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7시에 도착하는 Achim 영감 🌅 오늘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몇 번 얼굴을 본 게 전부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또래의 지인이 있었습니다. Achim을 통해 연결되었고, 서로의 일을 응원하는 사이였어요.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언제든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어요. 서로 닮은 점이 많았거든요. 시리얼 취향도, 오트를 좋아하는 것도.
그 친구는 서촌에서 오트 바를 운영했습니다. 자주 갈 수는 없었지만, 근처에 갈 일이 생기면 꼭 들렀어요. 바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 친구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죠. 직접 만나지 못할 땐 SNS를 통해 친구의 소식을 접하면 늘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난 금요일 아침, 믿기 어려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친구가 운영하던 공간이 문을 닫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이유를 듣는 동안 불길한 예감을 애써 밀어 내며 ‘아니길, 제발 아니길⋯’ 하고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씩씩한 모습과 환한 미소로 주변을 밝히던 얼굴을 떠올리며, 흐려지는 기억을 또렷이 잡아 보려 했어요.
부디 틀리길 바랐던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더 이상 그 친구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저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어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기에 더욱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루는 시작되었고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 내내 살아 있음과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쉽게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지만 점점 더 자주 마주하게 되는, 죽음. 그것을 기록하는 오늘은 새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다시 사라집니다. 오랜만에 참 좋아하는 책,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펼쳐 보았습니다.
“아침을 열 때는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첫째, 이미 죽어 있다면 제때 문상을 할 수 있다.
둘째,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하여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할 수 있다.
(중략)
다섯째, 공포와 허무를 떨치기 위해 사람들이 과장된 행동에 나설 때,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침착함을 가지고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생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다. 조용히, 느리게,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 주체로 살아보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가져보는 거다.”
살아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매일 해야 할 일들, 주어진 기회와 맡겨진 관계, 우리를 빚어 온 모든 경험, 숨을 들이마실 때 몸 안으로 전해지는 공기, 피부를 스치는 바람, 하루만큼의 강인한 생명력, 밀려오는 슬픔과 감출 수 없는 기쁨,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살아 있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혹시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다면, 아직 닿지 못한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살아 있는 동안, 지금 이 순간에, 더 많이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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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Song
‘Chopin: Nocturne No. 2 in E flat, Op. 9 No. 2’ played by 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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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3.1 라디오를 들으시는 분 계신가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채널에 익숙했습니다. 아빠 차에 타면 라디오 주파수는 늘 93.1 클래식 FM에 맞춰져 있었거든요.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 아빠 차가 아닌 제 차에서 이 라디오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어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외모와 성격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내리사랑의 흔적이 이렇게 남는구나, 가족의 유산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싶어서요.
금요일 아침 7시, 이날도 클래식 FM을 틀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이재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출발 FM과 함께〉가 방송돼요. 집에서 일터인 Achim 프로비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아직 온전히 떠오르지 않은 태양을 등 뒤에 두고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시간이 아름답게 흐르고 감사한 마음이 차오릅니다.
이날은 백건우의 녹턴(Nocturne) 연주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어요. 와, 이 연주를 차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새삼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여운을 좀 더 길게 누리고 싶어 그날 내내 프로비전에서 쇼팽(Fryderyk Chopin) 연주를 틀어 두었습니다.
참 희한한 날이었어요. 햇살이 참 좋고 음악도 아름다운데, 오시는 분들 한두 분씩 자연스레 책을 꺼내 읽으시는 거예요. 유독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그럴까요? 공간의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면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황홀하고 기쁩니다. 백건우의 쇼팽 연주, 각자 펼친 페이지 위에 부서지는 빛의 조각들, 그리고 맛있는 커피와 식사까지⋯.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일영모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연주자들 사이에서 백건우의 연주는 절제된 감정 속에서 깊은 울림을 전하는 스타일로 평가받습니다. 너무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인 톤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특히 한 음 한 음 터치에서 전해지는 깊이는 듣는 사람에게 고요한 감동을 전하고요.
쇼팽의 녹턴을 비롯해 리스트(Franz Liszt)나 드뷔시(Claude Debussy)의 곡에서도 백건우 특유의 명료한 페달링과 부드러운 레가토(음과 음을 부드럽고 끊김 없이 연결하는 연주)가 빛을 발합니다. 그는 감정을 과하게 부풀리지 않고, 음악 자체의 흐름과 자연스러운 표현에 오롯이 집중하는데요. 이 점이 그의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죠.
