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관리자와 차원이 다른 고민이 있어요
[고민상담] 어느 임원의 토로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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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전사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거 저도 압니다. 경영회의 때마다 CEO가 원팀을 강조하시고, 저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회의실을 나오는 순간 머릿속 계산기가 돌아갑니다."

지난 분기에 옆 본부가 신사업 TF에 우리 핵심 인력 두 명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전사적으로 보면 보내는 게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 두 명이 빠지면 우리 본부 하반기 목표는 누가 책임집니까. 연말 평가표에는 전사 기여라는 칸이 없습니다. 본부 실적 숫자만 있습니다. 그 TF가 성공하면 공은 옆 본부장 몫이 되고, 우리 본부 실적이 빠지면 그건 온전히 제 몫입니다.

임원 자리는 해마다 줄고, 계약은 1년 단위로 돌아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지가 결국 상대평가로 갈립니다. 이런 판에서 내 리소스를 내주는 건 용기가 아니라 순진함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선을 긋게 됩니다. 협조 요청이 오면 일단 검토해 보겠다고 하고 시간을 끕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가 어느 쪽에 설지부터 따집니다. 실무자들끼리 잘 풀릴 일도 제가 한 번 더 확인합니다. 혹시 우리 본부가 손해 보는 구조는 아닌지요.

가장 괴로운 건 따로 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정작 사업 고민보다 이런 줄타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팀장 시절에 제가 그렇게 싫어하던 임원의 모습을, 지금 제가 하고 있습니다."


에밀 코치가 건네는 새로운 시각

본부장님,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느끼시는 갈등은 본부장님이 이기적이어서 생긴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전사를 생각하는 마음과 본부를 책임지는 마음을 둘 다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고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지킬 것인가, 내줄 것인가의 선택으로 보고 계시지 않았나요? 저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조건이라면 내줘도 내가 손해 보지 않는가. 이 질문으로 바꾸는 순간, 본부장님은 방어하는 사람에서 협력의 판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위치가 달라집니다. 그 관점에서 다섯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첫째, 빌려줄 때는 계약서를 쓰십시오. 아까 말씀하신 TF 인력 차출 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거절하거나 그냥 보내는 것 말고 세 번째 길이 있습니다. 기간은 몇 개월인지, 그 두 사람의 성과는 어느 본부 평가에 반영되는지, TF 성과가 나면 우리 본부 기여는 어떻게 인정받는지를 한 장으로 정리해서 옆 본부장과 합의하는 겁니다. 받을 것이 정해지면 내주는 건 손실이 아니라 투자가 됩니다.

둘째, 평가표의 빈칸은 혼자 메우려 하지 마십시오. 본부장님 말씀대로 평가표에 전사 기여 칸이 없다면, 그건 본부장님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내년 목표를 세우는 시점에 CEO께 공동 과제에 대한 공동 KPI를 제안해 보십시오. 이런 제안을 먼저 하는 본부장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전사를 보는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이 부분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제가 현장에서 본 경험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셋째, 모든 요청에 응하려 하지 마십시오. 협력도 선택과 집중입니다. 우리 본부 성과와 가장 깊게 얽힌 두세 개 본부만 골라서 그곳과는 제대로 협력하시고, 나머지와는 역할 경계를 분명히 하십시오. 전방위로 착한 본부장이 되려 하면 오히려 지칩니다.

넷째, 줄타기를 혼자 다 하지 마십시오. 부서 간 협업을 다룬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연구는 여러 부서의 언어와 이해관계를 이해하는 중개자 역할의 인재를 의도적으로 키우라고 권합니다(Casciaro, Edmondson & Jang, 2019). 믿을 만한 팀장 한두 명을 타 본부와의 상시 연결 창구로 세우십시오. 실무자들끼리 풀 수 있는 일까지 본부장님이 확인하실 필요가 없어집니다.

다섯째, 다음 주 월요일에 일정표를 한번 열어보십시오. 지난 2주간 회의와 통화 가운데 사업 자체가 아니라 입지 관리에 쓴 시간에 표시를 해보시는 겁니다. 숫자로 보면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절반만 줄여도 본부장님이 원래 하고 싶으셨던 사업 고민에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본부장님은 팀장 시절 싫어하던 임원의 모습을 지금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불편해하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정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끌려다니는 리더와 정치를 관리하는 리더는 분명히 다릅니다. 지킬 것은 지키시되, 내주실 때는 받을 것을 설계하십시오. 그게 사일로와 순진한 양보 사이에서 본부장님이 걸을 수 있는 현실적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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