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최근 글로벌 바이오, 제약 업계의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입니다. 2021년 바이오젠의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데 이어 올해 초 다시 바이오젠의 또다른 신약이 신속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달 초에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라이릴리앤드컴퍼니(일라이릴리)가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어요.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성과는 바이오젠의 신약보다 조금 나아진 듯 보입니다.
치매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힘든 병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족 중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있어 시간에 따른 병의 진행, 보호자의 아픔 등을 경험했어요. 신약만을 기다려왔는데 이제 드디어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할 때가 다가온 것일까요.
이번 미라클레터에서는 치매와 싸우고 있는 인류의 고군분투기와 최근의 논란에 대해 다뤄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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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솔라네주맙의 실패, 논란의 시작
2.플라크를 없애자... '맙'을 찾는 제약사
3.흔들리는 가설, 조작된 논문
4.내일이 기대되는 치매 신약
5.한 줄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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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일라이릴리 CEO 존 레클라이터(오른쪽)가 CNBC 방송에 출현해 솔라네주맙의 실패 소식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클릭하면 방송으로 넘어갑니다. <CBNC 유튜브>
"치매 치료제를 기다리던 환자와 보호자 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2016년 11월 23일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미국의 제약기업 일라이릴리 앤드 컴퍼니(일라이릴리)의 최고경영자(CEO) 존 레클라이터가 울적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어요. 수 십 조원을 쏟아 부었던 치매 치료제 '솔라네주맙'의 임상 실패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솔라네주맙은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후보물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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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전까지 치매에 걸린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단 4개에 불과했어요. 모두 치매를 '치료' 한다기 보다는 증상 지연에 초점이 맞춰진 약입니다(여기서 확인할 수 있어요). 즉 치매 환자는 처방약을 먹어도 치매가 낫지 않았어요. 효과 역시 개인에 따른 차이가 컸구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좀처럼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치매 신약 임상 시험 실패 확률은 99%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어요. 임상1상, 2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또 실패였습니다. 실패 소식을 접했을 때 느꼈던 참담함이 먹먹함으로 남아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느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최근 언론을 시끄럽게 했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솔라네주맙의 실패 이후 인류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잘못한 게 아니냐는, 즉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 일까요.
알츠하이머 치매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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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박사(1864-1915, 왼쪽)와 그의 첫 환자인 어거스트 데터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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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독일 신경의사였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는 기억력 감퇴, 기억상실 등 치매 증상을 보인 환자의 뇌에서 끈적끈적한 단백질이 엉겨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물론 부검을 통해서요.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1960년대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1906년 부검 과정에서 발견된 끈적끈적한 단백질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이 단백질의 이름은 '아밀로이드 베타(베타 아밀로이드라고 부르기도 해요)'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우리 혈액 속에 지금도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노화가 가장 큰 이유로 알려져 있어요) 뇌에서 엉키면서 '조각', 즉 '플라크'를 이루게 돼요. 플라크가 쌓인다고 당장 치매 증상이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플라크에서 독성이 발생해 뇌의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아주 천천히 말이에요. "두개골을 열고 뇌에서 플라크를 제거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뇌 조직과 플라크가 엉겨 붙어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거는 불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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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으로 추정되는 ‘놈’을 찾았으니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성을 차단하는 방식의 신약개발이 시작됩니다.
과학자들은 먼저 우리 몸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만드는 '물질'의 제어에 나섭니다. 이유는 이 물질의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를 갖고 있으면 쉽게 열 수 있는 것처럼 특정 물질의 구조를 알면 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신약 개발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이에요. 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해요. 즉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쌓여 있던거죠. 아밀로이드 베타가 추가로 생성되지 않는 약을 먹어도, 뇌를 채우고 있는 이 단백질은 독성을 계속 뿜어냅니다. 약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아밀로이드 베타를 바로 제어하는 약을 만들면 되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인류는 아직 아밀로이드 베타의 구조를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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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환자의 뇌(오른쪽)와 일반인의 뇌 비교 사진이에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뇌는 쪼그라들면서 인지기능은 물론 행동에도 문제가 생깁니다.<사진=알츠하이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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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크를 없애자... '맙'을 찾는 제약사
과학자들은 2010년대부터 방향을 틉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공격하는 물질을 신약 후보로 찾기 시작해요.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니, 이를 제거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본거죠. 이때부터 '항체'를 사용해요.
