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아이디얼 뉴스레터 첫 호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9월의 건축 신작을 모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한 달 내에도 무수한 신규 공간이 문을 여는데요. 건축적 가치가 높은 곳이면서 님이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여행지만 추렸어요. 뉴스레터 마지막엔 구독자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해 뒀으니 끝까지 읽어 주세요.

차례
  1. 대구 간송미술관
  2. 이회영기념관
  3. 스타벅스장충라운지R점
  4. 진주대첩 역사공원 & 진주성 호국마루
  5. 구독자 제휴 혜택
  6. 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 증정 이벤트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 2024년 9월 3일

ⓒ 대구 간송미술관

최초이자 최고, 문화재를 지킨 간송의 미술관

서울 성북구에 간송미술관이란 곳이 있어요. 예술이나 역사를 좋아한다면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곳인데요.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바쳐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세운 미술관이에요.


국내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면서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 해례본 등 12점의 국보와 23점의 보물을 소장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사립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곳은 문을 계속 열어놓아 편히 찾아가기 어려웠는데요. 2024년 9월 3일 문을 연, 간송미술관의 첫 분점인 대구 간송미술관은 전시 교체 기간을 제외하면 쉼 없이 전시를 계속 이어갑니다.


지금은 개관전인 <여세동보 - 세상 함께 보배 삼아>가 한창입니다.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진귀한 유물들이 총출동해요. 한국의 국보와 보물 40건, 총 97점이 모여 있어 국립 박물관을 방불케 합니다.


미술관의 6곳의 전시실은 테마에 맞게 차려져 작품을 선보이고요. 작품을 안정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조사와 분석을 하는 수리복원실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어요. 매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실제 수리복원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또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대구 간송미술관 설계공모 당선안 / 대구시 제공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을 구현하다


대구 간송미술관의 건축은 가치 높은 한국의 유물과 미술관의 역사성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받아요.


건축 설계는 최문규 건축가와 가아건축사사무소가 맡았는데요. 미술관이 위치한 대구대공원의 경사나 지형이 안동 도산서원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도산서원처럼 건물의 기초를 계단식으로 만들었어요. 신전이나 피라미드를 떠올려 보시면 되는데, 기둥이 튼튼한 나무처럼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건물의 위엄을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이죠.


궁궐에 가면 기능에 따라 한옥 여러 채가 흩어져 있죠. 간송미술관도 터를 나누고 주요 시설을 분산 배치해 미술관의 곳곳을 산책하는 것처럼 오갈 수 있어요. 덕분에 미술관 내부 전시실과 바깥의 경관이 한몸처럼 연결되어 있는 기분을 받게 됩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야외 박석마당에서 팔공산, 대덕산의 시원한 경관을 즐기고 한국식 정원이 놓인 수공간에서 마음을 가다듬어 보세요.


서울시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을 각각 4회씩 받은 한국 건축계의 거장 최문규 건축가의 이전 작품을 돌아보면 더욱 신뢰가 가요. 그 동안 인사동 쌈지길, 정한숙기념관, 파주 헤이리 K갤러리,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등 품격 있는 예술 공간을 설계했어요.


설계공모에서 ‘건축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알바로 시자, 페르난도 메니스 등을 제치고 당선된 만큼, 전통 예술을 현대 건축에 담아 소개해 왔던 건축가의 수많은 노하우가 미술관에 녹아 있습니다. 


대구 간송미술관

  •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70
  • 개관전 <여세동보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2024년 12월 1일)
  • 설계 / 최문규 건축가, 가아건축사사무소
  • 티켓 / 인터파크 예매, 현장 구매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이회영기념관
개관 2024년 9월 11일
사진 / 이회영기념관 홈페이지

신민회 창립자 우당 이회영을 기리다


일제시대 비밀결사단체 신민회라고 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이 떠오르지만 신민회의 중심엔 하나의 축이 더 있었어요. 서북지역 인사들의 핵심이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과 상동청년학원의 교감이었던 우당 이회영 선생을 중심으로 꾸려진 단체거든요.


이회영기념관은 이회영 선생과 그의 형제들을 마음 깊이 기리는 곳인데 원래 남산예장자락에 있었어요. 그러다 최근 장소를 종로구 사직동으로 옮겨 올해 9월 11일 정식 개관했는데 이날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이기도 합니다.


