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월 한인문화회관소식지 No.142

01 November 2021 l Issue No. 142

[소식] 김운하 고문 출판기념회 및 김충자 여사 팔순 기념회 성료

지난 16일 김운하 재오한인회지 편집고문의 시집 ‘다뉴브 연가’ 출판기념회 및 부인 김충자 한인문화회관 이사의 팔순잔치가 합동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순복음교회 나기창 목사의 축도와 정창식 초대한인회장을 비롯한 여러 한인회 분들의 축사말씀에 이어, 김운하 고문의 감사인사와 시집의 간략소개, 김충자님의 생애 관련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이후 축하음악회가 열려 기념회가 더욱 뜻 깊고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Feier zur Publikation des Gedichtbandes „Donausonate“ von Woon-ha Kim und Feier zum 80. Geburtstag seiner Gattin Choong-ja Kim

Anlässlich der Feierlichkeiten wurden an diesem Tag zahlreiche Glückwünsche ausgesprochen. Man stellte den publizierten Gedichtband vor und zeigte auch ein Video über das Leben von Choong-ja Kim. Anschließend gab es ein kleines Familienkonzert sowie eine Aufführung koreanischer Musiker/innen.

<알림> 비엔나 한글학교 소식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하여 Schönbrunn 동물원으로 가을맞이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이날 참석한 학생, 학부모, 교사 140여명은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다시 익히고, 동물원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통하여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호랑이에 대해 새삼 알아가는 등 알차고 즐거운 소풍행사를 가졌습니다.

10월 16일 제 78회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치러졌으며 총 57명이 응모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높아져 가는 K-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인기로 참가 수험생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름다운 노래소리 뿐 아니라 '어린이 문화사절단' 으로서 인기가 많은 비엔나 한인소년소녀 합창단에서 신규 단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Mitteilungen> Koreanische Schule in Wien

1. Anlässlich des Hangeul-Tages am 9. Oktober 2021 machten insgesamt rund 140 Schüler, Eltern und Lehrer der Koreanischen Schule gemeinsam einen Ausflug zum Tiergarten Schönbrunn. Die Schüler wurden über die Besonderheiten des koreanischen Alphabets unterrichtet und hatten anschließend eine schöne Zeit, in der sie die symbolträchtigen Tiger (Ikone der koreanischen Geschichte und Kultur) bestaunen konnten.

2. Am 16. Oktober 2021 fand der 78. offizielle koreanische Sprachtest (TOPIK) in Österreich statt, wofür sich heuer insgesamt 57 Prüflinge angemeldet hatten.

3. Der Koreanische Kinderchor in Wien, der auch als “Kulturvermittlung durch Kinder” weithin bekannt ist, sucht ab sofort neue Mitglieder.

<한국 시인의 정원> 조성사업

'22년 5월 3일 개관 10주년 기념 <한국 시인의 정원> 조성사업을 추진 현황을 알려드립니다.

저희 사무국은 지난 9월 중순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정지용, 조지훈 한국 대표 시인 5분의 기념비 설치 및 정원 조성에 대한 현지 정원관리국의 인가를 득하였고 시인 흉상 및 기단 제작 견적을 마무리하였으며, 대표시선 독역 관련 현지 출판사 및 번역가와의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리고 그 뜻을 후대에 지속 전승하는 동 사업에 여러분의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Das Bauprojekt: “Der Garten der koreanischen Dichter”

Mitte September wurde die Errichtung des „Denkmals der fünf koreanischen Dichter“ und die dazu gehörige Gartengestaltung vom Wiener Stadtgartenamt genehmigt.

Die Kostenplanung für die Anfertigung der Dichter-Büsten sowie des Podiums ist bereits abgeschlossen. Die Detailplanungen mit in- und ausländischen Künstlern sind im Gange.

Dieses Projekt dient zur Verbreitung der koreanischen Kunst und Kultur im Ausland und ihrer Überlieferung an zukünftige Generationen. Daher ersuchen wir um Ihre besondere Aufmerksamkeit und tatkräftige Unterstützung.