님의 아침에 이 음악이 흐를 때, 어떤 장면과 풍경이 함께할지 궁금하네요. 좀 더 긴 여운을 안겨 드리고자 녹턴 연주를 쭉 들으실 수 있는 링크도 남겨 두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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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동안 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준 스프가 있습니다. 맛이 깊고 기분까지 끌어올리는 아주 영특한 한 그릇의 스프, 너무나 사랑스러운 스프. 바로 프로비전의 신메뉴 ‘핑크 스프’입니다.
직접 요리를 하면 좋은 점은 이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모든 과정이 어떻게 준비되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만든 음식으로 누군가의 배를 따뜻하게 채워 줄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봄 기운이 성큼 다가온 이번 주를 돌아보며, 핑크 스프의 맛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입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스프예요. 님과 마주 앉아 함께 먹어도 좋겠지
님을 위해, 그리고 님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어 먹는 근사한 순간을 위해 레시피를 공유합니다.
재료 (4인분 기준)
- 감자 500g
- 비트 200g
- 버터 50g
- 소금 5g
- 무가당 두유 (프로비전에서는 ‘기꼬만 두유 오리지널’을 사용합니다)
만드는 법
- 감자와 비트의 껍질을 필러(감자칼)로 벗깁니다.
- 감자와 비트가 충분히 들어갈 크기의 냄비에 물을 담아 올립니다.
- 찬물 상태에서 먼저 비트를 넣고 비트의 표면이 익을 때까지 약 15분 정도 팔팔 끓입니다.
- 이후 감자를 넣고 20분 정도 더 끓입니다.
- 젓가락으로 감자와 비트를 찔러 보며 다 익었는지 확인합니다.
- 남아 있는 물을 버린 후 버터를 넣어 줍니다. 식물성 버터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 핸드 블렌더(도깨비 방망이)를 이용해 비트와 감자를 곱게 으깹니다.
- 감자의 전분 덕에 질감이 쫀쫀해지며, 덩어리가 남지 않도록 곱게 갈아 줍니다.
-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두유와 함께 끓일 것이므로 약간 짠맛이 나도록 조절하는 게 좋아요.
- 스프를 끓일 때는 만들어 둔 감자, 비트 베이스와 두유를 1:2 비율로 넣고 다시 한번 끓여 줍니다.
- 함께 먹을 포카치아나 빵이 있다면 더 없이 훌륭한 한 끼가 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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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Book
장 자끄 상뻬, 『속 깊은 이성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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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Achim 에디터 도연입니다. 님은 좋아하는 삽화가가 있나요? 보고 또 봐도 좋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님에게도 있는지요? 저에게는 장 자끄 상뻬(Jean Jacque Sempé)가 그런 존재입니다. 단순히 그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미국의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표지를 40년간 그려 온 전설적인 삽화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책 『속 깊은 이성 친구』를 읽고 그를 속 깊이 애정하게 되었거든요.
이 책을 발견한 곳은 홍대입구역과 서강대역 사이에 위치한 ‘숨어 있는 책’이라는 헌 책방이었어요.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널찍한 지하 공간을 빽빽하게 채운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상뻬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곧장 책을 꺼내 들었죠. 파리의 밤거리를 연상케 하는 표지를 넘기자 푸른 속지에 적힌 손글씨가 눈에 들어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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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2,000원을 주고 책을 샀습니다. 제가 또 이런 흔적에 사족을 못 쓰거든요. 2002년 10월에 썸 타고 있었을 조르바 씨와 암탉 씨가 누구인지는 다시 태어나도 모를 일이지만, 조르바 씨에게 암탉 씨가 어떤 이성 친구였을지 멋대로 상상해 보고 싶었어요. 설렘을 품은 채 책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선 1991년에 출간된 책으로, 오른쪽 페이지에는 상뻬의 그림이, 왼쪽 페이지에는 그림을 바라보고 해석한 그의 글이 나란히 40편씩 수록되어 있어요. 상뻬의 그림을 보면 기분 좋은 수채화의 색감과 위트 넘치는 드로잉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당대의 파리 거리와 그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었을 사람들을 상상하게 되고요. 한데 그림을 보고서 글을 읽으니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90년대 파리 사람들도 참 복잡하고 음흉하고 찌질하고 쓸쓸했겠구나. 지금의 우리처럼.’
가령 다정한 연인이 서로의 허리춤을 감싼 채 창밖을 바라보는 그림 옆에는 이런 글이 담겨 있어요.
“우리의 행복은 우주처럼 한이 없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큰 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알리지?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 행복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고 그것의 찬양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그 행복을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행복을 주제로 몇 쪽에 달하는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로르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나를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크나큰 의혹을 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꼭 이성 친구만이 그림의 대상인 건 아닙니다. 열띠게 축구하는 소년들을 뒤로한 채 나란히 걸어가는 두 청년의 그림 옆엔 이런 글이 수록돼 있죠.