개관전으로 <등불 아래 몇 자 적소>가 준비되었어요. 이회영 선생의 육필 편지 등 쓰여진 지 거의 100년이 된 유품들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고요.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와 계단 곳곳엔 서울, 상하이 등 각지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우당과 형제들의 이야기가 심도 깊게 적혀 있어 내부를 걷는 모든 걸음이 묵직해져요.


사진 / 내손안에 서울 ⓒ 임중빈

선교사의 묵은집이 시민의 벗집으로


이회영기념관이 이사 온 건물은 20세기 초기 지어진 서양식 주택이에요. 배화학당을 세운 미국의 선교사 조지핀 켐벨이 살았던 곳인데요. 선교사 주택으로는 드물게 돌로 지어졌고 독특한 형상의 나무 뜬지붕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어요. 1층 ‘벗집 마루’는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로 오래된 피아노, 안락한 소파, 벽난로 등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한국 근대 선교역사를 잘 수반하면서 건축적 가치까지 깃들어 있어 2019년에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되었어요. 이곳을 서둘러 가보셔야할 이유가 있는데요. 기념관은 2026년쯤 이회영 선생의 집터 인근의 명동문화공원 쪽으로 한 번 더 이전하거든요. 그때까지는 기존에 ‘묵은집’이라 불렸던 건물이 우당의 순우리말인 ‘벗집’이라는 별칭으로 품 넓게 운영되니 친구 집에 가듯 편히 방문해 보세요.


이회영기념관
  • 서울 종로구 사직로6길 15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 휴무)
  • 특별전 <등불 아래 몇 자 적소> (2025년 3월 1일까지)
  • 무료 입장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개점 2024년 9월 12일
 사진 / 스타벅스 제공 

60년 된 저택에 들어선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


요새 뉴스에서 핫한 스타벅스의 소식을 들으셨다면 스타벅스의 ‘스페셜스토어’일 확률이 큽니다. 스타벅스의 스페셜 스토어는 지역의 역사나 문화 등 특색을 매장에 녹인 곳인데요. 파노라마 같은 북한산 뷰를 품은 ‘더북한산점’, 영화관 시설을 개조한 ‘경동1960점’, 여수의 검은모래해변과 밤바다 등 상징적인 요소를 인테리어에 반영한 ‘더여수돌산DT점’ 등이 스페셜스토어 중 한 곳이에요.


스타벅스의 10번째 스페셜스토어인 ‘장충라운지R점’이 9월 12일 오픈했어요. 이번엔 지어진 지 60년 된 저택에 들어섰어요. 일반 매장의 개방적인 통유리 문과 달리 저택의 무거운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요. 1층과 2층 사이엔 고전적 디자인에 샹들리에가 바로 보이고 초인종, 벽난로, 계단, 조명 등 저택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남겨두었어요.


여기에 저택이 지어진 1960년대 유행했던 ‘미드 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의자들을 놓아 건물과 인테리어의 시대를 맞춰 놓았어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가구 역사의 걸작 ‘LC1’까지 놓여 있죠. 이밖에도 오래된 저택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어 저택 주인으로부터 정중히 초대받은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거예요.


여기까지 언론이나 SNS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이 저택의 건축가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거장 나상진이며, 이곳이 그의 흔치 않은 주택 작품인 '동백꽃 까치내’란 건 그리 드러나지 않았더라고요.


사진 / 스타벅스 제공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를 설계한 나상진 건축가


나상진 건축가는 1970~80년대 한국 건축을 주도한 김수근, 김중업 건축가보다 조금 더 앞선 50~7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근대와 현대 건축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분이에요. 화가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실험 정신이 강했고, 심미성 높은 건축물을 만들었어요.


그의 대표작으로는 어린이대공원 꿈마루(건축 당시엔 서울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명동 한일관, 워커힐호텔 본관 등이 있는데요. 보안상 발표하기 어려운 정부 시설을 다수 설계한 이유로 그의 포트폴리오는 불확실한 편이고, 그런 탓에 많이 조명되지 못하고 있어요.


이 저택 ‘동백꽃 까치내’는 1966년에 지어진 후 대선제분 그룹의 4대 일가가 50년 넘게 생활한 곳이에요. 저택에 남아 있는 흔적은 일가의 실거주 흔적이고 오랜 시간 생활했기에 시간에 따라 변화해 간 모습까지 누적되어 있죠.


