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 앞서 나가기 위한 리더십의 경쟁
2020.1.27 | 293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 
나와있는 신현규 기자입니다.
1999년 나왔던 영화 '애니기븐선데이' (Any Given Sunday)를 보신 적 있나요? 인생의 축약판이라고 볼 수 있는 미식축구를 통해 우리 삶의 의미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였는데요. 축구감독으로 나오는 배우 알 파치노가 정말 중요한 경기 마지막에 선수들을 라커룸에 모아두고 이런 대사를 해요. 

😤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 좀 있으면 우리 인생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3분이 시작될테니 말야. 우린 지금 지옥 한 가운데 있어. 그냥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1인치씩 기어 올라갈 수도 있겠지."

😤 "내 인생을 봐. 믿을 지 모르지만 나는 가진 돈을 다 갈겨 써 버렸어.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 쫓아버렸지. 요샌 거울 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내가 싫어. 모두 잃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서야 깨닫게 되지. 인생이라는 것은 1인치의 게임이라는 것을 말야." 




😤 "인생이나 축구나 마찬가지야.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억울할 정도로 근소하지. 반발짝만 뒤쳐저도, 0.5초만 늦어도 모든게 어그러져. 우리가 잡아야 하는 그 근소한 1인치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어. 매 순간 우리가 몸을 던져야 하는 1인치들이 존재하지."

😤 "우리 팀의 목적은 그 1인치를 잡기 위해 싸우는거야. 몸을 갈기갈기 찢기고 손톱이 꺾이더라도, 그 1인치를 부여잡기 위해 함께 싸우는 거야. 왜냐하면 그 1인치들이 모여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때문에. 그 1인치들이 모여 삶과 죽음을 가르니까. 결국 모든 것이 그 1인치에 달려 있으니까."

느닷없이 영화의 대사(동영상 링크)를 소개드리는 이유는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은 혁신이 바로 1인치를 위해 몸을 던지는 미식축구 선수들처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그 속에서 뛰어난 것을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함께 뛰어드는 팀웍과 리더십. '1인치'라는 정말 작은 목표를 향해 몸무게 100kg 이상의 근육덩어리 선수 11명 전원이 함께 몸을 내던지는 집중력. 바로 여기에 혁신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어떤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냐고요? 아래에 하나씩 들려드릴게요.

1인치 이야기
  1. 코로나 백신을 향한 1인치 
  2. 애플 중간관리자들의 1인치 
  3. 에너지 전환을 위한 1인치 
  4. 미국 건국 아버지의 1인치 
  5.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1인치 
  6. 30초 인공지능 브리핑  
코로나 퇴치를 향한 1인치 
#유전자가위만든과학자와대화



💬 질병과 싸우는 두 명의 전사  
- CES2021이 열린 기간, 미국의 IT 잡지인 <와이어드>라는 곳에서 이벤트를 개최했어요. 얼마전 노벨화학상을 받은 유명한 과학자 제니퍼 더드나,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치료제를 만든 멜리사 무어 두 사람이 함께 등장했죠. 
- 제니퍼👩🏼‍⚕️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병을 치료하는 기술 '유전가 가위'를 고안한 인물이고, 멜리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mRNA'라는 핵산을 사용하는 기술을 발전시킨 인물이죠. 한 명은 불치병으로 알려진 유전병과 싸우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찌르려 하고 있네요.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었어요. 한 번 들어볼까요?

👩‍⚕️ 멜리사의 사정
- 멜리사의 설명이에요. "일단 저희가 만든 mRNA를 쉽게 설명드려 볼게요.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어요. 얘를 퇴치하려면 이 바이러스를 잡아먹을 수 있는 항체가 만들어 져야 하는데, m-RNA는 바로 그걸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전달하는 녀석이에요. 여기까지는 이해 되셨나요? 바로 이 m-RNA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널리 인정받는 백신들을 내놓을 수 있게 됐죠." (기사 "한국 정부, m-RNA백신 기술협력 위해 모더나와 회의
- "하지만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싸움이 절대 쉬웠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먼저 RNA의 존재를 발견한 1960년대의 연구들이 있었어요. 정부 자금을 받아 진행된 기초과학에서 조금씩 진전이 나타났죠. 이후 10년 동안 RNA가 인체에 들어왔을때 사람의 몸이 이걸 바이러스로 인식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이 연구됐어요. 10년 넘게 걸렸죠. 마지막으로 RNA에 지방 옷을 입혀서 목적지까지 잘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연구됐어요. 이 세 연구들이 60년간 조금씩 쌓여서 코로나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에요."
- 결국, 코로나 백신 개발은 1년 만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60년간 과학자들이 1인치 씩 전진해 나가며 이뤄냈던 mRNA 연구덕에 가능했다는 것이 멜리사의 설명이었어요. 

