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작곡가 중에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종목은 다름 아닌 '다작'. 역사상 가장 많은 곡을 작곡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텔레만은 지금까지 기록된 것만 해도 약 3천 곡에 달하는 작품을 썼다고 해요🫢 심지어 아직 작품이 발굴되고 있다고 하니, 기네스북 기록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오늘은 텔레만이 작곡한 세 개의 리코더 협주곡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워낙 많은 곡을 작곡했다 보니, 하나의 곡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같은 장르의 곡을 묶어서 소개하는 것이 더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더불어 익숙하지만 낯선 악기 '리코더'를 다룬 코너도 마련되어 있으니 글릿의 풍성한 선물, 냉큼 받아가세요!

다작 작곡가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이 작곡가 텔레만. 그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곡을 작곡할 수 있었을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텔레만의 일터였던 교회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작곡 개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1681년 독일에서 태어난 텔레만은 18세기 초중반 독일의 음악계를 이끈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바흐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당대에는 바흐보다 더 유명했다고 하죠. 그럼에도 둘은 아주 가까운 사이여서 텔레만이 바흐의 아들이자 음악가인 C.P.E 바흐의 대부가 되어준 것은 물론, 텔레만이 해오던 함부르크 악장 자리를 물려주기도 했답니다.

텔레만은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나 교회에서 처음 음악을 배웠어요. 사실 음악가가 보수가 좋은 직업이 아니었기에 텔레만의 가족들은 그가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해온 텔레만은 음악가의 꿈을 접지 않았습니다. 그는 1704년 노이에 교회에 오르가니스트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음악감독으로 활동했어요. 당시 교회의 음악감독은 교회 행사마다 사용될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요. 이 행사가 절기마다 있을 뿐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예배가 이루어졌기에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고 해요👀 심지어 한 번 사용된 곡은 두 번 연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거의 곡을 찍어내는 기계처럼 일해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텔레만 다작의 두 번째 이유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 개념일 텐데요. 르네상스 시기에 시작되어 바로크 때 정점을 찍은 '패러디' 기법은 세속 칸타타의 선율이나 악곡을 종교 음악에 다시 차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무엇을 패러디한다'고 할 때 기존에 있는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비교적 동시대에 살았던 비발디나 바흐와 같은 작곡가들 역시 이 기법을 즐겨 사용했는데요. 특히 라이프치히 시절 매주 엄청난 양의 교회 음악을 작곡해야 했던 바흐는 패러디 기법을 통해 여러 곡을 작곡했고, 그렇게 만든 곡이 전체 작품의 무려 20%를 차지한다고 하죠. 이처럼 텔레만의 곡을 비롯한 바로크 시대의 곡은 세속 선율의 패러디, 혹은 자가 복제를 방불케 하는 차용으로 작곡된 것이 많습니다. 이를 모방으로 보고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작곡 개념으로 보기보다는 당시의 작곡 개념에 비추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나 더! 텔레만은 교회음악뿐만 아니라 세속음악에도 능했기 때문에 학교나 오페라, 연주회를 위한 작품들도 많이 작곡했어요. 이 중에 특별하거나 튀는 곡은 없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전형에 맞춘 곡을 다수 작곡했기에 이후에 많은 작곡가에게 영향을 준 기악음악의 틀을 만든 데에 큰 공헌을 했다고 여겨지고 있답니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환영받는 악기인 리코더! 아마 리코더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간단하게 생각되곤 하지만, 사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특별한 악기입니다 🤫

최초의 리코더는 동물의 뼈로 만들어졌고, 그 구멍이 3-4개 정도였다고 해요. 현존하는 리코더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때부터 세속적인 성악곡의 반주에 사용된 리코더는 15세기에 들어 서서히 보편화되고 17세기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같은 시기 텔레만을 비롯한 바로크 작곡가들에게 사랑받아 독주 악기의 위상까지 지니게 되죠.

이후 고전주의 음악에 걸맞은 큰 볼륨과 넓은 음역을 갖추지 못해 그 자리를 잠시 플루트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리코더!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리코더는 힌데미트와 같은 신고전주의 작곡가들은 물론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사랑받는 악기로 부상합니다. 참 악기의 인생도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 같네요.

💡하나 더! 리코더는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음역에 따라 크기와 이름을 달리합니다. 아주 높은 음역을 가진 클라이네 소프라노부터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모던 알토, 테너, 베이스, 그레이트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리코더 등 아주 다양하죠. 그중 우리가 흔히 접한 리코더는 바로 소프라노 리코더랍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리코더는 바로크 시대에 굉장히 유행했던 악기였어요. 그래서 리코더 연주자들의 연주회를 가보면 프로그램의 과반수가 바로크 시대의 곡임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작곡가 텔레만 역시 그 자신도 리코더 연주자였고, 그만큼 리코더 곡을 다수 작곡했어요.

1️⃣ 리코더 협주곡 C Major TWV 41:C5

2️⃣ 리코더 소나타 f minor TWV 41:F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