응접실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평면 구성과 계단실을 통해 여러 세대가 함께 살던 집의 내력을 볼 수 있고요. 벽돌 주택이 주류를 이루던 건축 당시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 점, 벽체 없이 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 구조를 택한 점 등 건축적으로 흥미로운 점이 많아요.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참 많지만, 건축까지 감상할 수 있는 드문 스타벅스니 방문에 도전해 보시기 바라요.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 서울 중구 장충단로4길 25
  • 오전 9시 ~ 오후 9시
  • 국내 스타벅스 매장 중 처음으로 주류도 팔아요.
  • 네이버 플레이스 

진주대첩 역사공원 & 진주성 호국마루

준공식 2024년 9월 27일

사진 / 진주시 제공

진주성 앞에 새로 생긴 역사공원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을 기념하는 ‘진주대첩 역사공원’과 함께 공원 내 지원시설 ‘진주성 호국마루’(이하 호국마루)가 개관을 앞두고 있어요.


역사공원은 진주성 바로 앞에 위치해요. 원래는 진주성 광장으로 지으려고 했는데요. 사업 추진 중 문화유산이 발견되어서 유산 원형보전 허가 조건에 맞춰 역사공원으로 발전시킨 결과예요. 호국마루는 공원과 진주성 사이에 위치해 진주대첩과 진주성을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원의 조경은 대칭이 철저한 유럽식 조경이 아니라 땅의 모양과 주변의 길, 인근 건축물과의 조화를 고려해 비정형식으로 꾸며졌어요. 자연스러운 멋과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한국식 조경이죠. 거의 모든 수종은 한국 향토수종을 심었는데 이는 진주성의 누각이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촉석루 주변의 식물들과 비슷한 수종이에요. 오래된 역사 공간과 현대의 새로운 공간을 나무가 경칩처럼 연결하고 있어요.


그런데 개관을 앞둔 호국마루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어요.

사진 / 진주시 제공

일어서는 땅 vs 일본군 흙더미


호국마루를 설계한 건 건축사사무소 ‘이로재’를 이끄는 승효상 건축가예요. 국내 현대건축의 명작으로 꼽히는 ‘웰콤 시티’, ‘퇴촌 주택’, '사유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자택인 ‘수졸당’을 설계했고 파주출판단지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분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예요. 안락함이나 화려함과 거리를 둔 건축 철학인 ‘빈자의 미학’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호국마루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땅의 일부가 하늘로 들어올려져 있는 듯한 형상이에요. 이 모습을 두고 진주의 일부 시민단체와 시의회에서는 건축물이 진주성을 보는 시야를 가리며 성을 공격하는 모습이라며 비판했어요. 후자는 일본군이 진주성을 무너뜨릴 당시 흙더미를 쌓아 공격했는데 그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에요.


승효상 건축가는 이런 논란에 대해 9월 20일 경상국립대 특강에 강연자로 나서 해명했어요. 호국마루는 진주성 전면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땅에 파묻힌 것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의병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자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요.


의미 깊은 역사공원과 건축물이 오픈하기도 전에 홍역을 치렀는데요. 일단 진주시의 가장 큰 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10월 5일부터)와 '개천예술제'(10월 10일부터)에 온 시민들이 들를 수 있도록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에요. 오는 9월 27일엔 준공식을 열 예정이고요. 이번 10월엔 진주에 가셔서 축제와 함께 화제의 오른 건축물을 직접 경험해 보세요.


진주대첩 역사공원 & 진주성 호국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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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건축가 세 명이 합심해 만든 카페 겸 사무실로 지금은 김수영 건축가가 직접 운영해요. 작은 소품까지 건축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호텔 로비 같은 단정한 공간이 완성됐죠. 매장의 정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핸드드립 커피만을 고집해 용산에서 가장 평온한 카페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님이 3F/LOBBY에 가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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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백희성이 쓴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장 누벨 사무소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10여 년 간 건축가로 활약하고 현재 KEAM 건축 대표로 있는 백희성 건축가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공간을 이토록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처음", "건축가이자 소설가이기에 가능한 묘사"라는 평을 들으며 발매 직후 교보문고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어요. 건축물처럼 이야기를 탁월하게 설계한 백희성  건축가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보세요.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 링크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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