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특집 2-알.쓸.독.잡!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0 '알.쓸.독.잡' 단편영화 특집 2
10월 21일 오늘의 큐 💡
Q. 어디 가서 독립영화 좀 봤다~하려면? 🧐

오늘의 제목 앞에 숫자를 바꾸면서 깜짝 놀란 인디즈 큐! 벌써 30호라니요🎉 
님도 뿌듯한 맘을 가지셔도 될 것 같아요. 인디즈 큐를 구독하면서 이제 어디가서 독립영화 좀 안다고 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헛, 저는 인디즈 큐도 독립영화도 본 지 얼마 안 됐는데...😵" 에이, 모든 영화를 보고 제대로 알아야만 어디가서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일상적인 대화에서 뽐내기 좋은 건, 뭐니뭐니해도 잡지식! 

오늘의 인디즈 큐 단편영화 특집은 알아두면 쓸데...있을 수도 있는 독립영화 잡지식, "알쓸독잡"을 채울 수 있는 작품들로 준비해봤습니다. 오랫동안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반가운 배우와 감독, 작품들이 등장할 것 같은데요.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이라해도 충분히 흥미로운 조합일 거예요. "이 배우, 이런 작품이 있었구나!", "이 감독이 이런 작품을?" 다양한 리액션을 하며 읽다보면 마지막엔 이런 생각이 드실 걸요? "아, 어디 가서 이 영화 봤냐고 한 번 말해봐야지😎"

오늘 소개하는 단편 역시 모두 40분이 넘지 않고 심지어는 10분 내외이기도! 오늘 소개된 글들을 읽으면 아, 잡다한 지식 하나 얻었다! 싶으실 거예요. 영화를 보고싶어지는 건 물론이고요! 
독립영화계 레전드 형제, 엄태구 배우 & 엄태화 감독

개성 강한 연기로 드라마,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한 엄태구 배우. 워낙 많은 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어서 누군가에겐 <차이나 타운>의 '그 배우' 혹은 <밀정>의 '그 배우', 최근에 예능에서 그의 매력을 알게 된 분들이라면 '바퀴 달린 집' 나온 '그 배우'일 수도 있을 텐데요! 독립영화를 지켜봐온 인디씨커들에겐 아마 엄 형제의 레전드 작품인 <잉투기>로 오랫동안 남아있었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말하자면 입아픈 엄태구의 필모그래피! 그 중에서도 오늘은 가볍게 보실 수 있는, 풋풋한 엄태구 배우로 준비해봤습니다. <호구의 사랑>, <침묵>에 출연한 이수경 배우의 맑고 독특한 얼굴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두 배우의 '시시콜콜'하지만 특별한 시간을 보고 싶다면 30분만 투자해보세요. 개성이 묻어나는 생활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영상통화 로맨스, 〈시시콜콜한 이야기

단편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감독지망생인 도환(엄태구)과 은하(이수경)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을 담고 있다은하는 은하계처럼 묘하고, 알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대학을 다니는 중이라면 뭘 배우는지 도환은 모른다. 그러나 도환은 은하에게 쉽게 질문을 던지지도 못한다.

이들의 소통 창구는 휴대폰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아주 오래 통화를 하거나 영상통화를 한다. 도환과 은하가 영상통화로 함께 영화를 보다 잠이 드는 장면을 이 영화의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으로 꼽고 싶다. 둘이 휴대폰을 통과해 공유했던 것들은 다른 세상에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현실에서 직접 만난 둘은 어색해한다.
빠르고, 쉬운 것이 대세인 요즘은 질문조차도 가볍게 던지는 경우가 많다. 질문이 가볍다는 것은 타인을 가볍게 이해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그래서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느냐는 은하의 원망 섞인 대사가 경쾌하게 들렸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시작한 관계였으나 도환은 은하와의 관계를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그런 둘의 모습이 귀여워서 이 영화를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는 도환의 시선으로 흘러가지만 보이지 않는 은하의 시점도 예측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엄태구 배우의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시시콜콜한 도환과 은하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권한다.

