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오십 번 하고도 여섯 번째 일요 영감 모음집입니다. 혹시 이 메일을 처음 보낸 날부터 지금까지 한 통도 빠짐없이 받아보신 분이 계실지 궁금합니다. 이토록 사소한 기록을 기다리며 메일함을 열어보셨을 모든 분께, 오늘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요. 오늘도 어제와 같은 또 다른 아침이지만, 분명 제게는 새로운 날입니다.
불과 한 달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꽤 다른 사람 같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우선 머리가 꽤 자랐습니다. 어깨에만 닿아도 곧장 짧은 단발로 돌아가던 저였는데, 지금은 제법 잘 버티고 있네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냐며 신기해합니다. 맞아요, 한동안 지인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줄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아침 프로비전’이라는, 새로이 도전한 F&B 사업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았거든요. 0에서 1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해 보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분명한 배움을 얻었습니다. 학습 비용(Learning Cost)이 적진 않았지만요. 언젠가 긴 대화의 자리가 주어진다면, 그 목록을 하나씩 꺼내 나누고 싶습니다(체험 학습형 인간인지라,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해 보는 쪽을 택할 걸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Achim뿐 아니라 브랜드 컨설팅 팀 ‘QQAA’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목요일에는 1년 넘게 함께해 온 파트너 J 님과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그날은 동료가 아닌 친구로 마주 앉았어요.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낯선 곳에서 만나니 좋더라고요. Achim 매거진의 독자였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에서 저를 지켜 봐온 J 님이 그날 제게 이런 말을 해 주었어요.
“이제 진 님은, 예전의 진 님으로 돌아가 Achim으로 영감을 주세요.”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제게는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영감을 준다는 것. Achim의 고유한 강점이자 저라는 사람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프로비전이라는 실험에 몰입해 있는 동안 다소 느슨했던 ‘영감 수집’을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Achim 매거진을 운영한 근 10년간 전통적인 매거진 산업의 한계를 체감했고, 이를 타파하고자 여러 가능성과 새로운 근육을 키우려 애써 왔어요. 콘텐츠뿐 아니라 커뮤니티, 커머스, F&B 공간까지 함께 운영하는 ‘타임 버티컬 플랫폼(Time Vertical Platform)’이라며 정체성을 바꾸기도 했고요. “저희는 그냥 매거진이 아니라, 타임 버티컬 플랫폼이에요.”라고 소개해 온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모두가 우리를 ‘매거진’이라 부르는데, 정작 우리는 그 이름에서 벗어나려 애썼던 거죠.
비슷한 이야기를 이번 주에 또 다른 동료에게서 들었습니다. 영감을 길어 올리는 일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던 제 모습이 그립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팀의 중요한 자산이자 앞으로의 성장 동력이 될 거라 말해 주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그 대화를 나눈 공간의 사장님이자 Achim 매거진의 오랜 독자인 JH 님도 예전의 일영모를 무척 사랑했다는 얘기를 해 주시더군요.
곰곰 생각해 보니, 제 사고와 관점과 행동의 뿌리에는 언제나 ‘에디터’라는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범한 것이 조금은 더 특별해지도록 맥락을 만들고 언어화하는 데 분명한 애정과 재주가 있어요. 그래서 Achim이 겪어 온 여러 변화 역시, 어떻게든 ‘말이 되게’ 만들어 올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설득하면서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다시 영감을 퍼 올리는 데 많은 시간을 쓰기로요. 무언가에 마음이 움직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Achim은 ‘주체적인 삶을 위한 영감을 제공하는 웰라이프 매거진’으로 나아가려 해요. 올해 첫 일영모였던 ‘WEEK 254ㅣ2026 주주서한’에서 살짝 내비친 변화의 방향, 그 시작이 바로 정체성을 다시 잡는 일이었어요. 이제는 더 이상 헷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 제자리에 선 기분입니다.
오늘의 일영모를 기점으로, Achim은 돌아갑니다. Achim은 매거진에서 시작했고, 10년을 돌아 다시 그 자리로 왔습니다. 이 결심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네요. 물론 매거진‘만’ 만든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인스타그램부터 일영모, Achim 캐스트 등 Achim이 보유한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매거진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님을 비롯해 멤버십에 함께하고 계신 모닝 오너분들에게, Achim의 콘텐츠가 주체적인 삶을 만드는 데 ‘실체 있는’ 도움이 되도록 커뮤니티를 운영해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일영모는 Achim 디렉터 진이 한 주 동안 수집한 영감으로만 채워질 예정입니다.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늘 그래 왔듯 변함없이 찾아오겠습니다. 오랜 시간 일영모의 파트너 에디터로 좋은 글을 나눠 준 남도연 에디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도연 님의 영감은 다음 주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 8시에 발행될 Achim 무료 뉴스레터 ‘새소식’을 통해 계속 만나 보실 수 있어요.
쓰다 보니 인트로가 조금 길어졌네요. 이쯤에서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해 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