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 출판사 신간 기대평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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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는 8월 15일 광복절 연휴로 뉴스레터가 한 주 쉬어갑니다:) 

ⓒnote thanun


우리 가족이 서울로 이사한 건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가을이었다. 이전까지 경기도 소도시에 살던 내게 서울은 몇 번 가보지 못한 특별한 곳이었다. 뮤지컬 영화 〈애니〉를 보러 갔던 서울극장 앞의 인파, 무슨 공연을 봤는지 몰라도 붉은 벽돌이 강렬했던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 학교 도서실보다 더 많은 책이 있어 천국 같던 종로서적…. 전주에 살던 사촌언니들은 들국화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밤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가기도 했다. 서울엔 세상의 멋진 게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린이 드라마와 동화책 속 서울 아이들은 모두 안경을 쓰고 체르니 30번을 칠 줄 아는 깍쟁이 공부벌레 같았고, 매일 밖에서 뛰어노느라 콧잔등이 시커멓게 탄 나는 그들 사이에 낄 수 없을 것 같아 겁이 났다.

 

웬걸. 서울 아이들은 내가 살던 동네 아이들보다 욕을 좀 더 잘한다는 것만 빼면 별다른 점은 없었다. 전학 간 학교에서도 교실에서 나무 난로를 땠고, 본관 옆에는 을씨년스러운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다. 새 친구들이 생긴 나는 매일 방과 후 교문 앞에서 파는 달고나와 잉어엿, 떡볶이를 사 먹다가 1년 사이 8kg이 늘었다. 아침엔 고물상이 늘어선 골목을 따라 등교했고, 하굣길엔 언덕 위 판잣집 사이에 있는 어두컴컴한 구멍가게에 들어가 100원을 내고 아폴로나 논두렁을 샀다. 6학년이 되던 해, 같은 학년 남자애들이 ‘따닥이’라 부르던 간이 전기충격기를 써서 동전 없이 오락실에 드나들다가 경찰에 붙잡혀 신문에 난 게 우리 동네의 빅 뉴스라면 빅 뉴스였다.

 

서울도 다 같은 서울로 쳐주지 않는다는 걸 중학생이 돼서야 알았다. 내가 살던 강서구와 가깝지만 엄연히 행정구역이 다른 옆 동네, 양천구에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학군’이라는 것이 있었다. 목동에서 전근 온 몇몇 교사는 우리를 노골적으로 경멸하며 “S 중학교 애들에 비하면 너희는 쓰레기”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담배 피우는 애들이 좀 있었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못 가는 애들이 좀 많다고 그래도 되나 싶어 모두 모욕감을 느꼈지만 반박할 용기는 없었다. 나는 목동에 있는 학원에 갈 때마다 서울로 처음 전학 올 때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언니는 우리 동네 이름이 싫다고 했다. 몇 년 뒤, 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나는 XX동이 싫어”라는 대사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항의한  적 있었다. 나는 그 작가가 어떤 얘길 하고 싶었는지, 주민들이 왜 항의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목동도, 강남도, 대치동도 아닌 우리 동네가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지 않는 ‘양심 가게’를 찾아다녔는데, 바로 우리 집에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있는 버스 정류장 앞 작은 슈퍼마켓이 선정됐다. 강서구 OO동의 명예를 드높여준 가게 아저씨 덕분에 나와 친구들은 모처럼 우리 동네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다.

 

ⓒGiselle Herrera


지금 나는 그때 살던 동네 바로 옆 동네에 산다. 중학교 때 담임이 무단결석하는 친구 집에 찾아가보라고 해서 처음 와봤던 곳이다. 우리 동네에는 오래된 방앗간과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는 책 대여점, 좁고 허름하지만 은근히 ‘핫플’로 알려진 막창집이 있다. 인도가 복잡한 것도 이 동네의 특징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양념게장이나 파김치를 통에 담아 팔거나 길가에 앉아 나물을 다듬는 할머니들이 있고, 어느 마트와 비교해도 싸다는 청과상 앞엔 늘 긴 줄이 늘어서는데 목청이 큰 주인과 물건을 사려던 손님 사이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저씨들, “오래된 사진 복원해 드립니다”라고 적힌 광고판, 토스트에서 돼지 껍데기 볶음까지 별걸 다 파는 노점 사이에서 부딪치지 않으려고 요령 있게 몸을 비틀어 지날 때마다 느끼곤 한다. 아마도 세상 어딘가엔 이보다 더 좋은 동네가 있겠지만, 나는 우리 동네의 어수선한 활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더라도 그럴 것이다.  


Writer 최지은

여성과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괜찮지 않습니다〉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펴냈고 뉴스레터 ‘없는 생활’을 발행한다. 늘 행복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재미있게 살고 있다.

- <엘르> 2023년, 8월호 발췌


✅보이스 초이스✅

뉴스레터, 브랜드, 서비스, 책, 전시, 공간까지 엘르보이스가 눈여겨보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난지도 2달이 흘렀을만큼 무더워진 요즘, 아리님도 잘 지내고 계신가요? 도서전을 통해 수많은 아리님을 만나며 즐거웠던 와중 새롭게 알게된 출판사도 있었답니다. 바로 유유출판사인데요. 당시 구매했던 책이 엘르보이스와 잘 어울려 먼저 연락을 했을 만큼 꼭 콜라보 하고 싶었던 곳이였어요. 그리하여 성사된 만남!


