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즘 나는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 한쪽은 남들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삶, 그리고 다른 한쪽은 나만의 것을 찾아가려는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그런 기분. 아슬아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
예전에 들은 말이 문득 떠올랐어. 우리 인생은 초반부에 너무 많은 일이 몰려 있다고. 수능, 취업, 결혼… 그 짧은 시기에 인생의 커다란 갈림길들을 하나둘 결정해야 하잖아. 보통 20대에서 30대 사이, 인생의 1/3도 채 살지 않았을 때 이 모든 걸 마무리 지으려 하니까, 자연스럽게 남들의 속도에 맞추고 적당한 선에서 순응해 버리는 것 같아.
그래서 나도 한때는 "이게 내 운명인가 보다" 하고 흘러가던 물살 속에 스스로를 던져 넣었던 것 같아.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나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산다고 틀린 건 아니지만, 나처럼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게 얼마나 답답한 선택인지 알게 되었어.
최근에 이사한 이야기를 해줄게. 그건 단순히 새로운 집을 찾은 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어.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고 싶었거든. 내가 나를 둘러싼 세계를 고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내 선택 하나하나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걸 느끼고 있어.
‘仁’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려 봐. 공자의 말처럼, 仁이란 곧 자연스러운 선택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내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곳을 찾고, 그런 관계와 공간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 어쩌면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그런 삶을 꿈꾸는 것 같아.
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쉽지는 않지. 조직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눈치를 봐야 하는지, 나도 회사에서 많이 느껴 봤거든. 뒤에서 험담을 듣는 것도 흔한 일이야. 그런 환경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여전히 갈등해.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갈등이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도 같아.
지금의 나는 어디에도 완벽히 속하지 않았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해. 남들과 같은 속도를 내려는 나와 나만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나,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는 게 예전엔 불편했지만, 이제는 그 줄타기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되는 것 같아.
너도 혹시 나와 비슷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각자가 걸어가는 속도와 방향이 다르듯이, 결국에는 우리만의 진짜 길을 찾게 될 거야. 그러니까 가끔씩은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봐.
“지금 나는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나?”
항상 응원할게.
마음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