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환갑도 안 되었어. 집 대출금에 취준생(취업준비생) 자식에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아. 뭐라도 해야 하잖아." (...) 그렇다면 이들은 왜 재취업을 선택하지 않고 자영업으로 고개를 돌리는 걸까? (...) 회사라는 사회에서 나름 치열하게 생존한 그들은 게으르고 섣불러서가 아니고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러니 가장 빨리, 쉽게 할 수 있는 것(대표적으로 외식 프랜차이즈)을 선택하게 된다.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종)을 – 전문 기술이나 자격증이 요구되는 – 선택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고충과 경제적 어려움은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1년 1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 8천 억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GDP의 43%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하네요. 대출의 규모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커서, 자영업 경기가 얼어붙으면 대출의 질이 나빠지기 쉽습니다. (즉, 채무 불이행 확률이 높아집니다). 은행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기 시작하면 돈을 빌려주길 멈추고, 오히려 빌려준 돈을 회수하며 돈의 흐름이 경색되는데요. 그렇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 실물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디터 안목🍇

고용보험은 고용 관계를 전제로 해서, 고용주가 없는 자영업자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없어도 아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황. 이처럼 고용보험의 안전망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험 제도에 포함하는 것이 전 국민 고용보험의 취지입니다. 전혜원 기자가 설명하듯,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던지는 질문은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가 불안정한 노동자를 위해 보험료를 더 낼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걸리는 점 한 가지. 특수고용자를 비롯한 자영업자를 4대 보험의 안전망 속에 포함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퇴직자들이 노후에 아무 준비 없이 자영업에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물음은 한국의 노동 시장이 갖고 있는 수많은 모순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한국 자영업의 문제와 해법을 담은 책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에서 제시하는 거시적인 해법은 직업훈련을 통한 숙련 향상 지원, '준비된 창업'이 아니면 자영업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 등, 다소 원론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