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 멱살잡고 추천하는 이유는?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이번 4주간 전해드릴 특집은 지금까지 디핑이 한 번도 다뤄본 적 없었던 테마로 꾸려봤어요. 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극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이행하고 있는 요즈음(디핑에서 이런 이야기몇번 한 적이 있죠 😉) 가장 핫한 OTT 오리지널 작품들에 대해! 드디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박수~~ 👏👏👏

그런데 이제... 여러분이 다 아는 그 작품들 말고, 디핑🍟을 만드는 저희🍊🌿의 취향을 저격한 조금은 매니악한 콘텐츠들을 골라서 디핑스럽게 담아볼 생각이에요.
다 아는 그거 대신 디핑이 전해드릴 OTT 1픽, a.k.a. 그게 뭔데 10덕아 특집.
첫 소스 재료는 당연히(?) 넷플릭스에서 골랐습니다.

다짜고짜 시작할게요. 님들, 왜 <아케인> 안 보세요? 🥺❗❓



🍟 <아케인> 왜 안 보시냐니까요?
작년 가을,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그야말로 집어삼켰(?)던 때가 있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독주를 막은 작품은 의외인 점을 몇 가지나 가지고 있었는데요. 첫째로 실사 영상물이 아닌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점, 둘째로는 게임 세계관을 원작으로 한 IP* 확장 콘텐츠였다는 점입니다.
*IP(Intellectual Property): 직역하자면 지식재산권인데요, 저작권, 특허 등이 있는데... 콘텐츠 업계에서 쓰일 때에는 하나의 단일 콘텐츠로부터 확대되어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과 부가 사업을 가능케 하는 설정이자 일명 유니버스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 듯!

이 시국에 게임 IP에 애니메이션이라니, 그야말로 매니악한 콘텐츠 덩어리인데... 머글픽 오겜을 이기고 글로벌 1위를 탈환했다고? 🤔
그러니까요. 그 어려운 걸 해낸 작품이 있더라고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화제가 덜 되어서 아쉬운 마음에, 모처럼 진심 200%를 담아 님께 소개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입니다.
<아케인> 공식 예고편
애니메이션 <아케인>롤(LoL)이라는 이름으로 익히 들어보셨을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총 9화 분량으로 공개되었고, 첫 3개 에피소드가 발표되었을 당시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역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틀어 최고 평점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거둔 작품입니다.

유명 게임이 원작인 만큼 기존 롤 팬들의 초기 유입과 입소문이 주효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실 2% 부족했을 거거든요. 성공의 핵심은 결국 작품성이었습니다. '겜알못'도 흥미롭게 볼 만한 개연성 있는 서사와 흥미로운 스토리, 거기에 돈 냄새 나는 화려한 영상미까지... ✨ 대작 IP를 떠나서 독립적인 애니메이션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었어요. 롤의 L도 모르던 디핑🍟이 이렇게 구구절절 영업하고 보증할 정도니까요! 👍
💬 롤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아케인>은 핍박받는 지하세계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바이와 징크스 두 자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어요. 롤 게임 세계관의 과거 프리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두 도시는 실제 롤 게임의 플레이 배경이기도 하고,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또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챔피언이랍니다. (소스를 만들고 있는 에디터도 다 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신기하더라고요!) 게임 상의 설정이 <아케인>의 미래 모습인 만큼, 혹자들은 등장인물들의 자세한 관계를 모르는 채로 작품을 보는 게 더 재밌을 거라는 평을 하기도 해요.
<아케인> 속 바이와 징크스 /넷플릭스 제공
자, 여기까지는 물타기로 조금 거리를 두어봤고요... (충분히 숨도 안 쉬고 말한 것 같지만...) 본격적으로 덕심을 발휘해 볼게요.

<아케인>, 멱살잡고 추천하는 이유는?

1. 돈 쓴 티 나는 화려한 영상연출! 🎬✨

일단 무엇보다, 보는 맛이 있습니다. 프랑스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인지, 우리에게 익숙한 최근 할리우드 애니 스타일과는 질감부터 조금 달랐는데요. '3D로 구현된 유화'라는 찰떡 표현이 있더라고요. 붓질의 결, 덩어리감이 살아있는 거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근데 이제 부내가 진동합니다. 💰💸~
<아케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이처럼 실사에 가까운 구현보단 아날로그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작화 방식과 풍부한 배경 표현을 통해 특유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 것이 돋보였어요. 이는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극적인 표정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고요(이 부분은 조금 이따 연출 얘기하면서 계속). 특히 격렬한 액션 씬에서 삽입되는 디지털 그래픽 효과들은 장면의 속도감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옛날 셀 애니메이션 시절을 떠올리게도 해요. 물론 화질은 4k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아케인> 스틸컷 /넷플릭스, 씨네플레이 제공
영상에 이어, 더욱 압권인 부분은 감각적인 연출인데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 징크스의 광기를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극 전체에서 가장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인 만큼, 과장되게 일그러진 얼굴 표정 외에도 여러 가지 시각적인 연출 효과를 통해서 그가 겪는 환각과 혼돈을 그려냅니다. 성장한 징크스가 과거를 회상할 때에 트라우마가 되었던 장면들이 플래시백처럼 교차하며 번쩍거린다든지, 네온색상의 거친 선과 낙서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식으로 불안정한 징크스의 내면을 표현한다든지 하는 식이에요.
<아케인> OST 썸네일 (공개된 스틸컷이 없네요 ㅠㅠ)
이러한 연출은 제 기억에 3화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데, <아케인>의 무료 공개분이 3화까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나름의 전략이 아니었나 짐작됩니다.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스팀펑크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던 <아케인>이 키치하고 트렌디한 21세기의 MZ(?) 스타일로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포인트가 여기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객의 눈을 확실하게 사로잡는 볼거리로 작동하는 동시에, 징크스라는 과장되고 분열된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여해 주는 서사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고 여겨집니다.
2. 탄탄한 서사와 다양성 있는 캐릭터 빌딩 🎞📝