항체는 우리 몸에 들어온 이물질을 공격하는 ‘친구’에요, 치매 신약 후보 물질의 이름이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솔라네주맙처럼 '맙'이 붙은 이유입니다. 맙(Mab)은 'Monoclonal antibody', 즉 '단클론 항체'의 약자거든요.
단 하나의 항원에 작용하는 항체, 즉 아밀로이드 베타를 파괴할 수 있는 항체를 의미합니다. 항체는 과학자들이 '설계'를 통해 만드는데 아두카누맙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혈액에서 발견된 항체를 기반으로 설계했다고 해요.
아두카누맙이나 솔라네주맙 등 기대를 받던 항체들의 개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대 초반에 쓰여진 논문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쥐 실험을 거쳐 임상 1, 2상에서 좋은 결과들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희망을 갖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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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이 설계한 항체 '아두카누맙'을 기반으로 만든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이에요. <사진=바이오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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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믿었던 솔라네주맙이...
앞서 잠깐 말씀드렸는데요, 논란의 시작은 2016년, 솔라네주맙의 실패 이후였습니다. 신약을 개발해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감소되는 것도 확인했는데, 치매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향하던 곳이 목적지가 아니었나봐"라는 의심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아밀로이드 가설'이구요. "아밀로이드 가설이 잘못되지 않고서야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뭐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거죠.
당시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치매 전문가들의 인터뷰 발언은 무서울 정도에요. "아밀로이드 가설은 죽었다." "우리는 죽은 말에 채찍을 하고 있었다(기사)."
이 상황에서 주목받는 물질이 등장합니다. 바로 '타우 단백질'인데요. 우리 뇌에서 뭉치면서 독성을 뿜어내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타우가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늦게 발견된 이유는 단순해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조영제'가 늦게 개발됐기 때문이에요.
즉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흔들리는데,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이 늘어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죠. "여기(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니라 저기(타우)인가?" 라고 말이에요.
흔들리는 가설, 조작된 논문
그러던 중,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한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2021년 6월 미국에서 치매 신약으로 승인받습니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틀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올해 초,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2.0으로 불리는 '레카네맙'을 출시, 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다시 받아냅니다. 그리고 이달 초, 일라이릴리는 '도나네맙'이라는 치매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해요. 레카네맙보다 효과가 낫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일라이릴리는 2분기에 FDA에 신약 승인 요청을 한다고 해요. 모두 솔라네주맙과 마찬가지로 뇌에 쌓인 알츠하이머 베타를 제거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아밀로이드 가설이 맞는 것일까요.
논란은 끝이 아닙니다.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한 아두카누맙은 한계가 있었어요. FDA 승인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단 11명 중 8명이 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거든요(기사). 약이 승인되자 이 전문가들은 자문단을 사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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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의 2세대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의 기전을 설명하는 그림이에요.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에 달라붙어 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면역세포가 나타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파괴하는 겁니다. <사진=BBC, 클릭하면 관련 기사로 이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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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카누맙은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일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된다고 보기 힘들었어요. 어지러움, 구토와 같은 부작용도 심했습니다. FDA의 승인에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임상 4상을 추가 진행하면서 효능을 다시 확인하라고 말이에요.
1회 투여에 약 4000달러, 우리 돈 500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도 문제였어요. 4주에 한 번씩 투여를 해야 하는 만큼 1년 약값은 약 5만6000달러, 우리돈 6000만원에 달합니다. 효능이 있긴한데 완벽하진 않고, 가격도 비쌌어요.
그러던 와중 논란이 한 번 더 터집니다. 2022년 7월, 아밀로이드 가설에 흠집이 나게 돼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아밀로이드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논문이 조작됐다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2006년 네이처에 실린 미네소타대 연구진의 논문이 바로 그것입니다(논문).
아밀로이드 가설은 정말 틀렸을까
2016년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이 실패한 이유도, 아두카누맙의 효과가 미미한 이유도 잘못된 가설 속에서 실험을 하고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다시 한 번 터져 나옵니다. 당시 외신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기사가 나왔어요.
