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장 장재열입니다. 2주 전쯤부터 춥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잠바 꺼내 입으신 분들도 꽤 계시죠? 저는 전기장판을 개시했습니다. 이렇게 기온이 뚝 떨어지고 나면 괜히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어요. 체온과 마음의 온도가 연동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마음의 전기장판 역할을 해 주는 시간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 뉴스레터 인터뷰 코너를 위해 인터뷰이 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요.
여러분께 정말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심사숙고해서 정하고,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눠 보면, 어느새 제 안에 가장 먼저 좋은 문장들이 잔뜩 수집되어 있더라고요. 좋은 사람을 여럿 만나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경험은 마치 여러 벌의 옷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날씨에 따라 패딩을 입었다가 얇은 후리스를 입었다가 하듯이, 좋은 문장들이 내 안에 많이 쌓여 있으면 마음의 온도가 바뀔 때마다 꺼내 입을 수 있거든요. 꼭 제 생각이 아니더라도, 읽었던 것 들었던 것이 적재적소에 나타나서 마음의 온도를 데워 주기도 하더라고요.
자, 그러면 오늘도 여러분께, 그리고 저에게 작은 전기장판 같고 후리스 같은 온기를 전해 줄 인터뷰와 소식들, 전해 드려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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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눈에 보는 오늘의 마음건강
① 리추얼 | 그림자 너머 빛을 바라보는 시간 ② 인터뷰 | 장례지도사 및 삶기획사 대표, 한주원 ③ 이달의 마음건강 강연 및 교육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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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너머 빛을 바라보는 시간🌙
달의 뒷면
editor 월간 마음건강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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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달은 언제나 지구를 향해 단 한쪽 면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환하게 빛나는 표면만을 달의 전부라 믿곤 하지요. 하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둠 너머에도 달의 또 다른 얼굴, ‘뒷면’은 변함없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성격과 자아 역시 달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장점만 전면에 내세우고, ‘단점’이라 규정한 면들은 혹여 들킬까 깊이 숨기곤 합니다. 하지만 어둠이 없다면 빛도 존재할 수 없듯, 내가 그토록 없애고 싶던 단점은 사실 내 가장 빼어난 장점의 뒤편에 숨은 다정한 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월간 마음건강은 나의 어두운 면을 온기로 비추어 보는 ‘달의 뒷면’리추얼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달의 뒷면’은 결함이라 믿었던 성격의 단점을 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그룹 테라피 리추얼입니다. 먼저 평소 나를 자책하게 만들었던 성격적 특성을 엽서 한 장에 솔직하게 적어 보세요. “나는 너무 우유부단해서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주저해.”처럼요. 다 적었다면 엽서를 옆자리 사람에게 조용히 넘깁니다. 엽서를 받은 상대는 그 단점 뒤편에 숨은 장점을 아래에 다정하게 적어 주면 됩니다. “우유부단하다는 건 타인의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배려할 줄 안다는 뜻이야”처럼 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재구조화(Cognitive Reframing)’라고 부릅니다. 상황과 생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기법인데요. 단점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둔 성격을 타인의 다정한 시선으로 재해석할 때, 내면의 수치심은 수용으로 변하고 자아존중감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게 된다는 거죠.
다시 돌아온 엽서를 펼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아련한 온기가 피어오릅니다. 결함이라 믿으며 숨기기 급급했던 내면의 그림자가, 타인의 시선을 통과하며 나를 지켜 주던 든든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죠. 이번 주말에는 마음 놓을 수 있는 이들과 서로의 ‘달의 뒷면’을 비추어 주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비로소 완벽해지는 달처럼, 우리의 마음 역시 그제야 오롯이 충만해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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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죽을지 묻자 어떻게 살지 보였다
interviewee. 한주원 (장례지도사 및 삶기획사 대표)
interviewer. 장재열 (상담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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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귀여운 저승사자’가 되고 싶은 한주원입니다.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어요. SNS 소개란에 ‘실적이 없었으면 좋겠는 저승사자’라고 써 둔 적도 있고요. (웃음)
Q. 저승사자면 저승사자지, 왜 굳이 귀여웠으면 좋겠어요? 그냥 저승사자라고 하면 왠지 무서운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승사자가 누굴 해치는 건 아니거든요. 떠나는 분들 잘 모시고 가는 안내자니까요. 이왕이면 안 무서웠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Q.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번 호 주제인 ‘온기’가 떠올라요. 체온 36.5도가 사라져 가는 고인의 마지막을 보시는 주원 님께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어요. 얼마 전 아주 늦은 밤에 응급실에서 남성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배우자께서 그 손을 놓지 못하고 계속 매만지시는 거예요. 절차상 자리를 비켜 주셔야 한다는 걸 아시면서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평생을 봐 온 그 손이 아직 따뜻하거든요. 그럴 때는 이 정도 시간은 눈감아 드려도 되지 않나 생각하면서 옆에 서 있어 드려요.
