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연대 | 새로운 언어 위드, 혹시 좋아하는 시가 있나요? 우리는 아름답고 독창적인 시를 읽으며 감동을 느끼곤 해요. 시가 가진 이 힘은 타인에 대한 공감의 시작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시를 통한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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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 서머, 혹시 책 좋아하세요? 얼마 전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사람이 정말 많이 몰렸더라고요. 저는 가서 부스 구경도 하고 책도 사왔답니다.
서머 거기서 올린은 무슨 책을 사왔나요?
올린 그래픽 노블과 시집을 한 권씩 사왔어요. 원래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언젠가부터 호흡이 긴 글을 읽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읽기 시작했고 요즘은 시집 읽기 모임에서 잘 몰랐던 시의 세계를 알아가고 있어요.
서머 저도 시를 좋아해요. 시집을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 가끔 취미로 시를 쓰기도 해요. 전에 바다 여행을 갔다 감정이 벅차올라서 시를 쓴 기억이 있어요.
“
가끔 아프고 불행할 일 없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바다를 본다
태양이 진 곳엔 강한 전등 빛만이 남아있다
”
서머의 시 일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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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 직접 시를 쓴 시를 나눠줘서 고마워요! 이 시를 쓰며 서머가 느꼈을 감정이 고스란히 와닿아요. 감정하니까 생각났는데, 저는 특히 스포큰워드 시를 좋아해요. 스포큰워드는 미국 할렘 흑인 시문학에서 시작해서 시낭송, 힙합과 재즈 시, 코미디, 독백 등을 아우르는 언어예술을 뜻해요. 시인이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이 격양되어 목소리가 떨리기도 하고 운율에 맞춰 펀치라인을 날리기도 하는 재밌는 예술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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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저도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아픔이 스포큰워드를 통해 응축된 언어와 감정으로 표현되는 과정에 항상 감동을 받아요. 차별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시가 갖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올린 맞아요. 예술과 문학이 남성만의 영역이었던 시절에도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던 시인들이 있었어요. 18세기 영국 시인 애나 레티시아 바볼드는 ‘Washing Day(빨래하는 날)’이라는 시에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기반한 은유와 복잡한 시적 기법을 이용했어요. 엄청난 양의 손빨래는 전세계적 재앙으로, 재앙과 같은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들은 비장한 전사로 그려지죠. 빨래할 때 생기는 비누거품을 당대 최고의 발명품인 열기구의 풍선과 비교하며 ‘여성의 일’인 가사노동의 무게를 강조하기도 해요.
서머 우리나라도 과거 여성이 시를 쓰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많은 여성 시인이 남성의 이름으로 시를 발표했죠. 이런 의미에서 여성의 시는 그 자체로 전복이자 저항이었어요. 허난설헌의 ‘한’이라는 시를 좋아하는데요, 조선에서 아이 없는 여자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야 했던 그의 한을 담고 있죠.
올린 세상에는 다양한 문학과 기록의 수단이 있지만, 시는 유독 경험과 생각,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을 가진 것 같아요.
서머 그쵸, 독자는 화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어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시는 연대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올린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라는 시집이 생각나요. 이 시집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예은 학생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가 여러 편 실려 있어요. 가족의 곁을 일찍 떠난 아이가 느끼는 미안함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는 유가족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긴 ‘그날 이후’라는 시는 읽을 때마다 눈물짓게 되어요.
서머 시를 읽고 쓰는 행위가 타인의 슬픔에 귀 기울이고 함께 이야기하는 게 될 수도 있겠네요. 저도 오랜만에 좋아하는 시를 읽으며 연결과 위로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요. 좋은 시는 공감과 연대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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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남자, 비-여자,
혹은 비-인간의 자리에서
-오늘의 콘텐츠 | 책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 시스터 아웃사이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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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우리가 존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생명줄이다.” 시인 오드리 로드는 이렇게 말해요. 많은 것이 그렇듯, 여성의 시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곤 하는데요. 흑인이자 레즈비언인 오드리 로드, 그리고 아시아 여성인 김혜순의 시를 읽다 보면 ‘여성’의 자리도 위태롭다는 걸 알게 되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시 안에서 기꺼이 그 위태로운 자리에 서기를 선택한 이들을 다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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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실마리
하나, 남성의 언어 속에서
“나는 매번 발명해야 한다, 언어를. 나에겐 선생님도, 선배도 없다.”
