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설집』은 다섯 작가가 음악을 생각하며 쓴 단편을 엮은 책이다. 소중함을 알기 어려운 반복되는 일상처럼, 음악은 유유히 우리 곁을 배회한다. 그런 음악을 포착해 잊히기 쉬운 일상을 유려하게 펼쳐낸다. 같은 듯 다른 5인 5색 시선을 따라가는 기분은 마치… '음악'이라는 재료로 각기 다른 요리를 내놓는 경연을 보는 기분이랄까. 소설 끝엔 작가별 인터뷰가 이어져 뒷이야기까지 즐길 수 있다. 책장을 덮을 때 느낀 점은, 때로 사소한 음악이 우리를 일으킨다는 것.

  KARDI (카디)의 <별밤지기>는 "어둠 속 무슨 노랫말들이 네게 위로가 될지" 고민하고, "가끔 밤이 하루 같이 길 때 별빛이 되어 지켜줄게"라며 "많은 봄이 상처로 꽃 필 때 바람에 실어 노래하자"라고 말한다. 『음악소설집』처럼 음악의 힘, 일상의 힘을 믿는 노래인 거다.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거문고 소리와 독특한 톤의 김예지 보컬이 어우러지는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서로를 위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곤 한다.

2

대학생 때 명왕성이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에서 떨어져 나가 왜행성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도 음악 교사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따라 태양계의 행성은 여덟 개가 되었고 홀스트의 『행성』은 다시 지구를 뺀 모든 행성을 포함하는 곡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이 그런 과학자들의 분류에서 영향을 받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음악교사의 말대로였다.

<은희경, 웨더링 中>

호리  비오는 여름의 어느 날 강릉행 기차를 탄 네 사람. 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와 사정을 가지고 있지만, 한 공간 속에서 하나의 음악으로 연결된다. "음악교사의 말대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든 것이 풍화하는 세상 속에서 단 하나, 음악만은 변하지 않기에. 훗날 서로를 잊게 되더라도 홀스트의 7개 악장만큼은 같은 음계로 그 시간과 공명할 것이다. 그리고 소설 밖의 우리에게도 그러한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3

어떤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면, 거기에 자신이 놓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물이 날 정도로 인생이 뻔하고 지긋지긋하다면,

같은 하루를 몇 번이고 다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우리는 뭘 해야만 할까요?

<김연수, 수면 위로 中>

타코  현재라는 건 없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에 지금 이 순간도 바로 0.1초가 되어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삶이 과거뿐이라면 잘 산다는 건 추억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도움을 주는 매개체가 음악이다. 음악은 기억을 부르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에서 연인이 세상을 떠난 뒤 하루를 지겨워하던 주인공도, '음악'이 얽힌 추억 회상을 시작으로 종이에 감정을 털어냈다. 이처럼 하루가 지긋지긋할 때 필요한 일은 과거로의 시간여행, 어쩌면 그저 음악을 듣는 일일 수 있다.

이번은 테마가 테마인 만큼, 에디터들의 '인생곡'을 수집해 보았어요. 정확히는 "정말 영원히" 들을 것 같은 곡이 있냐고 물었지요. 저는 매 분기마다 플레이리스트를 새로 만드는데도, 매번 빠지지 않는 곡이 있거든요! 노랫말에 공감해서, 목소리가 위로가 돼서, 혹은 연주가 짜릿해서... 다채로운 이유들로 각자의 '인생곡'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5월, 구절구절은 각기 다른 이야기로 '음악'을 쫓고자 한다.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음악이, 또 우리의 이야기가 <별밤지기> 노랫말처럼 당신에게 다가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