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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액션리서치

💡 액션리서치란?

“액션리서치는 긴급한 관심사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이론과 실천, 행동과 성찰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 Hilary Bradbury, (2015) Sage Handbook of Action Research 3rd Edition

액션리서치(AR, Action Research)는 현실에서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연구방법론입니다. 연구방법론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느냐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지만(예. 문헌연구, 질적 연구, 양적 연구) 액션리서치는 연구에 대한 독특한 ‘관점'과 ‘태도'를 특징으로 합니다.

학술연구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지식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컨설팅은 실행가가 제공하는 솔루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액션리서치는 연구에 기반해 실행하고 또 실행을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구조입니다. 인용처럼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액션리서치가 연구나 컨설팅과 구분되는 지점은 ‘전문가'와 ‘당사자' 사이에 위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연구자와 이해관계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공동으로 지식을 생산하지요. 둘은 동등한 동료 관계로 함께 합니다. 그래서 액션리서치 방법론에서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문제를 정의하고, 지식을 만들고, 대화하고 다시 공유하는 기술이 담겨있어요. 이 글에 담긴 많은 내용도 이로부터 배운 것이랍니다.

전문가들조차도 아직 액션리서치의 기원이 무엇인지 합의하지 못했지만, 초기에 시작한 이들로 르윈(Kurt Rewin 1890-1947)과 듀이(John Duewy 1859-1952)가 많이 언급됩니다. 이들은 고립된 실험실에서 이뤄지던 연구를 실제 지역사회, 직장, 학교, 가정과 같은 현장 환경으로 옮겨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반복해서 평가하는 방식을 열었습니다. 실용적인 지식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그곳에서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참고: Hilary Bradbury(2017) Cooking with Action Research Resources, AR+. / Hilary Bradbury, (2015) Sage Handbook of Action Research 3rd Edition

사회 혁신 현장에서 실행 프로젝트 따로, 연구 따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을 하고, 그 영향을 추후에 따로 연구하는 방식이지요. 그것이 ‘객관적’으로 이 사업의 성과나 시사점을 알려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효과의 증명을 통해 사업의 지속을 제3자에게 설득해야 한다거나 고도의 연구 기술을 필요로 하는 등 연구를 따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지요. 그러나 사회 현장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직접 실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실행 경험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 현장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기획하고 설계하기 위한 연구
•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실제 현장에서 목표에 부합하는지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
• 연구를 통해 얻은 실행의 성과와 의의, 시사점과 개선방안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수용하여 다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한 경우

는 외부 연구진이 ‘객관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며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액션리서치의 요소(Greenwood & Levin, 2020) 참고하여 재구성 ©듣는연구소 (이미지를 자세히 보고 싶다면 👉 Click)

한 주체의 변화가 시작점이 될 수는 있으나 진정 큰 스케일의 변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현장의 당사자, 당사자의 변화를 만들고 싶은 활동 주체, 지원 기관, 공공 영역 담당자 등)의 상호협력은 변화의 힘, 크기, 지속성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당사자나 현상의 변화라는 거시적 목적을 공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각자 역할과 처한 상황, 조직의 미션, 담당자의 전문 분야와 권한 등에 따라 조금씩 상이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같지만 상이한 목표를 조금씩 조정하여 이번 사업에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이 초반에 필요합니다. 주의할 점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뭉뚱그리고 넓게 범위를 잡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차이를 드러내고 확인하여 조정하면서 뚜렷하고 뾰족한 목표로 좁히는 것입니다. 그래야 형식적인 참여가 아닌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큰 변화는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연간 단위 또는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해가는 장기적 관점이 필수적입니다. 프로젝트 일정 관리표처럼 기획으로 시작해 결과물 산출로 마무리되는 선형적 프로세스가 아니라 ‘나선형 프로세스'로 사고해봅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반복과 진화입니다. 성찰 - 계획 - 실행 - 관찰 - 성찰 - 계획 -실행 - 관찰이 빙글빙글 돌아가지요.

한 번 자문해보세요. 새로운 사업은 기존 사업에 대한 성찰을 반영하며 계획되고 있나요? 사업의 시사점은 담당자의 경험치뿐 아니라 조직이나 후임자, 이해관계자에게도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지식으로 전달되고 있나요? 사업을 실행하면서 조사와 관찰을 통한 데이터가 구축되고 있나요? 그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고 있나요? 이러한 관점으로 장기간의 비전과 미션을 이번 프로젝트 단위 사이클에서는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 개인과 조직이 공유해봅시다.