“우리는 서로에게 감탄하고 서로를 존경하는 사이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우정은 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선의의 경쟁이 되었다. 그가 어떤 선행을 하면, 나는 기어이 그보다 더 착한 일을 한 다음 그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 사람 역시 오기가 대단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지 며칠도 안 돼서, 그는 내가 행한 것보다 훨씬 더 착한 일을 하고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그를 따라갈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 다음날, 나는 홧김에 우리의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나갔고, 또 그 다음날에는 두 시간 넘게 지각을 했다. 그 다음 주에는 그를 바람맞혀 종일토록 기다리게 만들고도 나몰라라 하였다. 그다음 달에 그는 나에게 알리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 그에 질세라 나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사를 가버렸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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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봅니다. 다정하게만 보였던 연인은 한없이 고독해 보이고, 나란히 걷는 두 청년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듯해요. 따듯하고 유쾌하게만 느껴지던 그의 그림도 서늘하고 쓸쓸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상페는 이 책을 통해 알려 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단순해 보이는 그림 속 사람들과 상황들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얼마든 복잡미묘해질 수 있다는 걸요. 그것이 인간이고 인간사일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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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상뻬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그리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포도주 중개인 사무소에서 일하던 17살 땐 틈만 나면 동료들을 모아 놓고 그림을 그리느라 해고될 정도였죠. **‘나는 그려야 하는 팔자구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그는 곧장 파리로 올라가 가난한 삽화가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신문사에 포트폴리오를 돌리며 만평과 삽화 작업 일을 따낸 그는 1960년, 작가 르네 고시니(René Goscinny)와 함께 벨기에의 한 지방 주간지에 〈꼬마 니꼴라〉라는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작품의 대성공으로 상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삽화가가 되었습니다.
그림만 놓고 보면 한없이 포근하고 낭만적이기만 할 것 같은 상뻬지만, 사실 그는 자기 욕망에 있어 불 같은 사람이었어요.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삽화가로 거듭나고 싶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선망해 온 〈뉴요커〉의 표지에 그림을 싣기 위해 편집부에 포트폴리오를 보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뉴요커〉는 외국 작가에게 쉽사리 기회를 주지 않았거든요. 포기하지 않은 상뻬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고, 결국 그가 그린 뉴욕이 편집부의 눈에 띄어 1978년에 처음 게재됐죠. 놀랍게도 그 시기 상뻬는 뉴욕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현지 화가보다 더 뉴욕을 뉴욕스럽게 그릴 수 있었던 건 뉴욕의 신문과 잡지를 파리에서 모조리 섭렵한 덕이었죠. 그만큼 그는 성공을 위해 맹렬히 달리고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만족할 만한 삽화가 나올 때까지 종이 수백 장을 찢어버리는 건 부지기수였고, 삽화 하나를 그리는 데 두 달을 쏟기도 했다네요.
또 그에겐 얼음처럼 차가운 구석도 있었는데요. 일례로 어느 아침, 그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지인이 다가와 인사하려 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미안하지만, 아직 아침이에요.” 그럴 만도 했던 게, 그에게 아침은 보통 중요한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상뻬는 하루 루틴을 매우 중요시 여겼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뒤 작업실로 가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점심은 꼭 몽파르나스의 단골 레스토랑에서 그날의 디저트로 떼웠다 하고요. 그다음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잔 뒤 다시 저녁이 될 때까지 작업에 몰두하는 생활을 매일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아침은 하루 중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자 남은 하루의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었던 거죠. 그는 프랑스 잡지 〈렉스프레스(L’express)〉와의 인터뷰에서 아침에 대개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경이 좀 날카로운 상태지요. 그땐 나한테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주의력이 흐트러지고 딴 길로 샐까 봐 조심합니다.” 일에 매진하고자 아침을 철저히 사수한 그였기에 40년간 단 한 번의 마감도 어기지 않고 뉴욕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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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Jacques Sempé, The New York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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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더는 그의 새 그림을 볼 순 없지만,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의 그림은 매번 다르고 영영 새로울 테니까요.
간만에 상뻬가 그린 뉴요커 표지들을 찾아봤어요.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그림을 읽어 보았습니다. 달밤의 수영장에서 트롬본을 부는 낭만적인 두 친구는 사실 누가 누가 더 잘 부나 겨루기 바쁘고, 벚꽃처럼 화사한 집에서 홀로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는 외로운 게 아니라 여유를 즐기고 있는 거라고요. 님의 시선에는 어떻게 보이나요? 그나저나 암탉 씨를 향한 조르바 씨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님의 시선과 생각이 궁금한 아침입니다. 답장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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