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번 라인업 대박이라고(웃음) '요즘사 능력 좋다'는 댓글도 있었는데, 섭외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혜민  섭외야말로 기획의 꽃이야. 머리로만 이리저리 그려가던 그림에 붓 터치를 하는 순간이 바로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이 딱 섭외가 순간이거든. 물론 떨렸지. 원래 우리 채널이 그렇게 막 알려진 인물이 자주 나오는 채널은 아니잖아. 그게 기준도 아니고. 근데 이번에는 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들이었어. 떨렸던 건 다른 게 아니라, 그래서 그만큼 이런 인터뷰 요청도 많을 거고 바쁠 거란 말이야. 그래서 요즘사에 출연하는 게 그분들에게 과연 어떤 매력이 있을까, 다른 일도 많지만 그래도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섭외 메일을 정말 오래 고민하면서 정성스럽게 썼어. 근데 정말 감사하게도 세 분 모두 한 번에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해준거야. 심지어 이미 요즘사를 즐겨보고 있다고 하면서. 찐 감동이었지. 사실 내가 매거진 에디터로 일을 오래 했어서 인터뷰 경력만 10년이 넘고, 여러 매체에 소속되어서 연예인, 예술가,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다 섭외해봤단 말이야. 근데 항상 요즘사는 느낌이 좀 다르다? 매체에 소속되어서 섭외할 때는 사실 그 매체나, 브랜드 매체일 경우 발행하는 기업 네임드도 어느정도 작용한다고 보거든. 근데 요즘사는 독립적인 매체잖아. 내가 만나고 싶던 사람을 내가 만든 매체에 초대할 때는 정말 배로 떨리고, 배로 진심이 될 수밖에 없어. 근데 이렇게 이미 알고 있다고, 잘 보고 있다고 이야기해줄 때 말이야. 그 감동은 말로 표현 못하지. 너무 고맙고. 그동안 구독자수나 조회수 상관없이 '존버'하면서 열심히, 정성 다해 일궈놓길 참 잘 했다 싶고. 

Q. 이번 베러노멀 시리즈를 하면서 촬영과 연출, 편집 면에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백구  촬영에 있어서는 매 편마다 그 사람의 정체성, 이야기의 핵심을 이미지와 분위기로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잘 갖춰진 스튜디오나, 우리 공간으로 초대하지 않고 무거운 장비들을 다 짊어지고 인터뷰이의 공간으로 일부러 찾아가는 것도 그 이유지. 이번 일상력 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과수님 편 오프닝에 나오는 무과수 님이 침대 위로 행복하게 몸을 던지는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찍은 거야. 무과수 님 인터뷰를 하기로 했을 때부터 떠올렸던 장면이거든. 자신의 일상에서 기쁨을 잘 찾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어. 이거 찍을 때 무과수 님이 엄청 웃으면서 '이게 될까요?' 했는데, 난 만족스럽게 나왔어.(웃음) 

혜민  또 이번에 새롭게 넣은 몇가지 장치도 있잖아. 그중 하나로 마련한 게 베러노멀 이동식 간판이고. 이번 시리즈는 우리 스튜디오로 초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인터뷰이의 공간으로 찾아가는 걸 기본 포맷으로 잡기로 하면서, 일관된 어떤 통일감을 주는 장치가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다 이 간판이 떠올랐어. 깃발을 꼽는 느낌도 있고, 어디든 스튜디오가 되는 느낌도 있고. 간판을 켜는 순간 그게 어디든 요즘사 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해. 인터뷰이들 사이에서도 간판 인기 폭발이야. 켜는 순간 '오~~' 탄성이 나오지. 일단 그걸로 분위기 먹고 들어가는 거야. 만들기 잘 한듯. 

백구  인터뷰이에게 식물을 선물하고 있잖아. 이것도 어떻게 보면, 겉으론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큰 기획의 하나로 볼 수 도 있을 것 같아. 

