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LETTERS
2023 가을편
<어젯밤엔 꿈을 꾸었죠> 세 번째 편지
어젯밤엔 (지금 궁금한) 꿈을 꾸었죠
YONG /
저희가 시작 전에 오프 더 레코드로 대화를 좀 나눴는데, 요즘 RAM님 일이 많이 바쁜가 봐요.
마침 오늘 주제가 우리가 지금 당장 꾸고있는 꿈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니까,
그 누나의 바쁨 조차도 오늘 얘기에 녹아내면 되겠다. 어때?
RAM /
(갑자기 깊은 한숨)
YONG /
아니 왜 한숨을 …
RAM /
(검열 - 사적인 회사 이야기)
YONG /
아니 근데 누나 무슨 일 해? 그걸 몰라. 나한테 말을 안해줬어.
RAM /
저는 지금 공연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검열 - 사적인 회사 이야기).
물론 아직 아마추어기 때문에 익숙치 않음에서 오는 힘듦이 가장 크지만. 전반적으로 지금 내 기분이, 우리 뮤지컬 동아리에서 같이 <빨래> 했을 때, 여자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
YONG /
나영, 나영.
RAM /
그래. 나영처럼 요즘 '서울 살이가 이렇게 고되구나'를 느끼고 있습니다. ('슬플 땐 빨래를 해' 노래를 부른다) 월급은 쥐꼬리, 자판기 커피만 뽑았죠!
YONG /
음이 틀렸어. 뽑았죠 부분 음을 더 올려야돼. (노래의 뒷 부분을 부른다) 정신없이 흘러간 20대, 뭘 하고 살았는지 뭘 위해 살았는지 난 모르겠어요!
RAM /
아무튼 지금 내가 나영인데. 이게 맞는 걸까? 지금 내 인생이.. 이게 맞는 걸까?
나는 … 나는 뭘 하려고, 뭐가 되려고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걸까.
YONG /
그런 고민이 되는 구나. (갑자기 사무적인 말투로) 그런데 누나는 공연 기획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잖아. 원래 그런 걸 하고 싶었어? 어떻게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하게 된 거야? 왜 궁금해지냐면, 우리 처음 만난 것도 뮤지컬 동아리 에서 만났고. 알고보니 같은 미술동아리에 있었고. 또 거기서도 누나가 되게 공연미술 이런 거에 되게 관심이 많고 또 인사이트가 있어 보이기도 했거든. 지난 주에 얘기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다고 하고 … 그래서 내가 봤을 때는 뭔가 공연 미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연 기획사에 들어 갔나?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거든. 그게 맞아?
RAM /
(YONG의 사무적인 말투에 웃으며) 응. 뭐, 그게 맞지. 내가 지난 시간에도 얘기 했잖아. 예술을 너무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든 예술의 끈을 놓지 않으려 지금까지 노력했다고. 뭐 이 끈이 언젠가는 끊어질 수 있겠지만. (YONG과 RAM이 함께 웃는다)
YONG /
근데, 음.. 실제로 공연 기획사라고 하면 나도 그렇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힘들다, 박봉, 뭐 야근하고 … 이런 이미지고, 뭐.. 실제로도 들어보니까 되게 힘든 거 같은데. 어때?
RAM /
예. 그게 바로 접니다.
YONG /
그래도 누나는 어쨌든 꿈으로 생각했던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 꿈이 깨진다고 느껴? 힘들기야 당연히 힘들겠지. 근데, 힘들면서도 뭔가 ‘아 이거를 이겨내서 내가 나중에 더 잘해야지, 더 잘 할 수있겠지’ 이런 생각이 드는 때가 있고, ‘아 이거 진짜 그냥 때려치고 여기에 발도 붙이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잖아. 누나 생각은 어때?
RAM /
진짜 힘들긴 하지만 … 그래도 일을 하면서 종종 '아, 내가 이래서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래서 버틸 수 있는 거고. 만약 그 생각이 사라질 때면.. 이 일도 그만두지 않을까?
YONG /
근데 아직 입사한지 두 달 되지 않으셨어요?
RAM /
ㅋㅋㅋㅋ… 맞아요. 근데 작년에도 비슷한 직무를 했고, 뭐 하는 일이 다 비슷비슷 하긴 해요… 그래서 지금 지난 주말에도 못 쉬고 오늘 처음 쉬는 건데..
YONG /
귀한 시간을 내주셨네요. 어유, 감사합니다.
RAM /
오늘 아니면 할 시간이 없어서 … 이번 주말에도 일해야 해요.
그런데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이걸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한 생각들을 메모장에 적거든요?
YONG /
아 진짜? 대박이다.
RAM /
그래서, 이번 주 내내 그 생각을 했어요. '내가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렇게 내 인생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작'에 대해 찾아봤는데. 시작은 뭐, 저번에도 YONG과 함께 얘기했던,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했다는 거?
YONG /
그 과정 속에 우리 같이 뮤지컬 동아리에서 한 것도 있겠네.