제니퍼 더드나 UC버클리 교수 

👩🏼‍⚕️ 제니퍼의 사정
- 유전자가위를 발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더드나도 이렇게 말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유전자가위 기술이죠. 유전자가위 기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빠르게 탐지해 내는데 사용될 수 있어요. 게다가 특정한 핵산을 탐지하도록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코로나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연했을 때 그걸 빨리 탐지해 낼 수도 있죠. 어쩌면 미래에 다가올 판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어요."

🔎 결국 1인치의 싸움  
- 코로나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멜리사👩‍⚕️처럼 m-RNA를 활용하는 방식, 제니퍼👩🏼‍⚕️처럼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는 방식, 그 외에도 수많은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죠. 하지만 어느 하나도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에요. 하루에 1인치씩 조금씩 나아가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수십년간 누적되어 달성된 결과물인거죠. m-RNA가 그랬고, 유전자가위 기술이 그랬어요.

애플이 매일 싸우는 1인치 
#리더는디테일이지 #근데이런것까지?

애플 본사의 모습
💬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등장한 애플 
-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경영잡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 의 최근호에서는 애플의 조직적 혁신문화에 대해 다룬 적이 있어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데요. 

  • 애플은 아이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 고객이 만족하는 소소한 혁신들도 만든다 
  • 애플이라는 조직은 혁신에 특화돼 있다 
  • 특히 리더들이 세 가지 자질을 갖고 있다. 
  • 첫째, 깊숙한 전문성 (Deep Expertise
  • 둘째, 빠삭한 디테일 (Immersion in details) 
  • 셋째, 건설적 토론 (Collaborative debate)

- 한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이렇게 설명했어요. "애플에서 어느 정도 올라간 인간들은 정말 찐 전문가들이야. 그 사람들은 코드 한 줄 한 줄, 엑셀시트 하나 하나를 다 들어가서 문제가 뭔지를 파악해 낼 줄 알지. 리더들이 디테일에 정말 강한데, 다른 어떤 회사에서도 이처럼 디테일에 강한 리더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는걸 본적이 없어. 정말 무서운 조직이지. 그러니까 밑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꼼짝 못하고 일하는거야. 협력회사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정말 중요한데) 그렇다고 애플이 절대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아. 예를 들어 리더가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밑에 있는 친구들이 새로운 해법이나 반론을 제기하면 그걸 일단 듣지. 그리고 그게 정말 좋은 해법이면 반드시 채택이 되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그 리더를 감독하는 리더 역시 디테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




💬 애플이 챙긴 디테일의 사례  
- 위의 사진은 이처럼 조직적으로 1인치의 디테일을 챙기는 애플이 어떻게 아이폰의 모서리를 처리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원래 모서리를 곡면으로 처리하려면 온전한 원을 그리면 되는데요. (Rounded Rectangle)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대신 디테일을 챙기는 애플의 리더들은 조금 더 빨리 곡면이 떨어지도록 처리했대요. (사진에서 Squircle) 그래서 만졌을 때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했다는 거죠. 어떠신가요? 별거 아닌거 같아 보이시나요?

🔎 1인치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애플  
- 어쩌면 별거 아닌거 같아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애플이 1인치를 나아가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력을 다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별거 아닌거 같아 보이는 것들이 1인치 씩 모여서 승리를 이룬다는 점. 그걸 애플은 알고 있는거죠. 
- 그렇게 1인치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임원들과 리더들이 디테일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애플의 생각이에요. 애플대학의 조엘 포돌니 씨는 이렇게 적었어요. "일반적인 관리자들은 자신의 일감 상자를 비우는데 많은 시간을 써요. 하지만 애플의 임원들은 자신의 일감 상자에 들어온 일들을 배우고 완전히 씹어삼킬 만큼 정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죠." (Whereas Apple’s VPs spend most of their time in the owning and learning boxes, general managers at other companies tend to spend most of their time in the delegating box.) 디테일을 파악하기 위해 공부하는 리더들이 있는 조직. 고객들을 1인치 더 만족시키기 위해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독려하는 리더들이 득시글 거리는 조직. 애플이 강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HBR 원문)
에너지 전환을 위한 1인치 
#깜놀보고서보소

북미 대륙의 M&A 트렌드
💬 사상 처음 일어난 일 
- 최근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이라는 화두로 뜨거운데요.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보고서 하나가 발간됐어요. 한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유럽연합의 2020년 에너지 사용량 중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화석연료 사용비율을 사상 처음으로 능가했다는 거에요. (보고서) 지난해 유럽연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비율은 38%였고, 화석연료의 사용비율은 37% 였다고 해요. 물론 전 세계를 놓고 봤을 때 여전히 에너지의 80% 가량은 평균적으로 화석연료이긴 하지만, 유럽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워요. 

