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디자이너 포터 인터뷰
바리스타, 성장하고 있나요?
#090. BB의 바리스타 트레이닝 엿보기  |  23.01.11.

독자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모모입니다.

새해의 첫 열흘, 어떻게 채우셨나요? 저는 이틀 동안 휴가를 내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어요. 바쁜 업무를 잠시 접고, 한 해 동안 어떻게 일상을 꾸릴지 찬찬히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 안에서 BB와 BB레터는 어떤 의미일지도요. 나의 역량을 보여주며 발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대 뒤에서 조용히 뿌리내리는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오늘은 빈브라더스 바리스타팀의 트레이닝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바리스타 리드팀이 모여 ‘체크업’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거든요. 바리스타팀은 어떻게 자기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구경꾼으로 어슬렁거린 저의 시각으로 함께 구경해보세요.

무슨 말인지 통 모르시겠다면 일단 저를 따라오세요.©박은실Momo

1. '체크업'이란?

빈브라더스 여섯 매장의 리드, 부리드 바리스타가 합정점에 모두 모였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인데요. 바리스타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앉은 CEO 루이가 보이네요. 먼저 루이에게 체크업이 무엇인지 물어보겠습니다.

관객 역할에 몰입 중인 루이.©박은실Momo

💭  체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바리스타 한 명당 20-30분이 주어집니다.
  • 한 명의 바리스타가 무대에 오르면, 순서대로 4명이 관객 역할을 맡습니다.
  • 무대에 오른 바리스타는 관객에게 총 4잔의 음료를 제공합니다.
       (에스프레소, 따뜻한 우유 타입 커피, 드립 커피, 자유 음료)
  • 관객들이 던지는 폭넓은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Q. 루이, 이거 왜 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바리스타로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는 거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탁월한 음료를 제조하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음료 네 잔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잘 설계해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음료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머뭇거리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동선을 만들 수 있는지, 중요한 동작들이 끊기지 않고 연결되면서 유연하게 시간과 공간을 쓰는지 확인하죠.


고객과 커피 경험을 나누며 고객이 궁금해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역량도 봐요. 커피와 커피 산업 전반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폭넓은 지식을 뿜어내는 거죠. 지식, 기술, 경험을 총체적으로 확인하는데요. 체크업은 리드 팀을 시작으로 전체 바리스타팀이 각 매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으로 리드팀이 먼저 경험하는 목적도 있어요.”

체크업의 뜨거운 분위기. 커피와 질문으로 공간이 가득찬다.©박은실Momo

2. 체크업 풍경

바리스타 리드 아도이의 시범으로 체크업이 시작됩니다. 간단히 인사 뒤에 플랫 화이트를 한 잔 만들어내고 바로 브루잉을 시작하는 아도이. 관객 역할의 동료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음료를 만드는 거군요. 와, 이거 생각보다 무척 떨리는 일이네요.
아도이의 첫 음료, 벨벳화이트 플랫화이트. 소요 시간도 확인합니다.©박은실Momo
함께 몰입 중인 관객 1,2,3.©박은실Momo

이어서 스타필드 하남점의 리드 베니, 앨리웨이 인천점 리드 파라 등 숙련된 리드 바리스타들의 순서가 이어졌어요. 역시 음료도 쉽게 제조하고, 질문에도 능숙하게 답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슬쩍 들어볼까요?


Q. 베니, 어떤 음료를 선보였어요?

“몰트 에스프레소, 벨벳화이트 카푸치노, 몰트 아이스라떼, 디카페인 멕시코 드립 커피를 선보였어요. 종일 시음해야 하는 동료들을 위해 드립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정했죠. 저는 벌써 몇 번째 체크업인지, 요상하게도 긴장감이 전혀 없네요. 평소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자유 음료는 관객이 원하는 메뉴로 주문받았어요. 어떤 메뉴든 자신 있었어요.”

스타필드에서 고객을 대할 때와 큰 차이가 없어보였던 베니.
역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군요.©박은실Momo

Q. 관객들에게는 어떤 질문을 받았어요?

"꽤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 베니가 받은 질문

  1. 스타필드점의 평일과 주말 메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2. 커피는 즐겨 마시지만 BB를 잘 모르는 고객에게 BB라는 브랜드를 30초 내외로 소개한다면?
  3. 스타필드에 많은 카페가 있는데, 스타필드에서 빈브라더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4. 리더로서 스타필드 바리스타팀의 성장을 위해 베니가 강조하는(중요시하는) 덕목은 무엇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나요?
  5. 몰트 블렌드를 소개해주세요. 블랙수트, 벨벳화이트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6. BB의 세 가지 블렌드 중 선호하는 블렌드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당 블렌드의 생두 구성은 어떻게 되고, 왜 그러한 구성을 지니고 있나요?

