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시술 과정의 90%, 아니 조금 더 보태자면 97%는 아내의 몫이다.
주사를 맞고, 질정을 넣고, 채취와 이식을 위해 시술대에 눕는 것도, 피를 뽑는 것도 모두 아내, 즉 내가 감당해야 했다. 시술 초반에는 남편도 이 과정에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했고, 어쩌면 나보다 더 신경을 썼다. 하지만 난임 생활이 점점 일상이 되면서 남편의 참여도 줄어들었다.
어느 날 남편이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병원에 같이 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을 때, 나는 폭발할 뻔했다. “나도 일하는데! 나는 뭐 한가해서 병원에 가는 줄 알아?” 남편도 무거운 마음으로 말했겠지만, 어찌나 서운하고 억울하던지.
이렇게만 가다가는 더 큰 다툼이 생길 것 같았다. 어차피 내 몫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따로 또 같이’라는 룰을 만들었다.
함께할 일과 내가 혼자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남편에게도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좋은 협업은 명확한 역할 분담에서 시작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