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공방 베타 1호 2024. 2. 23 계절공방 2월호
님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처음’에 대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처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처음은 첫 등교, 첫사랑, 첫 출근처럼 인생의 굵직한 사건이기도 하고, 식당의 신 메뉴를 주문하거나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도전하는 일처럼 일상의 사소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무수한 처음들은 대개 낯설고 얼마간 두렵기도 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중 어떤 처음은 너무나도 강렬하고 도발적이어서 또다른 ‘시작’으로 번져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오늘 <계절공방>이 님께 첫선을 보입니다. <계절공방>은 다섯 명의 에디터가 ‘제철마다 꺼내 읽는 책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뉴스레터 매거진이자 또하나의 브랜드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우리가 무언가에 푹 빠졌던 순간과 처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오늘의 낯선 첫인사가 님께도 어떤 시작이 되길 바라면서 레터를 열어볼게요.
|
|
|
- [Interview] 이야기가 찾아오는, 백수린
- 북큐레이션 - (사랑에) 빠지다
- Editor's pick - 요즘 우리가 빠져 있는 것
- [Ending] quote : 계절문장 - 백수린 『폴링 인 폴』
|
|
|
[Interview] 이야기가 찾아오는, 백수린 |
|
|
백수린 작가는 등단 전, 소설을 자유롭게 쓰던 시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면 그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아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 형태를 찾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 시절에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첫 소설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첫 소설집이 새롭게 세상에 나오게 된 지금 소설가 백수린의 시작과 현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
|
Q. 『폴링 인 폴』의 판권을 살펴봤습니다. 출간 연도가 2014년이었어요.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출간된 첫 소설이 2024년에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이 됩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작년에 『눈부신 안부』를 출간할 때 편집자님께서 2024년이 『폴링 인 폴』이 출간된 지 10년이 되는 해인데, 출간 10년에 맞추어서 개정판을 내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 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벌써 10년이 되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흘렀구나, 그동안 내가 정말 많은 일들을 해왔고 열심히 살았구나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첫 책을 냈을 당시에는 10년 차 작가들, 7년 차 작가들을 보며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10년은 쓰고 싶다. 그 이상을 쓸 수 있으면 더 좋지만 못해도 10년은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첫 소설집이 나온 지 10년이 됐다니까 감개무량하네요.
Q. 표제작 「폴링 인 폴」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요.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랑을 해.”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언어나 국적이기에 불가피한 거리감 등을 넘어서는 서사들이 자주 보여요. 그런 이야기들로 하여금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소설에 언어나 국적이 다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소통과 관련된 은유적인 상황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설정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가 발생하고 소통이 미끄러지는 것, 그런 순간들에 관심이 많은데요. 그런 상황을 소설적으로 보여주기에 제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식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대화의 시도, 그들끼리 뭔가를 전달하려고 애를 쓰거나, 가까스로 이해에 닿거나 닿은 줄 착각하는 상황들을 보여주는 일이었어요. |
|
|
Q. 첫 소설집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가 어떤 작가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작가예요. 소설을 사랑하고, 소설의 힘을 믿는 작가고요. 그리고 오래 쓰고 싶은 작가. 초판 작가의 말을 보니 그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오랫동안 소설을 쓰고 싶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소설을 쓰고 싶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소설을 쓰고 싶은 작가입니다. |
|
|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은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겨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해요.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일을 좋아하죠.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두근거림, 숨길 수 없는 환한 웃음이 전해주는 행복의 감정까지 모두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나 모든 사랑이 원하는 결말을 가져다주지는 않아요. 소통하지 못한 사랑은 상처로 돌아오고 씁쓸함만 남기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스스로 사랑에 빠져들어요. 결말이야 어떻든 한 사람에게 마음을 줬다는 것은 소중한 추억일 테니까요. 여기 혼자만의 사랑에 빠진 네 명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가볍게 스쳐지나간 사랑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삶을 바꾼 처절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
|
|
Editor's pick - 요즘 우리가 빠진 것 |
|
|
<계절공방> 다섯 명의 에디터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폴링해 있는 게 뭐야?’ <계절공방>을 통해 앞으로 자주 만날 에디터들의 요즘 속 얘기를 공개합니다. |
|
|
이번 그래미 어워즈 최고 화제의 장면 다들 보셨나요? 바로 ‘올해의 레코드상’을 포함해 2관왕을 거머쥔 마일리 사이러스의 무대를요. 생애 최고의 순간 그녀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듯 힘차게 노래하고 또 환희의 춤을 췄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자유롭고 아름다운지 눈물이 울컥 날 정도였는데요. 10년간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후의 심경을 담았다고 알려진 <Flower>의 가사도 한몫한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늘 퇴근 후 이 영상을 시청합니다. “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어”라는 가사를 읊조리며 마치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듯 말이죠.
