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편 <어젯밤엔 꿈을 꾸었죠> 세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MONDAY LETTERS의
YONG입니다.

9월이 시작되고,
가을편을 여러분께 보내드리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번째 편지네요.

RAM과 YONG은 오늘
지금, 자신이 품고 있는 꿈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나가며
'꿈'이란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보았답니다.

아래부터 펼쳐질
RAM과 YONG의 솔직한 대화를 보고,
드시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어떤 말씀이라도 좋으니
최하단 링크를 통해 보내주시면
저희가 읽고, 답장하겠습니다!

오늘은, 빨래 OST
<슬플 땐 빨래를 해>를 들으시며
편지를 읽으신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빨래 OST <슬플 땐 빨래를 해> - Youtube Music 


그럼,
오늘도 감사합니다!

사랑을 담아,
람과 용 드림

2023.09.18

MONDAY LETTERS

2023 가을편

<어젯밤엔 꿈을 꾸었죠> 세 번째 편지

어젯밤엔 (지금 궁금한) 꿈을 꾸었죠



 

YONG /

 저희가 시작 전에 오프 더 레코드로 대화를 좀 나눴는데, 요즘 RAM님 일이 많이 바쁜가 봐요.

마침 오늘 주제가 우리가 지금 당장 꾸고있는 꿈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니까,

그 누나의 바쁨 조차도 오늘 얘기에 녹아내면 되겠다. 어때?

 

RAM /

 (갑자기 깊은 한숨)

 

YONG /

아니 왜 한숨을 …

 

RAM /

 (검열 - 사적인 회사 이야기)

 

YONG /

 아니 근데 누나 무슨 일 해? 그걸 몰라. 나한테 말을 안해줬어.

 

RAM /

 저는 지금 공연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검열 - 사적인 회사 이야기).

물론 아직 아마추어기 때문에 익숙치 않음에서 오는 힘듦이 가장 크지만. 전반적으로 지금 내 기분이, 우리 뮤지컬 동아리에서 같이 <빨래> 했을 때, 여자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


YONG /

 나영, 나영.

 

RAM /

 그래. 나영처럼 요즘 '서울 살이가 이렇게 고되구나'를 느끼고 있습니다. ('슬플 땐 빨래를 해' 노래를 부른다) 월급은 쥐꼬리, 자판기 커피만 뽑았죠!

 

YONG /

 음이 틀렸어. 뽑았죠 부분 음을 더 올려야돼. (노래의 뒷 부분을 부른다) 정신없이 흘러간 20대, 뭘 하고 살았는지 뭘 위해 살았는지 난 모르겠어요!

 

RAM /

 아무튼 지금 내가 나영인데. 이게 맞는 걸까? 지금 내 인생이.. 이게 맞는 걸까?

나는 … 나는 뭘 하려고, 뭐가 되려고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걸까.

 

YONG /

그런 고민이 되는 구나. (갑자기 사무적인 말투로) 그런데 누나는 공연 기획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잖아. 원래 그런 걸 하고 싶었어? 어떻게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하게 된 거야?
 왜 궁금해지냐면, 우리 처음 만난 것도 뮤지컬 동아리 에서 만났고. 알고보니 같은 미술동아리에 있었고. 또 거기서도 누나가 되게 공연미술 이런 거에 되게 관심이 많고 또 인사이트가 있어 보이기도 했거든.
 지난 주에 얘기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다고 하고 … 그래서 내가 봤을 때는 뭔가 공연 미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연 기획사에 들어 갔나?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거든. 그게 맞아?

 

RAM /

 (YONG의 사무적인 말투에 웃으며) 응. 뭐, 그게 맞지. 내가 지난 시간에도 얘기 했잖아.
 예술을 너무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든 예술의 끈을 놓지 않으려 지금까지 노력했다고.
뭐 이 끈이 언젠가는 끊어질 수 있겠지만. (YONG과 RAM이 함께 웃는다)

 

YONG /

 근데, 음.. 실제로 공연 기획사라고 하면 나도 그렇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힘들다, 박봉, 뭐 야근하고 … 이런 이미지고, 뭐.. 실제로도 들어보니까 되게 힘든 거 같은데. 어때?

 

RAM /

 예. 그게 바로 접니다.

 

YONG /

 그래도 누나는 어쨌든 꿈으로 생각했던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 꿈이 깨진다고 느껴?
힘들기야 당연히 힘들겠지. 근데, 힘들면서도 뭔가 ‘아 이거를 이겨내서 내가 나중에 더 잘해야지, 더 잘 할 수있겠지’ 이런 생각이 드는 때가 있고, ‘아 이거 진짜 그냥 때려치고 여기에 발도 붙이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잖아. 누나 생각은 어때?