[광고] 2022년 1월 1일 바덴 극장 신년음악회

2022년 1월 1일 20시,

휴양과 치유의 명소로 유서깊은 Baden에서 신년음악회가 개최됩니다.

바덴 시립극장 (Stadttheater Baden)에서는 이미 유럽과 아시아 등 유수의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소프라노 양제경이 출현하여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푸치니, 베르디, 로시니, 슈트라우스 왈츠 등 유명 오페라부터 오페레타까지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통하여 신년의 활기찬 기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티켓 가격은 19유로에서 62유로이며, 하기의 E-mail로 미리 구매를 예약하시면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할인 티켓문의 : office@wcn.co.at

(접수마감: 11월 14일까지)

https://www.buehnebaden.at/de/spielplan-und-karten/neujahrskonzert/2022-01-01-20h00/tickets.html

Badener Neujahrskonzert am 01.01.2022

Die koreanische Sopranistin Jay Yang, die sich sowohl in Europa als auch in Asien großer Beliebtheit erfreut, wird im Stadttheater Baden auftreten.

Auf diesem Konzert gibt es ein vielseitiges Programm, das von Werken aus berühmten Opern wie Puccini, Verdi, Rossini und Strauss bis hin zu Operetten reicht.

Die Eintrittskarten kosten 19,00 – 62,00 Euro je nach Kategorie und können unter office@wcn.co.at bei Vorbestellung mit 50% Rabatt erworben werden.

[광고] 소프라노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35주년 유럽투어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세계무대 데뷔 35주년을 기념하여 유럽 투어공연을 갖습니다. 크로아티아와 벨기에를 비롯하여, 11월 19일(금) 19:30 오스트리아 Musikverein Wien에서 그 화려한 무대가 펼쳐집니다.

이번 비엔나 공연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그녀의 동료들(러시아 피아니스트 나탈리아 시도렌코,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오페라 아리아에서 한국 가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주제로 진행됩니다.

그녀는 올해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아카데미상 최우수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세계 클래식 음악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명예의 전당(Asian Hall of Fame)“에 추대되었습니다.

"신이 내린 천상의 목소리"라는 그녀의 공연을 통하여 아름다운 비엔나의 가을밤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공연 관련 무직페어라인 홈페이지:

https://www.musikverein.at/konzert/eventid/46412

* 티켓 문의: SBU&Partner 이혜련(Cecilia Lee),

cecilia@sbuvienna.com

* 연락처: +49 152 2462 5854, +43 664 1016377

* 카톡 아이디: sbuvienna

Europatournee von Sopranistin Sumi Jo (anlässlich ihres 35-jährigen Jubiläums zur Weltpremiere)

Am Freitag, den 19. November 2021 um 19:30 Uhr tritt die koreanische Sopranistin Sumi Jo im Musikverein Wien auf. Weitere Aufführungen wird es in Kroatien und Belgien geben.

Das Konzertprogramm in Österreich besteht aus Opernarien bis hin zu koreanischen Volksliedern und wird gemeinsam mit ihren Kolleginnen Natalia Sidorenko (russische Pianistin) und Jasmine Choi (koreanische Flötistin) vorgeführt.

[기획연재] 권기훈의 와인 스토리텔링 13

기고자 : 권기훈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 편집자 주 : 기고자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 Sommelier 자격을 취득,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 등에서 수학하였습니다.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역임하고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는 등 현재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권기훈 a9004979@naver.com

* 가을 소풍

가을 햇살 가득한 날,

인자한 햇빛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지막 남은 붉은 포도주도 늦가을 단풍처럼 색이 바래져 가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산기슭 너럭바위는 가을 소풍터로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야,

전혀 야망이 없되 말처럼 열심히 일하는 거지,

마치 모든 야망을 가진 것처럼.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져 살되,

그들을 필요하지 않지만 그들을 사랑하는 것.

당신의 위로는 별들을, 좌로는 흙을, 그리고 우로는 바다를 두고 문득 당신의 마음 속에 인생이 최후의 기적을 완성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지:

바로 인생이 동화가 되었다는 것을."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조르바는 육체에 피가 돌고 머리에 저울을 달고 이해 하려고 들지 않은 사람입니다.

