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함께 점심 식사했습니다. 회동은 낮 12시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습니다. 그제(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장에서 만난 지 이틀 만에 또 만난 겁니다.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는데요, 회동 뒤 김 전 총리가 대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어쨌든 간에 이낙연 전 대표와 물밑 대화를 해서 이 전 대표가 처한 처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안정·혁신이 어우러져야 총선에서 좋은 결과가 온다고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은 선거에서 절대로 한쪽이 일방적으로 쉽게 이기도록 두지 않는다고도 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알았다"고만 답했다고 합니다.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교감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까진 하지 않았다"면서 "어쨌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예고해 당으로선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니 같이 함께 돌파해 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로부터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을 제안받은 게 있나'라는 질문에는 "그런 구체적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었다. 이 대표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나는 당을 도우러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 정도의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회동 후 따로 브리핑하지 않았는데요,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이 대표의 회동 발언을 전했습니다.

두 사람 간 대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직접 만나겠다는 등 구체적 발언이 있었는지 묻자 권 수석대변인은 "당 단합과 총선승리를 위해서라면 산이든 강이든 건너지 못할 게 없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은 차이를 넘어 큰 길에서 함께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취지다"라고 답했습니다.

직접적인 이 전 대표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서 당의 여러가지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는 분들과의 만남에 관한 답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당내 비주류 그룹인 '원칙과 상식'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권 수석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대화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권 수석대변인은 "김 전 총리는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현행 연동형 비례제는 다양성과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니 기본적 취지는 지켜주는 게 좋다고 했다"며 "이 대표에게 범민주진영의 대표자로서 의견을 잘 수렴해달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더 수렴해나가겠다고 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이 말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와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전 총리가 이 대표에게 ▲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고 ▲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지키며 ▲ 단결과 통합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여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런 요청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 전 대표는 '1월 중 신당 창당'을 언급하며 창당 실무 작업을 해왔는데요, 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오늘(20일) 두 사람의 회동 결과에 따라 창당 행보에도 변화를 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옵니다.

이 전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재명-김부겸 회동을 지켜보겠다"고 했는데요, 그동안 요구한 당의 획기적 변화보다 단합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가 창당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계파 갈등이나 당내 분란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연쇄 회동을 추진하며 통합 행보에 나섰는데요, 오는 28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날 예정입니다.

문재인 정부 총리 출신의 중진들에게 당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낙연 전 총리와의 회동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그제(18일) 이재명 대표와 다른 시간에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는데요, '이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현재까지 전혀 없다"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만나자는 요청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회동 계획과 관련해서도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낙연 고립 작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삼총리'(김부겸·정세균·이낙연) 연대를 무위로 만들어 이낙연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손길을 내밀지 않는데다, 이 대표가 진전된 답변을 준비하지 않은 채 오늘(20일) 김 전 총리를 만났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재명 대표가 통합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명분쌓기'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입장이 아직은 단호한데요, '이재명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 수용 등 당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말까지는 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오늘(20일) 다시 확인했으니까, 두 사람이 만날 여지를 원천 봉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