다만 학계의 의견은 다소 다릅니다. 조작설에 휩싸인 논문은 인용수도 높고, 연구 의미도 큽니다. 하지만 한 편의 논문이 틀렸다고 해서 아밀로이드 가설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요(이 논문은 아직 조작으로 판명나지 않았어요. 논문도 철회되지 않았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치매에 미치는 연구는 30년 넘게 쌓여온 수많은 연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논문 한 편으로 무너질 리 없어요. 학계에서는 2006년 논문 외에도 아밀로이드 가설을 뒷받침하는 논문이 상당히 많다고 이야기해요.
거창하게 '논란'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학교, 사회 어디를 가도 그룹 내에 어울리는 ‘무리’가 있듯, 연구 분야도 알게 모르게 그룹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틀렸어!"라고 말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옳아!“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치매 연구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거치는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치매 연구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는 물론, 타우 단백질 등 여러 요소가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어요. 즉 지금의 논란은 치매에 대한 인류의 연구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 더 나은 연구를 위한 성장통이라는거죠.
떨어지는 약효, FDA는 왜 승인했을까
다시 아두카누맙의 신약 승인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약효 논란 속에서 FDA가 승인을 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텐데요, 우선 치매 연구에 대한 연속성을 고려했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지만 효과를 확인한 것도 맞으니 신약 승인을 해주면서 연구를 놓지 말라고 제약사의 등을 두드려 준거죠. 잇따른 실패에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포기할 경우, 치매를 정복하려는 인류의 목표는 물거품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약을 기다리던 환자와 보호자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더 나은 약들이 나올 겁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다고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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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에 등장하는 주인공 '시저'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노출돼 인간과 같은 지능을 얻게 돼요. 이 영화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ALZ-112이 등장해요. ALZ는 알츠하이머의 약자로 추정됩니다. ALZ-112는 항체 치료제인 듯 해요. 치매 환자이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ALZ-113을 맞고 효과를 보는데, 곧 '내성'이 생기면서 결국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로 병이 진행됩니다. <사진=20세기 폭스, 네이버>
올해 1월 FDA는 아두카누맙2.0이라 불리는 바이오젠의 '레카네맙'을 신약으로 승인합니다.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쳐서 만들어지는 또다른 작은 물질(플라크가 아닌)을 타깃으로 한 약이에요.
임상 과정에서 대조군 대비 인지기능 저하를 27%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가격도 아두카누맙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2만6500달러, 우리 돈 3300만원입니다.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효과는 나아지고 가격은 줄었으니 한 걸음 나아간 신약이라고 봐도 될 듯 해요. 다만 부작용이 문제에요. 임상 과정에서 두 명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현재 가장 기대되는 신약을 꼽자면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일 겁니다. 역시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 신약입니다. 5월 3일 일라이릴리(자료)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1736명을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일부 참가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35% 늦췄다고 해요. 레카네맙보다 조금 더 나아진 듯 합니다. 현재 학계는 부작용을 변수로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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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봉한 영화 '리미트리스' 기억하시나요. 주인공이 알약을 먹고 뇌를 '풀'로 가동,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개발하고 있는 치매 치료제도 궁극적으로는 이 영화속의 모습이 아닐까요. 아, 물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뇌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오류가 있습니다. 우리는 뇌를 언제나 100% 가동하고 있거든요. <사진=팝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유전자 치료, 치매 진단...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볼게요. 기존 제약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치매를 치료하려는 연구는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테크 기업들을 살펴볼게요.
렉세오테라퓨틱스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뇌로 전달하는 방식이에요. 이 유전자는 뇌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APOE2’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결과 뇌에서 유의미한 수치로 APOE2 단백질 증가를 확인했어요. 현재 임상환자를 모집, 2상을 준비하고 있구요.
또 다른 생명공학기업 제넨텍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넨텍 역시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항체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사람의 말하는 패턴을 분석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식별해낼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어요. 치매 초기 환자들의 언어 패턴을 분석해 AI에게 학습을 시킨 뒤에 이를 기반으로 검사를 진행,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입니다.
