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 번째 절기, 한로입니다. '한로(寒露)'입니다.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인데요.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유용하다고 합니다. 여름철의 꽃이 지고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에서 기러기 같은 겨울새로 교체됩니다. 찬 공기가 가을 곡식을 잘 영글게 하고 더 기온이 낮아지기 전에 농촌은 추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일 때입니다. 변화를 다들 체감하고 계시나요. 그나저나 한로가 추워지는 기점인 걸 머리로 아는 것과 여름옷 정리는 별개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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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큰일입니다. 가을은 계절이 아니라 절기가 되어버렸어요. 왜 이렇게 추운 거죠? 3일만 가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겨울. 2050년에는 가을이 사라져서 여름과 겨울 둘이서만 레터를 발행하게 되었답니다.(따란~)
'한로(寒露)'에는 추어탕을 많이 먹는다고 해요. 추어의 추는 '미꾸라지 추'인데 아니 '미꾸라지 추(鰍)' 한자 보세요. 물고기 어(魚)+가을 추(秋)라니, 진짜 성의 없지 않나요? 자기 이름 마음대로 사회적 합의를 한 것도 열받을 텐데 그딴 식으로 정할 수가! 아무튼 가을 물고기인 줄 몰랐는데 쓸데없지만 신기합니다. 아 추어!
이상 오늘의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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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추분에서 한로까지 한 절기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출퇴근하느라 기력을 다 써버린 것 같아요. 퇴사를 꿈꾸며 사직서 품고 있는 평범한 근로자인데, 막상 출근하면 또 누구보다 열심히(아닐 수도, 그치만 상사보단 열심히) 일 하는 제 모습이 참 모순적이라고 느껴요.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게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그저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니까요! 그래도 점점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의미 있는 일이란 뭘까요? 모든 직장인의 고민인가요? 아니면 유별난 저의 고민인가요? 으 별난 사람이어도 좋으니 저는 의미 찾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곧 조만간 의미를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나볼까 해요. 무모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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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공상이 살찌는 계절, 가을🎃(이제 내가 가을인지 가을이 나인지)입니다. 감상에 빠져보자면요, 사실 저는 절기에 별생각 없었는데 이 친구들이 절기를 좋아해서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답니다. 어느샌가 진심이 된 가을을 봐.
제가 어릴 때부터 많이 하던 공상 중 하나가 나의 영혼이 어떻게! 하필! 나의 신체와 맞닿아 내가 '나'라는 자아를 만들게 되었냐는 건데요. 왜...? 대체... 왜? 영혼인지 미친인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질적인데, 육체와 정신이 하나라면 어떻게 '나'라는 존재가 생겨난 건지 신비롭잖아요? (탄생 말고 생성이요.) '나'도 신기하지만 '우리'는 천만 배 더 신기하고요. 생각할수록 내가 어떻게 이들을 만나게 되었나. 나를 이곳에 도달하게 만든 모든 선택에 감사하는 요즘입니다. 길지 않은 가을이 어제 왔다가 오늘 가네요. 필사는 그렇게 됐어요.ㅎ 다음 절기에 더 성장해오겠습니다.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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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겨울🤓입니다. 최근 저의 관심사는 초연함, 담담함,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그런 류의 멋지고 단단한 멘탈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가인데요. 친구와 프로들의 단단한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쇼팽 국제 콩쿨 결선에서 연주 하던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건반의 무게와 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느껴 1악장 종료 후 피아노 뚜껑을 열었대요. 그런데 그 안에 피아노 조율 기계가 들어있어 해결되기까지 한참을 콩쿨 진행이 중단됐다고 합니다. 나라면 발생한 상황에 사로잡혀 그 뒤 연주는 다 망쳤을 거야,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 모든 걸 관객한테 들켰을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며 프로들의 단단한 멘탈과 나의 한없이 흔들리는 멘탈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경력과 연륜에서 오는 단단함일까, 수없는 연습으로 단련된 나에 대한 자신감에서 오는 초연함일까. 그마저도 아니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서 나오는 담담함일까? 연차는 쌓이고, 밑으로 후배도 생기고 책임져야 하는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도대체!! 왜 확신, 결정력, 추진력은 안 생기는 걸까요?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에 기본 세트 구성으로 주셔야 하는 거 아닌지. 단단 멘탈 파는 곳 알면 꼭 같이 공구해요~!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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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모토 유지 Sakamoto Yuji|坂元裕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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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제철소는 제 기력을 되살려준 한 작가님을 소개할까 해요. 저는 니혼고 드라마 혼또니 다이스키인데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마더(2010)> 등을 집필한 '사카모토 유지(坂元 裕二)'입니다. 최근 2022년 3분기 드라마 <첫사랑의 악마(初恋の悪魔)>가 방영했는데요. 역시 매회 감탄하며 보고 있어요. 대사는 물론이고 캐릭터들의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표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시카하마는 제 가좍입니다;)
