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세우기 하나는 자신 있는 사람이었는데 최근 들어 제 시간 관리를 전반적으로 뜯어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왜 이렇게 정신이 없고 부산스러울까 도통 이해가 가지 않다가 문득 아직도 제가 회사원 모드로 일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회사에서는 가만히 있다가도 사방에서 일이 떨어지고 새로운 업무로 불려 가는 나날의 연속이라 언제나 쫓기듯 일했는데요.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위치이기 때문에,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 일 했다가 무작정 저 일로 옮겨가기 일쑤입니다. 프리랜서 0년 차는 이만큼이나 우왕좌왕의 연속이네요.
그런데 또 계획을 세우려니 계획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하더라구요. 마치 보고를 위한 보고처럼요. 어떻게 계획을 세울지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그러다 갑자기 잊었던 할 일이 생각나고, 그 일을 하다가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리고… 돌이켜보면 시간만 훌쩍 지나있어요.
그래도 이 모든 방황에 걸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각잡고 앉아서 하나씩 세어가며 일하기에는 자잘한 업무들과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슬그머니 다가오는 프로젝트들이 섞여 있는 바람에 여전히 진득하게 집중하기는 어렵지만요.
혼자 일 만들어 내기는 참 잘해서, 요즘은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컴퓨터 앞에서 먹곤 합니다. 집중 못 하다가 꼭 밥 먹으면서 일할 때는 괜히 열심히 잘 되는 것 같고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그 밥의 9할은 역시나 파스타입니다.
얼마 전에 다 시들어 가는 시금치 구출 작전으로 성글게 갈아서 시금치 페스토를 만들었는데요, 어쩐지 맛이 심심해서 명란젓을 꺼내다가 캄파넬레와 같이 석석 비벼내었더니 금세 한 끼가 뚝딱 만들어 졌습니다. 다른 일 하면서 먹을 때는 숏파스타만한 게 없어요. 입에 묻지도 않고 포크나 젓가락 없이 숟가락으로도 잘 떠지거든요.
이 편지가 님에게 도착하는 날은 5월의 첫날입니다. 5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가 5이고, 제 생일이 있고, 비교적 대부분의 날이 따뜻하고 화창하거든요. 이렇다 할 나쁜 일은 없었지만 4월의 며칠은 꽤 가라앉아 있었어요. 그 기분이 다행히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대소사는 기분 관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어느 날의 말이 요즘처럼 와닿는 때도 없습니다. 제가 천성이 긍정적인 편은 아니거든요.
5월에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달이니까 조금 마음 편하게…는 안 되겠고, 미루지 않기를 조금씩 실천하는 달이었으면 합니다. 한번 두번 미루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 울적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틈날 때마다 산책 다닐 것. 님도 새로운 달은 기분 관리에 조금은 능숙해지는 한 달이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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