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한다. 대충이라도. 쉽고 작게 시작하자.
2. 참가자 8명과 매일 3매의 글을 쓰고 3천 보를 걷는 리추얼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이제 2주차에 접어들었다. 모두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글을 쓰고, 걷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이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게 느껴진다.
3. 글을 쓴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걸 알려주고 싶었다.
4.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면 자신이 글쓰기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못 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 글쓰기 관련 책을 사서 읽고 강의도 듣고, 유튜브에서 동영상도 찾아본다.
5. 그럴 수록 글쓰기가 점점 어렵게 다가온다. 뭔가 더 배워야 할 것 같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은유, 비유, 부사 금지, 상징, 단문 등등 알아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진다. 겁이 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6.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그냥 한 번’ 써 봅시다. 그래서 하루에 원고지 3매를 써 보자고 한 거다. 3매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래도 3매를 쓰려면 생각을 좀 해야 하는데, 그래서 3천 보를 걷자고 한 거다. 3천 보를 걷다 보면 3매 정도의 쓸 거리는 떠오른다. 이걸 3주 동안 해 보면 약간의 자신감이 붙는다. 이 리추얼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건, 3매 정도의 글은 누구나, 웬만하면 쓸 수 있다는 것.
7. “작은 행동이 의욕 스위치를 올린다.” 존 크럼볼츠와 라이언 바비노가 쓴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저자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바로 지금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8. 그들이 말하는 ‘작은 행동’은 다음과 같은 같다. easy(쉽고), fun(즐겁게), immediate(즉시), cheap(최소 자원으로), social(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할 수 있는 real(현실적인 행동을) 행동.
9. 3천 보를 걷고, 3매의 글을 참가자들과 나눠 읽는 건 이 모든 것에 부합하는 '작은 행동'이다.
10. 사람들은 묻는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일단 써 보라고, 대충이라도 써 보라고 말한다.
11. 우리는 어려서부터 뭔가를 ‘잘’해야 한다고 배웠다. 잘! 그것 때문에 시작도 제대로 못 하거나 시작을 해도 몇 번 하다 포기하는 것이다. 잘 쓰지 못할 바에야 아예 안 쓴다, 이런 식이다.
12.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너무 모른다. 걷고 글을 쓰는 건, 자신에 대해 조금만 더 들여다 보자는 노력이기도 하다.
13. 그래서 글을 쓰는 건, 어렵고 상당한 용기가 필요로 하는데, 누군가 힘겹게 꺼낸 이 용기를 함부로 비판하면 안 된다.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14. 지금은 응원 만으로도 충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 역할은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는 역할이다. 자전거를 조금 쉽게 배우고, 그래서 더 즐겁게 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15. 참가자 중에는 회사원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고, 주부도 있고, 은퇴자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모두 프로다. 글쓰기에서마저 프로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프로는 즐겁지 않다. 언제나 경쟁하고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글쓰기라는 행위를 충분히 즐겨줬으면 한다.
16. 가벼운 마음으로, 쉽고 작게 시작하자. 모든 시작은 즐거움에서 비롯된다.