조르바는 대지와의 탯줄이 끊어지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염소피같은 붉은 포도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끊어진 탯줄을 다시 잇는 일은 성찬식의 그것처럼

은밀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성찬주는 오스트리아산 레드와인 St. Laurent 입니다.

St. Laurent은 오스트리아 토착품종입니다.

기원전 3세기 로마부제 St. Lawrence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향, 새콤한 체리향, 섬세한 산미, 벨벳같은 타닌, 실키한 질감이 피노누아와 흡사하나, 피노보다는 풍미가 진중합니다.

피노누아의 glamorous 버젼입니다.

까탈스러운 생육조건 까지도 비슷하지요.

빈에서 자동자로 한시간 거리에는 Baden이라는 아름다운 온천도시가 있는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재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마실 와인도 이 지역 JURIS 와인입니다.

음식과 와인을 나누는 일은 육체의 공복이 아니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일 입니다.

함께 누렸던 시간은,

언젠가 다가올 저문 겨울날,

그리움을 채워줄 넉넉한 비축미로 으로 남겠지요.

"정오 가까이 되어 비가 멎었다.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밀어 그 햇살로 사랑하는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

나는 뱃머리에 서서 시야에 드러난 기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내버려두었다."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독일 시인 폴커 폰 퇴르네 는 이렇게 읊었습니다.

모든 게 네 것이다.

해도

바다도

낮도

밤도

포도 넝쿨의

포도 송이도

갈매기들도

바람 속에

나부끼는

단풍도

땅도

바위도

샘 속의

물도

빵도

소금도

냄새도

사과도

모두 다 네 것이다.

시간은 너무 빨리 우리 앞을 지나칩니다.

시간은 가고 유한하기에 우리는,

이 가을을 더 깊이 살아내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은

이 가을이어야 합니다. [完]

[연재] "한국 스키 100년, 그 뿌리를 찾아서... 1"

기고자 : 대한스키협회 의무이사 공창배

* 편집자 주 : 한국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 공창배 박사께서는 2020년 비엔나종합병원(AKH) 교환교수로 오스트리아와 인연을 맺으셨습니다. '100세 시대의 건강관리'에 이어 평소 관심 분야인 스키 및 한-오 스키의 역사 관련 글로 여러분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현재 기고자께서는 국제스키연맹의 의무위원로 활동하시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의무위원 및 한국스키 100년사 편찬위원을 역임하는 등 대한민국 스키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2021년은 대한민국에 스키가 전파된 지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스키 종주국인 오스트리아에서의 장기 연수를 마칠 무렵 운 좋게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풀리면서, 알파인 스키의 창시자 Zdarsky 의 무덤이 있는 Lilienfeld 에 위치한 스키 박물관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https://de.m.wikipedia.org/wiki/Datei:Zdarsky_Grabst%C3%A4tte2.JPG

Lilienfeld 는 비엔나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여기에 알파인 스키의 창시자 Zdarsky 의 무덤이 있고, 스키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한국의 스키인은 극소수일 것이라 생각되며, 저 또한 알지 못하였었습니다.

2021년 1월 근처 스키장을 가기 위해 지나가다가 길가에 츠달스키가 스키 타는 모습의 표지판과 Ski Museum 푯말을 보고 우연히 알게 되어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본 연재글을 통해 Lilienfeld 스키 박물관의 전시물 내용으로 알파인 스키의 탄생과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고, 오스트리아 스키가 대한민국에 어떠한 경로로 전파 되었는 지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릴리언펠트 스키 박물관 이야기 1

전 세계 최초의 스키 시합이었던 Muckenkogel 시합 (1905년 3월 19일)

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스키 시합이 열렸던 Muckenkogel 슬로프와 기문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모형 뒤 창문 넘어 보이는 산등성이가 Muckenkogel 이라 합니다.

박물관에는 1890년대의 스키 시합도 몇 개가 글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정식으로 Rule (기문 사이를 통과하는) 을 제대로 갖추어 시합한 것은 1905년 이 시합이 최초라고 합니다.

‘On March 19, 1905 the first official Alpine Ski Race was held on Muckenkogel. It was won by Zdarsky.’

