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은 홍대에 있는 문화예술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교육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전공에 맞춰서 성인 학습자를 위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모두의 조직 생활이 그렇겠지만, 참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상사가 쌍욕을 하거나, 폭력을 쓰는 일은 잘 없는 것 같은데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상당 부분 용인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매일 같이 쌍욕을 듣고, 눈앞에서 기획서가 박박 찢어지는 게 일상이 되니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팀원이 6명인 아주 작은 팀에서 1년 만에 4명이 연달아 퇴사를 했고, 결국 저는 다섯 번째 퇴사자가 됩니다.   

<목늘어난 티셔츠가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이유>를 통해 창작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퇴사하고 스토리지북앤필름 이라는 책방에서 진행하는 독립출판 워크숍을 듣고, 예전부터 써 놓은 글을 모아서 에세이집을 독립출판했어요. 제가 예상한 것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2018년도에는 독립출판을 하기만 해도 잘 팔리는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커다란 붐이 일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저는 그때 처음으로 창작의 맛을 보았습니다. 너무 즐겁고 재밌고, 행복해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했어요. <목 늘어난 티셔츠~>에 탄력을 받아 그간 취미로 그려놓은 그림까지 모아서 <수수한 드로잉북>을 만들었는데, 사실 이 책을 만들 때만 해도 적극적으로 판매를 하려는 계획은 없었어요. 왜냐면 출판물을 만든다는 게 비용이 드는 일이고, 직장이 없어서 재정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50권 정도만 소량으로 찍어서 판매를 했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여전히 재입고 문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책을 접한 백화점 문화센터 담당자가 원데이 클래스 강의 제안을 보내주셨어요. 독립출판을 통해 저는 참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결국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창작자의 길을 택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수한 드로잉북> 은 제 삶에 '예술 강사'라는 새로운 챕터가 열린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독립출판에 감사할 수밖에 없네요. 저는 늘 독립출판에 빚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 나온 독립출판물을 열심히 소비하며 세상에 갓 나온 따끈따끈한 창작자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결벽증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어쩌면 조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땀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몸이 더러워지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다 보니 운동을 즐기지 않았는데, 군것질은 또 엄청 좋아해요. 책상에 오래 앉아서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평소 움직임은 거의 없고요.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핑계로 더 외출을 줄였더니 살이 5킬로가 찐 거예요. 그래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친구가 추천해 준 수영을 시작했어요. 물에 대한 공포증도 심하고, 어릴 적 수영장에 갔다가 중이염에 걸린 적이 있어서 수영은 아예 관계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일단 상대적으로 땀이 나지 않는 운동이라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어쨌든 수영은 만약을 대비해 배워놓아도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죠. 저와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일단 헤엄치는 행위 자체가 너무 좋아요. 물에 닿는 촉감도 좋고,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마저 너무 좋아요. 지금은 모든 영법은 다 할 줄 알고, 특히 자유형으로 250미터 트랙을 여러 번 도는 걸 좋아합니다. 매일 수영을 1시간씩 하려고 노력하고 적어도 주 3회는 빼먹지 않고 합니다. 수영을 다 하고 나와서 샤워하는 것도 정말 좋고, 그냥 물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참 좋아요. 좋아하는 건 열심히 좋아하는 성격이 수영에도 반영이 되더라고요. 운동은 절대 억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같고, 자기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영 덕분에 운동하는 자아가 생겨서 행복하고, 내일도 수영장에 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얼른 수영장에 가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여전히 꿈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만큼 저에게 행운이 깃들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창작을 시작한 건 아닌데, 개인으로서 이 일을 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전이 되는가 봐요. 저는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글쓰기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디자인도 모두 독학했습니다. 저는 그냥 스스로 배우고 그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모두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걸 당당히 좋아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특별히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지만, 최근에 태어난 조카를 생각하면서 조카에게 바라는 짧은 글을 하나 썼는데, 이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