 

RAM /

 진짜 힘들긴 하지만 … 그래도 일을 하면서 종종 '아, 내가 이래서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래서 버틸 수 있는 거고. 만약 그 생각이 사라질 때면.. 이 일도 그만두지 않을까?

 

YONG /

 근데 아직 입사한지 두 달 되지 않으셨어요?

 

RAM /

 ㅋㅋㅋㅋ… 맞아요. 근데 작년에도 비슷한 직무를 했고, 뭐 하는 일이 다 비슷비슷 하긴 해요… 그래서 지금 지난 주말에도 못 쉬고 오늘 처음 쉬는 건데..

 

YONG /

 귀한 시간을 내주셨네요. 어유, 감사합니다.

 

RAM /

 오늘 아니면 할 시간이 없어서 … 이번 주말에도 일해야 해요.

 그런데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이걸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한 생각들을 메모장에 적거든요?

 

YONG /

 아 진짜? 대박이다.

 

RAM /

 그래서, 이번 주 내내 그 생각을 했어요. '내가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렇게 내 인생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작'에 대해 찾아봤는데. 시작은 뭐, 저번에도 YONG과 함께 얘기했던,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했다는 거?

 

YONG /

 그 과정 속에 우리 같이 뮤지컬 동아리에서 한 것도 있겠네.

 

RAM /

 그것도 있지. 그리고 '공연'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떠올렸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아이돌 밴드 콘서트에 간 거.

 

YONG /

 정답. 씨엔블루.

 

RAM /

 씨엔블루 세대 아닙니다.

 

YONG /

 FT아일랜드네.

 

RAM /

 …, 뭐 아무튼 그 때 엄마한테 친구들이랑 놀이공원 간다고 거짓말 하고 공연을 갔단 말이야.

 

YONG /

 아니 왜 거짓말을 ㅋㅋㅋ.

 

RAM /

 혼날까봐 그랬지. 티켓 값도 몇 만원씩 하잖아. 한 두푼도 아닌데 초등학생한테 돈이 어디있다고. 어쨌든 그렇게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해가며 간 공연인데.. 공연이 좀 늦게 끝나니? 밤 늦게 끝나잖아. 다행히 버스가 끊기기 전에 막차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집에 오긴 했는데, 많이 늦었지.

 

YONG /

혼났어?

 

RAM /

 엄청 혼났지. 엄마한테 거짓말 했다고 벌도 받고.
 아무튼 그게 내 의지로 처음 간 공연이었고, 황홀했던 경험이라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 나.

라이브 공연에 대한 최초의 기억. 그리고 중학생 때는 내가 또 마이너 기질이 있어가지고..

 

YONG /

누나 자우림 좋아했을 거 같애.

 

RAM /

 ㅋㅋ. 물론 지금은 자우림을 사랑하지만, 중학생 때는 밴드 음악 말고 힙합 음악을 좋아했어.

 

YONG /

 ***였네.

 

RAM /

 … 어. (웃는다.) 그 때는 <쇼미더머니>가 나오기도 전이었는데, 언더그라운드 씬이 되게 활발했던 시기였거든. 싸이월드 클럽의 힙합 레이블 클럽에 가입해서 정기모임 하면 홍대 민들레영토로 나가기도 하고.

 

YONG /

 … !!! 와, 민들레영토 추억이다.

 

RAM /

 추억이지? 거기에서 힙합 아티스트들이랑 모여서 밥 먹고 얘기하고 그랬지. 그래서 중3때는 홍대 클럽으로 힙합 공연을 엄청 보러다녔어. 카메라 사가지고 카메라로 공연 사진 찍고, 싸이월드에 올리고. 근데 그러다 고등학생 때 또 힙합에 대한 애정이 식었는데…


YONG /

 갈아탔어? 락으로?

 

RAM /

 고등학생 때는 인디 음악을 좋아했어.

 

YONG /

 검정치마 이런 거?

 

RAM /

 검정치마는 그렇게 안 좋아했고. 아, 그런데 내가 또 중학생 때부터 박효신을 엄청 좋아했거든?

 

YONG /

 아니 인디랑은 전혀 상관 없잖아요.

 

RAM /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해줄래? 뭐, 외국 밴드 노래도 좋아했고.

 

YONG /

 메탈리카? 레드 제플린?

 

RAM /

 ㅋㅋㅋ. 2000년대 락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어.
 그리고 고2 때 친구 아빠가 지산 락 페스티벌 티켓을 주셔서 보러갔는데, 그게 내가 처음 페스티벌을 간 기억이야.

