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직장 동료부터 같은 문구를 받은 적 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그들을 끄집어내어 방해할 만큼 내 용무가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우리 삶에서 그렇게까지 급한 일들은 많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로 하여금 항상 일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게 만드는 것들. 당시 내 버즈피드 기고문 주제였다. 그 기사들이 그렇게 인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인터넷 여기저기서 공유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기고문들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세대론을 다루고, 실제 밀레니얼 세대의 인터뷰를 여럿 포함하여 한 권의 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MZ세대라고 묶어서 말하진 않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대한 논의는 한창이다. 자동차나 집처럼 계급을 나타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소유물보다도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차나 집 같은 계급의 상징이 실제로도 밀레니얼 세대가 구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는 것이다. 물질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취재하고 싶었다.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세대론은 국가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일반화하기 위험하다고도 생각한다. 예컨대 최근 《요즘 애들》이 출간된 스페인의 경우, 20세기 프랑코 정권 이후 세대론은 훨씬 단단하게 조직화됐다. 그러나 나는 밀레니얼이 정확히 어떤 세대라기보단 하나의 심리 상태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이라 불리는 세대보다 좀 더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들도 밀레니얼 세대의 많은 특성을 공유할 수 있다. 책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미국 ‘부머’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닮아 있는 지점이 많다. 한국에서의 세대론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한국 전쟁이나 민주화 운동 이후 세대의 특성이 분명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도 반전 운동, 페미니스트 운동, 시민권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당시의 변화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고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 세대는 단지 소셜 미디어에서 칭얼거릴 뿐이다. 하지만 그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이 이젠 자본가가 됐다. 자신이 성공한 방식들을 자녀들에게 주입시켰는데 그게 지금의 우리에겐 별로 유용하지 않다. 그들이 만들어낸 변화에 이제는 우리가 반항하고 있다.  

당연히, 구조적인 문제다. 이전에 저널리즘은 학위나 정규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노동이었다. 지역사회에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뉴스를 게재하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발전했다. 그런데 저널리스트는 언제부턴가 진부한 직업이 됐고, 많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언론인들이 디지털 저널리스트로 대체됐다. 설상가상으로 현재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착취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저널리스트로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나는 누가 내 글을 출판해 준다는 사실만으로 뛸 듯이 기뻤다. 전형적인 밀레니얼이었다. 디지털 저널리스트에겐 노조가 없고,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 제대로 된 권리도 찾기 어렵다. 최근 미국에선 언론인들 사이에서 힘을 모으려는 노력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어떤 일이든 최소한의 근무 요건을 보장하는 것, 그것을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육아가 보이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육아도 노동이란 걸 지속해서 가시화해야 한다. 그리고 육아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육아를 직접 하는 사람이든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든, 집단 차원에서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육아는 늘 ‘부담스러운데 인정받지 못하는’ 과업이 될 것이고, 여성들(그리고 엄마들)은 그들이 항상 실패하고 있으며 분발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투표해야 한다. 사실 내가 그 책을 집필할 때에 비해 지금은 투표의 힘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긴 했다. 적어도 미국에선 투표권의 제한 때문에 실질적으로 민주적인 투표가 이뤄지기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건 투표다. 나는 더 많은 여성들, 특히 가부장적 이익에 신세를 지지 않는 여성들, 쉽게 말해서 진보적인 여성들을 공직에 선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변화가 일어나야 할 필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너무 많고 그들에게 주어진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나는 규칙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쓴다. 그리고 엄청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소위 말하는 ‘한 방’이 없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도 좋아한다. 다른 저널리스트의 인터뷰라든지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글을 덜 지루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난 뉴스레터 쓰는 걸 정말, 정말로 좋아한다. 나라는 개인보다 훨씬 큰 공동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번아웃과 그 시스템으로부터 탈출하고, 일과 공동체 형성에 있어 새로운 방법들을 찾으려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들, 그 커뮤니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또 한 종류의 글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는 것도 내겐 활력이 된다. 인터뷰라든지 말랑말랑한 에세이라든지, 그 모든 활동들이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좋은 동기가 된다.

내가 독자와 소통하는 이유는 그만큼 독자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디스코드 서버도 잘 활용 중이다. 디스코드 서버에서 채팅방을 개설하면 누군지 모르고 만나본 적도 없지만 내 글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들이 들어온다. 우리는 절대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로만 대화한다. 구시대적인 인터넷 페이지, 2000년대 초반의 AOL 같은데 나는 그 공간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엄청나게 많은 뉴스레터를 정기구독 중이다. 개인적으로 서브스택에선 좀 더 자유롭고 격식 없는 톤을 좋아한다. 그리고 남들은 다 지나치는 사소한 주제나 이슈를 깊게 다루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혹은 아예 색다른 구조의 글쓰기를 실험하는 사람들도 좋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노동’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노동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취미라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다. 과거엔 텍스트 시장이 광고 모델로 수익을 얻었지만, 최근엔 광고 모델이 죽고 쇠퇴하는 마당이다. 우리는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텍스트 시장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서브스택이 그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누구에게든 내 책을 추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웃음) 나는 사람들이 종종 삶이 과하다고 느끼거나, 그들의 삶이 어때야 한다고 조언 혹은 훈계하는 이야기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내 책을 추천한다. 모든 걸 제대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만나 보라.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