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영화 #얼룩소
애정클 프리미엄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애증의 정치클럽이 미디어 플랫폼 alookso에서 프리미엄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현재 해당 콘텐츠는 alookso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가까운 시일 내에 애정클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그날, 전두환이 죽었다면

팝콘폴리틱스
애증의 정치클럽이 연재하는 팝콘폴리틱스는 문화콘텐츠에 나타나는 정치적 배경을 ‘덕력’ 넘치는 시각으로 파헤쳐보는 콘텐츠입니다.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첩보액션영화 《헌트》에서는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를 모티브로 한 대통령 암살 모의 사건이 등장한다. 아웅산 묘소 테러에서 북한은 전두환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폭탄이 일찍 터지는 바람에 전두환은 천운으로 목숨을 구했다(당시 부총리 이하 수행원단과 취재진 등 17명의 한국인이 목숨을 잃었다).《헌트》뿐만 아니라 《남산의 부장들》역시 독재자의 암살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독재자의 죽음을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테러에서 만약 전두환이 어떻게든 세상을 떠났다면 80년대의 비극은 조금 더 빨리 끝나지 않았을까? 역사는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최근 철학계와 사회과학계에서는 ‘페이션시(patiency)’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페이션시는 우리말로는 ‘감수력’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무언가를 감수하며 견뎠던 경험, 그런 수동적 상태에서의 경험이 이후에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넬슨 만델라가 억압받던 남아공 흑인 사회의 분노를 잠재우고 '용서와 화해'라는 길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만델라 자신이 백인 정권의 탄압을 누구보다 오랜 세월 견디면서 형성한 페이션시 덕분에 가능했다.

민주주의를 위했다는 김재규의 주장이 성립할 수 없는 것도, 아웅산에서 전두환이 죽었어도 민주주의가 빨리 찾아올 수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시민혁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시민 전체가 페이션시를 가져가는 혁명을 말한다. 시민의 페이션시를 결여한 혁명은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없다.

80년대의 정치적 상황은 창작물에 있어 매력적인 시공간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참혹한 고문을 받은 김근태 전 의장의 이야기를 다룬 《남영동 1985》,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민주 항쟁까지의 과정을 그린 《1987》이 대표적인 작품이고,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는 80년대 최대의 비극인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렸다.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사람들》로 시작해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 《남영동 1985》를 거쳐 《1987》로 이어지는 한국의 80년대라는 역정에 《헌트》라는 작품이 더해졌다. 이쯤 되면 이 영화 ‘80년대 정치극’ 시리즈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애증의 정치클럽> by 미러볼미디어
hello@lovehateclub.com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41 8층 803호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