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켄스탁 씹.뜯.맛.즐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구운김 입니다.


올해에도 킴 존스가 킴 존스했습니다. 현 디올 남성복과 펜디 여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킴 존스는 루이비통 X 슈프림, 디올 X 나이키, 펜디 X 스킴스까지, 핫한 패션 콜라보레이션을 주도해왔는데요. 2022년 상반기에는 디올과 버켄스탁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오늘은 디올을 등에 업은 '버켄스탁'의 근황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 봅니다.

디올 X 나이키 협업 스니커 (출처: Dior)

👋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여름 샌들과 뮬을 구경 중인 콘텐츠 마케터 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디올 X 버켄스탁- 디올맛 버켄, 버켄맛 디올
2. 자네는 언제부터 그렇게 브랜드를 잘 했나
3. 디올 X 버켄스탁- 한솥밥, 다른 갈 길

✨ 디올 X 버켄스탁- 디올맛 버켄, 버켄맛 디올

디올과 버켄스탁의 협업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대표 ‘여름 신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버켄스탁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언젠가부터 여름 길거리에서 10분에 1켤레 꼴로 볼 수 있는 이 샌들/슬리퍼 기업은 1774년에 그 전신이 탄생하고, 1960년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모델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꽤나 전통 있는 브랜드입니다. 1896년 콘라드 버켄스탁에 의해 탄생한 ‘코르크 풋베드(밑창)’가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개발 초기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인체공학적이고 편안한 것으로 유명하죠.


개인적으로는 신발이 길들여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밑창이 코르크 소재라 장마철에 안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버켄스탁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기능적이고 편안한 신발’로 인식되는 글로벌 기본템 브랜드입니다.

버켄스탁의 시그니처, 코르크 풋베드 (출처: Birkenstock)

투박함과 캐주얼 사이 데일리템 ‘버켄스탁’과 우아함 끝판왕 ‘디올’의 협업은 어땠을까요?


두 브랜드의 협업 신발 ‘디올 바이 버켄스탁(Dior by Birkenstock)’은 올해 1월 말 디올 2022 FW 쇼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공식 발매는 6월 말 ‘CD 1947(Christian Dior 1947)’ 캡슐 컬렉션 공개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스니커즈 리셀가가 출시 초기 2천만 원에 달했던 2020년 ‘에어 디올’만큼의 화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킴 존스의 콜라보답게 공개 이후부터 구매 대기가 줄을 섰습니다. 소비자가 155만 원부터 출발하는 디올맛 버켄, 버켄맛 디올의 협업 신발은 발매 초부터 거의 모든 모델의 전 색상/전 사이즈가 품절되었더라고요.

디올 2022 FW 컬렉션 (위- 런웨이, 아래- 디올 X 버켄스탁 협업 토키오 뮬) (출처: Dior)

디올 바이 버켄스탁은 디올 로고 없이도 귀여운 신발이지만, 브랜드 간 시너지가 좋았다는 점에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


협업의 시너지는 i) 협업 프로젝트 주제가 두 브랜드의 기존 정체성을 적절히 연결 짓고, ii) 실제 협업 아이템에서 각각의 개성이 적절히 드러날 때 극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 강한 두 브랜드의 스포트라이트 싸움이 아니라, ‘두 브랜드가 하나의 브랜드로 합쳐진 평행세계가 있다면 출시될 법한 상품’일 때 콜라보 아웃풋이 가장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CD 1947’ 캡슐 컬렉션은 유서 깊은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실히 연결 짓습니다. CD 1947 캡슐 컬렉션은 현 디렉터인 킴 존스가 브랜드의 창립자 크리스찬 디올에 전하는 헌사입니다. CD 1947 라인의 아이템은 첫 디올 쇼가 열렸던 해인 ‘1947이 로고로 사용’된 점과 디올이 좋아하는 가드닝(Gardening)에 영감을 받은 ‘전원적이고 편안하지만 우아한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버켄스탁은 이번 협업의 핵심에는 두 하우스가 공유하는 뿌리 깊은 장인 정신(craftsmanship)이 있다고 말합니다. 1774년부터 기능과 품질면에서 타협하지 않았던 요한, 콘라드 버켄스탁의 유산과 크리스찬 디올의 유산을 현 세대에 맞게 녹여 냈다고요.