 

YONG /

 그런 게 엄청 붐이었잖아. 요즘은 없어졌지?

 

RAM /

 …응. 지산 락페는 사라졌지. (슬프다)

 

YONG /

 어쨌든 그랬고. 대학생때는?

 

RAM /

 대학생 되기 전 수능 끝나자마자 박효신 콘서트를 갔었는데, 그 때였던 것 같아.

느낌이 팍 하고 온 게. 박효신 콘서트를 보고 '나도 이런 일 하고싶다. 공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 근데 대학생 초반에는 솔직히 공연 기획이 뭐고 연출이 뭐고도 잘 구분을 못했거든.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잘 몰랐고.

 

YONG /

박효신 콘서트 … 뭐 기획이 좋았어? 아니면 연출이?

 

RAM /

 모든 게 다. 박효신이 공연 하나는 진짜 잘 만들거든.

 

YONG /

 음. 그렇구나. 그게 누나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처음으로 '하고싶다'고 느꼈던 경험이야?

 

RAM /

 응. 돌이켜보면 그게 맞는 것 같아.

 

YONG /

 신기하다. 그래서 대학생 때도 그런… 복수전공을… 수업도 잘 안열리는…

*RAM은 '세계문화예술경영'이라는 전공을 이중전공했다.

 

RAM /

 ㅋㅋㅋ. 고생 많이 했지. 어쨌든 그래서 *세문경에서도 공연예술 관련된 수업은 다 들었어.

*세문경 : '세계문화예술경영'의 줄임말

 

YONG /

 그러면서 확고해졌어? 공연 업계에서 일을 하고싶다는 게?

 

RAM /

 응.

 

YONG /

 오… 되게 힘든 길을 갔네.

 

RAM /

 그러게….
아무튼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나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좀 뜬금 없을 지 몰라도), 나는 언제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 길만 길이 아니라는 것. 나는 무궁무진 하니까!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자. 물론 다른 길을 가기 전까지 여기서 어떻게든 버텨낼 테지만.

 

YONG /

 인터넷에 다큐 3일의 명언이 있어.


YONG /

 어떤 사람이 나와서 말한 건데. 우리가 기차를 타면, 쭉 직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잖아. 근데 뒤를 돌아보면 막 휘어 있잖아.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한다고.

 누나도 지금 그런 과정이지.

 

RAM /

 맞아, 나도 인생에 한 가지 길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내'가 가장 1순위가 되어야지. 그래서 지금 내가 선택한 이 일도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그만 둘거야. 결심했어.

 

YONG /

 정말 '나영'이네. ('슬플 땐 빨래를 해'를 또 부른다)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야!

 맞아. 꿈이라는 게 막 영원불멸하고, 변하면 안되고, 이러면 오히려 더 의미가 퇴색되는 거 같애.
 어쨌든 꿈이라는 것도 내가, 내 인생을 좀 더 만족스럽게, 가치있게 만들 수 있게 하는 이정표, 목표같은 거잖아.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는데 꿈이 바뀌지 않으면, 오히려 내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수도 있지.

 

RAM /

 맞아.

 

YONG /

 그니까, 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

 

RAM /

 너무 꿈에만 매몰되면 안되는 거지.

 

YONG /

 그렇군. 이제 내 얘기를 좀 하자면… 아 근데 우리가 첫 화에서 말했던 딜레마에 또 빠진다.

우리 또 꿈 얘기 하니까 직업적인 얘기만 하고 있네.

 

RAM /

 근데 네가 <지금 가진 꿈>에 대해서 말하자면서.

 

YONG /

 그니까.

 

RAM /

 직업적인 얘기 말고 어떤 꿈 얘길 하고 싶었는데?

 

YONG /

 그것조차 뭔가 말하기 어렵네.. 꿈…인데 직업적 꿈이 아닌 예시가 뭐가 있지?

 

RAM /

 우리가 저번에 말한, 지구의 평화…?

 

YONG /

 아 그렇네. 어쨌든, 내가 지금 갖고있는 직업적 꿈은… UX. 라고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RAM /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거 아냐?

 

YONG /

 디자이너는 아냐. 내가 생각해봤는데, 디자이너는 나한테 제일 잘 맞는건 아닌거 같아. 개발자도 아니고. 그냥 UX 전문가라고 말은 해.
 내가 얼마전에 장학금 지원하면서, 특이하게 ‘장래희망’을 써서 내라고 하더라고? 그걸 보자마자 엄청 고민했어. UX 디자이너? 아닌거같은데… UX 개발자(프론트엔드 개발자)도 아닌 거 같고. 그래서 그냥 UX 전문가로 일단 적어서 냈었어. 지금은 그게 제일 적당한 말인 거 같애.