영상과 연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사로 이어지게 되었는데요. 그만큼 <아케인>의 스토리를 이루는 요소들이 완성도 있으면서도 강렬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케인>의 서사는 얼핏 보아서는 특별할 것 없는 선과 악-명과 암의 싸움이지만, 전형적인 권선징악 형태보다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군상을 둘러싼 입체적인 층위로 그려지는 것이 특징이에요. 극중에는 마냥 선인 인물도, 마냥 악인 인물도 없고요.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으로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캐릭터 또한 없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싸움을 하고 있다랄까요?
<아케인> 스틸컷 속 필트오버와 자운 /넷플릭스 제공
극의 배경이 되는 지상세계(필트오버)와 지하세계(자운) 사이에는 늘 그렇듯 수직적인 지배관계와 차별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케인>이 뻔하지 않은 점은, 얼핏 수평적인 위치에 있는 캐릭터들 간의 미묘한 관계 속에도 이러한 대립 구도가 비유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둘러싼 정치인과 과학자의 위험한 협력(멜-제이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웅과 그 이면의 초라한 조력자의 대조(제이스-빅토르), 피지배사회에서마저 또 다시 배제되는 패배자(밴더-실코) 등과 같은 방식으로요.

인간 사이의 다양한 갈등과 그것이 초래하는 여러 가지 양상의 비극이 우리의 현실이 그렇듯 복잡하면서도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케인>은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이라는 두 가지 꼬리표를 뛰어넘고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만 했습니다. 📝👏
<아케인> 스틸컷 속 필트오버 의원들 /넷플릭스 제공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다양성과 "PC함*"에 대한 고려도 눈에 띕니다. 전반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남성 캐릭터는 전면에서 액션을 선보이고 여성 캐릭터는 후방에서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식의 관습적 성별 구도를 전면적으로 뒤집은 점이 두드러져요. 최전방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여성 캐릭터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시도 또한 눈에 띄고요.
*PC(Political Correctness): 직역하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용어로,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정체성 등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지양하자는 신념이자 사회적 흐름을 뜻합니다. 다만 최근 그 정의나 취지, 최종적 지향점 등을 둘러싼 논쟁이 다소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이 변질되고 있음에 대한 논쟁조차 변질되고 있는 것 같은😷) 디핑🍟에선 최대한 다양성을 추구한다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해요. 

사진 속 인물들은 지상세계 필트오버의 실질적 지배층인 의원들인데요. 주연급인 멜을 비롯하여 유색인종 및 여성 캐릭터가 과반수를 이루게끔 해 성별과 인종의 다양성을 추구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더 나아가면 인간 외 기계, 난쟁이 등의 이종족과도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요! 😊. 그 외에도 지하세계인 자운에서는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권력을 쥐고 간부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그리기도 하고, 주인공 바이와 조력자 케이틀린의 관계에서는 퀴어 요소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케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과 선택의 당위성을 잘 살려냈고요. 결론적으로 스토리의 흐름과 핵심적인 가치를 모두 놓치지 않는 선에서, 대중문화 콘텐츠가 표방할 수 있는 다양성의 정도를 매끄럽게 담아냈다는 평이 중론이지요. 저 또한 그러한 긍정적 의견에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이는 편입니다. (물론 "이 갑작스러운 전개는 뭐지...?" 싶은 장면도 있었습니다만 😓😂)(보신 분들은 어딘지 아시겠지요?)
트위터 @windsisle
"넷플릭스 한국드라마는 미국 TV를 괴롭히는 "PC충"들이 없어서 좋다".
얼마 전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댓글입니다. 같은 시기 흥행하고 또 경쟁했던 작품의, 최고는 아닐지언정 나름대로 최선을 향했던 노력에 대해 정리하자니 저도 몰래 계속 이 문장이 떠올랐어요. 그렇기에... 오늘 소스를 맺는 마지막 사진으로 조심스레 남겨봅니다.

예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괜찮았던" 작품 <아케인>.
님은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여러모로 디핑에서 소개할만 하지 않았나요? 😊
(시즌 2 나온다던데... 이래도 안 보실 거예요? 🥺ㅎㅎ)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 아는 그거 대신: 디핑의 OTT 1픽!
첫 번째 특집으로는 넷플릭스<아케인>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파, 왓챠의 독점 콘텐츠에 대한 내용을 준비할게요.
오늘 소스를 읽고 느낀 감상과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디핑🍟과 나눠주세요.
한 줄 짧은 생각이어도, 날카로운 비판이어도... 사소한 제안이어도 모두 환영이에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
더 나은 소스 제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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