협업 신발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디테일에는 버켄스탁과 디올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디올 바이 버켄스탁은 버켄스탁의 ‘토키오 뮬’, ‘밀라노 샌들’을 기반으로, 푹신하고 편안한 시그니처 풋베드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본체 아웃솔과 풋베드에 입힌 디올 그레이, 밑창에 추가된 오블리크 패턴, 일부 토키오 뮬에 올라간 꽃 자수까지, 크리스찬 디올의 오마주가 디테일로 반영되었고요. 스트릿웨어를 사랑하는 킴 존스의 취향인 것 같은 롤러코스터 버클 디테일도 이번 협업 신발을 ‘요즘 디올’처럼 느끼게 하는 포인트입니다.

디올 X 버켄스탁 협업 슈즈 (위-토키오 뮬, 아래-밀라노 샌들) (출처: Dior)

누가 봐도 디올이면서 버켄스탁인 이번 협업. 패션 브랜드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무형의 이미지상과 개성은 핵심적인 자산입니다. 때문에 두 브랜드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건 더욱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콜라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완성도 높은 콜라보, 버켄스탁의 브랜드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실현되기 어려울 텐데요. 버켄스탁은 어떻게 아이코닉한 브랜드들의 홍수 속 건실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것일까요?


🤔 자네는 언제부터 그렇게 브랜드를 잘 했나

코르크 색과 가죽 냄새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던 버켄스탁은 디올과 같은 럭셔리 패션 하우스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그 존재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버켄스탁의 브랜드는 ‘유서 깊은 장인 정신’과 ‘쿨함의 여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모든 것은 ‘제품력’에서, ‘유서 깊은 장인 정신’


10여 년째 버켄스탁의 CEO를 맡고 있는 올리버 라이헤르트는 버켄스탁의 브랜드를 이루는 세 가지 축은 ‘기능, 품질, 전통’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브랜드가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제 기능을 하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 버켄스탁은 ‘장인 정신과 헤리티지’에 매우 진심입니다.


버켄스탁 박스 뚜껑에 보이는 ‘Tradition seit 1774(Tradition since 1774)’와 발바닥이 닿는 신발 밑창에 쓰여진 ‘Made in Germany’에서 시작해 볼게요.

버켄스탁 박스 (출처: Birkenstock)  

버켄스탁은 약 250년 동안 판매된 독일 메이드 신발입니다. 모든 생산량을 독일 괴를리츠시에서 책임지고 있으며, 한 켤레를 만드는데 평균 32명의 손을 거쳐야 하는 생산방식을 아직까지 고수한다고 해요. 21세기 자본주의답지 않은 비효율 같기도 하지만, 브랜드로서 가지는 장점만큼은 분명합니다.


먼저, 양질의 제품을 꾸준히 수급해 제품력이 보장된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버켄스탁과 같이 약 250여 년 전에 출발한 브랜드라면, 훨씬 중한 것도 얻을 수 있어요. 바로 헤리티지와 스토리입니다. 버켄스탁에게는 ‘2세기 이상 독일에서 제품력 뛰어난 신발을 만들어온 브랜드’라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브랜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버켄스탁이 지향하는 코르크, 구리, 가죽 같은 천연재료와 탄소 배출을 절감한 친환경적인 공정 방식과도 제법 일관적이고요.

- ‘실험’으로 ‘쿨함의 여지’를 남기는 브랜드


기능성과 품질을 앞세운 브랜드도 신선한 감성을 부여하기 위해, 더 나아가 강력한 헤리티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체성에 제품력 이외의 요소를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버켄스탁의 경우 ‘시그니처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적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오히려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죠.


그 시작은 2013년 당시 셀린느의 디렉터였던 피비 파일로가 버켄스탁의 시그니처 아리조나를 활용해 슈트 컬렉션을 선 보이면서부터였어요. (정식 콜라보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워 활용으로 적었습니다.) 그녀가 공개한 슬리퍼는 바닥면이 알록달록한 퍼(fur)로 덮여 있어 ‘퍼켄스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요. 당시 1백만 원대의 퍼켄스탁도, 덩달아 버켄스탁까지도 쿨함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고 해요.