엘르보이스 X 유유출판사


오늘은 유유출판사의 신간 2권을 엘르보이스 담당자의 시선으로 추천해 드릴게요.

담당자 1의 추천 : 음식의 말들(click)

KEYWORD #늦은시간에는_읽지말것


한 줄 추천사 

"새벽 2시에 로켓배송을 시켰고, 가슴 근육통이 생길 만큼 당근을 썰어내 당근라페를 만들었다."


'설거지는 이름부터 거지 같다'라고 적힌 페이지를 SNS에 올렸다가 책 제목이 궁금하다는 수많은 DM을 받았어요. 음식을 둘러싼 100가지 짧은 에세이를 통해 공감과 재미를 얻어 갈 수 있는 책입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음식들을 이런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책을 읽는 일주일 동안 엄마가 무쳐주신 가지나물이 새삼 다른 맛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명란젓을 먹고 싶어 잠 못 들기도 했어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저걸 왜 먹나 싶었다, 어릴 적에는. 가지 요리라면 가지나물밖에 몰랐으니까. 그 가지나물의 맛을 알아본 순간,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 음식의 말들 中

담당자 2의 추천 : 세계관 만드는 법(click)

KEYWORD #사랑과_연결의힘


한 줄 추천사 

"이 얇은 책 하나를 다 읽고 나면 장르 불문 어떤 콘텐츠를 보던 [세계관 조명]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에스파 광야’, ‘피식대학’ 등 우리가 세계관에 그토록 몰입하고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알고 있던 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충돌 혹은 연결했을 때 느끼는 그 무궁무진한 확장성에서 희열과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장르 전문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에서 수석 스토리 PD로 활동 중인 작가는 이 책에서 세계관의 힘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습니다. 더 큰 틀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극장 가서 새로 나온 영화를 볼 때도 작가가 이 세계관을 설정하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여기는 이런 규칙을 심어놓았구나!’ 혹은 ‘이런 부분은 몰입하는데 좀 아쉽네’라는 생각이 들며 영화 감상에 한 층 더 깊이가 생기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사랑받는 세계관을 만들고자 하는 아리님 또는 콘텐츠를 깊이 있게 즐기고 싶은 아리님이라면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잘 만든 세계관은 사람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깁니다. 그래서 계속 생각이 나는 거죠. 이 세계관을 다른 곳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이 세계관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순 없을까? 어떻게 하면 이 세계관이 잊히지 않을 수 있을까?”

- 세계관 만드는 법 中 

기대평 이벤트


해당 도서에 대한 기대평을 남겨주신 분들에게는 총 10분을 추첨하여 어뮤즈 비건 립밥을 선물로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 8월 8일(화) ~ 8월 21일(월)

💚당첨자 발표 : 8월 22일(화) 뉴스레터 공개

💚경품 : 어뮤즈 비건립밤 (총 10명 선정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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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당첨자 안내>


박*미 4679, 이*초 8027, 한*윤 6747, 김*은 9730, 김*정 4010

주*이 8842, 김*남 6349, 민*현 0764, 유*승 1063, 원* 4247

송*경 5914, 홍*상 8612, 이*진 4800, 이*형 3217, 강*영 4857


현장에서 "엘르보이스" 이벤트 당첨자라고 말씀하신 뒤, '성함 + 핸드폰번호'를 통한 당첨자 본인 확인 후 입장 가능합니다. (1인 2매)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산부인과 가야지.. 이 부분에 모든 여성이 공감하지 않을까요?

후세대 친구들이 내과에 가듯 산부인과를 부담 없이 방문하기 위해 우리는 자궁과 관련 질병을 좀 더 자주 수면위로 끌어올려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진짜 산부인과 가야겠네요.


- 자궁근종 수술을 했던 1인으로서 제목 보고 확 끌려서 바로 클릭했는데 내용도 좋았습니다. 별거 아닌 수술이 아닌 대단한 수술이라고 여성들끼리라도 더 많이 얘기하고 정보공유 했으면 좋겠어요


- 자궁근종이라는 게 많이 겪는다는 건 알지만 저자님 말대로 단편적인 부분만 아는 것이 많았어요.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일을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으로 같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힘드셨겠지만,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자들이 부인과 치료를 미루고 미뤄 병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늘 같아요. 부인과 치료는 왜이렇게 번거롭고, 불편하지? 생리대는 왜이렇게 비싸지? 남자들은 왜 생리통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
남자들이 생리를 했다면 생리통과 생리대 가격은 이미 정복되었을것이다. 웃으며 이야기는 마무리 되지만 늘 뒷끝은 씁쓸하죠. 전 이미 나이를 먹은 여자이니, 저 다음 세대인 여자들은 좀 더 평등하고, 좋은 의료 혜택을 받기를. 산부인과를 찾을때마다 생리때가 다가올때마다 생각합니다..
💌  님, <엘르보이스> 69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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