-인디즈 15기 최유진
엄태구 배우의 형이자, <잉투기>,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 엄태화 감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자 독립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전설의 작품, <숲>을 소개합니다. 엄태화 감독과 엄태구 배우의 콤비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고, 엄태구 배우, 류혜영 배우, 정영기 배우, 세 배우가 선사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현재 온라인에서 정식으로 관람할 방법은 없어요😭 그래도 이 작품과 배우진에 관심을 놓지 않으신다면 언제든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종종 극장 상영 기회가 오기도 하고, 네이버 인디극장*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기도 하니, 공개가 되면 놓치지 말고 관람하세요!
💡 지금 네이버 인디극장(클릭!)에선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 개관기념 온라인상영회가 진행되고 있어요. <메기>, <혜화,동>, <돼지의 왕>을 볼 수 있다니! '레전드' 독립영화들 10편이 꽉꽉 채워져있으니 늦지 않게 첵첵✔️

미묘한 그 속닥속닥, 〈숲

질투, 열등감, 자격지심. 이런 감정들을 모르고 살면 참 행복하겠지만 인간인 이상 그게 또 쉽지는 않다. <>은 그런 인간의 내밀하고도 질척이는 감정들을 스릴러로 표현한 수작이다. 미장센 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영화제 이력상 단 4편만이 수상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기도 하다.

과수원과 숲, 그리고 세 친구. 영화의 구성은 단출하다.
1. 과수원으로 피크닉을 떠난 세 친구, 태식(엄태구)과 구정(정영기), 에스더(류혜영). 햇살 밝고 즐거워 보이는 친구들이지만 구정은 태식과 에스더 사이에 끼어들지 못한다. 구정은 태식을 의식하고 태식은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구정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열등감이 피어난다.
2. 숲에서는 태식과 정구가 자살에 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태식은 구정에게 촬영을 맡기고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고 연기를 한다.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식의 말에 구정은 또다시 태식에게 불편한 마음을 키워간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다.

영화는 밝은 과수원에서의 세 친구와 숲에서의 태식과 구정을 교차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감정을 유추하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긴장감을 부여한다. 수원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구정의 질척거리는 감정들은 숲에 가서 더욱 깊어지고 들러붙은 상태로 분출된다. 그렇게 된 감정들은 아무것도 돌이키지 못한다. 그리고 그 계기는 너무나도 사소하다.

과수원과 숲은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 숲을 예쁘게 잘 가꾸면 과수원이 된다. 인간의 그 질척이는 감정들도 그렇다. 어둡고 인적 드문 숲이 될지, 햇살 좋고 잘 가꿔진 과수원이 될지 그 계기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당신의 숲은 지금 어떤가? 자신과 속닥속닥 대화를 나눠보자.
-인디즈 15기 이호진
<소공녀>의 미소, <키스가 죄>의 한나, 그 전에?

