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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마더 테레사의 본명은 아녜저 곤제 보야지우였다

독자님, 안녕하세요.

복 있는 사람 편집자 B입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숙모에게 “나는 목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하고 말했던 적 있습니다. 그러자 숙모는 “그러면 아프리카에 가는 거야?”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아프리카에 가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종교 지도자와 아프리카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아마도 숙모의 머릿속에 참된 종교 지도자의 모습은 빈민가에 가서 헌신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독자님께 소개하는 인물은 마더 테레사입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마더 테레사의 본명은 ‘아녜저 곤제 보야지우’입니다. 아녜저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성당을 조금 더 좋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계기로 아녜저는 빈민가에서 평생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을까요. 마더 테레사로 불리기까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12 마더 테레사의 본명은 아녜저 곤제 보야지우였다

1910년 8월 26일, 동유럽 발칸반도의 도시 스코페에서 훗날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아녜저 곤제 보야지우’(Anjezë Gonxhe Bojaxhiu)가 태어났습니다. 아녜저의 부모님은 알바니아인으로, 몇 대째 내려온 가톨릭 가문에 속해 있었습니다. 아녜저는 가톨릭 전통에 따라 영세를 받은 뒤 ‘아녜저 곤제’(Anjezë Gonxhe)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아녜저’는 순교자 ‘아녜스’의 알바니아식 이름이며 ‘곤제’는 ‘꽃봉오리’를 뜻합니다.

 

아녜저의 가정은 19세기 비극적인 상황과 대조적으로 화목했습니다. 아버지 니콜라 보야지우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고, 당시 지역 정치에도 참여할 만큼 활동 범위가 넓었습니다. 5개 언어를 구사하며, 성격도 호탕해 집안에는 늘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드라나필은 사랑이 많은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특별히 어머니는 주변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먹을 것을 주고, 병자들을 돌보곤 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이 집에 찾아올 때면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어린 아녜저를 데리고 성당에 나가 미사와 기도를 드렸습니다. 또한 바깥에서 구제 활동을 할 때마다 아녜저와 어머니는 함께했습니다. 구제 활동이 끝난 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단정하게 옷을 갈아입고 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면 함께 기도를 한 뒤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것이 아녜저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녀에게 구제는 특별한 날에 이루어지는 행사가 아니라, 삶 가운데 늘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녜저가 아홉 살이 되던 해, 가족의 행복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그라졌습니다. 아녜저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마치 화창한 봄날에 피어오르던 꽃봉오리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당시 민족 간에 있었던 분쟁과 갈등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머니는 가족을 책임져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수 제품을 파는 상점을 열고 카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습니다. 어머니와 딸 아녜저는 이전처럼 구제 활동에 전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았고, 가정의 행복을 위해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냈습니다. 아마도 아녜저가 훗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도왔던 건, 이와 같은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을 바라보며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1968년 인터뷰에서, 아녜저는 자신이 수녀 소명을 받았을 때 마음에 남았던 유일한 장애물이 ‘사랑이 넘치고 행복한 가정’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위기가 있었지만, 어머니는 끝끝내 가정의 행복을 지켜냈던 것입니다.

 

아녜저는 알바니아인으로 구성된 성당에 다니면서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특별히 만돌린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아녜저는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고, 이 경험은 아녜저에게 행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때 아녜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습니다. 1922년, 열두 살의 소녀의 마음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수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1925년, 아녜저는 얌브렌코비치 신부를 만나게 되고, 그 신부를 통해 인도 벵골에 파송된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녜저를 비롯해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은 선교사들의 편지를 함께 읽곤 했는데, 그 편지는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때 아녜저도 마음 한편에 인도 벵골을 향한 선교의 마음을 품게 됩니다.

 

열여덟 살이 된 아녜저는 생일을 앞두고 기도하던 중, 열두 살 때 느꼈던 수녀를 향한 소명이 다시 찾아왔다고 확신했고, 인도 벵골이 자신이 부름받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해외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가족과의 기약 없는 이별일 수 있었기에, 딸의 결심을 들은 어머니는 꼬박 하루 동안 골방에서 기도한 후 결국 딸이 받았다는 소명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1928년 9월 26일, 어머니와 아녜저는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로 가서 며칠을 함께 보냈습니다. 이때 함께 보낸 시간이 아녜저와 어머니가 이 땅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아녜저는 자그레브역에서 파리행 기차를 타고 아일랜드 더블린의 로레토수도회 본부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영어, 벵골어, 힌두어, 가톨릭 교리를 배우며 수련 과정을 거친 후 1931년 5월 25일 로레타수도회의 정식 수녀가 됩니다.

 

이때 아녜저의 새 이름이 결정되었습니다. 수녀는 주로 자신이 본받고 싶은 인물의 이름을 차용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아녜저가 선택한 이름은 리지외의 테레사(Thérèse of Lisieux, 1873-1897)였습니다. 이때부터 아녜저는 ‘벵골의 테레사’로 불렸습니다. 리지외의 테레사는 프랑스 알랑송에서 태어나서, 15세에 수녀가 된 후 24세가 되던 해에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예수의 작은 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리지외의 테레사는 특별한 사역이나 활동으로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신과 인간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리지외의 테레사는 자신을 ‘어린 예수가 손에 쥔 공’으로 비유한 적이 있었는데, 마더 테레사는 후에 이와 비슷하게 자신을 ‘하느님이 손에 쥔 몽당연필’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수녀 테레사가 맡은 역할은 성마리아학교에서 지리, 역사, 가톨릭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성마리아학교 이외에도 중산층 자녀가 다니는 다른 지역의 성테레사학교에서도 가르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학교를 오가는 길에 빈민가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이 길을 오가며 본 가난한 이들의 참상이 지속적으로 테레사의 마음을 후벼 팠습니다. 그리고 36세의 테레사는 기차 안에서 빈민가로 들어가 섬기라는 부르심을 듣게 됩니다.

1946년에 저는 피정하러 다르질링으로 가던 중이었어요. 바로 그 기차 안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따라 빈민가로 들어가서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계신 그리스도를 섬기라는 부르심을 들었어요.

1948년 8월 8일, 테레사는 교황청으로부터 빈민가에서 일해도 좋다는 허락이 담긴 편지를 받았습니다. 수도사의 신분을 유지한 채 ‘수도원 밖 임시 거주 허가’를 받은 편지였습니다. 그러나 테레사는 수녀회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원 밖에서 살다가 죽게 됩니다.

 

38세의 테레사는 비교적 화려하던 수녀복 대신 세 벌 옷을 가진 채 병원에 가서 3-4개월간 기초 간호법을 배웁니다. 이후 슬럼가에 혼자 들어가 학교를 열었는데, 젊은 여성 자원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던 일이 점차 공동체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1950년 10월, 바티칸은 테레사의 선교회를 공식 허가하며 이 선교회는 사랑의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게 됩니다. 1965년, 이 수도회는 교황청 직속 수도회로 승격되고, 선교회의 회헌에 따라 테레사는 선교회 총장인 ‘마더 테레사’가 됩니다.

275조로 구성된 사랑의선교회 회헌에는 이 선교회가 지향한 선교의 방향이 반영되어 있다. ‘가난’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고, ‘가난한 이 중 가장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이 기독교 정통 실천임을 회헌은 명료하게 선언한다.

"우리들의 목적은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의 한없는 갈증을, 사람들의 사랑의 갈증을 풀어주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복음의 권고를 지키며, 회헌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봉사한다. 우리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취하신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 예수님에게 봉사하며 이들이 하느님 닮은 모습을 되찾도록 일한다."

_이재근, 『20세기, 세계, 기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