퍼켄스탁, 이건 셀린느맛 버켄스탁이려나요? (출처: Celine)  

최근에도 버켄스탁은 발렌티노, 질 샌더, 스투시, 디올 등 패션 하우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버켄스탁 특유의 착화감은 유지하고 그 위에 패션 브랜드들의 감성을 입혀, ‘편한데 트렌드 감도까지 높은 신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발렌티노 X 버켄스탁 (출처: Birkenstock)  

콜라보 외에도 ‘버켄스탁 1774(Birkenstock 1774)’라는 자체 럭셔리 라인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버켄스탁 설립 연도인 1774년에서 따온 이름으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고가 라인입니다. 콜라보 제품보다 클래식하지만 소재 및 디자인의 품질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일반 버켄스탁의 5배 이상의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1774 라인은 비싼 만큼 기능적인 완성도가 뛰어나고 기본 디자인에 현대적인 디테일이 가미되어,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꽤 좋습니다.

버켄스탁 1774 컬렉션 2.2 (출처: Birkenstock)  

버켄스탁은 패션 브랜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스스로 '트렌드와 멀다'라고 말하는 기업입니다. 유행에 상관없이, 변치 않는 제품력이 버켄스탁의 진짜 자랑이니까요. 그렇지만 동시에 브랜드 내외부에서 다른 강도로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기능적으로 뛰어나지만 쿨하기도 한 신발. 기본템이지만 콜라보가 활발한 브랜드. 버켄스탁이 주는 묘한 기운은 소비자들과 제 머릿속에 '쿨함의 여지'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 디올 X 버켄스탁- 한솥밥, 다른 갈 길

버켄스탁에게 2012년은 주요한 터닝 포인트가 많았던 때였습니다. 전문 경영인들이 부임했고, 브랜드에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후, 6년 동안 판매량은 2.5배, 매출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2020년 이후에는 판데믹으로 원마일웨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요.


세계 어디를 가나 보는 눈은 비슷한가 봅니다. 대체되기 어려운 버켄스탁 브랜드는 더 많은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는 것인지, 2021년 버켄스탁 인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습니다. 세계 최대의 럭셔리 제국 LVMH(모엣 헤네시∙루이 비통)는 벨기에 사모펀드 CVC 캐피탈과 첨예하게 대립했었죠.


이번 레터 인트로에서 ‘버켄스탁이 디올을 등에 업었다’고 표현했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버켄스탁의 뒤에는 디올, 루이비통, 셀린 등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모기업 LVMH(모엣 헤네시∙루이 비통)이 있습니다. 2021년 2월 버켄스탁은 LVMH와 미국 투자회사의 합작 사모펀드 기업 ‘엘 캐터튼(L Catterton)’과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가족 투자회사 ‘피낭시에르 아가슈(Financiere Agache)’에 인수되었거든요.


그리고 인수 4개월 뒤 버켄스탁은 확보된 자금으로 1억 유로(약 1천억)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공장이 있는 독일 괴를리츠의 생산 라인을 크게 늘리고, 디지털 투자 확대 및 중국, 인도 시장에 대한 사업 확장을 구상 중이라고 해요.


투자 계획에 따르면, 버켄스탁은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며 기업 외연을 넓히는데 집중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큰 변화는 없을 것 같고요. 여전히 버켄스탁 브랜드의 본진은 '기본에 충실한 장인 정신'에, '하입보다는 스테디셀러'에 머물겠죠. 그럼에도 이번 디올과의 콜라보로 신나게 눈 호강했기에 버켄스탁의 쿨할 여지를 좀 더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디올과의 2차 콜라보 또는 다른 LVMH 계열 브랜드와의 만남을 기다려 보겠어요. 


버켄스탁 한 켤레 갖고 계시다면, 장마가 끝난 후 한 번 꺼내 보면 어떨까요? 저는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뮬이나 하나 장만해 보려고요.

 💭  오늘의 콘텐츠 추천

런업 | 호텔가운 입고 간 파리 패션위크 이야기

에디터 <구운김>의 코멘트
역대급 노여유+노의욕+노잼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저는 요즘 많은 시간을 브이로그 시청에 쓰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봤던 브이로그를 소개할게요.
유튜버 '런업'의 파리 패션위크 브이로그 3부작 중 마지막 편인데요. 인생 첫 패션위크에 수화물을 잃어버린 채로 도착한 패션 유튜버는 '나는 샤를 드 골 공항에서 수화물을 잃어버렸다'라고 쓴 호텔가운을 입고 길을 나섰다고 해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 재치 있게 뒤집히는 런업의 하루가 푹푹 찌는 여러분의 여름날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오늘의 레터가 좋았다면 커피값 후원하기 ☕️
👉 오늘의 레터를 피드백해주세요! 
💜  어거스트 구독하 : 어거스트 구독 링크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