“In the 1890s, the Lilienfeld ski pioneer Mathias Zdarsky developed steel bindings and the skiing techniques to go with them. These innovations attracted many an alpine enthusiast to Lower Austria to attempt the new sport under Zdarsky’s guidance. Muckenkogel, the local mountain in Lilienfeld, was the venue for the first ski race in world history in 1905 and remains a popular ski resort today.“

https://www.lower-austria.info/genesis-of-downhill-skiing

이 내용을 보고나서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스키 종주국은 오스트리아인가 노르웨이인가?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스키 종주국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지며, 첫 번째 연재글은 비엔나 한인 스키회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18년,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오스트리아 한인 동포들께서 한국과 오스트리아 선수들의 응원을 위해 맹활약을 해주신 바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racecarve/222235580300

이 활동을 발전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자 2021년 2월, 비엔나 한인 스키회라는 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비엔나 한인 스키회는 스키를 통한 회원들의 건강 증진, 친목 도모, 한-오 교류 활성화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비엔나 한인 스키회의 도움으로 한국 스키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할 수 있었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비엔나 한인 스키회 이재성 부회장님께서는 세계 최초의 스키 시합이 열렸던 Muckenkogel 지명을 정확하게 확인해주셨고, 소세승 이사님은 Lilienfeld Ski Museum 에 동행하여, 스키 박물관에서의 통역을 도와주셨습니다. [完]

[음악연재] 지음知音*의 클래식

기고자 : 음악 칼럼니스트 나성인

*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르는 말

클래식 음악과 인문학을 한데 엮어 더 깊은 감상을 돕는 글입니다.

* 편집자 주: 서울대 독문과에서 독일시를 전공하였고 독일 아욱스부르크 대학에서 수학, 예술가곡 분야 코치 및 공연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과 클래식의 만남에 주목하여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 『하이네. 슈만. 시인의 사랑』, 『슈베르트 세 개의 연가곡』, 『베토벤 현악 사중주』 등이 있습니다. 기고자는 현재 예술 무크지 『풍월한담』의 편집을 맡는 등 클래식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계십니다.

평생 가는 강렬한 만남. 괴테가 모차르트를 만난 날

괴테가 인형극 상자를 선물 받은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이제 그는 온 도시가 알아주는 신동으로 소문 나기 시작했다. 어찌나 조숙하고도 영특한지 외국어도 척척 배우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았다.

여덟 살 때는 최초의 시를 남겼는데 그 내용을 살짝 엿보면 다음과 같다.

"고상하신 외조부님! 새해가 밝아오고

저는 저의 의무와 책무를 마땅히 표하려 합니다.

경외심이 저에게 여기 순전한 마음으로 시를 지으라 하오니,

모자랄 터이지만, 그래도 좋게 여겨 주소서.

시간을 새롭게 하는 신이여, 할아버님의 행복 또한 그리 하시고

새해에는 늘 무사안녕으로 조부모님께 관을 씌우소서

행복이 백향목처럼 든든히 오래도록 서기를 기원하옵고,

하시는 일은 늘 호의적인 운명과 길을 같이 하시기를,

가정은 지금처럼 축복이 모이는 곳 되게 하셔서

할아버님이 여전히 늦은 아침을 달리는 것 같게 하소서." (후략)

„Goethe in der Campagna“, Gemälde von 1786/87 von Johann Heinrich Wilhelm Tischbein (1751-1829) Quelle: picture-alliance / akg-images

이제 초등학교 1학년 된 녀석이 이런 운문을 구사한다고 생각해 보라. 조금 어질어질하지 않은가?

그는 천재였다. 게다가 환경도 훌륭했다. 어린 괴테는 프랑크푸르트 시장 텍스토어의 외손주였다.

집안에는 명사들이 늘 들락거렸으며 라틴어, 신학, 문법, 외국어, 피아노, 첼로, 그림 등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괴테의 부모는 뭐든지 잘 흡수하고 그 이상으로 도약하는 아들이 무척 흐뭇했을 것이다.

그런데 1863년 또 한 사람의 천재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마치 음악의 신이 날개를 펴고 그 작은 몸 위에 강림한 것 같았다.

