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막 지났네요. 안녕하세요, 알담입니다. 스페인에서 이 레터를 보내요. 님에게만 제 최근 근황을 말해드리고 싶어서 편지처럼 시작해 보았습니다. 스페인에서 인턴십 기회가 생겨 무작정 떠나왔고 두 달이 좀 못 되게 머물다 돌아갈 예정이에요. 말은 그럴 듯 허울 좋아 보이지요? 좋아하는 일에 무작정 도전하는 열정이라거나, 유럽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거요. 뭐 맞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은 막상 그렇게 크게 특별할 건 없는데도 말이에요. 마드리드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막 지났네요. 이제 좀 적응을 마친 느낌입니다. 그 일주일간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릴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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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창작하는 작업을 본업으로 삼은 이후부터, 이래저래 혼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직 가열차게 현재 진행 중이고요) 단순히 외부 요소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계속 들여다 보게 되면서요. 제 정체성은 늘 제가 하는 일에 매여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 일이 제 자신 자체가 된다는 건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살펴보고, 거르고, 파보고, 좌절하고, 돌보고, 분류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가꾸고 드러내면서 표현해야 해요. 분명 행복한 일이고, 후회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아직 또렷하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그런 상태로 스페인에 왔습니다. 처음 왔을 때 예상보다 곧바로 적응하기 어려워서 스스로에게 좀 놀랐습니다. 해외 생활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친한 친구 집에 머물고 있고, 알 만큼 알고 왔는데도 자꾸 허둥대고 주저하는 저에게 실망스러웠어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저서 그새 나이가 들어 그런건가 괜히 탓해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더 무턱대고 들이받았던 것 같은데 그게 다 치기어린 시절이라 그랬던 건지 가물가물했습니다. 어제는 늦은 오후에 산책을 하다가 여기 왜 왔지? 싶더라고요. 괜히 대책 없이 저질렀나 싶고, 미적지근하게 이도저도 아닌 채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싶고요. 한편 현실적으로는 치솟은 유로 환율에 프랑스에서 살 적보다 더 종종거리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유쾌한 상황은 아니긴 해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일단 냅다 저지르기는 합니다만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항상 걱정하기 일쑤입니다. 모순적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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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울 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루틴을 지키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운동하는 루틴을 새롭게 만들었는데요. 밤새 굳어있던 몸이 시원해지며 개운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나서 아침 겸 가스파초에 올리브오일을 조금 더해서 먹고 있어요. 뭔가 스페인스러운 루틴을 더하고 싶어서 시판 가스파초를 구매했는데, 아침이 신선해지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고 있습니다. 다행히 시차 적응은 곧바로 해서 새벽 기상도 꾸준히 함께 지켜가고 있고요. 어쩐지 투정 부리는 레터가 되고 말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차츰 적응해 가면서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 라는 낙관적인 생각도 차츰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이건 또 좋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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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저는 거의 매번 버터 채소 파스타만 먹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버터에 채소를 잘 볶아서 맛을 낸 파스타예요.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오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버터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올리브오일도 물론 좋지만 저는 역시나 묵직하고 녹진한 버터를 고르게 돼요. 어쩌면 매번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버거워서 그냥 채소 툭툭 썰어서 버터에 말아먹는 이 단순한 파스타가 저의 루틴이 된 걸 수도 있겠습니다. 질리지 않는 맛이라 더 루틴에 적합한 파스타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쓰다 보니 스페인을 떠날 때까지 제가 버터 채소 파스타를 계속 먹을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때쯤 님에게 다시 소식 전할게요. 그때 처음 남긴 이 레터를 돌아보며 좀 더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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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1인분 기준]
파스타 1인분
가지
호박
버섯
토마토
(냉장고에 있는 아무 자투리 채소 다 가능해요)
무가염 버터 2큰술
소금
후추 |
만드는 법
1. 파스타는 패키지에 적힌 시간만큼 삶아줍니다.
2. 파스타를 삶는 동안, 팬에 버터를 녹여 채소를 중강불에 볶아줍니다. 채소를 하나씩 넣을 때마다 조금씩 소금간을 해서 맛의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줍니다.
3. 채소가 푹 익었으면 파스타 면을 팬에 옮기고, 면수를 넣어 서로 잘 섞이도록 센불에 볶아줍니다. (면수는 볶아지는 모양을 보고 양을 가감해 주세요)
4. 마지막 간을 한 다음, 접시에 담고 후추를 뿌리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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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의 파스타는 어떠셨나요?
너무 길었나요? 레시피가 부실했나요?
듣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다음 레터에 반영해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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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더 확인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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