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와 제자들이 전한 복음은 사람들을 하나님 나라로 초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구약에서 대망한 종말론적인 하나님의 통치와 구원이 임했음을 전파했습니다. 예수님도 그 나라가 임박했음을 전하셨는데, 그분의 설교와 가르침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이 드신 비유들—씨 뿌리는 비유, 탕자의 비유, 포도원 품꾼의 비유 등—도 모두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님이 가르치신 주기도도 하나님 나라를 향한 부르짖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병자를 고치고 귀신 들린 이들을 구원하신 사역도 하나님 나라가 능력으로 임하는 표징이었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하기 위해 떨어져 죽은 한 알의 밀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역, 죽음과 부활은 모두 하나님 나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이나 서신서를 보면 복음서에 가득한 하나님 나라나 천국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처럼 하나님 나라를 전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전했다면, 제자들은 그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베드로와 바울이 전한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승천 포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복음 또한 예수님이 말씀하신 임박한 하나님 나라가 그분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어떻게 이 땅에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는지에 관한 진술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이 전파하신 하나님 나라 복음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예수님이 부활한 뒤 승천하시기까지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는 언급으로 시작합니다(행 1:3). 그리고 바울이 하나님 나라를 전파했다는 말로 끝맺습니다(행 28:31). 예수님에 이어서 사도들도 하나님 나라를 전했음을 증거한 것입니다. 누가는 빌립이 하나님 나라를 전파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빌립이 하나님 나라와 및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관하여 전도함을 그들이 믿고 남녀가 다 세례를 받으니”(행 8:12). 또 바울이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전한 복음 역시 하나님 나라였다는 사실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보라, 내가 여러분 중에 왕래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였으나 이제는 여러분이 다 내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 줄 아노라”(행 20:25). “그들이 날짜를 정하고 그가 유숙하는 집에 많이 오니 바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고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말을 가지고 예수에 대하여 권하더라”(행 28:23). 주님이 귀신을 쫓아내며 치유하신 사역이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표징이었듯이, 제자들이 귀신 들린 자를 해방하며 병자들을 고친 것도 하나님 나라가 능력으로 임하는 사인sign이었습니다.
바울의 서신서에 하나님 나라라는 용어는 드물게 등장합니다. 로마서에서는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마서에도 하나님 나라와 통치를 뜻하는 표현과 진술은 풍부하게 나타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죄가 지배하지 못하고 은혜가 왕노릇한다는 말은 전형적인 통치 개념입니다. “이는 죄가 사망 안에서 왕노릇한 것같이 은혜도 또한 의로 말미암아 왕노릇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생에 이르게 하려 함이라”(롬 5:21). “죄가 너희를 주장하지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에 있음이라”(롬 6:14).
바울이 로마서에서 전한 칭의의 복음과 해방의 복음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임한 하나님 나라에 관한 진술입니다. 죄인이 믿음으로 말미암아 은혜와 의가 왕노릇하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복음이지요.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실현된 하나님 나라의 복락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누리는 하나님 나라의 첫 열매는 의와 평강과 희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