 MONDAY LETTERS를 지금 보고계신 분들이 UX를 생소해할 수도 있어서 설명하자면, UX는 User eXperience의 줄임말로, 기계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들에 관한 분야거든.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UI. 지금 이 메일도 아마 어떤 UI속에서 보고 계실텐데, 이건 UX중에서도 특히 시각적인 분야에 대한 이야기고, UX는 그걸 포함하는 좀 더 넓은 범위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RAM /

 음… 그러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너의 역사에 대해서도 들어보자.

 

YONG /

 ㅋㅋㅋ. 내가 어릴 때부터 컴퓨터 진짜 많이 하고, 좋아했어. 그리고 약간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었어.

 

RAM /

 얼리어답터? 기계 모으는 거?

 

YONG /

 어. 그래서 어릴 때, 막 초등학생 때 컴퓨터 키고 하는 게, 그 때는 막 티스토리, 이글루스 이런 블로그가 인기가 많았거든.

 

RAM /

 ㅋㅋㅋ. 아 기억난다.

 

YONG /

 거기서, 지금은 IT 유튜버가 인기가 있는 것처럼 그 때는 IT 블로거들이 많았어. 그래서 그거 들어가서, 막 제품 정보들 살펴보고 그랬지. 그게 진짜 재밌었어. 2009년 쯤이었나.
 아 이거 진짜 비밀인데… 세**이라는 유명한 핸드폰 커뮤니티가 있었어. 거기서 막 키보드 배틀하고 그랬지.

 

RAM /

 …어떤 걸로? 어떤 주제로?

 

YONG /

 뭐,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나지만, 롤리팝이 낫다, 매직홀이 낫다. (RAM / 아니 ㅋㅋㅋ)
 지금 아이폰 대 갤럭시 싸우는 것처럼 그 때는 되게 그런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자주 일어나는 주제였어요. 예를 들어서, 삼성의 천지인 키보드가 낫다. 아니면 LG의 ez한글 키보드가 낫다. 이거 진짜 무한대로 싸울 수 있거든.

 

RAM /

 너는 무슨 핸드폰 썼는데.

 

YONG /

 ... 잘 모르실텐데. 제가 여기 사진을 첨부할게요. LG의 아레나폰…이라고 있었어요. 



YONG이 어린 시절 쓴 휴대전화 : LG 아레나 폰  
RAM이 어린 시절 쓴 휴대전화 : CanU 바이올렛

RAM /

 근데 나도 어릴 때부터 마이너한 걸 좋아해가지고, 사람들이 안 쓰는거 썼어. 캔유의 바이올렛폰.


YONG /

 캔유! 미쳤다.

 

RAM /

 알아? 전교에서 나만 썼어.

 

YONG /

 저기요. 저 캔유 역사도 읊을수 있어요.

 

RAM /

 알아?

 

YONG /

 당연히 알죠. 캔유는 한국 폰이 아니야. 알지?

 

RAM /

 오! 맞아.

 

YONG /

 캔유는 일본 핸드폰을 LG U+. 그때는 LG텔레콤이 수입해와서, 키보드만 ez한글 달고 판 거야. 이 정도 오타쿠였다고 내가. 얼리어답터였지 진짜.
 어느정도였냐면, 아이패드가 처음 나온게 2010년이거든? 그 때 한국에 발매도 안했어. 아마 아이패드 2…부터 정식 발매 했을건데, 어쨌든, 나는 그 아이패드가 있었다. 2010년에.

 근데 생각해보면 그 때도 난 전자기기 사면 인터페이스같은 거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 위에 보면 내가 아레나라는 핸드폰 썼다고 했잖아. 이게 진짜 비인기고 한국에서 망한… 약간 LG폰 망했다는 상징같은 폰인데, 왜 썼냐! 
 이게 LG가 그 당시에 UI를 직접 개발해서 넣었다고 대대적으로 자랑을 해서 고른 거거든. S-Class UI라고 막 엄청나게 홍보를 했었어. 그래서 이 비인기 폰을 골랐지.

 

RAM /

 그래도 어릴 때부터 그걸 파악하고 산 게 관심이 있었다는 거네.

 

YONG /

 그렇지. 그래서 게임같은 거 하잖아, 게임같은 거 하면 물론 게임 자체도 중요하지만… 막 이런 인터페이스같은 게 조잡한 게임은 안했어.

 

RAM /

 그럼 무슨 게임 했는데.