RAM /
그것도 있지. 그리고 '공연'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떠올렸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아이돌 밴드 콘서트에 간 거.
YONG /
정답. 씨엔블루.
RAM /
씨엔블루 세대 아닙니다.
YONG /
FT아일랜드네.
RAM /
…, 뭐 아무튼 그 때 엄마한테 친구들이랑 놀이공원 간다고 거짓말 하고 공연을 갔단 말이야.
YONG /
아니 왜 거짓말을 ㅋㅋㅋ.
RAM /
혼날까봐 그랬지. 티켓 값도 몇 만원씩 하잖아. 한 두푼도 아닌데 초등학생한테 돈이 어디있다고. 어쨌든 그렇게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해가며 간 공연인데.. 공연이 좀 늦게 끝나니? 밤 늦게 끝나잖아. 다행히 버스가 끊기기 전에 막차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집에 오긴 했는데, 많이 늦었지.
YONG /
혼났어?
RAM /
엄청 혼났지. 엄마한테 거짓말 했다고 벌도 받고. 아무튼 그게 내 의지로 처음 간 공연이었고, 황홀했던 경험이라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 나.
라이브 공연에 대한 최초의 기억. 그리고 중학생 때는 내가 또 마이너 기질이 있어가지고..
YONG /
누나 자우림 좋아했을 거 같애.
RAM /
ㅋㅋ. 물론 지금은 자우림을 사랑하지만, 중학생 때는 밴드 음악 말고 힙합 음악을 좋아했어.
YONG /
***였네.
RAM /
… 어. (웃는다.) 그 때는 <쇼미더머니>가 나오기도 전이었는데, 언더그라운드 씬이 되게 활발했던 시기였거든. 싸이월드 클럽의 힙합 레이블 클럽에 가입해서 정기모임 하면 홍대 민들레영토로 나가기도 하고.
YONG /
… !!! 와, 민들레영토 추억이다.
RAM /
추억이지? 거기에서 힙합 아티스트들이랑 모여서 밥 먹고 얘기하고 그랬지. 그래서 중3때는 홍대 클럽으로 힙합 공연을 엄청 보러다녔어. 카메라 사가지고 카메라로 공연 사진 찍고, 싸이월드에 올리고. 근데 그러다 고등학생 때 또 힙합에 대한 애정이 식었는데…
YONG /
갈아탔어? 락으로?
RAM /
고등학생 때는 인디 음악을 좋아했어.
YONG /
검정치마 이런 거?
RAM /
검정치마는 그렇게 안 좋아했고. 아, 그런데 내가 또 중학생 때부터 박효신을 엄청 좋아했거든?
YONG /
아니 인디랑은 전혀 상관 없잖아요.
RAM /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해줄래? 뭐, 외국 밴드 노래도 좋아했고.
YONG /
메탈리카? 레드 제플린?
RAM /
ㅋㅋㅋ. 2000년대 락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어. 그리고 고2 때 친구 아빠가 지산 락 페스티벌 티켓을 주셔서 보러갔는데, 그게 내가 처음 페스티벌을 간 기억이야.
YONG /
그런 게 엄청 붐이었잖아. 요즘은 없어졌지?
RAM /
…응. 지산 락페는 사라졌지. (슬프다)
YONG /
어쨌든 그랬고. 대학생때는?
RAM /
대학생 되기 전 수능 끝나자마자 박효신 콘서트를 갔었는데, 그 때였던 것 같아.
느낌이 팍 하고 온 게. 박효신 콘서트를 보고 '나도 이런 일 하고싶다. 공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 근데 대학생 초반에는 솔직히 공연 기획이 뭐고 연출이 뭐고도 잘 구분을 못했거든.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잘 몰랐고.
YONG /
박효신 콘서트 … 뭐 기획이 좋았어? 아니면 연출이?
RAM /
모든 게 다. 박효신이 공연 하나는 진짜 잘 만들거든.
YONG /
음. 그렇구나. 그게 누나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처음으로 '하고싶다'고 느꼈던 경험이야?
RAM /
응. 돌이켜보면 그게 맞는 것 같아.
YONG /
신기하다. 그래서 대학생 때도 그런… 복수전공을… 수업도 잘 안열리는…
*RAM은 '세계문화예술경영'이라는 전공을 이중전공했다.
RAM /
ㅋㅋㅋ. 고생 많이 했지. 어쨌든 그래서 *세문경에서도 공연예술 관련된 수업은 다 들었어.
*세문경 : '세계문화예술경영'의 줄임말
YONG /
그러면서 확고해졌어? 공연 업계에서 일을 하고싶다는 게?
RAM /
응.
YONG /
오… 되게 힘든 길을 갔네.
RAM /
그러게…. 아무튼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나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좀 뜬금 없을 지 몰라도), 나는 언제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 길만 길이 아니라는 것. 나는 무궁무진 하니까!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자. 물론 다른 길을 가기 전까지 여기서 어떻게든 버텨낼 테지만.
YONG /
인터넷에 다큐 3일의 명언이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