김혜순 시인은 “문학적 보편성”이 남성적 언어로 구축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지식, 교육, 창작 등의 영역은 오랫동안 남성이 배타적으로 점유해왔기에 시도, 언어도 이러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거죠. 그렇기에, 김혜순의 시론에서 여성의 시 언어는 주어진 언어적 질서를 깨부수며 등장하는 “위반의 언어”입니다.
남성적 언어와 부대끼는 건 지구 반대편의 오드리 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구 근대주의의 이성-감성 이분법에 따라 감정이 사유에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어 온 문화적 전통에 반기를 들죠. 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의 대안으로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롭다”를 제시해요. 이렇게 시는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과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필요한 도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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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여자이면서 여자 아닌
그러나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김혜순과 오드리 로드는 모두 비백인 여성으로, 그들은 시 안에서 가부장제만큼이나 굳건한 서구 중심의 페미니즘과 불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김혜순은 가부장제의 주류인 남성으로부터, 그리고 당시 페미니즘의 주류였던 백인 여성으로부터도 밀려난 이런 자리를 “이중 삼중의 식민지”라고도 표현하지요. 오드리 로드는 백인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페미니즘 논의에 강력하게 저항하며, 인종과 계급의 문제를 빼놓고는 페미니즘이 주창하는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입장은 그의 시 「여성이 말한다」에 잘 드러나죠.
“나는 여성이었다 / 아주 오래전부터 / 내 미소를 조심하라 / 나는 오래된 마법과 / 정오의 새로운 분노 / 당신에게 약속된 / 드넓은 미래를 품은 위험한 존재 / 나는 / 여성이고 / 백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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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시를 통해 타자 되기
우리는 때로 어떤 시를 읽고 그에 ‘공감’합니다. 마치 나의 이야기를 빼다 박은 것 같은 시를 읽으면 소름이 돋거나 눈물이 나기도 하죠. 그러나 시가 공통적인 경험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낯선 장면과 언어를 통해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죠.
김혜순은 남성으로 상징되는 이성으로부터 분리되어 더럽고, 열등하며, 증오와 착취의 대상이 되어 왔던 여성의 몸에 집중합니다. 그 몸 안에서 혹은 위에서 발생하는 고통, 부대낌, 침입과 배출, 드나듦의 장면을 적나라하게 풀어냅니다. 김혜순은 이런 시인의 시선을 “몸과 몸 사이의 대화”라고 불러요. 이 대화는 여성의 몸을 가진 시인이 추악하고 더럽다고 여겨져온 것들을 기꺼이 품어내면서 타자가 되고, 타자가 됨으로써 자아의 범위도 넓어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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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언어로 세상을 전부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 같습니다(매일 대화를 나누는 우리도 마찬가지지요.) 때로는 종잡기 어려울 만큼 추상적이고, 때로는 피부를 긁는 듯 구체적인 언어로 그려진 시를 읽다 보면, 시 안에 세상을 전부 담지는 못하더라도 시 안에 담긴 세상만큼은 온전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김혜순과 오드리 로드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은 이름 없는 것에 이름을 부여하는 시적 언어의 가능성입니다. 공과 사,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에 의해 가려지고 지워졌던 여성의 경험과 감각은 시 안에서 이름 지어집니다. 어디 여성 뿐인가요? 김혜순과 오드리 로드의 시에서 보듯, 시는 흑인, 성소수자, 아시아인처럼 역사 안에서 ‘완전하지 못한 인간’으로 낙인찍혀 고통도 기쁨도 온전히 말할 수 없었던 이들이 언어를 발명하고 발견하여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발명된 시인의 언어는 시를 통해 독자인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그러니 시는 시인이 독자에게 보내는, 어떤 세계로의 초대 같기도 합니다. 이 세계의 언어는 끈적하거나 미끌거리는, 낯선 감각으로 다가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위반의 언어”(김혜순)로 지어진 이 시들은 우리를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 지평선으로”(오드리 로드) 데려다줄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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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성과 결혼식’ 레터에 위드가 보내주신 피드백을 살펴보았어요.
- 제게 결혼은 당사자들과 소중한 사람이 함께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축하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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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를 함께 만든 사람들 👪
꾸물🐛 러련🪁 산우☂️ 서머☀️
올린🎻 이끼🌿 장소조🐭 짱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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