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운 

  지난 여름 엄마가 글레이즈드 도넛을 삼키며 말했다 기계가 무서워져서 더는 일을 할 수가 없겠어

  사표를 쓰러 공장을 간 엄마는 그 길로 영영 지워졌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옮겨지던 버블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다시 여름이 되어 주민센터에 가서 실종신고 서류를 쓰고 돌아왔다

  엄마가 포장했다는 버블티를 씹지도 않고 삼켰다 엄청 달다, 목 뒤로 단숨에 넘겼다 입에서 단 침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치약을 떨어뜨린 줄도 모르고 밋밋한 칫솔로 양치하듯 혀를 이곳저곳을 살폈다

  주먹처럼 나선형을 그리며 잠에 들었다 누군가 최소한의 잠으로 견디며 이 장면을 찍어내는 것 같았다 나의 실종을 위해 한 장 더 챙겨둔 종이가 범인일까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 봐도 바깥의 차들은 가만히 주차돼 있었다 타이어가 흙바닥에 남긴 궤적을 관찰했다 통유리로 마감된 벽, 찍혀 있는 온갖 더러운 손자국이 나의 눈 안쪽으로 기어들어왔다

  ······숨이 무거워

  ······무덤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소란스러웠다 엄마의 무덤이 너무 조용한 탓에 다른 무덤 안의 시체들이 코고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팔을 자주 들어올리던 엄마의 자세를 따라해 보았다 오래도록 바뀌지 않는 신호등이 고장난 줄도 모르고 가만히 서 있는 아이가 되었다 이번 여름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실종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진원지는 먹다 남긴 버블티, 미끄러지듯 회전하는 차축과 원과 시곗바늘 소리를 떠올리면 어지러워서 냉장고 코드를 뽑고 가만히 먼지 낀 손가락을 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