Q. 그런 순간을 매일 겪는다는 게 쉽지 않으실 텐데,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이 일을 한 건 얼마 안 됐어요. 계기는 일본 유학 시절이에요. 쪽방촌 건물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주거비를 안 내는 상주 스태프로 일했는데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 아침마다 고인을 수습해 조용히 나가는 구급차가 자꾸 신경 쓰였어요. 그리고 그 전에,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기숙사에서 세상을 떠난 채로 발견됐던 사건이 있었고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까지 같이 밥을 먹던 친구였죠. 이후 마음의 병이 한꺼번에 폭발해서 공황이 오고 휴학도 했어요.
Q. 친구의 죽음에 이어 쪽방촌에서 마주한 죽음까지, 죽음이 계속 곁에 있었던 거네요. 네. 건강하지 못한 몰두가 시작됐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에 감정이 동화되고요.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해서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었고, 어떤 날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원망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뀌더라고요.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죽음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정체를 모르니까 계속 끌려다니는 거잖아요. 그래서 열받은 김에, 이 몰두를 나한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써 보자 싶었어요.
Q. 그래서 장례지도사를 선택하셨군요. 회피가 아니라 직면을 택하신 셈인데, 겁나지는 않으셨어요? 그때는 그냥 일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치료도 계속 받고 있을 때였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너무 바쁘고 고돼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틈이 없는 거예요. 일주일쯤 됐을 때 제가 속으로 ‘살려 주세요’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요. 그걸 자각하는 순간 ‘나 좀 용기 있었다, 잘한 선택이다’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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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살려 달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고된 일을 하시면서도 죽음 워크숍에 생전 장례식 전시까지 하셨어요.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좀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서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맞는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서른아홉 생일에는 〈생소한 소생〉이라는 전시를 열었어요. 제 첫 번째 장례식이었죠. 걱정과 우울, 죽음에 붙들려 아무것도 못 하던 지금까지의 저를 그 장례식에서 죽이고 다시 새로 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저도 확 바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다운돼서 한동안 침체기가 있었어요.
Q. 그 침체기를 지나, 요즘은 어떠세요? 일상이 되게 잔잔해요. 너무 낯설어서 다시 안 좋아지는 신호인가 덜컥 겁이 났죠. 어떤 가라앉는 우울의 시기가 온 건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원래 그래요. 늘 기쁘고 신나기만 하면 그게 오히려 문제”라고 하시더라고요. 계속 '이게 맞는 건가? 왜 아무 일도, 걱정도 없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걱정이 없는 게 아니라, 있어도 저를 잡아먹지는 않는 상태가 된 거예요. 매일이 늘 불안하고 조급했다면, 이제는 ‘조금 괜찮네’ 싶은 날들이 조금 많아졌달까요.
Q. 저는 그 침체기가 볏짚을 태워 밭을 정리한 뒤 맞는 겨울 같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은 봄이 온 거고, 더디지만 소생을 하신 거죠. 그런 관점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살리려고 이 직업을 선택했고, 지금 이런 시기를 살고 있으니까요.
Q. 그런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걱정은 여전히 있잖아요. 요즘은 어떤 걱정을 하세요? 제가 계약직이라 올해 말이면 계약이 끝나요. 틈이 나면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 고인이 들어시는 거예요.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40대, 50대, 정말 젊은 분들이 일하다 돌아가시고, 밤에 주무시다 돌아가시고, 식사하다 돌아가시고요. 정말 죽음을 대비하지 않았던 분들을 뵐 때마다 ‘내가 또 어리석은 고민을 했구나’ 싶어요. 그런데 웃긴 게, 다음 출근 날이면 똑같은 고민을 또 반복하고 있어요. 그러다 고인이 들어오실 때마다 리셋되는, 계속 반복되는 수행인 것 같아요.
Q. 걱정에 끌려갔다가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거네요. 매일 조금씩 자기를 찾아가는 거고요. 그렇게 매일 죽음을 마주하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달라지셨을까요? 예전에는 ‘죽음을 터부시하지 말자’ 정도였는데, 요즘은 각자 자기 죽음을 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되게 안 죽을 것처럼 살잖아요. 그런데 응급실에 실려 오시는 분들도 오늘 이렇게 될 줄 모르셨거든요. 그래서 안 죽을 것처럼 아등바등 사는 나 자신을 조금씩 환기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죽고 싶은지 생각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게 돼요. 그렇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엔 어떻게 살 것인가가 되고요.
Q. 그럼 주원 님 자신은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 워크숍에서 다른 분들께는 쉽게 물어보면서, 정작 제 답은 매번 바뀌고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어느 한쪽으로 정해 두기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 보려고 해요. 다만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지금보다 좀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마음이 쓰이는 사람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랑 비슷한 시기에 유학을 갔고 비슷한 시기에 마음의 병이 시작된 언니가 떠올라요. 저는 이렇게 직면해서 조금씩 이겨 내는 중인데, 언니는 병이 계속 커지면서 많이 힘들어해요. 항상 마음이 쓰이죠. 꼭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한 제 모습 같거든요. 그 언니, 그리고 아직 직면이라는 선택까지는 오지 못한 분들께, 건네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엇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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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메일은 발신 전용으로 회신 확인이 불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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