액션리서치의 나선형 프로세스와 장기 목표 ©듣는연구소 (이미지를 자세히 보고싶다면 👉Click)

위의 관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액션리서치 프로젝트를 설계할까요? 세 가지 프로세스로 정리하였습니다.

1-a. 이해관계자 맵을 그립니다.

듣는연구소의 액션리서치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이 그린 이해관계자 맵. 여기서 ‘나'는 ‘이주여성'이자 ‘이주청년 커뮤니티'에 있다.  ©총총 (이미지를 자세히 보고싶다면 👉Click)

변화를 만드는 주체들의 이해관계자 맵을 그립니다. 맵에는 ‘나’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나’와 우리 조직은 이 변화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성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당사자 및 현상을 중심으로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욕구를 정렬하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1-b.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욕구를 파악합니다.

1-c.  b에서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설계합니다.

함께 정할 수 있고, 혹은 적절한 역할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맵에서 그린 모든 주체가 다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여 역할은 예를 들어 아래와 같습니다.

• 협력연구자 그룹(Co-researchers) : 나와 함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갈 주체들. 연구 실무를 함께할 수도 있고, 실무는 함께 하지 않지만 기획과 추진에서 주요 의사결정 및 성찰을 함께할 수 있다.
• 그 밖의 참여 그룹: 이해관계자 중에서 변화를 함께 만드는 데 꼭 있어야 할 사람들. 기획에 의견을 반영해야 할 사람들, 또는 분석과 솔루션 기획시 참여해야 할 주체들, 또는 프로젝트의 결과로 얻은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주체들.

참여자들과 공동의 목표, 연구 질문, 프로젝트의 내용, 역할 분담 등을 정합니다. 이때 프로젝트를 통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도록 성찰할 주기를 정하고, 성찰에 도움을 줄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을 세웁니다.

1에서 함께 만든 프로젝트 계획대로 실천해갑니다.

함께 성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성찰은 반드시 데이터에 준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적절한 자료(관찰 기록, 참여자 인터뷰, 설문조사, 참여자들의 SNS 기록 등)를 모읍니다.  

2-c. 실천의 과정에서, 목표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중간 성찰하기

프로젝트 초반, 중반, 그리고 종결 후 이해관계자들과 데이터에 기반해 성찰합니다. 성찰의 질문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 중반: “잘 되고 있는 점은?” “잘 되고 있지 않은 부분은?” “왜 그럴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좀 더 개선하면 좋을까?”
• 종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목표가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변화하지 못했는가?” “그렇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발생한 효과는 무엇이었는가?” “이를 통해 이 현상(대상)에 대해 알게 된 중요한 시사점이나 특징은 무엇인가?” “이 프로젝트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변화를 위한 다음의 실천에 반영할 시사점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펼쳐놓고 연구질문을 중심으로 시사점을 찾아보거나, 포스트잇 등의 도구, 실무자가 1차로 분석한 자료를 점검하는 등 효과적인 도구를 사용하여도 좋습니다.

사회 혁신가들은 많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고 효과적인 변화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이것이 개인 내부의 직관에 머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힘 있고 지속적이며 입체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다주체의 협력을 추구한다면, 암묵적인 지식을 언어화하여 공유될 수 있는 지식의 형태로 정리하고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는 계획 역시 포함해야 합니다.

3-a. 함께 성찰, 분석한 것을 언어화하여 공유하기

관찰과 성찰은 늘 기록되어야 합니다. 기록된 경험은 정보가 되지만, 기록되지 않은 경험은 남지 않습니다. 생산된 지식을 반드시 보고서의 형태로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변화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생산한 의미, 성과, 시사점 등의 지식 키워드나 문장 형태 또는 표나 발표자료 형태로 공유하는 것으로도 유의미하다면 그에 적합한 형태로 정리하여도 됩니다. 생성된 지식의 도달 범위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면,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글로 정리되어야 하겠지요.

3-b. 변화를 같이 만든/만들 사람과 지식을 공유하기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을 변화를 같이 만들 사람과 공유하는 형식은 다양합니다. 발표회, 책자, 커뮤니티 회의, 동영상, 온라인 콘텐츠 등.. 가급적 프로젝트 초기부터 예상 독자를 고려하여 생성될 지식의 형태와 공유 방식을 기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3-c. 이를 바탕으로 다음 실천을 기획하기

이 지식은 다음 프로세스에 공동 또는 각자의 실천을 기획할 때 반영합니다. 