현재 효과가 좋은 치매 치료제가 없는 만큼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연구로 떠오르고 있어요.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농도를 측정해 치매를 진단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결과도 나오고 있구요. 이처럼 다양한 진단기술이 개발되면 향후 10년 후에는 아침에 일어나 AI에게 말을 걸고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치매 발병률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기업 디날리테라퓨틱스의 기술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디날리테라퓨틱스는 치료제가 우리 뇌에 더 많이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우리 몸에는 ‘혈액뇌장벽(BBB)’이라 불리는 ‘문’이 존재합니다. 혈액 속에 있는 이물질이 뇌혈관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관문이라고 보시면 돼요. 항체 치료제는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BBB라는 문지기에 걸려 약물 상당수가 뇌로 가지 못해요. 효과가 떨어지는거죠. 디날리테라퓨틱스는 이를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바이오젠은 지난 4월 디날리테라퓨틱스의 이 기술을 구매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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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립보건원(NIH)의 알츠하이머 치매(치매 포함)와 관련된 임상 데이터를 찾아보니(여기) 현재 66건의 신약 임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임상 2, 3상이 진행되고 있는 약물 7개 중 1개가 올해, 3개는 내년, 나머지 3개는 2025년에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어요. 못해도 향후 3년 이내에 7개의 신약 후보물질의 결과가 발표될 듯 합니다. 임상 1, 2상이 진행되고 있는 59건의 연구들도 최소 10년 이내에는 발표될 거에요. 신약이 하나 둘 출시되는 만큼, 효과도 조금씩 나아지겠죠?
치매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어렵겠지만 지금 세대가 노인이 되는, 20~30년 뒤에는 효과적인 치매 치료제가 반드시 출시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도 한 땀 한 땀,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을 들고 치매를 정복하기 위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뭘 하면서 기다리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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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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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中 견제 위해 양자컴퓨터 합작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IBM과 구글이 미국 시카고대와 일본 도쿄대의 양자컴퓨터 공동 연구를 위해 총 1억5천만달러(약 2009억원)를 지원한다고 보도했어요. 10년 내에 10만 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번 협력을 두고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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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헤드셋 판매 목표 축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이 새롭게 선보일 혼합현실(MR) 헤드셋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이용해 애플이 MR 헤드셋 첫 해 판매량 예상치를 300만대에서 90만대로 낮췄다고도 보도했어요.
- 트위터, MS에 항의서한 : 트위터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 자사의 자료를 과도하게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죠. MS는 "검토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 우리는 트위터와 장기적 협력관계가 지속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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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전 세계의 고민입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환자 수도 확대될 수밖에 없는데 치료제 개발은 더디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에요. 85세 이상의 경우 약 40%에 달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치매 환자 1명을 돌보는데 대략 1년에 2000만원이 필요해요.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면 환자를 보살피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신약이 출시됐지만 비싸고 한국 출시도 예정된 바 없습니다. 최소 2년은 기다려야 할 거에요.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은 이미 찾아냈어요. ‘구글 스콜라’에서 논문 검색을 할 필요도 없어요. 답은 이렇습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고 술·담배를 하지 않는 겁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등 뇌에 자극을 주는 일도 필요하구요. 정말 간단하고 쉬워요.
간혹 언론을 통해 “ㅇㅇㅇ, 치매 예방 확인”과 같은 기사를 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사서 드실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 쥐 실험 결과이거나, 관련 협회에서 지원을 받은 실험인 경우가 많아요. 치매를 늦춰주거나, 치매 증상을 완화시키는 음식, 건강기능식품은 없습니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서 “치매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유전자가 치매 발병 미치는 영향은 5% 이내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한 친구들이 수능 만점을 받는 이유에요. 물론 기본을 실천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요.
지난주 첫 번째 레터 발송 이후 분에 넘치는 응원과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출입처 변경으로 잠시 연락이 뜸했던 분들의 전화, 메시지도 받았어요.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미라클러께서 보내주신 응원을 지렛대 삼아 매주 기본에 충실하며 레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도움주신 분 = 김영수 연세대 약학과 교수,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KIST) 신경과학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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