6만명에 가까운 관객수를 기록한 작품이자 많은 이들을 독립영화에 '입덕'하게 만든 그 작품! <소공녀>를 보셨다면 하얀 머리 '미소(이솜)'를 잊을 순 없을 텐데요. 저는 미소에게 받은 기분 좋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중 한 작품인 <키스가 죄>의 '한나(아이유)'와 '혜복(심달기)'에게 빠져버렸어요. 
저처럼 '전고운 유니버스'에 빠진 사람들이 역주행을 해서 찾아본다는 단편을 소개할게요. 전고운 감독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내게 사랑은 너무 써>의 목련이를 만나보세요. 
✋ 잠깐! 관람페이지에 경고 문구가 있는 작품입니다. 리뷰 읽기 전 한번 확인해주세요! 
"이 영화는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폭력적인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니 관람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첫 애인첫 사랑첫 섹스……’에 대한 회고의 언어,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영화의 제목은 사랑을 회고하는 시점으로 데려다 준다. 내게 사랑이 너무 쓰다는 목련(강진아)의 말은 ‘회고의 언어로 들린다. ‘첫 애인, 첫 사랑, 첫 섹스……’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언어이다. 다 커버린 목련이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마 수많은 사랑을 하고 관계를 나눴겠지. 자신의 얼굴에 박힌 점을 볼 때면, 병희가 생각나지 않을까, 그러면 다시금 사랑을 쓰다고 기억하지 않을까? 목련이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첫 애인, 첫 사랑, 첫 섹스를 기억하는 인물들은 익숙하다. ‘부랄친구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농담과 유희를 나누다, 그 끝에서 꺼내보는 기억. 무용담처럼 발화되는 섹스는 익숙했다. 이와 달리 전고운 감독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는 새롭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섹스의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는 청소녀 목련의 첫 경험과, 그 뒤에 이어졌던 성폭력 피해경험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모범생이 분명한 목련이는 아프다며 조퇴를 하고 남자친구 병희의 자취방으로 향한다. 주춤주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지만 목련이는 모두를 의식하며 병희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에서 둘은 대화를 나눴고, 섹스를 나눴다. 교복을 입은 둘의 사랑은 평범했다. 평범한 만큼 진실되게 서로를 위했다. 하지만 모든 대화는 옆 방 아저씨에게도 전달되었고, 폭력의 시간이 시작된다. 병희가 자리를 비우자 아저씨는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엄마에게 전화해서 병희와의 일을 다 말하겠다고 협박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엄마에게, 사랑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협박이 된다는 아이러니. 목련의 상황을 알게 된 병희는 소화기를 들어보지만 이내 내려 놓는다. 그렇게 병희는 도망친다. 사랑에 있어서 목련은, 숨을 죽이며 움직여야 했고 끝내 결국 방치되었다. 그렇게 혼자서, ‘사랑의 아이러니를 감당해야 했다.
목련은 다시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온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엄마가 간식을 가져다 주는 곳으로 돌아온다. 목련은 문제집을 푼다. 틀린 답을 지우고 다시 답을 채우고, 동그라미를 그려낸다. 목련이의 안부는, ‘다시 채워진 동그라미이미 그어진 사선사이 어느 쯤에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금 단편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찾는 이유의 큰 부분은 <소공녀>에 있다. 당신이 <소공녀>를 깊은 마음으로 대했다면, 나와 같이 백발의 미소에 치인사람이라면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통해 다시금 전고운 감독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인디즈 15기 염정인
요즘 뜨는 그 작품, 알고 보니?

이성경 배우의 출연과 비비드한 색감으로 화제가 된 단편영화 <하트 어택>! 그치만 우리 인디씨커들은 알.쓸.신.잡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잖아요. 알고 보니, 전부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더라! 그리고 단편영화 <몸 값>를 연출한 이충현 감독이 만들었더라!
이충현 감독의 <몸 값>은 다수의 영화제 수상을 휩쓸며 엄태화 감독의 <숲>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작품입니다. 롱테이크의 짜릿함이 무엇인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잘 보여주는, 단편의 미학이 그대로 담긴 작품이기도 한데요. <독전>에서도 화제가 된 이주영 배우의 강렬한 연기 또한 잊을 수 없죠. <몸 값> 이후의 단편작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폼 컨텐츠 시대에 야심차게 공개된 <하트어택>도 만나보세요. 삼성 갤럭시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고, OTT 플랫폼 왓챠에서 단독공개되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장편영화 <콜>도 기대되네요😋

스마트폰으로 그려진 영화적 순간의 가능성, 〈하트어택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이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면 다른 무엇보다 신선함을 가장 먼저 느낄 것 같다. <몸 값>, <>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의 단편 <하트어택>은 본편은 물론 예고편, 메이킹 필름, 포스터까지 갤럭시 S20 울트라로 촬영되었다. 상술했던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두고 사람들은 으레 도전적’, ‘신선함이라는 감상을 남기고는 한다. 나 역시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로운 시도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영화 촬영 도구의 하나로 온전히 인정 받기란 어렵지 않을까

<하트어택>은 그런 생각들에 보란 듯이 펀치를 먹이고 스마트폰으로 그려진 영화적 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촬영 기기가 훨씬 가벼워졌기 때문일까? 보드를 타고 달리는 이성경 배우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거침없고 유연하며 역동적이다. 가볍고 손에 착 감기는 핸드폰은 핸드헬드 기법에 가장 최적화된 기기이며, 그 외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가능케 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스마트폰 영화 촬영이새로운 도전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닌, 하나의 장르적 개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기존의 현장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와 기타 장비들은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지지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고가의 전문적인 장비들보다 스마트폰이 기능적으로 훨씬 뛰어나다는 말은 당연 거짓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본의 크기가 상업영화, 장편영화에 비해서는 상당히 작은 단편영화 판에서만큼은 이 촬영 방식이 보다 보편화되어도 좋지 않을까. 우리는 경제적이고 자유로운 촬영 방식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디즈 15기 박유진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강화된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모두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더불어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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