 

YONG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고, 옛날에 되게 유명하고 인기 많았던 게임이 있어. 지금도 인기가 있긴 한데… 그 게임 특징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들이 만든 애드온,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받아서 마음대로 UI를 꾸밀 수가 있어. 그래서 그런 거 밤새 꾸미고 막 그랬지. 
게임 하는 것 자체도 재밌어 했지만 그런 것도 되게 재밌어했어.

 

RAM /

 심즈같은 건가?

 

YONG /

 어… 이런 거야 

 

  UI를 이렇게 ...
사용자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RAM /

 그렇구나.

 

YONG /

 근데 나는, 사실 이런 분야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어. 이런 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지도 몰랐고, 그냥 개발자면 개발자고, 디자이너면 디자이너지. 이런 세분화된 분야가 있는 건지는 잘 몰랐어. 나는 사실 전공자도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아, 개발자 되야지~ 프론트엔드 개발자 되면 이런 거 하겠지? 하면서 살고 그랬는데,

 군대에 가면 인트라넷이라는 게 있어. 그냥 군에서 쓰는 인터넷 시스템인데, 거기에 IT 뉴스를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 거기서 어떤 칼럼을 읽었는데, 헉! 이거 완전 내가 재밌어하는 건데? 하고 그거에 관련된 걸 찾아서 다 읽었어.
 그게 UX라는 분야에 대해 처음 알게 됐었을 때야. 그게 아마 ‘다크 넛지’라고 하는 나쁜 UX에 대한 칼럼이었는데, 그글을 읽으면서 처음 접했고. 또 ‘아,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게 이런 분야구나.’라고 딱 깨달았지.

 그리고 뭐, 그 이후로는 전역하고 나서도 계속 그냥 그런 분야에 가고 싶으니까, 할 것도 찾아서 하고. 뭐 그러고 있지. 지금, 나는 아직 학생이니까 졸업하고 나서 갖고 있는 직업적 꿈은, UX 분야에서 일하기. 일단, 지금 당장은 그래.

 

RAM /

 그게 지금 너의.. 꿈이네. 꿈을 이루면 어떨 것 같아?

 

YONG /

 ㅋㅋㅋ. 근데 앞에부터 얘기하면. 꿈…이라고 하면서도. 100%일까? 그런 생각은 들어. 내가, 만약에 100년을 살아서 죽기 직전이 됐을 때, 내가 UX 관련 일을 했다는 걸 후회 안할까? 그런 생각이 있긴 해.
 나는 무대 올라가는 걸 좋아해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또 글쓰는 걸 좋아해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UX 일을 하면 ‘아 왜 작가, 왜 배우는 안했을까?’이런 생각을 하진 않을까? 싶기도 해.
 그거는 내가 지금 생각해보니까,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보면 현실과 타협을 좀 한 꿈인거지.
일반적으로 작가나 배우보다는 IT업계에서 일하는 게 더 금전적으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니까.

 

RAM /

 그럼 너의 순수한 꿈은 배우나 작가고, UX쪽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거야?

 

YONG /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한 게, 딱 그렇지 만은 않아! 진짜로. 나도 내 마음을 확실히 모르겠어, 아직도.

 

RAM /

 뭐, 니가 말한 대로 인생은 기니까, 뭐 이것저것 니가 다 하고싶은 거 하면 되지. 근데 '죽기 전에 후회할까?' 이걸 지금부터 생각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냐?

 

YONG /

 그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내가 약간 완벽해야된다. 이런 기질이 있어.

 

RAM /

 너도 너에 대한 잣대가 높잖아.

 

YONG /

 그렇게 보이나? ㅋㅋㅋ.

 그래서 그런 꿈에 대해서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애. 꿈에 대해서 한 순간도 후회해서는 안된다고 뭔가 내 마음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아.
 근데 사실은 앞에서 우리가 얘기한 것 처럼. 꿈이 살다보면 바뀔 수도 있어. 오히려 바뀌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지.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고. 그런 건데, 내가 너무 꿈에 대한 기준을 높게 살아왔던 것 같애. 오늘 대화하면서 느꼈어.

 

RAM /

그러니까 이제부터 우리 둘 다, 꿈을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자. 있으면 좋은 건데, 못 이뤘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YONG /

 응. 이번 주의 메세지다.

 

RAM /

 맞아. 이 주의 메세지. 꿈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아직 꿈이 뭔지 몰라. 이제 그거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YONG /

 그치. 그냥 인생을 즐기며 살자.


RAM / 

 지금 구독자님들 꿈도 궁금하다.


YONG / 

 ㅋㅋㅋ. 보내주실 거야. 그럼 모두들 다음 주에 만나요!



Edited by RAM & 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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