혜민  맞아. 나의 큰 그림이지.(웃음) 처음엔 누군가의 공간을 방문하는데,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뭔가 들고 가고 싶었어. 근데 뭐 좋은 물건 같은 것들은 이미 다 자기 취향들이 확실한 분들이 많아서 그것보다는 좀 더 의미있는 선물이 좋겠다 싶었지. 그러다 식물을 생각했어. 식물을 기르는 일 자체가 치유의 효과도 있다잖아. 더 나은 일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인터뷰이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식물을 고르고, 베러노멀와 요즘사 로고가 붙은 화분에 좋은 흙으로 분갈이해서 선물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그리고 나중에 수십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의 공간에 놓은 베러노멀 화분들 사진을 다 모아놓고 보면 그것도 하나의 발자취이고 의미있는 기록이 되겠지.  

Q. 이번 '일상력' 편 인터뷰하면서 얻은 힌트를 스스로에게 적용해본 거 있어?

혜민  당연히 있지. 우선 이연 님이 말했던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소속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말에 엄청 공감했었거든. 그리고 자신을 대표님으로 극진히 대한다고 얘기했잖아. 근데 정작 나는, 오히려 나를 '대표님'이 아닌 되게 부족한 알바나 신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더라고. 자꾸 나의 부족만 면만 보면서 꾸짖고 답답해하고, 왜 이것밖에 못했는지 다그치고. 사실 진짜 우리 회사에 알바나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그렇게 안 할거면서, 왜 나한테는 이렇게 모질었나 몰라. 그걸 좀 깨닫고 나를 이제 좀 승진시켜주려고. 하고픈 일 맘껏 하실 수 있게 복지도 좀 챙겨주고 말이지. 그래서 요즘엔 아침에 양배추즙도 꼬박꼬박 대령하고, 일도 편하게 할 수 있게 홈오피스 환경도 바꿨잖아. 

백구  아, 그 스탠드랑 의자 새로 산 게 이렇게 연결된다고? ㅎㅎ 내 자리도 좀 바꿔주라. 

혜민  너도 필요하면 바꿔! ㅎㅎ 그리고 나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하나 더 있는데, 윤준 님이 말했던 '실패'에 대한 관점이었어.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잖아. 그래서 하다가 계획대로 잘 안되면 다 망한 것 같은 절망에 빠질 때가 많아. '이럴 바엔 하지 말자'면서 무효화하고 싶고 말이야. 근데 윤준 님은 한 번의 실패에 낙담하지 말고, 내가 성공했던 기록들을 보라고 했잖아. 남의 성공 이야기보다, 자신이 성공했던 기록이 훨씬 동기부여가 된다고. 근데 최근데 그걸 정말 느낀 순간이 있었어. 내가 요즘 우리 프로젝트도 잘 하고 싶은데, 또 외주 일도 스케줄이 꼬이면서 다 겹쳐서 완전 멘붕 왔잖아. 다 잘하고 싶은데 다 망한 것 같고. 컨디션도 안 좋으니까 괜히 막 더 최악을 생각하는 거 있지. '내가 이거 왜 하고 있지?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하면서 아무 생각도 안나고 자꾸 눈물만 나는거야. 의욕도 떨어지고.

그러다가 최근에 봄이 오고 있어서인지 우리 결혼행진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소환되더라. 결혼에 대한 인터뷰가 들어와서 오랜만에 답하기도 하고, 또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을 다시 보게 됐어. 무려 6년 전 일인데 좀 민망하네... 그러면서 들여다보는데, 그때의 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거야. 언젠가부터 나한텐 그냥 '결혼식 대신 산티아고 900Km 걷고 왔어요'라고 자기소개에 한 줄로 요약되는 경험으로 익숙해져버렸었는데, 그때의 나를 다시 찬찬히 돌아보니까 내가 되게 의욕도 넘치고 굉장히 자신 있었더라고. 물론 실제로 걸으면서는 얼마나 힘들었고 많이 넘어지고 울었어. 하지만 그때 그 작은 실패들은 내 마음과 발걸음을 꺾지 못했고, 결국 끝까지 완주했잖아. 진짜 새삼스럽긴 한데, 그때의 내가 참 대견해서 괜히 울컥하더라. '맞아, 나 이랬는데. 이런 마음으로 지금 이런 일들도 하기 시작한 거였잖아?'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용기를 얻었어. 과거의 나에게 땡큐. ㅎㅎ 

백구  웃기네. 정말 새삼스럽다! 당연한 거 아니야? 넌 이미 잘 하고 있다고 맨날 이야기하는데도 못 믿고 말이야. 