💬 1인치의 노력 덕분 
- 이런 에너지 전환은 절대 그냥 일어나지 않았어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죠. '거대한 석유자본과 산유국들이 미국-유럽 등의 정치인들을 설득할 것이다. 그들이 에너지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 맞서서 유럽은 서서히 에너지전환을 1인치 씩 이뤄나갔고, 그 결과 2020년 드디어 화석연료의 에너지 비중이 2위로 내려가는 결과를 얻은 거에요.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아고라'라는 기관은 이렇게 밝혔어요. "자만하지 맙시다. 유럽의 그린딜이 요구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총량을 맞추려면 2020년 보다 2배는 더 빠른 속도로 용량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 투자자들의 의견전환 
- 이제 그 1인치의 노력들이 모여서 거대한 변화를 이루려 하고 있어요. 한국시간으로 어제였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자금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주주서한을 통해 이렇게 말했어요. "기업들은 이제 탄소배출을 제로(zero)로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공개해야 한다" 이건 여러분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뉴스가 아닐 수 없어요. 블랙록의 자금이 들어가 있는 기업들은 이제 탄소배출을 없애는 방향으로 경영계획을 짜지 않으면 CEO가 퇴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뉴욕타임즈 기사)

🔎 문명적 전환을 이루는 1인치 
-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는 '석유는 절대 대체될 수 없어'라는 강력한 주장을 1인치씩 부수면서 이뤄져 가고 있어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화석연료 대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1인치 씩 그런 믿음들이 깨지면서, 지금은 화석연료를 없애는 것이 완전히 대세가 됐어요. 
미국 건국 아버지들의 1인치 
#민주주의라는프로그램

미국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제임스 메디슨
💬 1인치는 미국의 정신이었다 
사실 1인치를 앞서 나가야 한다는 정신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배하는 정신이기도 했어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 볼게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에는 '제임스 메디슨'이라는 인물이 있었어요. 그는 어느날 이런 질문을 떠올렸죠. "미국에는 수많은 나라(state)들이 있는데, 그들은 왜 하나로 합치는 것이 좋을까. 왜 서로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합치는 것이 미국 전체에게 이로운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연방주의자 논집 10' 이라는 책에 담았어요. 관련 내용을 그의 말로 요약하면 이래요.

👴 왜 미국은 하나의 나라인가?
- "그건 우리가 함께일 때 많은 잇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따로 떨어져 있는게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향해 경쟁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나라와 종족들이 함께 뭉쳐있는 미국은 어떤 정책 하나를 이뤄내려 해도 미식축구에서 1인치 나아가듯 전력을 다해 사익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옳음을 추구해야만 할 거에요. 지금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뉘어 있죠? 그들은 서로 죽어라 비판하고 견제하고 다툴 거에요. 비겁한 수를 쓰지 않고 전력을 다해 다수 대중들을 위한 옮은 정책들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 거에요. 그게 민주주의에요. 그게 우리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이고요. 반목과 대립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1인치를 향해 최선을 다해 경쟁하는 것. 그게 내가 코딩한 미국 민주주의에요."

🔎 과연 미국 민주주의는 바로 설 것인가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비난을 많이 받았던 이유는 바로 그에게 이런 정신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아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그래서 그를 제임스 메디슨이 짜 놓은 프로그램에 등장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죠. 과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1인치를 나아가기 위해 치열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1인치
#공시를읽는인공지능

르네상스테크놀로지를 만든 제임스 사이먼스
💬 전자공시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중에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곳이 있어요. 사이먼스라는 천재수학자가 만든 회사인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기업들을 분석하여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이 회사가 사용하는 투자방식 중 하나를 예로 들면 이래요.
- 먼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미국에는 EDGAR Filing System)에 업로드 되어 있는 기업들의 공시정보들을 모두 다운로드 받은 다음 인공지능에게 각 언어들을 학습시키는 거에요. 특히 주가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단어들을 학습시키는 거죠. 왜 이런 일을 했을까요? 기업들은 자기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알고 있어요. 

  • 사업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 사업에 확신이 있는지
  •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등등에 대해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죠. 하지만 실적자료에 이게 다 드러나지는 않아요. 오로지 오묘한 단어선택과 뉘앙스를 통해 투자자들은 그걸 읽을 수 있을 뿐이죠. 그런데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그 오묘한 분위기를 '단어선택'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읽어내려 시도한 거에요.