🙋‍♀️ 함께 하는 연구, 직접 해본 사례는? 

듣는연구소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2019년 이주 청년이 정착하여 살아가는 지역사회 기반을 연구했습니다.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져 정책과 자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연고 없이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잘 정착해서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의 여건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거든요.

(자세히 보기) 이주한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는 데에는 ‘탐색기-이주기-정착기’와 같은 단계를 거친다는 선행연구(마을학회 일소공도, 2018)의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이주 청년 12명을 심층면담 하고 3곳의 지역사회 사례분석을 통해 이주청년의 정착을 돕는 사회적 기반 요소로 관계, 생계, 공간, 정서이며 이 요소의 내용은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 강화도의 이주 청년 그룹 ‘협동조합 청풍’의 멤버들이 있었습니다. 청풍은 2013년 네 명 청년들이 강화도 전통시장에 피자가게를 열면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이 지역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비즈니스적 성공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시장 상인과 뜻맞는 청년 상인들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활동도 전개해왔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청풍은 이 연구가 자신들의 활동 경로와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 강화에서 이주 청년을 환대하는 지역사회 기반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청풍과 듣는연구소가 지속적으로 서로의 상황을 나누며 교류하던 중, <청년마을>이라는 사업을 활용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청년마을은 지역 청년의 유출을 막고 도시 청년의 지방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체류 사업을 지역 청년이 기획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행정안전부의 사업입니다.

2021년 청풍은 이 사업에 참여하여 “(체류나 이주라는 표면적인 현상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외지 청년들을 초대하는 기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개방성과 다양성이 좀 더 수용될 수 있도록 하자”를 목표로 관계, 생계, 공간, 정서 요소와 탐색기-이주기-정착기의 단계를 적용한 <강화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강화유니버스 사업팀장과 청풍의 대표, 듣는연구소 연구원이 함께하는 ‘협력연구자(co-researchers)’ 그룹을 구성하여 목표 설정과 기획, 중간 점검과 성찰, 종합적인 평가도 사업의 주요 축으로 포함했습니다. 

연구진은 ‘우호적인 외부자’(Greenwood & Levin, 2020)로서 액션리서치의 목적과 연구질문을 정하고, 실행과 별도로 필요한 조사(문헌 조사, 참여관찰, 이해관계자 인터뷰 등)를 했습니다. 실행 주체인 협력연구자들과 2~3주 간격으로 주기적인 회고 회의를 갖고 현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의미 있는 발견은 무엇인지, 연구자가 무엇을 관찰하고 조사하면 좋을지, 연구자가 조사한 것의 어떤 의미인지, 다음 실행에 반영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실천 주체와 논의하고 기록했습니다.

실행을 하고 있는 전체 사업단과 초반, 종료 시점에 2차례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초반 워크숍에서 사업단은 <강화유니버스>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의미하는 구체적인 상을 드러냄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가치 실현의 상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종결 워크숍에서 강화유니버스의 의미와 성과를 함께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연구문제를 풀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사업단의 비전 공유와 문화 형성에 실질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실행사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 “각자 맡은 사업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다 같이 모일 일이 없고, 공동의 방향을 설정했다 하더라도 하다 보면 삐걱거릴 수가 있는데, 워크숍을 함으로써 서로를 알고 우리의 공동의 목표가 뭔지도 점검해서 저희가 큰 이탈자나 사고 없이, 사업이 굉장히 빠르면서도 유연하게 잘 굴러갔거든요.  거기에 연구가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 2021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총총’

개방성과 다양성이 있는 지역을 만든다는 실행의 목표를 추진하는 동시에 연구는 이 사업의 여러 참여자의 경험으로부터 그 목표가 어떤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탐구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하였습니다. (연구보고서 읽기) 강화유니버스 액션리서치를 통해 그들은  개방성과 다양성이 있는 지역을 만든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시공간을 넘어 연결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업 종료 후 협동조합 청풍은 사업적, 조직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았습니다. 새로운 멤버들은 청풍의 지향과 특징이 담긴 보고서를 온보딩 과정에서 읽고 “3년 걸릴 조직에 대한 이해를 1년으로 단축시켜” 미션을 빠르게 공유하고 새로운 사업 방향을 세웠다고 합니다. 청풍은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의미를 언어화 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체계적으로 혁신활동을 해나가는 데 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이후 청풍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놓치지 않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질문하였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자신들처럼 각지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활동가들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내어놓고 지식으로 만드는 자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청년 활동가들이 지역에서 당면한 문제는 얇은 기술이나 노하우로만은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찰의 장이 필요하고,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와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입니다. 이 문제의식에 대해 듣는연구소와 꾸준히 대화를 나눴고, 액션리서치의 성찰적 대화를 적용한 ‘2023 청년마을 필드워크’를 열었습니다.