사카모토 유지 작품을 하나 더 소개해 볼게요. 2016년 방영한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인데요.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 <당신을 울리는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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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로 매회 눈물을 쏟게 하는 가슴 아픈 서사가 특징입니다. 제 블로그 포스팅에는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오열한 드라마'로 기록되어 있네요ㅎㅎ (👉블로그 바로가기👈)
글이 길어지네요.. 아직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데... 2021년 개봉한 스다 마사키,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인데요... 공통점 오백 개여서 더 사랑할 수 있었던 연인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한 영화예요. 꽃다발처럼 현상 유지만을 하려다 결국 이별하게 되는 영화인데요. 사랑도 잘 모르고 연애는 더 모르지만, 친구나 지인같이 다양한 인간관계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악 너무 길다고 혼날 것 같네요. 급하게 마무리합니다. 다들 ㅃ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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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Joachim Trier|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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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가을🎃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소개하면 제법 웃기겠죠? 하지만 할거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라고 적힌 티켓을 들고 오슬로 입장!
주인공 율리에는 의대에 갔다가,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사진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인데요. 원하는 것을 찾아 헤매며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길 원하는 율리에의 모습은 우리를 너무 닮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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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자꾸(자아 꾸미기)'에 대한 영화입니다. 두 명의 남자 휴먼과 만나는 것도 '자꾸'의 한 과정이죠.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나타나는 율리에의 기이한 행동들은 인생 과도기의 불안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어떻게 이 모든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귀결되는 것인지. 분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기대를 걸었던 마음들은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그 단어가 턱없이 모자랐단 말이죠. 불안을 쓰다듬으며 보기에 적절한 영화입니다. 선선한 밤바람을 느낄 수 있는 얼마 없는 날들에 추천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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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olin sonata no.3 2nd mvt J.Brahms|김동현, 박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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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겨울🤓의 자금 흐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 바로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인데요. 김동현 연주를 제철소로 가져왔습니다(동현 천재 만재 바이올리니스트인 거 내가 널리 알릴 거야ㅜ). 잘짜여진 공연 프로그램도 좋아하지만, 사실 전 앙코르곡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날의 공연 분위기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곡, 관객이 돌아가는 길 여운까지 생각해 연주자가 앙코르 곡을 선정한다는 점이 꽤나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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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 발행 전날 다녀온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 공연 앙코르곡이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2악장이었어요. 외투를 챙겨야 하는 쌀쌀해진 날씨에 어울리는 브람스 곡을 앙코르곡으로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너무좋아미쳐). 따뜻한 피아노 소리와 깊은 바이올린 소리가 지금 날씨에 딱입니다. 앙코르곡의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더라고요. 와인 생각이 절로나 연주 곱씹으며 와인 마셨슴돠. 바이올린 김동현, 피아노 박영성의 연주입니다! 꼭 들어보시길 (👉감상하러 가기👈) 와인, 브람스, 가을,,, 놓칠 수 없잖아여,,이 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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