각 헤지펀드 별로 2004~2016년 사이 공시 다운로드 횟수. (* 자료 = 쿼츠)

💬 땀흘려 얻은 1인치 
-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이런 시도는 과연 쉬웠을까요? 어제 쿼츠라는 미국 경제언론에서 금감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의 뉘앙스를 읽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어요. 이 기사를 읽다보면 얼마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지난 10여년간 하루 하루 1인치 전진을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어요. 2004~2016년 동안 이 회사는 모두 53만 6753건의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았는데요.

  • 12년간 536,753건
  • 1년에 44,729건 
  • 1일에 122건 

정도의 기업공시 문서들을 뜯어봤다는 이야기에요. 물론 처음에는 사람이 하다가 점차 인공지능으로 문서들을 분석했겠지만요. 중요한건 다른 헤지펀드들에 비해 그 시도가 월등히 많았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인공지능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더욱 똑똑해 져 있겠죠.
- 하지만 이건 매일 1인치 씩 다른 회사들을 앞질러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에요. 예를 들어 3위 바클레이스의 경우 같은 기간 37만 7280건의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분석했는데요. 

  • 12년간 377,280건
  • 1년에 31,440건 
  • 1일에 86건 

하루 단위로 치면 르네상스나 바클레이즈의 차이는 40건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매일 12년간 쌓인 결과의 차이는 양사 인공지능 수준의 거대한 차이를 낳아요.

30초 인공지능 브리핑
💬 1인치씩 나아가는 인공지능 
- 사람을 가르쳐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학습'이라는게 스트레스 잖아요. 하지만 적절한 목표를 정해두고 그걸 하루하루 달성해 나가는 기분을 맛보면 학습 또한 즐거워 지는 경우들이 있어요. (경험해 보신 분이 계시다면! 훌륭하신 겁니다)
- 인공지능 역시 사람이 했던 데이터들을 따라서 '학습'을 하게 되는데요. 인공지능도 1인치 씩 단계별로 전진시킨다면 훨씬 어려운 문제들도 쉽게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미국 UC버클리 졸업생과 구글 엔지니어가 최근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1인치 씩 전진시키게 자동으로 학습시키는 인공지능을 만들었더니 성과가 매우 좋았다고 해요. (링크)

💬 강아지를 훈련하는 인공지능 
- 강아지를 훈련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도 나왔다고 해요. 콜로라도 대학교에 있는 인공지능 연구진은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면 강아지가 좋아하는/싫어하는 특정한 향기를 내뿜어서 훈련을 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하네요. (기사)

💬 정신병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들은 인간의 뇌가 현실과 괴리되는 증상(정신병)을 판별해 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해요. (관련 논문) 정신병을 밝혀내는 인공지능 의사도 곧 나오게 생겼네요. 

💬 메모리가 포함된 인공지능 반도체 
-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들은 CPU와 RAM이 함께 붙어있는 인공지능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어요. (기사링크) 오늘날 인공지능을 실행할 때 전력소모와 발열이 심한 이유는 CPU에서 데이터를 RAM으로 주고 받는데서 95% 이상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CPU와 RAM을 붙여 버림으로써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하네요. 갈수록 인공지능을 실행시킬 수 있는 반도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날 세계랭킹 1위 테니스 선수인 노박 조르코비치의 통계를 보여드리면서 오늘의 미라클레터를 마무리할게요. (관련영상그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매 순간 1점을 더 딸 확률을 높이는데 주력했어요. 경기를 이기는게 아니라요. 그 결과 그가 매 경기에서 한 포인트를 이길 확률은 서서히 높아졌죠.

  • 2004~2005 : 포인트 승리 확률 49% 
  • 2006~2010  : 포인트 승리 확률 52% 
  • 2011~2016 : 포인트 승리 확률 55% 

그랬더니, 나타난 결과는 아래와 같아요.

  • 2004~2005 : 승률 49% 
  • 2006~2010  : 승률 79% 
  • 2011~2016 : 승률 90% 

작은 1인치. 작은 1점이 주는 결과는 이처럼 거대했어요. 애플,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같은 혁신기업들은 이처럼 그토록 작은 1인치가 거대한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전 직원들이 그 1인치를 나아가기 위해 적들을 부숴버리려 하고 있죠. 그들은 또한 결과 만을 지향하지 않아요. 결과를 만드는 것은 1인치라는 것을 알고, 그 작은 1인치를 만드는데 리더들이 집중하죠. 리더들은 디테일까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세세한 1인치까지 직원들과 함께 만들기 위해 합심하죠. 애플과 같은 기업이 한국기업들과 다른 점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은 1인치의 게임이에요. 하루 하루 1인치 앞서 나가기 위한 게임 말이에요.

오늘의 미라클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나아가실 1인치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신합니다. 오늘같은 전진이 모여서 기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감사합니다. 금요일에 뵐게요.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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