 망하게 할 의도도 전혀 없었다며 음모론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낸스의 조치가 결과적으로 FTX를 지옥으로 보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요. 😩


프롬프트 : crypto, meltdown, investment, 3d render <DALLE2/OPEN AI>

두번째 핵폭탄을 맞은 암호화폐

FTX의 몰락은 다른 암호화폐 가격까지 폭락시켰습니다. 비트코인은 2만달러가 깨지면서 1만7000달러까지 내려갔고 이더리움도 120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염없이 내려가던 테크기업들의 주가와 달리 회복세를 보이던 암호화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주요 코인들이 10~20% 씩 하락. 

 

FTX가 초기에 투자하고 키운 코인들은 더 폭락했습니다. 주주이자 중요한 후원자가 망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된 것이죠. 또한, FTX가 보유한 코인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습니다. 솔라나, 앱토스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최근들어 40%나 내렸습니다. 


1년에 두 번이나?? 실화냐  

더 큰 문제는 올해 5월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급속한 붕괴(meltdown) 사태가 1년에 두 번이나 발생한 것입니다. FTX 라고 하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 그리고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래소가 단 며칠 만에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받고 엄청나게 유명한 대표가 있는 회사라도 한방에 사라질 수 있었다는 거죠. 테라/루나로 이미 떨어진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가 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의 가치를 높여서 투자를 받고, 이 돈으로 다른 코인을 띄우고, 또 다시 이 코인의 가치로 투자를 받는 사이클이 크립토에서는 흔한 편이었습니다. FTX의 경우도 이를 통해 빨리 성장할 수 있었구요. 하지만 이런 레버리지를 활용한 플라이휠이 반대로 작동할때는, 아주 작은 의심이 커지는 것만으로도 수십조원가치의 기업을 순식간에 날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테라/루나의 연쇄효과이기도 합니다. 당시 테라/루나가 붕괴하면서 보이저와 블록파이라는 크립토 회사도 망하는데요. 이 회사들에 돈을 투입해서 인수한 곳이 알라메다 리서치였습니다. 왜냐면 알라메다 리서치가 두 회사에 돈을 빌려줬거든요. 테라/루나 때와 마찬가지로 FTX의 몰락은 또다른 연쇄효과(시스템리스크)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테라/루나와 FTX 가 붕괴한 것은 규제당국에게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암호화폐는 금융이고, 규제가 필요하다.


FTX의 주요 투자자들. 실리콘밸리의 유명 VC와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입니다. <더블록리서치>
암호화폐에 제대로 물린 VC들 

FTX의 실패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들에도 타격이 큽니다. 2021년 크립토 가격이 폭등하면서 많은 VC 들이 크립토 투자에 뛰어듭니다. 크립토 투자에만 집중하는 VC 가 쏟아져 나왔죠. 

 

FTX 같은 경우 크립토에 소극적이었던 VC 들도 투자했습니다. 미국 명문공대 출신이고, 젋고, 백인인 샘 뱅크먼프리드 는 VC 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세콰이아캐피탈, 소프트뱅크, 타이거글로벌, 온타리오교원연금, 테마섹 같은 회사들도 투자했죠. 벤처투자로 유치한 금액만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그런데 FTX 도 알라메다 리서치도 현재 가치는 0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보유한 자산보다 돌려줄 돈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VC들에게 돌아갈 몫은 없어보입니다. 


지난해 이뤄졌던 크립토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 의 관계와 같이 투자자들이 의심할 수 있는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왜 창업자에게 질문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죠. FTX의 몰락은 팬데믹이 끝나고 기준금리가 인상된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회사 자체의 약점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줄 브리핑 📢
맺음말
이번 사태는 11일 2일 기사로부터 일주일. 특히, FTT의 폭락과 인수결정은 거의 24시간내에 이뤄진 일이어서 저도 따라가기가 어려웠답니다. 목요일에 갑자기 보내게된 것도 이런 이유. 복잡한 내용인데 미라클러님들에게 잘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에 더해 테크기업들의 대규모 해고까지, 실리콘밸리는 지난해 버블의 후유증을 최근 혹독하게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미래로 가야하니까요.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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