어렵지 않게 대답했지만, 팀원들과 나누면 좋을 질문들이라 자세한 답변을 적어서 메일로 공유할 예정이에요."

프렌치 프레스 원리 설명 중인 파라.©박은실Momo

모든 동작에 똑부러진 설명을 더하던 파라.©박은실Momo

Q. 파라는 오늘 어떤 부분을 신경 썼어요?

“신속, 정확, 미장플라스*를 기본으로 지키면서 시연했어요. 오늘은 합정점에서 시연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세팅이어도 같은 BB 매장이기 때문에 허둥대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했고요. 자유 메뉴로 드립 커피를 하나 더 선택했는데요. 프렌치 프레스의 활용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를 프렌치 프레스로 추출해 커핑처럼 즐기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이 레시피를 널리 퍼트려 모든 매장에서 즐길 수 있길 바랐어요.”

*미장플라스(mise en place): 프랑스어로 '한 장소에 있는 모든 것' 이란 뜻. 제조 전에 필요한 도구들을 한 곳에 철저히 준비해두는 것.


Q. 음료는 어떤 순서로 제공했어요?

““핸드 드립을 시작하고, 추출되는 동안 에스프레소를 먼저 제공했어요. 화이트 타입으로는 스페인의 진한 밀크 커피인 꼬르따도를 선택했는데요. 스페인과 동일한 커피 경험을 만들고 싶어 용량이 같은 듀라렉스 프로방스 3온즈 잔에 제공했습니다. 에스프레소와 꼬르따도를 제공한 뒤에도 드립 커피 추출이 완료되지 않아 꼬르따도를 선택한 이유와 이름의 유래에 관해 설명하면서 공백을 채웠어요.


설정한 시간이 되어 프렌치 프레스를 앞에 앉은 고객에게 건네며 직접 프레스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고객의 추출 경험을 조심스레 만들어 보았어요. 커피 가루가 역류할 수 있어서 바닥 끝까지 프레스 하지는 않게 안내했어요. 레시피에 5분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추출된 커피는 바로 마셔도 뜨겁지 않은 온도로 제공할 수 있었고, 디카페인 드립 커피도 동시에 완료할 수 있었어요.”

꼬르따도 설명 중.©박은실Momo
박수로 마무리.©박은실Momo

3. 체크업은 처음이라

제 눈에는 유독 두 바리스타가 눈에 띄었어요. 최근에 오픈한 파미에스테이션점의 진과 윌리인데요. 리드 모임에 처음 참석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두 분께도 짧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Q. 진, 첫 체크업을 마친 소감이 어때요?

“처음에 체크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손이 덜덜 떨렸어요. 요 며칠 얼마나 한숨을 쉬었는지 몰라요.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급하게 억지로 외운 내용을 대답한다 한들 얼마 지나지 않아 잊을 거고, 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부족한 부분들은 결국 드러나게 될 테니 지금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고 피드백을 수용해서 이제부터라도 나를 점점 채우자고요. 실제로 시연한 뒤의 느낀 점을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1.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가득한 시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어요.
  2. 2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정말 무대 위에 선 듯했어요. 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관객들 앞에서 제 실력과 제 모습을 온몸으로 선보이는 시간이었어요.
  3. 정보는 읽고 외우는 것을 넘어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4. 빈브라더스의 리드 바리스타들이 바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어요. 응대 톤, 태도, 추출할 때의 움직임과 루틴이 모두 조금씩 다른 점이 개성 있고 즐겁게 느껴졌어요.
  5. 질문의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었어요. 터무니없거나 비현실적인 질문들이 아니었기에, 바리스타로서 숙지해야 하는 정보가 많다는 걸 상기하게 돼요.
듣고 보니 계속 두 손을 꼭 쥐고 있던 바리스타 진. ©박은실Momo
제 눈에는 차분하고 능숙해보였습니다.©박은실Momo

전에 베니가 그랬어요. “가서 울고 오세요. 울면서 배우는 거예요”라고요.(웃음) 체크업이 끝난 지금, 제가 딱 속으론 울고 겉으론 헛웃음만 나오는 상황인데요. 중요한 건 아무튼 끝났다는 거겠죠! 아직 긴장감이 가시질 않아서 오늘 잠이 잘 올지 모르겠지만, 체크업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체크업을 통해 파악한 저의 강점과 약점을 돌아보며 파미에스테이션점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요. 팀원들과도 나누고요!"