필드워크 참여자들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가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공유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만은 없고 여러 주체 간 협력이나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부분도 발견했습니다. 당사자들이 생산하는 지식은 ‘지방 소멸’을 의제로 청년을 지역 활성화의 일종의 도구로 삼는 주류적 지식생산의 장에서 대항할 수 있는 주체적 지식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습니다.

🔎 ‘2023 청년마을 필드워크’ 목적

1. 나와 동료의 삶과 지역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문제를 명료화할 수 있다.
2.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참여자들이 같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위치와 정체감을 확인한다.
3. 참여자들의 경험들 속에서 새로운 앎을 공동으로 건져 올리고, 이를 정리하여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지식을 만든다.

올해 청풍은 강화유니버스에 일어나는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여 새로운 액션리서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강화유니버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시 청년들이 프로그램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이러한 ‘관계인구’가 지역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행과 연구를 하려 합니다. 이 연구에는 강화유니버스 참여자,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자도 함께 참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강화에서 협동조합 청풍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장기간의 액션리서치는 실행주체 당사자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지식을 생산합니다.

💪 조금씩 시도하며 자원을 확보하기 

액션리서치는 변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며, 당사자의 힘을 기르고, 사회적으로도 당사자의 관점이 반영된 지식을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혁신에 이상적인 방법론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만, 한편으론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고, 시간이 일반적인 실행이나 연구보다 오래 걸리며, 따라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 글을 읽고 계실 실무자 여러분의 경우 주어진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에 한정된 자원과 짧은 시간적 조건(주로 1년 이내), 제한된 권한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액션리서치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경험상 여러 이해관계자의 욕구를 듣고 공동의 목표를 정렬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프로젝트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액션리서치가 무엇인지를 조직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참여를 제안하여 이해를 공유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요. 다주체가 참여하는 특성상,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적절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여 프로젝트에 반영해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액션리서치는 시간과 자원, 조직의 공감대와 지원이 확보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여 액션리서치를 하려 한다면 당사자의 업무가 과중해질 뿐 아니라 자칫하여 이해관계자가 형식적으로 동원되거나, 제한된 시간 계획 속에서 무리하게 이해관계자들을 액션리서치로 ‘끌고 가는’ 상황을 초래하여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액션리서치를 적용하여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해보고 싶은 실무자가 단번에 액션리서치의 요소와 구조를 포함한 대규모의 프로젝트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실행 또는 연구 프로젝트에 액션리서치 요소 중 적용 가능한 것을 추가하여 실무자와 조직, 이해관계자의 경험치를 조금씩 쌓아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액션리서치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해본다면, 이후 프로젝트에는 액션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 조직적 지원,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겠지요. 찾아보면 분명히 조금은 더할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액션리서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글에 소개된 책들이나, 듣는연구소의 브런치를 더 읽어보세요.  

글 | 우성희 

기업, 국회, 비영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실천의 방법을 고민했다. 청년, 여성, 공동체, 지역, 이주에 대해서 당사자성을 갖고 활동해왔고, 동료와 듣는연구소를 만들고 일하며 연구와 활동을 결합한 방법론적 전문성을 쌓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 | 백희원 

기본소득 의제 중심 활동가로 20대~30대 전반을 보냈다. 듣는연구소와 꾸준히 협업하며 연구활동가 정체성을 다져 왔다. NPO, 진보정당, 중간지원조직 등을 일터로 거치며 정치보다 작업이 중심이 되는 조직에서 신뢰에 기반해 일하고 싶어져 함께 듣는연구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4월, 구독자 여러분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를 기억하시나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남겨주신 덕에 ‘익숙한 문제에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 행동과 시도의 토대가 되는 영감을 제공한다’는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어요.

요즘 에디터들은 "테이블토크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한 문장은 무엇일까?"를 고민 중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구독자 여러분의 의견에 귀를 쫑긋! 세워보려 해요. 가장 많은 구독자의 마음을 얻은 문구는 테이블토크의 슬로건으로 선정되어, 뉴스레터, 아카이브 사이트, 추후 오픈할 채널 등에 메인으로 등장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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