모차르트가 프랑크푸르트를 찾은 것이다. 비록 먼 발치에서 실루엣 정도를 본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때의 연주와 반짝이는 천재성은 괴테의 마음 속에 평생 각인된다.

1830년, 81세의 노인이 된 괴테가 67년 전의 콘서트를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일곱 살짜리 소년 모차르트를 순회공연 장소에서 보았지. 나는 그 때 대략 열네 살쯤 되었었어. 그 작은 소년의 모습은 그 뾰족한 머리스타일 때문인지 아주 분명히 기억난다네.”

모차르트는 괴테가 마음으로 존경하며 함께 일하고 싶어했던 유일한 작곡가였다. 모차르트와 함께 오페라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괴테가 오페라라니? 싶지만 독일어 오페라의 창작이란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그 때만 해도 독일어가 너무 딱딱해서 오페라에는 맞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라이벌 살리에리는 자신의 레슨 학생 슈베르트(!)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밝고 노래하기 좋은 이탈리아어를 두고 왜 힘들게 독일어로 노래를 쓰나?”

하지만 노래에는 얼이 담기는 지라 남의 말로 된 노래에 그저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Bildquelle: picture alliance / akg

혼자 열심히 쓴다 하여 될 일이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작곡가가 따라주지 못했다. 가사는 좋은데 노래가 딸린다. 간혹 한 두 장면은 좋아도 전체 드라마의 작곡이 안 된다.

함량 미달의 작곡가들을 기다리느라 괴테는 결국 지쳐 버렸다.

하지만 괴테가 체념하고 있던 사이 모차르트가 결국 일을 해낸다. 1782년 최초의 독일어 오페라 <후궁탈출>을 성공시킨 것이다.

바이마르에서 이 공연을 본 괴테는 열렬한 모차르트의 팬이 된다. 이후 괴테는 바이마르 궁정 극장의 예술 감독이 되어 19년 동안 280회 넘게 모차르트를 무대에 올린다.

특히 가장 좋아했던 <마술피리>는 직접 무대를 도안하고, 몇 가지 모티프를 <파우스트> 2부 집필에 참고했을 정도이다.

모차르트가 좀 더 오래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괴테의 바람이 이뤄졌을까? 모차르트와의 연이 닿지 않은 아쉬움을 괴테는

“모차르트가 살아있었다면, <파우스트>를 제대로 작곡해 주었을 텐데…….”

라는 말로 달래기도 한다.

괴테가 평생 모차르트를 향한 존경을 품었던 것과 달리 모차르트는 괴테를 잘 알지 못했다.

아마도 진지한 문학보다는 여흥을 위한 소극이 주종을 이루던 당시 빈의 분위기가 한몫 했으리라. 하지만 모차르트는 저도 모르게 괴테의 시 한 편을 가곡으로 남겨 놓았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시에 즉흥적으로 곡을 붙인 것이다. 모차르트는 그 시를 쓴 사람이 괴테라는 사실을 몰랐고 딱히 그런 것에 관심도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모차르트의 유일한 괴테 작곡인 “제비꽃”이 원래 괴테의 음악극 대본에 수록된 노래였다는 사실이다. 묘한 일치면서도 묘한 어긋남이다. 하지만 괴테 역시 평생 모차르트가 자기 시에 곡을 붙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운명의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괴테가 일평생 존경심을 가졌던 유일한 음악가 모차르트는 그렇게 단 하나의 노래로 괴테 곁을 스쳐갔다.

경탄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괴테는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노년의 괴테는 에커만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모차르트는 나에게 하나의 경이였다네.”

어쩌면 모차르트는 천재 괴테에게 겸허함과 경탄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신의 전령이었는지 모른다. [完]

* 출처 : 유투브 링크 <모차르트 제비꽃 KV 476> / 소프라노 바버라 보니 / 피아노 제프리 파슨스

+43 01/263 1198

office@koreakulturhaus.at

Arbeiterstrandbadstrasse 122a,

Donaupark am Irissee, A-1220 Wien

* 발행인 : 송효숙 +43 01 263 1198

* 편집인 : 박상욱 +43 664 8873 5744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