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조언과 가스라이팅의 차이점
우리가 가스라이팅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스라이팅이 충고나 조언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에요. 조언과 가스라이팅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차이가 있어요. 가장 큰 차이는 상대의 고유함을 '존중'하는지 여부예요.
진정한 조언은 우리의 경험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 해요. 반면 가스라이팅은 우리의 경험과 감정을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하면서 자신의 관점과 주장을 강요하고 우리에게 특정한 선택을 강요해요.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다들 이렇게 하는데 너만 왜 그래?" "널 위해 한 말인데 왜 듣지 않았어?" 같은 말들은 겉으로는 조언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선택을 강요하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자신을 비난하게 만드는 말들이죠.
재미있는 건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기보다는 타인이 해주는 결정과 선택에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 자진해서 누군가의 의견에 종속되고, 선택권을 빼앗기며 통제받는 편을 택하곤 하죠.
가장 약할 때 나를 공격하는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우리 마음이 힘들 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요. 불안하고 우울할 때,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타인의 말에 더 의존하게 되거든요. 또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가스라이팅에 취약할 수 있어요. 가스라이팅 하는 상대가 나와 가깝고 중요한 관계일수록 관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가스라이팅에 넘어가기 쉬워지기도 해요. 실제로 가스라이팅은 생면부지 남보다 부모, 연인, 가까운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요.
우리의 편견은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은 아주 악독하고 남을 이용하려는 못된 사람일 거로 생각하기 쉽지만, 가스라이팅을 하는 당사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무의식적 가스라이팅은 선한 의도로 포장되어 있어서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것이 가스라이팅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이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의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동일해요.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단정적인 말로 조언을 가장한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죠.
가스라이팅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기
가스라이팅에 취약하다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열려있고, 귀 기울여 듣는지는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느라 정작 자신이 하는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을 믿지 않으면 안 되겠죠? 그럼, 가스라이팅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첫 번째로 중요한 건 나만의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세우는 거예요. 우리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우리의 성공과 행복의 기준, 그리고 그걸 향해 가는 속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누군가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듣는 만큼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원하는 성공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요.
두 번째로, 나의 경험과 생각, 감정을 꾸준히 기록하세요. 나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중심을 지킬 수 있어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외부에 조언을 구하는 만큼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내 생각이 무엇인지 기록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아니요.'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세요. 아무리 고마운 조언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조언은 고맙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해.”라고 거절해 보세요. (굳이 밖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괜찮아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건 무섭고 두려울 수 있지만, 우리가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