음,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나는 이번 인터뷰 중에 무과수 님이 '여행의 자리를 동네 여행이 대체했다'고 말한 게 와닿았어. 사실 나도 여행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 사람이었고,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매년 해외여행 다녔잖아. 그 한 번의 달콤한 휴가를 떠올리면서 일도 하고 했었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생각보다 타격이 크더라고. 나도 정말 그 여행에서 일상력을 충전했던 거야. 물론 국내 여행도 많이 했지만 그거랑 또 다른 느낌이 있지. 그런데 무과수님이 동네 여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오르더라. 우리도 골목여행 참 좋아했었잖아. 괜히 안 가본 길 가보고, 지도에 없는 길 들어가보고, 필름 사진도 많이 찍고 놀았었는데 근데 요즘 그걸 왜 안 하고 있었지 싶은 거야. 언젠가부터 바쁘고 시간이 없으니까 어디를 나갔다 올 때도 빠른 길로 다니고, 차가 생기면서 거리 좀 있으면 차 타고 다니니까 그런 골목에 갈 일이 없는 거지. 그래서 결론은, 우리도 동네 여행 좀 하자. 

혜민  우리 너무 경기도 계획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래. ㅎ 뭔가 그럴듯한 골목이 없어, 다 네모 반듯해서. 날 좀 풀리면 서울 가자. 차 말고 지하철 타고. 

Q. 근데 인터뷰이가 한 말이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게 아니잖아. 각자에게 맞게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혜민 요즘 나 아침에 엄청 일찍 일어나잖아. 이연 님 인터뷰하기 전부터 사실 나도 미라클모닝 도전 중이었거든. 처음엔 7~8시에 일어나는 것도 나한텐 미라클모닝이었어. 원래 9~10시에 일어나던 사람이라. 근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내가 아침에 집중을 잘 하더라고. 낮에는 뭐 이것저것 해달라는 연락도 많이 받고 하니까 집중이 안돼서 오래 붙잡고 있을 일들도, 아침엔 금방 끝내고. 요즘 들어 저녁 먹고 나면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게 느껴지고 눈도 침침해서 효율이 엄청 떨어졌는데 너무 좋은 발견인거지. 그리고 난 내가 야행성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침에 일어날 만한 거야. 혹시 나도 알고 보니 아침형 인간인가? 아, 나는 사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게 아니라 출근하러 나가는 게 싫었던 거구나. 신이났지.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기상 시간을 당겨서 이제는 5~6시에도 곧잘 일어나고, 할 일이 많으면 3~4시에도 막 일어나는거야. 얼마간은 잘 썼어.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서, 이 많은 일을 내가 다 처리하다니! 근데 이게, 나중에는 잠을 줄이게 되는 거야. 일찍 일어나려면 그만큼 일찍 자서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줘야 하는데, 취침 시간은 그대로인데 기상만 빨라지니까 당연히 잠이 부족해진 거지. 아마도 최근 나의 컨디션 난조는 이 탓이 큰 거 같아. 엄마가 '잠이 보약이다'라고 했었는데, 나한텐 정말 잠이 보약이었던 거지. 그래서 요즘은 미라클모닝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알람 끄고 더 자려고 해. 나한텐 충분히 잠을 자는 게 오히려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백구  오, 그래서 내가 늦게 일어나는거야. 내가 틀리지 않았군. 

혜민  ?? 그거랑은 다르지~ 그렇다고 11시 기상은 좀 아니잖아.ㅋㅋ 출근하려고 억지로 일찍 일어나는 거랑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야. 너도 주체적인 아침의 맛을 좀 느껴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