강한 육신에 강한 정신. 요즘 제가 자주 하고 다니는 말입니다. 운동을 꽤나 잘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신다면,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n년을 살아오면서 운동과는 한순간도 친해진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여러모로 위기감을 느껴 최근 막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만 푹 빠져버렸어요. 원래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호들갑을 떤다고 하죠? 모든 귀찮음을 무릅쓰고 운동을 나가는 순간, 내 몸을 움직여 성실히 땀을 내는 순간, 그리고 억겁의 고통(?)을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든 순간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저에겐 아주 큰 뿌듯함으로 다가옵니다. 오늘도 저는 외쳐봅니다. 강한 육신에 강한 정신!!
- 에디터 그나는 지금 폴링 인 [꽃보다 오징어]
저는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몰두할 때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편인데요.
책을 읽을 때나 원고나 기획안 등을 쓸 때 저는 빵이나 주전부리를 꼭 입에 넣고선 작업을 하곤 해요. 제 오래된 습관 같은 건데 요즘에는 ‘꽃보다 오징어’라는 간식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달에 레터가 시작되었다면 ‘그릭데이 요거트’였겠지만 이번달 제가 ‘폴링 인’ 하고 있는 것은 단언컨대 ‘꽃보다 오징어’입니다. 한양식품에서 나오는 ‘꽃보다 오징어’의 카피는 무려 “멈출 수 없는 그 맛”입니다. 저는 이 멈출 수 없는 맛을 저희 브랜딩 부문에도 널리 전파하고 있습니다. 턱은 조금 아프지만요.
전 캠핑을 가진 않아요. 그녀들이 캠핑 물건을 차에 싣고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설치하고 밥을 해 먹으며 혼자 조잘대는 것을 매일 저녁 지켜볼 뿐이죠. 사서 고생들입니다. 캠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걸 배울 뿐이지만 어쨌든 푹 빠져 있어요.
저는 요새 ‘디깅digging’에 빠져 있어요.
‘파다’라는 동사, dig에서 온 ‘디깅digging’은 원래의 의미뿐만 아니라 음반의 탐색-발견-수집의 뜻도 포함하게 되었고 5년 차 수집가인 저는 이걸 하러 기어이 비행기를 탔죠. 도쿄 시부야의 타워레코드와 레코판, 그리고 신주쿠의 북오프를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앤디 워홀이 작업한 The Rolling Stones의 <Sticky Fingers>의 지퍼 달린 오리지널 버전 바이닐을 3만원에 구하고, 존재조차 몰랐던 Oasis의 언플러그드 라이브 CD도 획득했답니다 :)
|
|
|
[Ending] quote : 계절문장 - 백수린 『폴링 인 폴』 |
|
|
계절공방 :: 제철마다 꺼내 읽는 책과 생활
<계절공방>은 다섯 명의 에디터가 ‘제철마다 꺼내 읽는 책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뉴스레터 매거진이자 또하나의 브랜드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