Q. 부리드 윌리는 어땠어요?

"저도 빨라지는 심박수와 삐질삐질 나는 땀을 뒤로하며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 시연에 들어갔어요. 매장 오픈 일정과 겹쳐서 더 상세하게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경험해보니 고객을 만났을 때 만반의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어요. 형식적인 근무 루틴 이외에도 내가 추출한 커피, 사용하는 기자재, 브랜드, 나아가 커피와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고객에게 소개할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는지 짚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무대(bar)에 서는 바리스타로서, 얼마나 능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체크업 내내 빼곡하게 채워진 윌리의 노트.©박은실Momo
울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박은실Momo

늦은 시간까지 체크업을 지켜보자니, 섬세한 동작들이 몸에 밴 바리스타 동료들에게 존경의 마음마저 들더라고요. 작은 동선을 줄이고, 제조 시간을 단축하고, 질문에 답하는 일이 이런 트레이닝을 거치는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구경 아닌 구경을 하다 문득 저는 제 업무에 이런 전문성이 있나 돌아보게 되었어요. 누군가 제 일에 관해 물었을 때 얼마나 정리하여 대답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사소한 업무 습관들을 얼마나 능숙하게 만들고 있는지 점검해 봅니다.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바리스타팀의 트레이닝이 독자님께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길 바라게 되네요. 새해에는 어떤 일이든 한 발 더 깊이 훈련해보시면 어떨까요. 무대에 선 바리스타팀처럼 독자님의 삶의 무대에서 더욱 기량을 펼치실 수 있을 거예요.

박은실 Momo, 뉴스레터 에디터

함께하기, 재미있게 하기, 의미 있게 하기. 세 가지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Thanks to BLT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 새해 시작과 정말 잘 어울리는 레터였습니다. 꼭 CEO나 지도자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팀의 관리자나 구성원 입장일 때도 많이 고민하던 부분이라 공감이 됩니다. 타인의 기준을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참 어려운 부분인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니 이제 당당하게 팀원들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해야겠네요. (...) (가리봉아이유)


💌 BB레터에 제프 베이조스라니. 다양한 주제 선정 환영합니다. BB 조직문화와도 잘 어울리고요. 최근 본 것 중엔 <유튜브 콘텐츠 - 1인분만 한다? MZ가 묻고 유현준이 답하다>, 유현준 교수 답변도 공감되더라고요. (김수미)


💌 새해를 맞아 더 나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레터였습니다. 항상 집필진에게 감사드립니다. (Edvh)


 💌 오늘 이야기로 인문 BB레터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 우리가 함께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부분에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 성취하고 싶은 것도 다르고, 그렇기에 도움을 주고 받으며 이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달라 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높은 기준에 해당되는 것은 높은 곳에 열린 커피 체리처럼 더 달콤하고 눈부시지만, 수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르죠. 높이 있는 열매를 따려고 노력하자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드는 게 '제프'가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HotCoff)


 💌 귀감이 되는 글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어 너무 기쁘네요! 글을 읽으며, '높은 기준'에 대한 물음에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아마 제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아 뜨끔했던것 같아요..! 늘 한 발짝 더 성장할 자신을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오늘의 이야기가 스스로에 대한 효용가치를 일깨워주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민제 :))


 💌 적절한 예시를 들어가며 요약, 번역해 주셔서 감사해요. 개인적으로는 '인지와 범위' 부분이 확 와 닿았어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업무량을 예측하는 건 어느 일에서건 필수일 듯해요. 저도 덕분에 해야 할 일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겠네요.(냥냥냥)


 💌 업무나 실생활에 있어 불필요한 부분까지 높은 기준을 가지다보니, 완벽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자책하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왜 매일 같은 옷만 입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 지 고르는 사소한 선택에서 조차 우리는 에너지를 소모한다. 나는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 더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싶어서 그렇다.' 2023년에는 저도 기준을 조금 낮춰보려고 해요. 더 생산적이고 중요한 부분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의 기준을 낮추려고 합니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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